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는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난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이는 역사가 평범한인물들이 아니라 영웅들에 의해 움직여나가는 것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이번 달에는 국군의 날도 있고 해서 『환단고기』에 나오는 우리 역사의 대표적인 영웅들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한민족의 영웅들”


안경전安耕田
상생방송 이사장

위인전과 같은 영웅의 이야기는 동양의 역사서에 어떻게 기록이 되어 있나요? 뛰어난 인물들의 이야기는 열전列傳의 형태로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중국 역사학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사마천의 『사기』에서부터 열전을 볼 수 있습니다. 제왕들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본기本紀’로, 제후들의 이야기는 ‘세가世家’로 따로 모아놓고 그보다 사회적 등급은 낮지만 주목할 만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열전’에다 모았습니다. 이것이 소위 기전체 형식입니다. 본기와 열전으로 구성된체제라는 것이죠. 물론 『사기』 열전에 개인들만의 기록이 있는 것은 아니고 조선이나 흉노와 같은 이민족에 대한 기록도 열전이라는 이름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일종의 에스노그라피(종족지種族誌)인 셈이죠. 이러한 이민족에 대한 기록을 열전에 두는 것도 중국역사학의 한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서양에서는 어떤가요?

그 중요성으로 보아 사마천의 『사기』에 맞먹는 그리스의 헤로도토스 『역사』에서도 인물들의 전기와 주변 민족들에 대한 종족지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물론 별개의 장으로 떼어서 서술하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진짜 영웅을 주제로 편찬한 사서가 하나 있어요. 독자 여러분도 잘 알 듯이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입니다. 헤로도토스로부터 근 500년 뒤의 인물인 이 그리스 역사가는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적 영웅들을 비교하는 방대한 열전을 썼는데 지금까지도 명저로서 사랑을 받고 있는 책입니다. 물론 당시 사회를 알려주는 사료로서의 가치도 엄청나고요.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그러면 이번 대담에서는 우리 역사의 어떤 인물들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이 시리즈 제목이 『환단고기』 이야기니 만큼 『환단고기』에 나오는 인물들을 몇 사람 소개할까 합니다. 첫 번째 인물은 누구인가요?치우천황입니다. 『환단고기』 기록에 의하면 치우는 배달국의 14세 환웅으로서 기원전 2700년경의 사람입니다.
치우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 붉은 악마 응원단이 내세우던 도깨비 얼굴의 주인공 아닌가요?

치우는 도깨비가 아니라 실존 인물이었습니다. 배달국의 왕으로 중국인들의 시조 헌원과 싸웠던 인물로 사마천의 『사기』 첫 장에 실려 있습니다. 헌원과는 10년간 모두 72회나 싸웠다고 하는데 전쟁에서 너무나 뛰어난 실력을 보였기 때문에 괴물과 같다는 전설이 생겨났을 겁니다. 원동중의 『삼성기』에서는 그가 금속무기를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에 세상이 두려워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규원사화』에는 바람과 번개, 구름과 안개를 구사하였다는 기록도 있는데 이는 치우가 기상변화를 적절히 이용하고 연막전도 행했음을 일컫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당시 사람들에게는 치우가 무슨 신기한 도술을 부리는 것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치우는 신이나 괴물이 아닌 현존 인물이었습니다. 치우에 대한 역사를 중국인들이 왜곡하였다는 말은 무엇 때문인가요?

치우에 대한 기록이 나와 있는 사마천의 『사기』에 황제 헌원이 치우를 사로잡아 죽였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태백일사』에는 그와는 반대되는 기록이 나옵니다. 치우천황이 탁록에서 헌원의 세력을 꺾고 그를 신하로 삼았다는 기록인데 그 내용이 상당히 상세합니다. 두 사료 중에서 『태백일사』의 기록이 훨씬 상세하다는 것은 『태백일사』의 기록이 훨씬 신뢰성이 높음을 의미합니다. 치우가 후일 중국에서 군신으로 받들어진 것을 보더라도 치우가 헌원에게 사로잡혀 죽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기록일 것입니다. 그렇군요. 다음으로 소개해주실 인물은 누군가요?

