안경전安耕田
상생방송 이사장


“단재 신채호와 육당 최남선의 역사학”


신채호 선생은 박은식 선생처럼 독립 운동가이자 역사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우선독립운동가로서 그의 활동에 대해 간단히말씀해 주시죠.

신채호 선생은 원래는 성균관의 유생으로전통적인 유학을 공부하다가 신학문을 공부한 사람입니다. 러일전쟁기부터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 등의 논설기자로 활동하다가 1907년 신민회新民會에 가입하게 됩니다. 신민회는 윤치호, 안창호, 장지연, 박은식, 이동휘, 이동녕, 이회녕 등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국권회복을 위한 비밀결사였습니다. 신민회는 국권회복을 위한교육사업과 출판문화 활동을 위주로 하다가 망국 후에는 무장독립운동에도 힘을 쏟게 되었습니다. 신민회가 1911년 105인 사건으로 해체된 후 러시아 땅인 블라디보스토크, 중국의 상해, 만주와 북경 등에 거주하며 여러 독립운동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하였습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역사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15년부터 1919년 3·1운동 때까지 북경에 머물던 시기였습니다.3·1 운동은 역사의 주체로서 민중의 중요성을 발견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단재는 임시정부에도 가담했다가 임시정부의 노선과뜻을 달리하여 무장투쟁, 무정부주의로 기울게 됩니다. 1923년에 나온 조선혁명선언은 이러한 사상적 변화를 엿볼 수 있는글입니다. 무정부주의 활동에 뛰어든 선생은 1928년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치안유지법 및 유가증권위조 등의 혐의로 10년 형을선고받고 뤼순 감옥에서 복역 중인 1936년서거하였습니다. 57세의 나이였습니다.
그는 많은 논설들과 책을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가 처음으로 쓴 역사책은 어떤 책인가요?

1908년 대한매일신보에 반년 정도 연재한 독사신론讀史新論이라는 글이 있는데 한국 고대사에 대한 십여 개의 짧은 글입니다.



20대에 쓴 이 독사신론은 기존의 고루한 역사학을 조롱하고 고대사에 대한 새로운시각을 피력하고 있는데 20대의 젊은 역사가의 패기가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독사신론에서 보이는 신채호 선생의 고대사 인식에서 특징적인 것은 무엇입니까?

단군조선을 건국한 주체를 부여족이라 부르고 이 부여족이 한국 고대사의 주역이었다고 합니다. 기자조선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망명한 기자가 부여 왕의 신하에 불과했다고 보고 그 존재를 부인합니다. 고구려와백제는 말할 것도 없고 신라 역시 부여족이세운 나라로 말하고 그 증거를 여럿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부여족의주인공은 고구려였다고 합니다. 신라와 백제 모두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한쪽 구석에위치했기 때문에 고구려처럼 한국사의 영광을 장대하게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못했다고 보는 것이죠.

삼국사기의 김부식을 비롯한 많은 역사가들이 취하고 있는 신라 정통론과는 다른 고구려 정통사관이군요.그렇습니다. 삼국 가운데 가장강성하였으며 선비족 및 지나족과 겨루던 고구려를 한국사의 정통계승자로 부각시킨 것은 이념적인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역사적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또 발해에 대해서도 고구려를 계승한 부여족의 나라였음을 지적하고 그 역사적 의의를 부각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요컨대 단재의 사관은 발해의 역사를 한국사에서 제외하고 신라의 통일을 부각시킨김부식의 사관과는 정면으로 반대되는 사관입니다.
그렇다면 삼국의 인물들에 대한 신채호 선생의 평가도 김부식과는 전혀 다르겠군요.

물론입니다. 삼국 통일의 영웅이라 칭하는 신라의 김춘추(태종 무열왕)를 다른 종족을끌어들여 동족을 멸망시킨 민족사의 죄인으로 단정하고 반면 김부식이 폄하하고 있는고구려의 연개소문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당나라의 침략에 맞서 민족을 수호한 영웅이었던 것이죠. 이는 환단고기의 태백일사에 실린 연개소문에 대한 기록과 맥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그의 또 다른 역사서들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1924년과 1925년에 동아일보에 연재한사론을 모은 조선사연구초라는 책이 있고1931년에 조선일보에 연재한글들을 모은 조선상고사, 조선상고문화사등을 들 수 있습니다. 대부분 뛰어난 논문들입니다.

