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의
시라쿠사 공성전
기정환상생(奇正環相生) ― 『손자(孫子) 병세 제5편』




노병천
(예)육군대령, 리더십박사
전 나사렛대학교 부총장
한국전략리더십연구원 원장

메데스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다. 히에론 왕은 대장장이한테 제작하도록 명령한자신의 금관이 순금이 아니고 은이 섞인 가짜라는 소문을 들었다. 왕은 아르키메데스에게 그 진위를 밝히라 명령했다. 고민하던아르키메데스가 물이 가득한 목욕탕에 들어가게 되었고, 욕조에 채워진 물이 자신의몸 때문에 넘쳐흐르는 것을 보고 부력의 원리를 깨달았다.

흥분한 그는 알몸으로 목욕탕에서 뛰어나와 집으로 달려가면서 “유레카(Eureka,찾았다, 알았다)!”라고 외쳤던 것이다. 아르키메데스의 고향은 시라쿠사다. 시라쿠사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에 있는 작은도시 국가다.

이 도시에서 전쟁이 났고, 이 전쟁에서70대 고령의 아르키메데스는 놀라운 발명품으로 그들의 적인 로마군을 물리쳤다. 만약 시라쿠사 공성전이 없었더라면 아르키메데스는 그 이름을 세상에 알리지 못했을것이다. 왜냐하면 이 전쟁을 역사가들이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르키메데스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라쿠사 공성전은 기원전 213년에 일어났다. 그 당시는 로마와 카르타고가 제2차포에니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다. 로마 본토는 알프스를 넘어온 한니발에 의해 심각한위협을 받고 있었다. 시라쿠사는 카르타고와 동맹을 맺었고, 이에 로마의 마르켈루스가 시라쿠사 공략에 나섰던 것이다.

이때 로마군은 육군 2만 명과 갤리선 100척 규모의 해군으로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시라쿠사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작은 도시국가였던 시라쿠사는 1만 명 규모의 병력으로 이들을 맞아야 했다. 다급해진 시라쿠사의 히에론 왕은 아르키메데스에게 시라쿠사를 방어할 수 있는 전쟁기계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아르키메데스가 발명한 무기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장거리 포격용 투석무기다. 시라쿠사는 바다에 접한 도시로써 성벽으로 둘러져 있었는데, 이 무기는 육지 쪽 성벽방어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이 장거리 투석무기는 무려 300kg에 달하는 무거운 돌을활도 닿지 않는 먼 거리까지 날려 보낼 수있었다고 한다. 이 투석무기의 원리는 간단한 지렛대의 원리와 같다. 지렛대의 원리에대해 아르키메데스는 “나에게 서있을 곳을주면 지구를 움직여 보이겠다.”고 했다.

둘째는, 단거리 포격용 무기 스콜피온을만들었다. 이 무기 역시 육지 방어용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이 무기는 장거리용 무기처럼 돌을 위로 던져 날려 보내는 무기가 아니라 직접 적을 향해 발사하는 무기이다. 이무기는 성벽에 뚫어진 작은 구멍을 이용해발사했다.

셋째로, 이번에는 바다 쪽 성벽에서 사용하는 크레인과 비슷한 무기를 만들었다. 이크레인은 성벽에 다가오는 로마의 배에 무거운 돌이나 납을 떨어뜨려 파괴했다.

넷째로, 태양광선을 이용하는 대형 청동거울이다. 수십 개의 대형 청동거울을 만들어 해안에 배치한 후에 진격해오는 로마 함대에 강렬한 태양광선을 반사시킨 것이다.노를 젓는 병사들이 눈이 부셔 우왕좌왕하다가 배들이 서로 충돌했다.

그 후 로마는 태양 반사광선을 차단하는장치를 하고 다시 공격해 왔는데 이번에는노를 젓는 병사들에게 태양광선을 비춘 것이 아니라 50개의 대형 청동거울의 반사광선을 하나의 전함에 집중시켰다. 볼록렌즈로 불을 일으키듯 불을 지핀 것이다. 이런방법으로 차례로 로마의 전함을 불태워 두번째의 쾌승을 거뒀다. 그러나 아르키메데스의 놀라운 스마트 기술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로마와의 전력 차이는 너무 컸다.

결국 시라쿠사는 축제일을 노린 로마의기습에 의해 기원전 211년 로마에 무너지고만다. 정(正)의 힘이 약하면 기(奇)로써 잠시승리할 수 있어도 오래 가지는 못한다는 손자병법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기습을 당한 전투였기 때문에 아르키메데스의 신무기들은 사용해 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아르키메데스의 청동거울의 전술은 중국에서도 사용된 기록이 있다. 한(漢)나라 당시 ‘조판(照板)’이라는 장방형 거울이 있었다. 이 반사거울로 공격해 오는 적병의 눈에 햇빛을 반사시켜 혼란을 조성했다.
1959년 제작된 영화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에도 보면 솔로몬이 순금방패로 말을 타고 돌진하는 이집트 병사의 눈을 부시게 해서 계곡 아래로 떨어지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시라쿠사가 로마에 함락되던 날 아르키메데스는 뜰의 모래 위에 도형을 그리며 기하학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고 한다.

