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
연합뉴스 국방부 출입기자
threek@yna.co.kr


서울 신길동 공군회관에서 7월 14일 의미 있는 국제학술회가 개최됐다.
연세대 항공우주력 학술프로그램이 주최하고 공군이 후원한 이 학술회의는‘창조경제와 항공주력 건설:기회와 도전’이 주제였다. 무엇보다 마지막 세션이 주목을 받았다. 이 세션은 토론자들의 난상토론인‘라운드 테이블’로 진행됐다. 주제도‘항공우주력 건설 자산인가, 부채인가?’로 정해져흥미있게 진행됐다. 우리 공군이 도입 중이거나 도입할 예정인 항공 및 우주부문 군사력이 미래 우리나라의 자산이 될지, 아니면 부채가 될지에 대한 전망을 놓고 토론자들의 견해가 펼쳐진 것이다. 그렇다면 항공우주력건설이 자산인지, 부채인지, 우리는 전투기를 개발해 수출까지 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우리나라가 항공우주력을 건설하는 것이 미래 부채가 될지, 아니면 자산이 될지에 대한 정답을 현 시점에서 알아내는 것은 상당히난해한 문제다. 여기에는 지도자의 의지, 경제력, 국방예산, 남북및 주변국 관계 등 변수가 너무 많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전 우리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의 방식을 놓고 이와 유사한 의문을 가지고 논쟁을 벌여온 경험이 있다.

항공우주력은 항공산업을 기반으로 건설된다. 물론 선진국에서항공우주 자산을 완성품으로 도입한다면 항공산업의 기반을 논할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KF-X를 개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항공산업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항공산업은 최첨단과학기술이 융․복합된 창조경제형 미래 주도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

특히 항공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T-50 고등훈련기에는 부품이 20만개가 소요되지만 중형자동차 1대에는 2만개가 들어간다. T-50 1대를 수출하면 중형자동차 1천대 수출과 맞먹는 경제창출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항공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0년까지 세계 7위의 도약을 목표로 설정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본훈련기(KT-1), T-50, 한국형 기동헬기(KUH) ‘수리온’ 등의 개발사업을 통해 중급(미디엄급) 전투기 국내 개발 기술력을 축적해 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구축된 기술 기반을 토대로 획기적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KT-1, T-50 개발을 통해 초음속 항공기 독자 개발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적 선진업체(록히드 마틴/보잉)의 KAI 기술력 실사 결과, 록히드 마틴은 지난 2001년 KAI가 독자개발 단계에 도달했으며 보잉은 2002년 KAI가 항공기 종합설계 능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만들어 놓으면 팔 수 있다”… 희망을 가져야과거 T-50을 개발할 때 수출 가능성에 대해 모두 콧방귀를 뀌었다. 정부 일각에서 우리나라 초대형 항공회사에 중형기를 개발해 중국 시장을 겨냥해라고 조언했지만 이를 무시했고 결국 중국이 자국 여객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KAI는 인도네시아, 터키, 페루, 이라크, 필리핀 등에 KT-1 계열과 T-50 계열의 국산 항공기 129대, 32억 달러 규모를 수출했다.

