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광복 70주년, 건국 67주년을 맞이한 지금에도 대한민국의 건국과건국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이승만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국민의 국가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면서 북한과 화해하고협력만 하면, 통일의 길이 열릴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그러나 이승만 박사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건국은 불투명하였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는 건국의 아버지라 할 수 있다.

소련군 점령지역 공산화를 주도한 스탈린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했기 때문에 일본군 무장해제와 치안유지를 위해 미군과 소련군이 38선을 경계로 분할 점령하여 군정을 실시했지만, 미국과 소련은 서로 대립되는 이념과 체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2차 전쟁 직후 세계질서 재편과정에서 대립이 불가피했다.

1945년 2월,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과 소련의 스탈린 수상은 얄타에서 전후 처리 문제를 협의하는 가운데 소련군 점령지역에서‘자유선거’를 통해 정부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스탈린이생각한 자유선거는 루스벨트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스탈린은“우리는 그것(자유선거)을 우리식대로 하면 된다”면서 소련군 점령지역에서 공산체제를 이식시키는 것을 당연시했다.

1945년 여름부터 동유럽 여러 나라에서 좌우합작에 의한 연립정부가 수립되었지만, 우익인사들을 암살당하거나 의문사 하거나 비리와 스캔들에 연루시켜 매장시키는 방법으로 제거하면서 공산화되었다. 바로 이 무렵인 1945년 9월 20일, 스탈린은 북한지역에 “부르주아 민주정권”을 수립하라는 비밀지령을 내린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는 10월 중순 조선공산당 북조선 분국이 결성되고 김일성은 지도자로 추대되었으며, 3개월 후인 1946년 2월 초에는 사실상의 정부인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설립되고 김일성은 위원장이 되었다. 임시인민위원회는 10개 부처의 정부 조직과 소련식 공안기관 설치(2월 10일), 토지개혁 실시(3월 5일), 중앙은행 설립과 북한 화폐 발행(7월 1일), 공장과 기업체 등 모든 생산수단의 국유화(8월 10일) 등 강력한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조치를 강행하여 북한을 소비에트화했다. 1947년 2월에는 임시라는 말을 빼고북조선인민위원회가 되어 사실상 북한의 단독정부 수립을 완료했다. 따라서1945년 12월 말 미국, 영국, 소련 등 3국 외상이 모스크바에서 한반도를 5년간 신탁통치하기로 합의했던 것은 소련의 입장에서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더 이상 끔찍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유엔을 중심으로 세계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한반도에 대해서는 소련과 합의한 대로 좌우합작을 통해 통일정부를 수립하기로 하고 1946년 봄과 1947년 봄 두 차례에 걸쳐 미소공동위원회를 열었으나 소련 측이 신탁통치 정부에 좌익이 절대 다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고집했기 때문에 결렬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소련군정과 김일성집단이 이미 북한 공산화를 끝내고 남한공산화를 획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1945년 8월 15일에 선포되었고, 북한정권의 수립은 9월 9일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미국과 이승만이 ‘단독선거’를 통해 ‘단독정부’를 수립했다고 분단의 책임을 전가해왔다. 그러나 남한에서 정부수립을 위한 선거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 1947년 11월 북한은 헌법 제정에 착수하여1948년 2월에 헌법 제정을 마쳤다. 그러나 북한 공산화를 주도했던 레베데프비망록에 의하면, 미국에 분단의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북한의 헌법시행을 보류하고 신헌법에 의한 선거는 남한보다 늦은 시기에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해놓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어느 쪽이 분단을 주도했는지 남북한의 정부 수립 과정<표 1> 비교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이승만, 공산세력과는 타협이 불가능하다
1945년 10월, 이승만 박사가 단신으로 귀국했을 때 앞이 캄캄했다고 한다. 공산당을 비롯한 좌익세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 군정청여론조사에 의하면, 남한 주민의 절대 다수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선호하고 있었다. 그들이 공산주의에 대해 잘 몰랐을 뿐 아니라 공산당의 선전에 속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승만은 민주주의만이 조국의 미래를 보장한다는확신을 가지고 공산세력과 투쟁하는데 앞장서 결국 자유 대한민국을 건국하는데 성공한다.