다가오는 사람이 로마 병사인 줄도 모르고 냅다 소리쳤다. “물러 서거라, 내 도형(圖形)이 망가진다!” 움찔한 로마 병사는 곧바로 그의 목을 내리쳤다. 이때 그의 나이는76세였다. 조국이 망하는 것을 차마 볼 수없었던 그가 차라리 소리를 질러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을지 모른다.

손자병법 병세(兵勢) 제5편에 보면 스마트한 아이디어는 서로 영향을 주어 무궁하게 창조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기정은 순환하여 서로 낳는 것이 마치 고리가 끝이 없음과 같으니, 누가 다 알 수 있겠는가?”(奇正環相生 如環之無端 孰能窮之) 여기서 정(正)은 기본원리다. 기(奇)는정을 바탕으로 창출되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말한다. 그래서 정과 기는 서로 맞물리면서 끝없이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기정환상생’(奇正環相生)이 바로 그런의미다. 아르키메데스는 이것을 아주 잘했다. 아르키메데스는 기하학(幾何学)의 대성자(大成者)로 유명한 유클리드와 같은 시대에 살았다. 당시 알렉산드리아의 왕 프톨레마이오스가 유클리드에게 강의를 들었는데, 기하학이 어려워 “좀 더 쉽게 배우는 길은 없겠는가?”라고 물었는데 이때 그는 “기하학 공부에 왕도는 없습니다.”라는 유명한말을 했다.

아르키메데스는 유클리드의 기하학을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다른 개념을 발전시켰다. 그가 로마병사에 의해 죽고난 뒤에 세워진 묘에는 구에 외접하는 원기둥의 도형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은 그가 고심 끝에 발견한 정리인 “구에 외접하는 원기둥의 부피는 그 구 부피의 1.5배이다”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포물선에 둘러싸인 넓이는 그와 동일한밑변과 동일한 높이의 내접삼각형의 4/3배라는 것도 발견했다. 이렇게 그는 기하학을기술과 연결 지은 학자로서 더 나아가 원주율이라든가, 우주의 크기를 나타내는 기수법 등 수학을 실제생활에 부딪치는 문제 해결에 접목시킴으로써 그리스 수학을 실천적 차원에서 발전시킨 대학자였다.

아르키메데스가 시라쿠사 전투에서 사용했던 청동거울 전술에 대해서 과연 그것이현실에서 가능할 것인가를 실험한 적이 있다. 1973년에 그리스의 과학자 이오아니스사카스 박사가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그는 그리스 해군에청동거울 50개를 들려 바다에 띄워둔 나무보트에 집중적으로 비추게 했다. 그랬더니수초 안에 보트에 불이 붙어 2분 안에 화염에 휩싸였다.

실제로 아르키메데스의 반사경 원리에영감을 받아 개발된 무기가 있었다. 태양대포(sun cannon)다. 독일군은 햇빛이 비치는 날 연합군의 항공기에 사용하기 위해 대규모의 태양-반사경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는 바람에 당시 만들어진 실험용 모델은 미군에 노획됐다.
奇正環相生
기 정 환 상 생
기정은 순환하여 서로 낳는다.
세상은 온통 스마트 기술로 가득하다. 모바일로 순식간에 인맥을 구축하고,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시간을 단축시키며, 디지털이 만드는 생생한 가상현실 속에서 영화와오락을 즐긴다.

더 빠르고 안전하고 똑똑하게 변하는 세상, 이러한 변화의 원동력은 스마트 테크놀로지에 있다. 거추장스러운 PC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올 것이다.

인터넷이 PC의 처리 및 저장 기능을 대신하게 되면, 자기 PC를 꼭 가지고 다닐 필요없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PC를 바꿔가면서 기존의 작업 수행이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파일을 저장하고, 인터넷에서프로그램을 로딩하여 집에서 하던 작업을회사에서도 이어서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또 어떤 스마트 기술이 우리를놀라게 할까?

스마트(smart)가 무슨 뜻인가? 사전에 나오는 순서의 첫째는, 쑤시고 아프고, 욱신거린다는 뜻이다. 그리고 네 번째에 가서야“영리한, 재치 있는”이라는 의미가 나온다.

결국 스마트로 가득한 세상에서 스마트 기술을 잘 모르면 쑤시고 아프고 욱신거리는통증을 안고 살아야하는 것인가?스마트하라, 더욱 스마트하라.
奇 正 環 相 生
기이할 기 바를 정 고리 환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