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욱
법학박사
미8군 메릴랜드주립대학교
형사사법학과 교수

양국 정상, 처음으로“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채택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가입 토대 마련 등
안보/경제 및 다방면의 동맹협력 확대

박근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지난달 10월 미국을 방문했다. 16일 백악관에서 열린 4번째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굳건한 한·미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고, 북핵과 북한 문제, 동북아 지역 협력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북한·북핵 문제만 별도로 담은 정상 차원의 첫 공동문서인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양국의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북핵·북한에 관한 별도의 성명이 한미 정상 차원에서 채택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한미 양국이 북핵과 북한 문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평가된다.
이번 한미공동성명에서는 기존의 한·미·일 동맹에서 한·미·중 3국 공조를 강조하며 중국을 별도로 명기한 것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위해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한미중 3국 간 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명시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기존의 한·미·일 3자 협력에 더해 한·미·중 3국 공조를 통해 북한 변화를 압박할 필요성을 두 정상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본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북한이 핵개발 등의 이유로 삼고 있는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시한 점도 의미가 있다. 한미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가 열려 있다는 점과 함께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일 경우 북한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더불어 미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연설에서 제시한 바 있는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을 계속해서 강력히 지지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한반도 평화 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고위급 전략 협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경제분야 최대 성과는 한국이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TPP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초대형 자유무역협정 (FTA)으로 지난 5일 타결됐다.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열렸던 한미 재계회의에서 “한국이 TPP에 가입하게 되면 양국 기업에 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에서의 연설에서도 “이미 TPP 10개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은 TPP에 있어서도 미국의 자연스러운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적극적인 가입 의사를 표명한바 있었다.

두 정상이 정상회담중 채택한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는 “최근 성공적으로 타결된 TPP 협상은 아·태 지역 경제 파트너십 강화라는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며 “미국은 TPP에 대한 한국의 관심을 환영한다는 것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미국이 사실상 한국의 TPP 가입을 승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 공동설명서는 한미간 교역과 경제 관계를 심화시킨다는 내용을 비중있게 다뤘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미 높은 수준의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한미 양국은 TPP에서도 자연스러운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TPP 협상이 타결된 만큼 양국은 우리의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앞으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힌바 있다.

한편,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에는 사상 최대 규모로 꾸려진 경제사절단이 동행하여 두 차례 열린 1대 1 비즈니스 상담회 등을 통해 대미 수출 물량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밖에도 두 정상은 견고한 한·미 동맹 기반 위에 협력의 새로운 지평인 사이버, 우주, 기후변화 및 글로벌 보건 등에 대해서도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더불어 양국은 에볼라 완전종식, 보건시스템 복구, 서아프리카에서의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목표 달성 및 국제보건규약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한·미 양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녹색기후기금(GCF) 등을 통한 기후재원 조성에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협의했다.
뿐만 아니라 한·미 양국은 사이버 공간의 개방성 지속과 안전성 강화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사이버 문제에 관한 협력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사이버안보 협력이 한·미 동맹 전반에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이버방어 관련 교훈과 모범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사이버안보 협력 강화를 모색하기로 동의했다. 또한, 기존의 긴밀하고 포괄적인 사이버 협력을 보다 강화하고 보완하기 위해 청와대-백악관 간 사이버 조정 채널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동맹 발전, 북핵 등 대북공조, 아·태 지역 경제 파트너십 강화, 동북아 평화·안정·번영을 위한 협력, 실질협력 증진 등 다양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범세계적 문제의 공동 대응을 위한 한미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를 하였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기본 안보 동맹과 경제 동맹을 넘어 다방면에서의 협력을 확대하며 포괄적 글로벌 한미동맹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