그 내용들을 모두 소개하기는시간이 허락하지 않으니 중요한문제들만 몇 가지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조선사연구초에 실린 주목할 만한 주장들을 소개해 주시죠.

일반인들은 ‘낙랑樂浪’이라고 하면 한무제가 세운 한사군의 하나인 낙랑군을 떠올릴겁니다. 그런데 신채호 선생은 낙랑군과는다른 낙랑이라는 나라가 따로 있었다고 봅니다. 소위 최씨 낙랑국이죠. 최숭이라는 사람이 세운 낙랑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낙랑국에 대해서는 삼국사기에도 나오지만 이를 현재의 강단사학자들은 태반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신채호 선생은 한나라의 낙랑군은 그 위치가 요동에 있었고 낙랑국은 대동강 연안이라고 봅니다.낙랑국은 고구려 3대왕인 대무신열제 20년(AD 37)에 고구려에 복속되었지만 요동의 낙랑군은 그보다 훨씬 오래 존속하였습니다.

313년 미천왕이 낙랑군을 공격하여 낙랑군을 멸망시켰다고 사서에 나옵니다. 이 낙랑군은 처음에는 해성 지역에 설치되었으나여러 차례에 걸쳐 그 치소가 이동하였는데요동에서 요서, 그리고 마지막에는 현재 하북성의 상곡 지역으로 이동하였다고 신채호선생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소위 강단사학에서는 낙랑군이 한반도에 있었던 것으로 보지요?

미천왕 때까지 대동강 유역에 있었다고보는 이들이 많아요. 그러나 신채호 선생은중국의 자치통감에 나오는 기록을 보아도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 지적합니다.

당시 선비족인 모용씨가 요동의 장통을 낙랑과 대방 두 군의 태수로 삼았다는 것인데당시 고구려가 얼마나 강성한 나라였습니까? 그런데 고구려 영토 깊숙한 곳인 대동강 유역에 낙랑군을 설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입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주장으로는 어떤 것이있습니까?

우리 상고사에서 위치비정 문제로 큰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문제로는 앞에서 말한 낙랑 외에도 평양과 패수浿水가 있습니다. 이평양과 패수의 지리적 고증을 한 논문이 평양패수고라는 논문입니다. 간단히 말하자



면 단군이 도읍하였다는 평양은 우리말 ‘펴라’를 한자로 표기한 것인데 대동강 연안의평양이 아니라 만주의 해성현에 있었다고 합니다. 또 패수도 같은 해성 지역에 있는 헌우락이라는 강으로 보았습니다. 헌우초가 많이 산다고 해서 헌우락이라는 이름이 붙은강입니다. 또 전후삼한고라는 논문도 있는데 이는 고조선 시대의 삼한을 전삼한, 고조선 망국 이후 한반도에 있었던 마한, 진한,변한을 후삼한으로 보는 주장입니다. 우리동방 역사의 정수를 담은 환단고기태백일사의 기록과도 일치하는 주장이죠.신채호 선생이 환단고기를 보았다는 이야기가 되나요?


