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림 일병
제65보병사단
의무근무대 의무병


내가 처음 박동혁 병장을 접한 것은 국군의무학교 의무병반에 입교한 2015년 2월의 어느 날이었다. 국군의무학교 교육단 앞 나무그늘 아래 흉상으로 우뚝 선박동혁 병장의 모습을 처음으로 마주한 것이다. 그 때 나는 ‘병 신분임에도 흉상으로 세워졌구나! 참 특이하다’라는 생각을 하며 그냥 지나쳤었다. 그러다 응급처치 과목 교육에 임하던 도중 교관님으로부터 제2연평해전에서 자신의 몸을바쳐 전우들의 생명을 구하고 장렬하게 전사한 박동혁 병장의 일화를 들으며박동혁 병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우리 사단 전 장병은 영화 ‘연평해전’을 단체로 관람하게 되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했던가? 이야기로 들었던 것 보다 스크린으로 직접 본 연평해전의 모습은 너무나 참담하고 치열하였다. 과거 나의 기억 속에 2002년은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해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던 해로 남아있었다. 온 국민들이 축구경기에 열광하는 동안에도 서해에서는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선배전우들이 목숨을 바쳐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내가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군인으로서 너무나 부끄러웠다.

영화 속 박동혁 병장의 모습은, 먼저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부대 후임병이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자신의 부주의로 그렇게 된 것이라는 죄책감에 한동안 고통스러워했다. 자신이 맡은 임무에 얼마나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렇게 죄책감을 느꼈을까? 박동혁 병장의 그러한 모습에 나는 커다란 존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가 전개되자 평화롭던 분위기는 금새 사라지고, 처절한 전투현장이 펼쳐졌다. 북한 등산곶 684호의 선제공격을 받은 참수리 357호의 처절한 모습과 그러한 악조건 하에서도 목숨을 걸고 전투에 임하는 연평해전 참전용사들을 보고나의 심장은 터질 듯 아팠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눌려있던 울분이 눈물과 함께 흘러나왔다. 박동혁 병장은 포탄이 빗발치는갑판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부상을 당한전우들에게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100여개의파편이 그의 몸에 박혔음에도 응급처치를 멈추지 않았고, 최후의 순간까지 포를 쏘며 적에게대항하였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붕대가 떨어져 지혈을 할 수 없게 되자 침대보를찢어 그것을 붕대 또는 압박대로 사용하는 장면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의무학교에서 응급처치를 배울 때 어느 교관님께서 ‘사고의 틀에갇혀 있지 말고 주위에 있는 모든 도구를 응급처치 도구로 사용하라’고 했던 말씀이 생각났다. 박동혁 병장은 그것을 몸소 실천하며 나에게 교훈을 준 것이다. 그의 몸짓 하나, 표정 하나가 내가 본받아야 할 의무병의 표상이었다.

클로징 크레딧(Closing credits)이 올라가고,상영관이 밝아진 후에도 장병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붉어진 눈으로 멍하니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모두버스에 탑승한 이후에도 평소와는 달리 숙연한 분위기는 계속 되었다.

부대로 복귀한 후, 나는 박동혁 병장에 관한여러 기사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 중에서 참수리호를 대신해 박동혁 병장의 이름을 딴 유도탄고속함이 탄생했다는 국방일보의 한 기사를 보았는데, 우리 군에서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여전히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제2연평해전에서 안타깝게 전사하였지만, 박동혁병장은 ‘박동혁함’이라는 유도탄고속함으로부활하여 여전히 우리나라를 지키고 있다. 영화 ‘연평해전’은 지금껏 봤던 그 어떠한 영화보다도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그로 인해 나의조국 대한민국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사명감을다시 한 번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영화'연평해전'이 정신적으로만 우리를 무장시켜준 것은 아니다.

우리 사단 전 장병은 매일 전투체육시간에뜀걸음,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그리고 전투형 집단체력단련을 통하여 정신뿐만 아니라육체도 더욱 더 강화시키고 있다. 영화를 통해다들 자극을 받아서 일까? 얼마 전에 실시된 유격훈련 간에도 모든 장병들이 열외 없이 훈련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훈련이지만, 모두들 실전에 임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나 또한 의무병으로서 유격훈련 간 발생되는 부상자들을 최선을 다해 치료하였고, 구급낭과 접이식 들것을둘러메고 60km 행군을 완주했다.

박동혁 병장을 비롯한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들의 정신을 계승하여 우리 장병들이 이렇게 심신을 단련하고, 그러한 결과로 우리 군이더욱 더 강해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였다. 군 생활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육체적,정신적으로 완벽히 무장하고, 의무병으로서주특기를 단련하여 적이 도발해온다면 나의전우들을 반드시 내손으로 살려내는 ‘제2의 박동혁’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