고두막한이라는 인물입니다. 다른 사서에서는 나오지 않고 오로지 『환단고기』의 『북부여기』에만 나오는 인물인데 한무제 때 한나라 군대가 침략하자 의병을 일으켜 한나라 군대와 싸워 침략군을 물리친 사람입니다.고두막한은 북부여의 왕이라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북부여기』에는 고두막한은 북부여의 4세 고우루 단군 13년(BCE 108년)에 졸본에서 동명국이라는 나라를 세웠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가 한나라 군대를 물리치고 그것을 기반으로 권력을 잡았던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쿠데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북부여라는 나라를 실력자인 고두막한이 계승한 것이죠.
고두막한이 북부여를 계승한 것과 주몽의 고구려 건국과 시점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인가요?

『북부여기』에 의하면 고두막한이 BCE 60년에 죽고 그 아들 고무서가 왕위를 이었는데 고무서 단군의 사위가 바로 주몽이라 되어 있습니다. 주몽은 동부여에서 도망쳐 온인물인데 인물이 걸출해서 그런지 왕의 눈에 띠어 사위가 되었습니다. 『북부여기』에서는 고무서가 죽자 주몽이 왕이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가 고구려를 세운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장인으로부터 물려받은 나라를 바탕으로 고구려를 세운 것이죠. 고구려가 북부여를 계승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은 이를 증명해줍니다. 『삼국사기』에도 졸본부여 왕의 사위로서 왕통을 계승했다는 내용을 일설로서 소개하고 있지요. 동부여에서 친구 몇 사람과 도망쳐 나와 나라를 세웠다는 것보다는 북부여 왕실의 사위로서 북부여를 계승했다는 것이 나는 훨씬 현실적이라 생각합니다.



『환단고기』에는 다른 사서에 없는 주몽에 대한 기록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많은 기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주몽이 국가의 통치에 관한 깊은 철학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태백일사』에 전합니다. 아마 우리 옛 조상들의 사상을 다룬 책으로 보이는데 『대변경大辯經』이라는 책에서 그대로 인용한 조칙이 전합니다. “하늘의 신이 만인을 한 모습으로 창조하고 삼진三眞을 고르게 부여하셨느니라. 이에 사람은 하늘을 대행하여 능히 이 세상에 서게 되었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이 조칙은 우리가 어떻게 평소에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것인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마음을 비움이 지극하면 고요함이 생겨나고, 고요함이 지극하면 덕이 높아진다. 따라서 마음을 비워 가르침을 듣고, 고요한 마음으로 사리를 판단하고 지혜로 만물을 다스리고 덕으로 사람을 건진다는 내용이에요. 왕의 말씀이 아니라 무슨 철인의 이야기 같지 않아요? 주몽뿐 아니라 배달 이래의 왕들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깊고 확고한 사상을 갖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정교가 하나였던 거지요.

통치와 관련된 말씀도 있었나요? 같은 조칙에서 “군사를 쓰는 것은 침략을 막기 위함이며 형벌의 집행은 죄악을 뿌리 뽑기 위함이니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참으로 멋있는 소리군요. 그렇다면 고구려의 국가통치에서도 그러한 철학이라 할까 사상이 구현되었겠습니다. 물론이죠. 오늘날에도 국가의 통치철학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물론 대통령에 따라서는 약간씩 그 방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고구려의 경우 신시 배달 이래의 신교사상에 입각한 통치철학이 있었습니다. 『태백일사』에는 또 고구려 고국천왕 때의 재상 을파소의 이야기가 전합니다. 『삼국사기』에도 입전되어 있는 인물이지만 거기에는 을파소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왕이 아무런 배경도 없는 무명의 선비 을파소를 국상으로 뽑았는데 을파소가 정치와 교화를 잘 했다는 이야기만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태백일사』에는 을파소의 구체적인 업적이 나와 있습니다. 먼저 을파소는 교육제도에 손을 대었습니다. 어린 영재를 뽑아서 ‘선인도랑仙人徒郞’으로 삼았다고 하니깐요. 국가의 기간이 될 인재를 어릴 때부터 뽑아서 교육시키는 제도를 시행했던 것이죠. 선인도랑이라는 명칭에서 우리의 신교 냄새가 확 풍깁니다. 그리고 교화를 주관하는 자로는 ‘참전參佺’이라는 직책의 사람들을 뽑았는데 이 역시 신교사상에 입각한 교화를 시행한 자입니다. 또 무예를 관장하는 ‘조의皂衣’를 뽑았는데 이들의 수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종교적 무사집단으로서 신라의 화랑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제가 『환단고기』를 읽어보니 을지문덕 장군도 도인처럼 나오던데요.

