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우
전 광복회 부회장
정치학 박사

광복군, 공식명칭 ‘한국광복군(Korean Liberation Army)’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드문 창군 과정과 몇 가지 특징을 가진 군대이다. 첫째로 망명지인 중국의 중경에서 건군이 이루어졌지만 망명군이 아니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규군, 즉 원로 독립지사들이 1919년 3·1운동 직후, 남의 땅 중국의 상해에서 세운 새 나라의 국군이었고, 둘째로나라와 겨레를 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어나 목숨까지받쳐 싸우는 ‘의병’과 같은 뜻을 지닌, 독립지사들로만 구성된 군대였으며, 셋째로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결성된무장력인데, 작전 활동은 중국과 인도-미얀마 같은 남의 나라에서만 있었고, 넷째로 그러면서도 군사·외교 면에서 큰역할을 수행하고, 독립항쟁의 든든한 기반을 이루었던 군대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 설명하면, 1919년 중국 상해에서 창건된 대한민국(임정)은 (이전 국가인 대한제국의) 망명정부가 아니라, 왕정 아닌 공화정으로 탄생한 새 나라, 즉 민족사 최초의 민주공화국이다. 따라서 광복군도 비록 망명지에서 결성되었지만 망명군이 아니라 대한민국(임정)의국군인 것이다. 그리고 작전 활동을 외국에서만 전개하게되었던 것은, 본국 수복 작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완료하고 출정을 준비하며 대기 중일 때, 일본이 항복(1945.8.15)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광복군은 1946년 5월 광복된 조국에 돌아왔고 그정신은 대한민국 국군의 기틀이 되었다.

무장 독립항쟁의 맥; 의병-독립군-광복군 13세기 이래 ‘왜구’라고 일컬어 온 떼도둑의 침범으로 우리 겨레를 괴롭히던 일본이, 조선조 중기(선조25년)에는 ‘임진왜란(1592~1598)’ 침략으로 우리 동포를 학살하고 강토를 짓밟았다. 그들은 또 19세기 후반인 1875년, 군함 ‘운요(운양)호’의 강화도 해역 침투를 시작으로 재침략을 기도했다.

일본군의 경복궁 난입(1894.6). 명성황후시해(1895.8). 을사륵약(1905.11). 대한제국군대 강제 해산(1907.8.1) 등 온갖 만행과간교한 술수를 농하고, 청일전쟁(1894~5)과 러일전쟁(1904~5)에서 승리한 기세를몰아 결국 우리나라를 송두리째 강탈 했다(1910.8.29~국치).

그러한 일본의 침략을 임진왜란 때는 물리칠 수 있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계셨고, 스님의병을 포함한 우리 의병이 전국에서 궐기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세 재침략은 막지 못했다. 국론이 통일되지 못한 상태에다, 국방태세가 미흡했고 전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이었다. 의병이 전국에서 일어났고 말기에는 해산 당한 군인 중 상당수가의병에 가담했지만, 기관총 등 신식 무기를갖추고 잘 훈련된 일본군의 우세한 전력에눌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독립항쟁의 효시요, 무장독립투쟁의 시원이었던 의병 항쟁은 20년간(1894~1915)의 국내 작전을 접고,만주와 연해주로 망명해서 독립군으로 변모(진화)했다. 그 망명은 일시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장기전에 대비한 국외 군사기지구축 구상에 따라, 1896년 이래 꾸준히 이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1931년 일본이 만주까지 장악함에 따라, 1933년 말 이래 중국 관내로 이동한 독립군의 잔존 부대 등을 주축으로 새롭게 결성한 것이 광복군이다. 따라서 광복군은 의병 - 독립군 - 광복군으로 이어진 무장독립항쟁의 제3대에 해당하지만대한민국(임정)의 정규군 = 국군으로서의특징을 지닌다.

각처 산재 독립무장력의 총사령부로 출범

광복군의 창군 날짜는, 중국 서남부의 ‘전시 수도’ 중경(重慶)에 있는 가능빈관(嘉陵賓館)에서 ‘한국광복군총사령부성립전례식’을거행한 1940년 9월 17일(오전 6시)이다. 일본군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서 식을 새벽에 거행했는데, 참석자 약 200인 가운데는 주은래. 동필무 등 중국공산당계 요인도 있었다

(국공합작기). 그날은 행사의 이름대로 ‘총사령부 성립일’이었다. 그런데 광복군의 창군 일을 그날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미 중국의 여러 곳에 산재해 있던 독립항쟁 무장력들의 생일은 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광복군의 탄생은 대한민국(임정)이 1919년 건국 초기부터 정규군을 보유코자 했던노력이 오랜 교섭과 노력 끝에 뒤늦게 이루어진 결과였다. ‘임정’은 1919년 12월 18일자로 ‘대한민국임시군제’, ‘임시육군무관학교 조례’등의 군사 관련 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남의 나라 땅에서 다른 나라가 정규군을 창설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늦어진 것이다. 중화민국 정부와의 협의가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고 일본군이 중국의 중심부 지역까지 공격한 연후에와서야 겨우 타결된 것이다.