그것은 아닙니다. 단재는 조선의 옛 기록들이 대부분 망실되어 자신이 사마천의 사기, 만주원류고,관자 등의 중국 기록에만 의지하여야 하는 것을 한탄하였는데 여기서 그가 환단고기 기록을 보지 못했다는것을 알 수 있어요. 그렇지만 중국 사서들에나오는 단편적인 언급들을 파고들어 전삼한의 존재를 끌어낸 것은 확실히 단재의 뛰어난 머리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조선사연구초에는 묘청의 난을 높이 평가한 글이 실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조선 역사상 1천년 이래 최대 사건이라는 제목의 논문입니다. 조선의 종교와 학술,정치 등의 여러 방면에서 존화 사대주의가뿌리를 깊이 내리게 된 계기가 고려 인종 13년에 있었던 서경 전쟁 즉 묘청 일파와 김부식 일파의 싸움에서 묘청 일파가 패배하였던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당시 고려는 칭제건원과 북벌론을 주장하는 묘청,정지상, 윤언이 등의 자주파들이 있었는데이들은 나라의 중흥을 위해서는 서경 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습니다. 그 사람들가운데서 묘청이 칭제건원을 주장하며 서경에서 반란을 일으켰는데 묘청의 난은 군사적인 면에서는 매우 허술한 반란이었을 뿐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분열이 초래되어 김부식을 원수로 한 고려 정부군에 의해 쉽게 패배하였습니다. 신채호는 묘청의 미치광이같은 짓에도 불구하고 묘청 일파가대변하였던 우리의 전통적인 낭가 사상이 유가의 존화주의 사상에 의해 패배함으로써 향후 조선의 어두운망국의 역사가 초래되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낭가는 화랑과 관련이 있나요?
단재의 저서 표지들 조선상고사, 조선사연구초, 천고 그렇습니다. 원래 화랑은 상고 시대의 성지인 소도를 지키던 무사집단이었습니다. 고구려에서는 조의皂衣(검은 옷)를 입었으므로 ‘조의선인’이라고 하였고 신라에서는그 미로 때문에 ‘화랑’이라 한 것이라고 단재는 말합니다. 고려 중기 때만 하더라도 낭가의 세력은 상당했습니다. 화랑들의 모임인‘선랑회仙郞會’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들은 불교도와 손을 잡고 유가 세력과 대립한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이 화랑이 숭배하던 종교를 사서에서는 ‘선교仙敎’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전에 말했던 ‘신도神道’와 같은 것입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우리의 선교 즉 낭가사상은 장생불사, 피세避世를 주장하는 중국의 도교와는 그 성격과지향이 판이하였다는 점입니다. 화랑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을 의미하는오계五戒는 바로 이러한 낭가의 정신을 잘 드러내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조선상고사와 조선상고문화사는 어떤차이가 있습니까?

조선상고사와 조선상고문화사모두 조선일보에 연재한 글을 모아 해방 이후에 간행한 책들입니다. 조선상고사에서는 단군조선으로부터 삼국시대까지 다루는데 원래는조선사 전체를 서술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그래서 원래는 조선사라는 이름으로 연재하였습니다.조선상고문화사에는 서론이 없으나 조선상고사에는 역사와 사료에 대한 선생의 생각을 담은 상당히 긴 서론이 붙어 있습니다. 역사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는 유명한 말이 나오는 것이 바로 이 서론입니다. 반면 조선상고문화사는 서론이 없이 단군조선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일종의 고조선사인 셈이죠.

이 두 책에서 고조선 이전의 시대 즉 배달과환국에 대한 언급은 없는지 궁금합니다.유감스럽게도 찾아볼 수 없어요. 단지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고기의 기록만을 소개하는 정도인데 배달국의 존재를 진지하게생각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배달에 대한 기록이 담긴 환단고기 같은 사서를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반면 고조선에 대한 입장은 확고합니다. 단군조선을 전설로 치부하는 요즘의 일부 강단사학자들과는 달리 단군왕조가 있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사서에나오는 고조선에 관한 기록들을 무조건 배척하는것이 아니라 역사적 진실을 담고 있다고 진지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단군왕검이 태자 부루를하우에게 보내 치수법을 가르쳤다는 고기의 기록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그것이 중국 사서인 오월춘추에 나오는 기록 즉 후일의 우임금 하우씨가 현이玄夷의 ‘창수사자蒼水使者’를 꿈에서 만나 오행치수의 원리가담긴 금간옥첩을 얻었다는 이야기와 같은것임을 한국과 중국의 여러 사서 기록들을동원하여 밝힌 것이 그런 예가 될 겁니다.