을지문덕은 널리 알려져 있듯이 고구려를 침략한 수나라 군대를 격파하고 나라를 지킨 고구려의 장군입니다.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서 『삼국사기』에서는 김유신에 이어 열전에서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국사기』에는 을지문덕의 선대의 계통을 알 수 없고 자질이 침착하고 용감하며 지혜와 계략이 있었고 글도 잘 지을 줄 알았다는 정도로 소개하고 수나라 군대와 싸운 이야기로 넘어가요. 그렇다면 『환단고기』에는 을지문덕에 대해 어떤 상세한 기록이 나오나요? 이맥이 편찬한 『태백일사』 가운데 고구려에 관한 기록이 ｢고구려국본기｣입니다. 여기에서 을지문덕은 고구려 석다산 사람으로서일찍이 산에 들어가 도를 닦다가 천신의 꿈을 꾸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기록되어 있어요. 그런 사람인지라 을지문덕은 매년 대영절(3월 16일)이 되면 말을 달려 강화도 마리산으로 가서 천제를 지냈으며 10월 3일 개천절에는 백두산에 올라가 천제를 올렸다고 해요. 그러니까 도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을지문덕이 도에 관해 남긴 말이 전합니다. “도로써 천신을 섬기고 덕으로써 백성과 나라를 감싸 보호한다.” 또 도통에 대해서도 가르쳐주었는데 “도를 통하는 것은덕과 지혜와 힘을 몸으로 직접 체득하여 실천하고 마음과 기운과 몸의 조화를 성취하며 느낌과 호흡과 촉감이 언제나 기쁨으로 충만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보듯 을지문덕은 그냥 군인이 아니라 도를 통한 군인이었던 거죠. 고구려의 광개토대왕도 우리 역사에서 영웅의 한 사람으로 꼽힐 수 있겠죠. 물론입니다. 『삼국사기』에는 그에 대하여 기상이 웅위하고 높고 씩씩한 뜻을 가진 인물이라고 하였습니다. 좀스런 사람이 아니라 큰 뜻을 가진 인물이라는 말입니다. 『태백일사』에서는 공적이 크고 성스러운 덕이 있는 인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광개토대왕에게는 그런 뜻이 있었기 때문에 광대한 영토를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이겠죠.

우리가 아는 광개토대왕 비문에는 대왕의 업적들이 다 나옵니까? 대체로 그 공적이 연도별로 정리, 서술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락 5년에 있었던 북방 원정에 대한 기사는 “패려가 순종하지 않자 왕이 직접 군대를 인솔하여 정벌하셨다. 부산富山과 빈산貧山을 지나서 염수鹽水에이르렀다.”고 되어 있습니다. 패려국의 위치가 정확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염수를 시라무렌강으로 일반적으로 보니깐 당시 고구려의 지배는 내몽골 지역까지 미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왕은 고구려의 기마무사들을 이끌고 초원을 관통해서 진격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기사 뒤에는 백제와 그 동맹국인 왜와의 전쟁 기록이 많이 나옵니다.



