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전安耕田 STB상생방송 이사장의『 환단고기桓檀古記』 이야기 <12>

군사저널에서는 지금까지 장장 2년 동안 『환단고기』와 그에 연관된 여러 역사
적 주제들을 놓고 안경전 STB상생방송 이사장님과 대담을 나누었다. 『환단고
기』라는 책으로 묶여져 있는 두 권의 『삼성기』, 『단군세기』, 『북부여기』 및 『태
백일사』의 각 저자들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간단하게 소개가 되기는 하였지만 이
번 마지막 대담에서는 좀 더 심도 있는 말씀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그것이 우리
역사에서 잊혀져 왔던 다섯 분에 대한 작은 예의가 아닐까 한다



안경전安耕田
상생방송 이사장

“『환단고기』의 다섯 저자들”

이제 이 연재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왔네요.

안 이사장님께서는 그동안 “9천 년 한민족사의 위대한 증언”을 『환단고기』를 중심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번 호에는 바로 그 『환단고기』를 기록한 장본인들, 그분들을 만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삼성기 상』의 저자 안함로부터 말씀해 주셔야겠군요. 『삼성기 상』의 저자 안함로에 대해 민족사학계에서는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신라시대의 고승 안함安含이라는 결론으로 모아졌습니다. 안함은 신라 진평왕(재위 579∼632) 시대에 주로 활동한 고승입니다. 사료를 보면 안함, 안홍법사라고 기록되어 있고, 생존연대도 적지 않은 오차가 있습니다. 안함의 성이 김씨이고 할아버지는 제2관등인 이찬伊湌입니다. 신라 골품제 규정상 진골이 아니면 제6관등인 아찬阿湌 이상은 올라갈 수 없습니다. 안함 집안의 신분이 진골 중에서도 진골이라는 얘기입니다. 안함은 태어나면서부터 도리를 깨달아 모르는 것이 없었다고 합니다. 진평왕 23년(601) 국왕의 뜻에 의해 중국 파견유학생으로 뽑혀서 중국 수나라로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수나라 임금 문제는 안함을 보자 매우 기뻐하며 대흥선사大興善寺에 머물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이 절에 머물면서 안함은 단시일 내에 불법의 깊은 뜻을 깨닫게 됩니다. 5년 동안 유학생활을 한 안함은 당시 중국에서 유행하던 불법을 활연관통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안함의 신통력이 대단해서, 화산에서 선장까지 10개의 역이나 되는 먼 길을 한나절 사이에 갔다 올 수 있었으며, 전령에서 제궁까지 천 리나 되는 길을 하룻밤 사이에 갈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도통을 한 분이지요. 그 후 안함은 진평왕 27년(605), 신라로 돌아옵니다.

귀국한 뒤에 안함은 『동도성립기』라는 책을 지었는데, 이것은 일종의 예언서라고 합니다. 이 책에는 “선덕여왕을 도리천(경주 낭산의 남쪽)에 장사지낼 일”, “문무왕 때 사천왕사가 창건될 일”, “태종의 둘째 아들인 김인문이 당나라에서 돌아올 해”, “무열왕과 문무왕 2대에 걸쳐 삼국이 통일될 일” 등을 기록해 놓았는데, 안함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처럼 자신 있게 예언하였으며 또 그것은 후대에 그대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안함은 선덕여왕 9년(640) 9월, 62세의 나이로 입적하였습니다. 바로 그 달에 신라의 사신이 중국에서 배를 타고 돌아오다가 우연히 안함을 만났는데, 그는 푸른 파도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기쁜 듯이 서쪽으로 향해 가더라고 합니다. 기록에는 안함의 이런 모습이 그가 마치 계단을 오르듯이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땅위를 걸어 다니듯이 물위에 앉았다고 하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그럼 『삼성기 하』를 기록한 원동중은 어떤 분입니까.

