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창
삼육대 교수
본지 편집위원

올해는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이 되는 매우 뜻깊은 해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민족상잔의 대비극이었던 ‘6·25전쟁’(이하에서는 ‘한국전쟁’으로 표기)이 발발한 지만 65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이런 “광복, 분단, 한국전쟁”이라는세 단어가 가져다주는 느낌이 희비(喜悲)의 교차선상에서 뇌리를스치게 하고 있다.

바로 이런 유의미한 시점에서 필자는 그동안 가슴속에 품어왔던생각을 본지의 ‘제언(提言)’란을 빌어 현실화하였으면 하는 바램에서 몇 가지 단상을 적어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해마다 맞이하는 6월이면, 한국전쟁의 상흔(傷痕)을 떠올리면서 두 번 다시는 동족간에 “피를 흘리는 상잔(相殘)의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될것이며, 또 7월을 맞이하면 이런 3년간의 전쟁을 잠시나마 멈추게한 ‘휴전협정’과 함께 희생된 아군의 사망․ 전사자 178,569명의 호국선열들의 넋을 새삼 기리게 된다.

바로 이런 현실에서 필자는 내친 김에 우리 국격(國格)에도 맞고,또 인도적 차원에서도 더 선제적으로‘북한지역 국군전사자 유해발굴사업’까지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그래야만 무명의 계곡에서 아직 눈을 감지 못하고 누워계신 호국영령과그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으로 부터로 60여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러갔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쟁으로 인해 전사·실종된 우리의 호국영령들의 유해(遺骸)는 그 후세들이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수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차디찬 땅속에 유기(遺棄)되어있을 것을 생각하니, 거의 한평생을군문(軍門)에 몸 담았던, 후배의 한사람으로서 송구한 마음을 감추기가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육군(陸軍)이 지난 2000년 4월 한국전쟁 발발 50주년 기념사업으로 비록 3년간의 한시적 사업이기는 하였지만 ‘국군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았지만 매우 뜻깊은 일이었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이 사업의 성과가 예상외로 컸을뿐아니라 국민적 호응을 크게 받자 2003년 ‘호국보훈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사실이다. 더우기 2005년6월에는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영구히추진하기로 결정하였고, 2007년에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하고, 2008년에‘6·25전사자 유해발굴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참으로 반갑고 유의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랑하는 조국을 지키다가 이름 모를 산하에서 숨져가신 호국선열을 위해 국방부가 이렇듯 발벗고 나서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그러나 이런 발굴사업은 엄혹한 분단상황에서 남한지역에만 국한되어 실시되고 있으니, ‘절반의 성공’이라고나 할까 너무나도많은 아쉬움과 미련을 남겨놓고 있다.

바로 이런 현실에서 필자는 내친 김에 우리 국격(國格)에도 맞고, 또 인도적 차원에서도 더 선제적으로 ‘북한지역 국군전사자유해발굴사업’까지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싶다. 그래야만 무명의 계곡에서 아직 눈을 감지 못하고 누워계신 호국영령과 그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물론이를 위한 여건조성은 이미 상당 부분 그기초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래와같은 이유 때문에 더욱 서둘러야 할 것으로보인다.

첫째, 남·북한은 지난 2007년 11월 평양에서 개최된 제2차 국방장관회담에서 “6·25전사자 유해를 남북에서 공동으로 조사하고발굴하자”는 내용에 합의한 바 있다. 이러한 합의는 전사자의 유해를 수습하는 것은양측이 이념차원을 넘어서 인도적인 문제라는데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남북관계악화로 인해 우리측이 군사회담 개최시마다 당시 합의사항을 상기시키고 공동발굴을 촉구하였으나단 한 차례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으며,남한지역에서 수습한 북한군 유해 684구(2015.4.30 현재 : 적군묘지내 안장 1,189구중 중공군 505구는 2015.3.28 중국에 인도)는 아직도 북측의 인도거부로 송환되지 못하고 있다.

둘째, 국방부가 북한지역에서의 유해발굴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제2항에 ‘국군포로 유해의 반입비용지원’조항을 신설, 매년 관련자료를 수집하고 예산까지 편성하고 있기 때문에 실행을 망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남북관계를 핵문제와는 별도로 이념을 떠나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대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하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비핵화 원칙’에 묶여 한 발자국도 진전할 수 없는 남북문제를‘큰 틀’에서 과거의 아픈 상처를 씻고 상호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쉬운 문제’부터 풀어가자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확산되고 있는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전쟁 당시 사망․실종된 분들과 그 유족 차원을 넘어 국민적여망을 풀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국방부는북한과의 모든 협상에 이 문제를 우선과제로 선정하여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할것이다.

따라서 북한지역으로 국군전사자의 유해발굴사업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방부가 주체가 되어 유관기관인 통일부, 외교통상부, 행안부, 국정원, 보훈처 등과 협의체를 구성하여 ‘(가칭)국군전사자 북한지역 유해발굴 TF’를 가동시켜야 할 것이다.그러나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처럼 북측이 이 문제에 대해 계속묵묵부답으로 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때, 미국-북한의 경우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리는 여러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You are not forgotten)”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 어느 곳이든 유해발굴을 위해 나서는 모범국가이다.

특히 지난 1994년 북한과의 ‘제네바협상’
과정에서 “한국전쟁 당시 사망·실종된 미군의 유해송환사업”을 합의하여 유해 1구당약정금액(한화로 4천만원 정도)을 책정, 양국관계의 부침(浮沈)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500여구를 송환해 간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우리의 경우도 이를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것이 어렵다면 한국전쟁 당시 대부분의전투에서 한·미군은 같은 지역이나 참호에서 싸우거나 상호 부대를 교대하면서 싸웠기 때문에 북한지역에서의 미군유해 발굴시 발견된 국군유해만이라도 우선 송환될수 있는 방안을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남북이 합의만 한다면, 미군의 경우와같이약간의 비용분담만으로도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공식적인 채널’에 한계가 있을 경우인데, 이 때에는 북한과 이해관계가있거나 대북사업을 주로 추진하고 있는 순수한 민간단체에게 업무추진을 위임하고비용을 지원하여 비공식적으로 대행(代行)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럼으로써 ‘외화’에 목말라 하는 북한과이를 통해 남북관계의 경색을 풀 수 있는 전기(轉機)를 마련하며, 종국적으로는 한국전쟁 당시 사망·실종된 우리 호국영령과 그 유족들의 한(恨)을 뒤늦게나마 풀어줄 수 있는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아직도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분명 지금도 ‘전우들이 자신을찾아주리라’ 기다리고 있을 호국영령분들에 대한 후배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도리를 다하는 것임과 동시에 ‘애국심’을 거양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된다.

마지막까지 “조국이 나를 찾는 나라에서만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초개(草芥)와 같이 버리는 우국충정(憂國衷情)의 애국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