단군 조선의 통치체계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신채호 선생은 단군왕조는 단군은 진한(신한)을 맡아 다스리고 두 부왕이 마한(말한)과 번한(불한)을 각각 다스리는 통치방식을취했다고 해요. 이것이 태백일사에도 나오는 삼한관경이라는 것입니다. 또 오가五加가 있었는데 이 오가는 중앙의 다섯 부처를관장하는 장관인 동시에 지방의 오부五部를나누어 다스리는 지방장관이기도 하였다고봅니다. 전시에는 이 오가가 군대를 통솔하는 원수가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의 윷판이바로 오가의 출진도出陣圖라고 합니다.

삼한, 삼경과 오가는 태백일사의 삼신오제 사상과도 연관되어 있겠죠?

그렇습니다. 단군시대의 우주론이자 신관인 삼신오제설三神五帝設에서 나온 것으로 봅니다.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기는 그렇지만 신교의 우주 구성 원리 삼신오제설은 조선 왕조 때 사관을 역임했던 일십당 이맥이 편찬한󰡔태백일사󰡕의 ｢삼신오제본기｣에 잘 나와 있으니 독자들도 한번 읽어보기 바랍니다.

신채호 선생을 박은식 선생과 함께 한국 민족주의 역사학의 개척자라고 하던데 두 분역사학의 차이는 어떤 건가요?

두 분 다 전통적인 존화사대주의 사관에서 벗어나 민족에다 역사 연구의 포커스를맞추어 주체적인 민족사관을 확립하였다는데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 이들은 근대적인 역사학을 받아들여 역사서술에서 합리성과 객관성을 중시하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근대사학의 확립에 큰 기여를 하였다고 하겠습니다. 차이점으로는 근대사에 초점을 둔 박은식 선생과는 달리 신채호 선생은 우리 고대사를 주로 연구하였습니다. 󰡔환단고기󰡕 연구에서 크게 참조해야 할 역사가가 바로 신채호 선생인 것은 그때문입니다.

신채호 선생은 10년간의 옥살이 끝에 감옥에서 돌아가셨는데 치열한 독립운동가의 삶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 소개해 주실 또 다른 역사가 육당 최남선 선생은 신채호 선생과는 좀 다른 삶을 보여주었죠?

그렇습니다. 육당은 박은식이나 신채호선생처럼 해외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이라는험난한 삶에 뛰어들지는 않았고 학자로서의 삶을 주로 살았습니다. 물론 그가 민족의정치적, 사회적 현실에 눈을 감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1919년 3·1 운동 때에는 독립선언서를 작성하고 민족대표 58인 가운데 한사람으로 참여하여 그 때문에 얼마 동안 옥고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무장투쟁에 나서지 않았다 뿐이지나름대로 독립운동에 가담한 것이군요. 그런데 해방 후에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한 사람으로서 단죄되었던 것은 무슨 이유에서였습니까?

1930년대에 일본 식민통치에 협력하는 중추원이라는 자문기관에 들어가고 또 태평양전쟁기에는 재일조선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학도병 지원을 촉구하는 활동을 했었는데 이것이 반민족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여겨졌던 겁니다.

굴곡진 삶이었군요. 역사가로서 육당 최남선을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1890년 서울에서 중인 가문의 집안에서태어난 육당은 어려서부터 신식교육을 받았고 15세에는 국비장학생으로 일본으로건너갔습니다. 그는 와세다 대학 지리역사과에 입학하였으나 졸업은 하지 않고 귀국하여 출판문화운동에 나서게 됩니다. 그와함께한 대표적인 동지가 소설가 이광수였습니다. 우리 근대 문학의 개척자들이었죠.