말씀드렸다시피 『삼성기 하』 저자 원동중은 아직까지는 비밀에 싸여 있는 분입니다. 『환단고기』 대중화에 누구보다 공이 큰 한암당 이유립 선생은 이 분을 고려시대 인물로 추정하였습니다. 어떤 분은 발해인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조가 팔도 관찰사에게 수거하도록 유시한 금서목록이 있는데, 여기에 원동중은 안함로와 더불어 『삼성기』 저자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으로 보면 조선 초기 이전의 인물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일부 학자들의 심도 있는 연구에 따르면, 이 분이 바로 여말선초의 인물 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원천석이 누구냐 하면,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와 함께 청백한 기풍과 숭고한 절개를 지닌 고려 말의 대표적인 인물로 칭송받는 분입니다. 17세기에 세워진 강원도 원주 필봉서원에는 이분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습니다. 고려 말의 절의의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원천석은 1330년 개성에서 출생하여 청소년기에 공부 때문에 춘천에서 머문 때와 31세 때 국자감시에 합격할 때를 제외하면 노년에 이르기까지 강원도 원주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국자감시에 합격하였다면 곧바로 중앙 정치에서 몸을 담고 출세를 향해 달렸을 것인데, 이 분이 택한 길은 달랐습니다. 당시 원천석과 함께 국자감시에 동반 합격한 인물은 정도전, 이숭인 등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원천석도 국자감시에 합격한 다음에 곧바로 예부시를 준비하고, 그대로 중앙정부에 머물렀다면 그야말로 출세를 향한 탄탄대로를 걸었을 터인데, 이 분은 저 백이숙제가 그랬던 것처럼고려 말의 혼란스런 정치판에 몸을 섞지 않았습니다. 이 분이 국자감시를 본 것 자체가 군적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원천석에 대한 몇 가지 고사가 전해져 옵니다. 조선조 3대왕 태종이 젊었을 때, 원천석에게 글을 배웠습니다. 태종이 당시 글을 읽었던 곳이 치악산 각림사라고 하고, 또 영천사라는 기록도 있습니다. 왕이 된 태종은 각림사와 스승 원천석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찾아갔는데 고려조에 대해절의를 지키고 있던 원천석은 제자를 만나주지를 않았습니다. 태종이 원주에 행차하기만 하면 어디론가 피해버린 것입니다. 한 번은 태종이 원주에 행차하였는데, 역시 원천석은 보이지 않고, 잠저시절 이곳에서 글을 읽었을 때 시중을 들었던 노파가 있어 원천석의 행방을 물었습니다. 혹은 빨래하던 노파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노파는 원천석과의 선약을 지켜 다른 곳을 가리키고, 태종이 돌아간 뒤에 임금을 속인 죄를 스스로 이기지 못해 강물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때 태종이 앉았던 바위를 ‘태종대’라고 하고, 또한 노파가 투신한 곳을 ‘노구소老嫗沼’라고 하였는데, 지금도 그 유적이 남아 있습니다. 은사에 대한 정이 각별했던 태종은 원천석을 만나지 못했지만, 그의 아들을 기천현감으로 제수하기도 합니다. 훗날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으로 물러난 태종은 다시 원천석을 찾았습니다. 그때 원천석은 흰옷을 입고 대궐로 와서 과거의 제자 태종을 만납니다. 관복이 아니라 흰옷을 입고 왔다는 것은 패망한 고려에 대한 충절의 표시였던 것입니다. 은사를 만난 태종은 손자들을 불러 인사를 시켰는데, 원천석은 훗날 세조가 된 수양을 보고는 “할아버지(태종)을닮았다, 형제를 사랑하라, 형제를 사랑하라”고 혼잣말처럼 뇌었다고 합니다. 훗날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원천석 이분은 22세 때부터 65세 때까지 총 1,144편에 이르는 시를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저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유학자 이색과 이규보에 이어 많은 시를 남긴 분으로 기록됩니다. 어림잡아도 매년 2, 30편의 시를 지은 것이니까. 이것으로 보건대 원천석은 글쓰기와 사색으로 평생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평생 동안 원주 치악산에 머물면서 그곳을 떠나지 않은, 말하자면 은일의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원천석이 남긴 시 중에는 〈삼교일리론〉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유불도는 하나의 이치라는 내용입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유학자이지만, 불교와 도교를 부정하지 않는 자세를 견지하며, 결국 유불도는 하나의 이치라고 파악한 것입니다. 이 시에서 그는 유교는 궁리진성窮理盡性으로, 불교는 명심견성明心見性으로, 그리고 도교는 수진연성修眞鍊性으로 가르쳤다고 하면서 그러나 그것은 방편에 불과하고 궁극에 이르면 오로지 성품을 닦는 하나의 이치라는 것입니다. 원천석의 이 시는 신라 말 유학자 최치원이 〈난랑비서〉에서 유불도를 포함한 현묘지도가 있는데, 이것을 풍류도라고 한다는 내용을 떠오르게 합니다.원천석은 만년에 『야사野史』 6권을 저술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유언을 합니다. 훗날 현자가 나타나기 전에는 절대로 이 책을 공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원천석의 증손이 일가친척을 모아놓고 그 책을 보았다고 합니다. 모두가 기겁을 했습니다. 그래서일가친척들이 회의를 한 끝에, ‘이것이 공개되면 우리 집안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한다, 이 책을 불태워버리자’라고 합의를 했습니다. 결국 원천석이 지은 역사책 『야사』는 불태워졌고,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그 내용이 무척 궁금하네요. 그러면 『단군세기』를 지은 이암이란 어떤 분입니까.