독립투사들이 일제의 탄압을 피해 러시아로 피신했고 소련 또한 러일전쟁(1904~1905)의 패배로 일본에 대해 적대적이었기 때문에 한국 독립운동에우호적이었으며, 따라서 우리 민족은 공산주의를 경계하기보다는 소련을 우방국으로 인식했다. 해방 후 남한이 무정부 상태에 빠지자 조선공산당은 서울에 있던 소련영사관과 북한의 소련군정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세력을 급속히 확장했다. 조선공산당은 수만 명의 비밀당원을 중심으로 노동단체, 농민단체, 학교와 언론계 등에 침투하여 수십만의 동조세력을 확보했다. 그들은강력한 비밀조직과 탁월한 선전선동으로 사회를 혼란시키고 시위와 파업,방화와 파괴, 무장폭동을 서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승만은 반공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의 반공사상은 구한말 러시아의 팽창주의 야욕에 대한 반감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공산혁명이 일어난 후 소련에 대한 반감과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이 겹쳐져 강력한 반공주의자가 되었다. 그는 1923년 3월 하와이에서 발행된 『태평양잡지』에 기고한 「공산당의 당부당(當不當)」이라는 글에서 공산주의가 자본가, 지식계급, 종교단체,국가 등을 부정한다는 면에서 비판하고 있다. 특히 1933년 독립외교를 위해소련을 방문했을 당시 러시아인들의 처참한 생활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으며, 그 후 미국 언론을 통해 소련 공산주의의 잔학상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해방 후 미국에서 귀국하기 직전에는 소련이 동유럽 국가들을 공산화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소련군이 북한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의공산화를 막는 것은 물론 북한에서 공산주의를 몰아내는 것이 자유로운 나라를 건국하는 데 필수조건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귀국했다.

그래서 이승만은 귀국한 후 신탁통치와 좌우합작을 반대했고, 그래서 그는미국의 배제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는 좌우합작이란 명분은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자유민주의와 공산주의는 서로 대립적인 이념이기 때문에 절대 통합될 수 없다고 확신했다. 더구나 신탁통치나 좌우합작을 수용하는 것은 소련을 우리나라 문제에 끌어들이는 것이고 또한 공산당과 합작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곧 ‘공산화의 지름길’이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1946년 봄 이승만은 전국 순회강연을 통해 “공산주의는 콜레라와 같은 것이다. 공산주의와 협력하거나 타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산전체주의에굴종하느냐 아니면 반대하느냐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이로 인해 공산주의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이 크게 확산되었다. 6월 3일 그는 정읍에서 “우리는 무기(無期) 휴회된 미소공위[미소공동위원회]가 재개될 기색도보이지 않으며, 통일정부를 고대하나 여의치 않으니 남방만이라도 임시정부혹은 위원회 같은 것을 조직하여 38 이북에서 소련이 철퇴하도록 세계 공론에 호소해야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이승만이 남한 단독정부 설립을 주도했다고 비판하지만, 그의 말은 이미 북한에는 사실상의 정권이 수립되었고 또한 조국의 앞날을 기약 없는 미국과 소련의 합의를 기다릴 것이아니라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승만의 확신이 대한민국의 건국을 가능케 했다 이승만의 민주주의 사상은 단순히 선진 민주국가의 제도를 받아들이는, 피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목숨을 건 체험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그는 구한말 백성들이 신분제도에 얽매여 노예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타파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청일전쟁(1894~1895), 명성황후 살해(1895), 아관파천(1896~1897) 등 국운이 급속히 기울어가던 시기에 배재학당에서 민주주의를 깨우치게 되면서 급진 개혁주의자가 되어 신문에 논설을 쓰고,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 등에서 적극 활동하는 가운데 입헌군주제를 위한 정변에가담했다는 누명으로 체포되어 6년 간 감옥살이를 했다.

그는 감옥에 있을 당시인 1904년 『독립정신』을 썼다. 이 책에서 미국의 독립혁명과 프랑스 대혁명 등 민주혁명을 높이 평가하면서, 민주주의는 모든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천부의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는 문명하고 부강한 반면, 러시아, 청나라 등전제군주국가는 가난하고 뒤떨어진 나라라고 했다. 민주국가를 세워야겠다는 결의가 이때부터 분명했다.

이승만은 1904년 감옥에서 나와 대한제국의 비밀사절로서 미국을 가게 되었고 거기서 최고 명문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까지 받고 오랫동안 미국민주주의를 경험하며 민주주의의 이론과 실제에 통달했다. 3·1운동 직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제1차 한인대회에서 이승만과 서재필은 새로 건국될 나라에 미국식 민주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신대한의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이승만은 미국이 주선한 중국에서의 국공합작이 실패하고 있는 것을 직시하는 가운데 소련과 타협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정책이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1946년 11월 워싱턴을 방문하여 5개월동안 활동했다. 바로 이 시기에 미국도 소련과의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깨닫고 1947년 3월 트루먼 대통령은 공산세력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을 선언했다. 미국이 한반도 정책에서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이승만의 노선과 같은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맞서 소련 주도로 공산국가들 간의 협력체제인 코민포름(Kominform)을 결성하면서 냉전대결이 본격화된 것이다. 결국 1947년 10월 한반도 문제는 유엔에 회부되어 유엔 감시 하에 남북한 총선거를 하기로 했으나 소련군정과 북한 김일성집단이 유엔한국위원단의 북한 진입을 거부했기 때문에 남한에서만 선거가 실시되었지만, 남로당은 선거를 저지하기 위해 제주 4.3사건 등 폭동과 테러를 서슴지 않았다. 그 해 12월 유엔은 대한민국을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정통성 있는 정부가 되었다. 당시 내외정세를 고려할 때, 민주주의에 대한 이승만 박사의 확고한 신념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건국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며, 우리 모두의 운명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