당시 신라는 백제와 왜의 공격으로부터 존망의 위협에 처해 있었는데 고구려의 도움으로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국가의 존망을 고구려에 의존했던 신라는 고구려의 속국 같은 신세가 되어 고구려에 조공을 바쳤습니다. 『삼국사기』는 신라의 입장에서 써서 그런지 그런 내용이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단지 고구려가 강성했기 때문에 볼모를 고구려에 보냈다는 사실 정도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북방에서 고구려의 활약은 패려국 정벌한 것 말고도 다른 내용은 어떤 것이 있나요? 당시 중국은 5호 16국 시대로 북방유목민들의 여러 나라들이 할거하고 있었습니다. 하북성 지역에는 선비족의 모용씨가 세운 후연後燕이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이 후연과의 싸움이 있었는데 고구려가 이들의 공격을 격퇴하였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고요, 만주의 숙신을 공격 정벌하고 동부여의 잔존 세력을 쳐서 복속시켰다는 기록은 광개토대왕비에 나와 있습니다. 광개토대왕은 군대만 파견한 것이 아니라 알렉산더 대왕처럼 몸소 원정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한반도에 진출했던 왜의 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한반도 남쪽까지 내려왔다는이야기가 있던데요.

광개토대왕 비문에는 영락 10년(400년)에는신라를 구원하기 위해 보병과 기병 5만을 파견하여 임나가라까지 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임나가라가 김해 지역에 있었다고 일반적으로 보니 한반도 남쪽 끝까지 온 것이죠. 당시 고구려 군대가 거쳐온 지역에 대해서는 『태백일사』에 자세히 나옵니다. 웅진, 임천,와산, 괴구, 복사매, 우술산, 진을례, 노사지 등의 여러 성을 공격하였다는 기록입니다. 웅진은 공주를 말하고 임천은 부여의 임천면 지역을 말합니다. 와산은 충북 보은, 괴구는 괴산, 복사매는 충북 영동, 우술산은 대전 대덕, 진을례는 충남 금산, 노사지는 대전 유성의 옛 지명이니 충청 지역의 백제 성들을 공략하며 남쪽으로 내려왔던 것이죠. 흥미로운 것은 당시 원정 중에 대왕이속리산을 지나다가 천제를 올렸다는 사실입니다. 속리산은 그 이름에서 풍기듯이 지금도 가보면 속세와 떨어져 있는 성산이라는 느낌을 받아요. 동학혁명 때 일부 동학도들도 속리산에서 천제를 지냈다고 하죠? 속리산에서 천제를 지내던 전통이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광개토대왕은 또 단군조선 때부터 내려온 제천가祭天歌인 ｢어아가｣라는 노래를 전쟁에 임할 때마다 병사들로 하여금 군가로 부르게 했다는 기록도 『태백일사』에 나옵니다. 어아가는 모두가 큰 활처럼 굳센 마음이 되자는 내용으로 군가에 적합한 노래였습니다. 광개토대왕과 그 아들 장수왕 때 전성기를 맞이하였던 고구려는 7세기에 들어 수나라와 당나라의 연이은 공격을 받고 결국은 망하게 되었는데 당시 고구려의 중요한 인물로 연개소문이 있었죠? 그에 대한 평가가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좀 소개해 주시죠.

연개소문에 대해서는 나라를 말아먹은 역적이라는 평가와 외세에 맞서 굽히지 않고 싸운 영웅이라는 극단적인 평가가 맞서고 있습니다.



김부식은 연개소문이 재능이 있는 사람임은 인정하였으나 바른 도리로써 임금을 섬기지 못하고 잔인포악한짓을 마음대로 하여 대역大逆의 죄를 지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중국 송나라 때의 정치가 왕안석은 연개소문이 범상한 인물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가 살아 있을 동안에는 고구려와 백제가 함께 건재하였으나 그가 세상을 뜨자 두 나라가 함께 망하였다고 하면서 그를 걸출한 영웅이라 평가하였습니다. 오히려 연개소문이 싸웠던 중국에서 연개소문에 대한 후한 평가가 나왔군요. 그러면 연개소문이 어떤 사람인지 한번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군요. 우선 그의 배경이라 할까, 출신부터 말씀해주시죠.