행촌杏村 이암李嵒(1297~1364)은 『고려사』「열전」에 올랐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습니다. 행촌 이암은 고려 제25대 충렬왕 때, 고성 이씨의 중흥조라고 할 수 있는 이존비李尊庇(1233~1287)의 손자로, 이우李瑀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이암을 얘기하자면 아무래도 그의 조부가 되는 이존비에 대해 먼저 말씀 드려야 해요. 학문이 뛰어났던 이존비는 충렬왕 때부터 주로 국왕의 비서기관인 밀직사密直司와 문한文翰을 맡은 학문기관에서 봉직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문한학사文翰學士, 진현관進賢冠, 대제학 등 문한직을 주로 맡았습니다. 이렇게 문한직을 맡아서 봉직하다 보니까 그동안 일반인들이 보지 못했던 비전도서祕傳圖書들도 많이보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존비는 우리 역사를 환단→단군조선→북부여→고구려로 이어지는 자주부강한 건원칭제의 그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강건한 역사를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원나라에 대한 사대가 국시가 되어버린 당시 현실을 애통해 하면서 당장에 건원칭제를 어렵지만 자주국방책만은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존비의 바로 이와 같은 역사인식이 그의 손자인 행촌 이암에게 그대로 전수된 것입니다. 이존비의 장자는 이우이고, 이우의 장자가 이암입니다.

여말선초 고성 이씨 출신의 명신 중에서 후세에 가장 많은 추앙을 받은 인물이 행촌 이암입니다. 회양부사淮陽府使 이우의 장남으로 태어난 행촌은 경상도 고성군 송곡촌松谷村 앞 바닷가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당시는 대몽항쟁의 시대로서 임시수도가 강화도에 있었는데, 이암은 10대 사춘기를 바로 고려조정이 있는 강화도에서 보냅니다. 강화도 보제사菩提寺에서 3년 동안 유가 경전과 우리 고대사에 대한 기록들을 탐독하였습니다. 집안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가풍이 그랬으니까, 이암 역시 환단의 역사인식이 어렸을 때부터 자리 잡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행촌은 틈만 나면 강화도 마리산 참성단에 올라가 수천년 전 그곳에서 삼신상제님께 천제를 올린단군왕검의 역사의식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그때 이암이 지은 시를 보면 10대 어린 나이에나라의 평안을 위해 온 몸을 바치겠다는 간절한 염원이 절절이 묻어 있습니다.