1910년에는 조선의 고전 보급과 연구를 위한 조선광문회를 설립하였습니다. 3·1 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나온 후부터 국사연구에 힘을 쏟게 되었는데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조선사편수회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남긴 역사서로는 1925년의 󰡔불함문화론不咸文化論｣, 1926년의 󰡔아시조선兒時朝鮮󰡕이 있으며 그리고 한국사에 대한 개설서로는 1930년에 간행한 󰡔조선역사강화󰡕, 1943년의 󰡔고사통古事通󰡕 등이 있습니다. 󰡔불함문화론󰡕은 일본어로 쓰여진 것으로 단군을전설적 인물로 치부해버리는 일본인 연구자들을 겨냥한 일종의 단군조선사 사론입니다. 󰡔아시조선󰡕은 상고사 책으로 󰡔불함문화론󰡕에서 전개한 주장을 토대로 조선의 상고사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신문과 잡지에 조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주목할 만한 논문들과 또 우리 국토 및 역사에 대한 기행문들을 많이 썼습니다. 해방후에는 반민족행위자로 잠시 옥고를 치르기도 하였는데 1958년에 돌아가셨습니다. 󰡔불함문화론󰡕은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고대 동북아에서 태양숭배 종교가 있었는데 태양을 신으로 보고 태양에서 나오는 광명을 ‘ᄇᆰ’ᆞ이라 표현하였습니다. 또 광명 신은신성한 산으로도 자신을 드러내었는데 태백산 같은 이름이 붙은 산이 그러한 신성한 산이었습니다. 고조선은 바로 이러한 광명사상을 가진 족속이 세운 나라였으며 일본에도 전파되어 여러 흔적들을 남기고 있다고말합니다. 불함문화는 이러한 ᄇᆰᆞ 사상을 가진 사람들의 문화를 의미합니다. 만주와 한



반도, 일본 등의 동북아시아에서 나타난 전통 고유 문화인 것이죠. 천손민족을 자처하는 이러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ᄇᆞᆰᄋᆞᆫ’이라고 했다고 해요. 광명의 인간이란 뜻이겠죠. 풍류, 팔관 같은 말도 한자로 ‘ᄇᄋᆰᆞ ’ᆫᆞ 을 표현한 것일따름이라고 하는데 이 광명의 족속은 󰡔환단고기󰡕의 표현에 의하면 환족이 됩니다. 육당은 환桓,한韓이 모두 한자로 ᄇᆰ을ᆞ 표현한 것으로 봅니다. 육당은 백민白民 즉 이러한 광명족속이아시아 내륙 지역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며 여러 정주지들을 건설하고 또 곳곳에 신성한산을 정했다고 합니다. 백두산은 그러한 신성한 산의 중심이었던 것이죠.

어느 면에서 보자면 󰡔삼국유사󰡕에 나오는소위 단군신화를 역사적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원래 육당은 일본인들이 단군조선을 전설로 치부하는 것을 비판하였습니다. 그는 단군신화가 역사적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고 믿고 그 역사적진실을 포착해보려고 한 것입니다. 백민은바로 환웅이 이끌고 온 환국의 3천 명의 무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부여라는 나라 이름도 광명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던데요.

최남선 선생에 의하면 백민이 곳곳에 세운 정주지 혹은 공동체를 ‘불’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부여 혹은 부유라는 나라 이름이나왔다고 합니다. 이러한 불마다 제천의식을 주관하고 하늘에대해서 가르치는 제사장이 있었는데 바로 이들이 단군이라고불린 사람들입니다. 그 가운데가장 높은 단군이 ‘단군왕검’이었다고 합니다. 멋진 설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군조선의 왕은 단군과는달리 ‘개아지’라고 불렀는데 태양신의 아들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개아지조선에서기자조선이라는 말이 와전되어 생겨났다고봅니다.
최남선 선생이 말하는 백민은 결국 배달동이와 같은 존재이군요.

맞습니다. 최남선 선생은 결국 단군조선을 신화로 치부하는 시각에 맞서 그것이 2천 140년에 걸친 실제 역사였음을 입증하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그가 환단고기를 보았더라면 훨씬 더 풍부하고 정확한 조선의뿌리 역사의 모습을 제시했을 것입니다.

단재나 육당은 전통적인 존화사대주의와 일제의 식민사관에 맞서 우리의 상고사를 되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 분들이다. 시대가 달라지기는 하였지만 오늘날에도 민족의뿌리 역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과제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