이는 미디엄급(KF-16) 전투기를 개발하면 충분히 해외 시장 판로를 개척할 수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만들어 놓으면 팔 수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이 허언이 아닐 수도 있음을 T-50, FA-50 수출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공을 들이고 있는 남미지역의 항공기 수출시장은 앞으로 10년간T-50 고등훈련기와 FA-50 경공격기 150여대, KT-1 200여대, 수리온 헬기 200여대 등 총 550여대 약 11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사실 ‘항공우주력(Air & Space Power)’이란 용어는 군인이나 일반 국민 모두에게 그리 친숙한 말은 아니다. 공군은 17년 전부터 이 용어를 정리해 놓았지만 대중성을 띠지는 못했다. 공군은 1998년 발간된 공군의 비전서인 ‘대한공군 2030’에서항공우주력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미국 공군은 ‘Air Power'에서1957년부터 ‘Aerospace Power’라고 쓰다가 1996년부터 ‘Air & Space Power’로정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항공우주력을 운용하는 군은 항공우주군이다. 공군은 1998년 항공우주력을 운용하는 개념인 항공우주군을 지향하는 것으로 개념을 정리해놨다. 항공우주군이운용하는 항공우주력이란 유인·무인 항공기와 미사일, 우주자산, 지휘통제체계,정찰감시(ISR) 자산 등을 군사적 목적으로 항공우주 공간에서 운용하는 자산을 모두 통틀어서 부르는 용어이다. 공군은 현재 이 개념의 모습과 전력발전 계획들에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항공우주력이란 개념 이전에 공군은 ‘전략형 공군’이란 말을 사용한 적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7년 3월 공사 졸업식 연설 축사에서 밝힌 용어인데 공군이전시에는 가장 선봉에서 적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고, 평시에는 전쟁 억제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였다.

“항공우주력 건설 부채가 아니다”… 이미 항공우주군 시대 들어서우리나라가 항공우주력을 건설하는 것은 부채는 아니라고 결론부터 내리고 싶다. 군사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전장영역은 이미 우주, 사이버 공간으로확장되었고, 앞으로 우리 군이 도입하거나 도입할 무기체계도 이런 방향으로 가고있기 때문이다. 통합정밀직격탄(JDAM) 등 정밀유도무기, 항법체계, 미사일 추적 및요격시스템, 조기경보, 정찰자산 등이 이미 우리 군사 작전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미연합 감시자산 중 군사위성을 이용해 수집한 북한의 군사정보는 현행 군사작전에서 활용되고 있다. 항공우주력은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현행 군사작전으로 수행되는 우리 군 자산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8일 공군에서 우주정보상황실을 개관했다. 충남 계룡대에 있는 공군본부 연구분석평가단 건물에 들어섰지만 앞으로 역할이 주목되는 곳이다.

우주정보상황실에는 우주공통작전상황도(COP)가 설치되어 2D·3D 방식으로 위성 현황을 분석하고, 인공위성 항법장치(GPS) 정밀도·재밍(전파방해) 상황 파악, 위성충돌 분석, 한반도 통과 위성 식별, 우주 기상 등의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이를통해 최근 발생한 과학기술위성-3호 근접 조우, 러시아 우주화물선 ‘프로그레스’추락 등과 같은 예기치 못한 사고와 우주위험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군 차원에서는 적국과 주변국 위성통과 현황, 우주기상 정보 등을 예측할 수 있게됐고, 이를 활용해 공·지·해 군사작전 수행을 지원할 수도 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나중은 창대 하리라는 성경 구절처럼 앞으로 공군 뿐 아니라 공·지·해상 합동작전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주정보상황실 개관은 공군이 3단계로 나눠 추진하는 우주전력 단계별 구축 계획중 첫 단계이다. 오는 2040년까지 추진되는 이 계획이 구축되면 ‘스타워즈’가 가능해진다. 공군은 1단계로 2020년까지 우주공통작전상황도를 지속 발전시키고, 전자광학 우주감시체계를 전력화해 스타워즈(우주작전) 수행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2단계로 2030년까지 우주기상예보와 경보체계, 레이더 우주감시체계, 조기경보위성체계 등 우주감시 능력을 확보해 독자적으로 우주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을 구비하게 된다. 마지막 3단계인 2040년을 전후로 적 위성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지상·우주기반 방어체계와 다양한 발사체를 개발하고, 유·무인 우주비행체를 운영하는 등 우주작전 및 우주전력 투사 능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2040년 이후에는 우주물체를 요격하는 대위성요격체계, 지상에서 적 위성을 격추하는 지상기반 레이저 무기체계, 우주기반 레이저 무기체계, 정찰·타격용 우주비행체 등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공군은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