을 관장하는 직책으로 시작하여 두 차례에 걸쳐 유배를 가기도 하고, 왕의 책봉을 위해 원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이후 수년 동안 관직에서 물러났다가 62세(1358) 때공민왕의 부름으로 국무총리격인 수문화시중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공민왕은 원나라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혁정치를 단행한 군주입니다. 바로 그 공민왕 곁을 지킨 인물이 행촌 이암입니다. 홍건적이 침입하였을 때, 행촌은 서북면 병마도원수가 되어 적군 4만 명을 격퇴시켰고, 1년 후 홍건적 2차 침입 때는 경북 안동으로 피난 가는공민왕을 호종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행촌에게는 일반 벼슬아치와는 다른 면모가 있었습니다. 고성 이씨 가문의 유풍도 있었겠지만, 그는 어려서부터 유학서적과 함께 동서 문화의 원류인 신교神敎 사서를 두루 탐독하여 국통맥은 물론 신교의 삼신문화에 정통한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첫 번째 유배를 보낸 강화도에서 3년을 보낼 때도 우주의 이치와 천문, 풍수지리 등에 관한 서적들을 두루 섭렵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배에서 풀려난(1335) 뒤에 천보산 태소암에 들어가 1년간 머물렀는데, 바로 이 때 복애거사伏崖居士 범장范樟, 청평거사淸平居士 이명李茗과 함께 소전素佺거사로부터 인류문명의 황금시절이었던 환단(환국-배달-조선) 시대를 기록한 비기秘記를 전수받았습니다. 신교문화에 통한 행촌 일행을 본 소전거사가 석굴 속에 감춰두었던 비기를 전해준 것입니다. 그것을 근거로이암은 훗날 『단군세기』를 기록하고, 또한 당시 소전거사와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환단시대의 도학을 논한 『태백진훈太白眞訓』을 지었습니다. 『단군세기』는 『환단고기』에 포함되어 있는 바로 그 책입니다.

행촌 이암이 언제부터 『단군세기』를 기록하였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습니다. 『단군세기』 서문을 보면, 행촌이 67세(1363)에 벼슬에서물러난 후 강화도로 건너가 선행리 홍행촌에 해운당海雲堂을 짓고 기거하면서 『단군세기』의 마무리에 혼신을 다하였다고 썼습니다. 『북부여기』를 쓴 범장이란 분은 어떤 인물입니까. 조금 전에 『단군세기』 저자 이암과, 또 이명이라는 인물과 함께 천보산에서 소전거사로부터 비기를 전해 받은 인물이라고 하셨는데요.