어떻든 광복군 총사령부가 성립됨으로써그 때까지 중국내 각처에 흩어져 있던 우리민족의 항일 무장력을 망라한 대한민국(임정)의 직할 정규군(국군)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1942년 5월 ‘조선의용대’가 제1지대로 편입됨으로써 민족진영의 무장력 모두를 아우르는 민족군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대일 선전포고, 연합군의 일원으로 활약

대한민국(임정)은 1941년 12월 10일, 일본에 대해 선전을 포고했다. 이는 일본이 미국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1941.12.8)해서 제2차 대전을 태평양에까지 확산시킨 직후의일이다. 그 선전포고는 광복군이라는 무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현실성이 있었던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임정)의 대일 선전포고를 계기로 관복군은,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하고 중국군·영국군·미국군과 공동작전을 전개하게 되었다.

중국군과의 공동작전 : 중국 내의 여러 접적 지역에서 공동 작전을 펴거나 또는 독자적으로 활약했고, 화북의 태항산 지구에서는 일본군과의 교전으로 10여명이 전사하기도 했다. 또 상해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무장 지하활동 중 검거 당해 총살로 순국한 광복군도 여러분 계시다.

영국군과의 공동작전 : 인도 주둔 영국군의요청을 우리 광복군이 받아들여 1943년 인도동북단 미얀마 접경의 임펄(Imphal)지구 전투에 광복군을 투입하여 정보수집과 심리전,포로 심문 등을 통해서 많은 공을 세웠다.

미국군과의 공동작전 : 미군과의 협력은1944년 10월 광복군 제2지대장 이범석이중국 전구의 미국 OSS(전략 정보국 Office of Strategic Services) 현지 책임자 싸전트(Clyde B. Sargent) 대위에게 타진하여 성사된 공동작전이다. 일본군에서 탈출한 한국청년 수백 명을 미국이 훈련시켜 연합군의대일전쟁에 투입하는 계획이며, 우선 광복군 요원들이 한반도의 요소에 침투하는 훈련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본국 즉 한반도수복을 위한 ‘독수리 작전(Eagle Project)’이었다. 협의가 마무리될 즈음, 임시정부 주석김구, 외무부장 조소앙, 주석 고문 겸 통역정환범 등이 중경의 주중 미군총사령관 웨드마이어(Albert Wedemeyer)장군을 방문(1945.4.17) 협의해서 확정하고, 5월 11일훈련을 시작하여 8월 4일 제1기생 38명을배출했다. 이들이 작전 투입, 즉 출정을 앞두고 대기 중이던 8월 10일 일본의 항복 의사가 중립국을 통해 연합국에 전달되고 8월15일 일본 국왕이 항복을 발표한 것이다.

카이로 선언 등 연합국의 한국 독립인정에 기여

이와 같이 광복군은 여러 전선에서 악조건 속의 교전 또는 지하 활동 중의 피체 등으로 많은 희생자를 내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임정)의 정규군으로서 독립항쟁의 든든한 무장력으로 기여함은 물론, 군사외교면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광복군은 중국. 영국. 미국 등 연합국 군대와의 공동전선형성을 통해서, 군사적 유대를 돈독히 하였거니와 특히 대한민국(임정)의 대일본 선전포고(1941.12.10)를 뒷받침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영국·중국의 3 거두가 카이로 회담(1943.11)에서 한국의 독립을 인정하게 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카이로 회담을 앞두고임정 대표단이 장개석 중화민국 총통을 만났을 때(1943.7.26)도 한국광복군의 군사적기여를 들면서 한국의 독립의지를 반영토록교섭했던 것이다.

‘자발적 헌신’의 숭고한 정신과 공헌 광복군을 포함한 독립유공자들의 ‘나라구하기’ 참여는 누구의 시킴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나라의 소집이나 명령에 의한 것도아니다. 국민의 의무이행과도 다르다. 오직나라와 겨레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의 결단아래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었다.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걸어야 함은 물론, 자기와 가족, 친지에게 가해질 위해와 고난, 재산의 손실 등도 각오해야 했다.

그 자발 헌신의 정신과 공헌의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이 큰 것이다. 겨레의 통일과 번영은 그러한 정신의 바탕 위에 앞당겨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