 연개소문은 고구려의 명문가 출신입니다. 부인 태조와 조부인 자유, 증조부 광은 모두 막리지를 지냈습니다. 막리지는 고구려 후대에 생긴 관직으로 정무와 군권을 모두 관장하는 직위였습니다. 제일 높은 관직이죠. 『태백일사』의 기록에 의하면 개소문은 아홉 살에 조의선인으로 뽑혔는데 몸가짐이 훌륭하고 호탕한 의기를 갖고 있었습니다. 아량이 넓고 사람을 포용하는 덕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상을 하사받으면 반드시 아래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하니 이런 인물을 사람들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뛰어난 리더쉽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법을 운용할 때에는 엄격하고 귀천을 가리지 않았으니 매우 정의로운 인물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인물이 어떻게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게 되었나요?

정치적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무슨 연유 때문인지 모르나 당시 영류왕과 일부 인사들은 연개소문을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었는데 이것이 누설이 되어 연개소문이 선수를 쳤던 것이죠. 『삼국사기』에는 연개소문이 사열식을 겸한 잔치를 벌려 그 정적들을 초대한 후 모조리 죽였다고 되어 있어요. 그리고 곧 궁으로 들어가 영류왕도 죽였습니다. 유교적 윤리로 봐서는 왕을 죽인 역적이요, 시해자였던 겁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곳에서는 이런 일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습니다.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 개인적 차원의 윤리를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라 하기 힘듭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도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으며 우리나라 박정희 대통령도 쿠데타로 집권하였잖아요? 중요한 것은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사람이 어떤 통치를 해서 국가를 발전시켰던가 하는 것이죠. 연개소문이 왕을 죽인 것을 당나라는 고구려 공격의 좋은 구실로 삼았겠군요. 그렇습니다. 당나라가 고구려와 전쟁을 하게 된 원인은 복잡합니다만 연개소문이 왕을 죽인 일이 적어도 좋은 명분을 부여한 것은 분명합니다. 연개소문이 왕과 대신들을 죽이고 백성들에게 포악한 정치를 펼치고 있으니 당나라는 토벌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고구려와 당나라 사이의 오랜 전쟁이 벌어졌군요. 이 전쟁에 관한 기록은 『삼국사기』에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전쟁은 두 뛰어난 영웅 연개소문과 당나라 태종의 대결이기도 하죠?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쟁은 645년에 시작하여 고구려가 멸망할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그 와중에서 두 사람 모두 죽습니다. 태종 이세민은 649년에 죽고 연개소문은 그보다 뒤인 665년에 죽습니다. 태종은 안시성 전투에서 활에 눈을 맞아 그 후유증으로 죽었다는 소문이 야사에 있는데 『태백일사』에는 태종이 날아온 화살에 왼쪽 눈을 잃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두 차례 침공에서 실패한 당태종은 혈기왕성한 51세의 나이로 죽었습니다.

만주를 호령하던 고구려가 망하고 그 영토의 대부분이 중국의 수중에 떨어진 일은 우리 역사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구려 영토는 대진국 즉 발해로 계승되었죠. 대진국은 대진국에서 나온 사서의 기록을 보더라도 우리 나라 역사에 포함되는 나라입니다. 고구려의 유민들이 지배한 나라인 것이죠. 그래서 남쪽에는 신라, 북쪽에는 발해가 대립하는 남북국 시대라고 합니다. 참고로 고구려 영토는 거란을 거쳐 금나라, 몽골, 청으로 이어지는 북방민족의 차지가 되요, 이러한 북방민족들은 중국의 한족들은 오랑캐라고 하지만 그 연원을 따라 올라가면 우리와 가까운 사
람들이었습니다. 모두 단군조선의 후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언제 기호가 닿으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로 하고요 오늘은 한국사의 몇몇 영웅들에 대해 대담을 나눠보았습니다. 이런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도 우리 역사와 조상들에 대한 긍지를 갖고 진취적인 기상으로 역사를 개척해 나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