범장은 또한 범세동范世東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자는 여명汝明이고 호는복애伏崖, 시호諡號는 문충文忠, 본관은 금성錦城(나주)인데 그를 모신 사당인 복룡사伏龍祀는 현재 광주광역시 북구 생룡동生龍洞에 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범장은 맑고 정직함을 천성으로 타고났다고 합니다. 일찍이 부친과 절친한 벗인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를 스승으로 삼아 학문을 배웠습니다. 범장의 생몰연도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관직생활에대해서는 일부 남아있는 기록이 있어서 그의일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범장은 공민왕 18년(1369)에 과거에 합격하였습니다. 천보산 사건이 1335년의 일이니까, 그로부터 30년이 더 지나서 뒤늦게 관직에 발을 들여 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관직생활도 그다지 상세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외직인 덕녕부윤德寧府尹을 거쳐 중서문하성中書門下省에서 간의대부諫議大夫라는 중책을 역임하였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간의대부란 왕의 측근에서 간쟁을 하는 일종의언론기관으로서 낭사郎舍 중의 최고 책임자격입니다. 범장의 곧은 성품과 학식에 잘 어울리는 직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나 고려 말의 간의대부란 참으로 운명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려왕조 5백 년 사직을 지키려던 스승 포은은 이성계의 아들 방원(훗날 조선 3대왕 태종)에 의해 선죽교에서 죽고, 이로써 왕의 측근에서 간쟁을 하던 범장의 갈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봐야겠지요. 1392년 정도전·조준 등 신진사대부들은자기들이 세운 공양왕을 폐하고 이성계를 왕으로 옹립하여 조선왕조를 개창합니다. 이에 범장은 세상을 등지고 뜻을 같이하는 70여 지사들과 함께 만수산 두문동으로 들어가 고려왕조에 대한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충절을 지키게 됩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태조 이성계는 고려와 충신들을 몰살하기 위해 두문동에 불을 질렀습니다. 이에 두문동을 떠난 범장은 고향땅인 현재의 광주 광산구 본량면 복만동에 은거합니다. 고향에 돌아온 범장은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이름 복암伏岩의 ‘복’자를 빌려서 스스로 호를 복애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또 어떤 기록은 범장이 먼저 복애라고 자신의 호를 짓고, 그가 살고 있는 마을 이름으로 복암伏岩이지어졌다고 합니다. 아무튼 복애 혹은 복애거사 범장은 고향 땅에 은거하여 경서를 읽거나저술을 하면서 통한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태조 이성계가 범장의 충절을 흠모하여 여러 차례 불렀으나 응하지 않았습니다. 태종 역시 범장에게 대사성大司成을 재수하면서 불렀으나 끝까지 응하지 않고 절의를 지키며 여생을 보냈습니다. 천보산 사건의 주인공들인 행촌 이암, 청평거사 이명과 함께 한민족 상고역사의 진실을 남길 것을 결의했던 범장은 그 실천적 산물로 『북부여기』를 저술하였습니다. 이것은 당시 원나라 속국으로 전락한 고려가 다시 일어나 한민족의 옛 영광을 회복하고, 고조선-북부여-삼국시대-고려로 이어져 온 국통맥을 보존하고자 하는 애국충정의 표출이 아닐 수 없습니다.

행촌은 17세 나이에 문과에 급제합니다. 그는 원 간섭기의 격동기에 출사해서 치열한 삶을 살았습니다. 원 치하에서 여덟 분의 국왕 가운에 여섯 분을 모실 정도로 어지러운 시대였습니다. 관직생활도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충선왕 때 나라의 관인『태백일사』를 저술한 이맥은 어떤 인물인가요?

이맥(1455~1528)은 조선 성종과 연산군, 중종 대에 활동한 문신입니다. 호는 일십당一十堂이고 행촌 이암의 고손자입니다. 성종 5년(1474)에진사시에 합격하였으나 과거에 뜻이 없어 학문에만 전념하다가 연산군 4년(1498), 44세 때 비로소 급제를 합니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 보면, 이맥이 얼마나 꼿꼿한 선비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불의와는 추호도 타협하지 않는, 원칙과 정의 앞에서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이맥은 성균관 전적 등 여러 관직을 거쳐 사헌부 장령에 이르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그 때가 연산군 시절이었단 말이지요. 당시 장숙용(장녹수)은 연산군의 총애를 믿고 축재와 사치를 일삼았습니다. 이맥은 여러 차례 탄핵 상소를 올립니다. 왕의 총애를 받는 장녹수를 탄핵하는 일이, 그것도 연산군이라는 폭군에게 거듭 상소를 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결국 이맥은 50세 때(1504) 충청도 괴산 땅으로 유배를 당하고 맙니다. 당시의 귀양살이에 대해 이맥은 “마땅히 근신해야 할 처지였기에 아주 무료한 나날을 보냈다(處宜勤愼 頗爲無聊)”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현자는 궁지에 몰려서도 좌절의 노래만 부르고 있지는 않는 법이지요. 귀양을 떠나던 이맥은 책 꾸러미 하나를 안고 갑니다. 그 꾸러미에는 고성 이씨 가문에 전해져 오던 비장서秘藏書가 들어 있었어요. 그는 비장서와, 유배되기 이전에 노인들에게서 채록한 이야기를 토대로 기록한 역사 이야기를 살피며 귀양살이 2년을 보냅니다.

1506년 후 이맥은 유배에서 풀려 대사간에 제수되었으나 왕의 측근들의 농간으로 그 자리에 오르지는 못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동지돈녕부사에 앉게 됩니다. 강직한 성품 탓에 조정 안에 적이 많았던 탓이겠지요. 그래도 이맥은 추호의 흔들림이 없어요. 중종 12년(1517)에 연산군의 후사를 이맥은 “연산은 종묘에 죄를 지었으니 마땅히 속적屬籍이 끊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맥은 66세 때인 1520년, 실록을 기록하는 찬수관에 제수됩니다. 이 직책은 이맥으로 하여금 당신의 일생은 물론 고성 이씨 문중의숙제이기도 한 과업을 완수할 수 있는 기회를부여하였습니다. 조선 초기 세조, 예종, 성종때 전국에서 수거하여 대궐 깊숙이 수장해 두었던 우리 상고 역사서적들을 열람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금서들을 통해 알게 된 사실과 지난 유배시절 정리해 두었던 기록들을 다시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고, ‘정사에서 빠진 태백의 역사’라는 뜻으로 『태백일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이 역사서는 참으로 오랜 세월동안 세상에 내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가 당연시되고 주자학에서 벗어나는 학설에 대해서는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모는 당시의 분위기 속에서 그 책은 집안에 비장하여 둔 채 오랜 동안 먼지 속에 덮여 있어야 했습니다. 이맥은 7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 분이 남긴 『태백일사』는 한민족 7천 년의 상고 역사를 환국, 배달, 단군조선 각 시대별로 다루면서 신교문화의 신관, 우주관, 인간관, 역사관, 윤리관을 조목조목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교문화와 역사의 완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태백일사』를 편찬한 이맥이야말로 한민족 신교문화의 집대성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단고기』의 다섯 저자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귀한 분들이군요. 그 동안 이사장님께서 우리 『군사저널』을 위해 오랫동안 대담해 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말씀하실 것이 있으시면 한 말씀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항상 강조합니다. 역사란 무엇이며, 우리는 왜 역사를 알아야 하는가? 요즘 역사전쟁이다, 뭐다 하면서 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나라 안팎이 떠들썩합니다만, ‘역사전쟁’이란 말은 내가 이미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던 말입니다. 진정한 역사전쟁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 ‘역사 전쟁’에 대한 진정한 뜻은 내가 방송과 출판활동을 통해 이미 발표한 것으로 대신하기로 하지요. 문제는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사를 알아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역사를 모르면 인간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모르면 왜 내가 태어났으며,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를 알 수 없습니다. 인생사를 대국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여는 지름길이 바로 역사를 아는 데 달려 있습니다. 역사를 모르는 자는 역사에 휩쓸려가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인은 한류다, 뭐다, 해서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만, 실상은 제 나라 제 역사도 모르는 정신적 미아로 살고 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진정한 한국인으로 살려면, 제뿌리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한민족의 창세역사와 원형문화 말입니다. 우리의 뿌리 역사와 한 문화의 원형을 확실하게 아는 일은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인 모두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일입니다.

 이것으로 『환단고기』 이야기는 끝이 났다. 안경전 이사장님과의 2년에 걸친 이 대담을 통해 『군사저널』 독자들 모두가 ‘우리는 과연 누구이며 우리의 뿌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모두 한번씩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기를 희망해본다. 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