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
연합뉴스 국방부 출입기자
threek@yna.co.kr

건군 이래 최대사업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을 놓고 갑론을박이 심합니다. 미국 정부가 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 4개와 체계통합기술의 한국 이전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촉발됐습니다.

논란은 미국의 기술이전 없이도 국내 기술만으로 KF-X를 개발할 수 있느냐, 우리나라의 방산업계 기술 수준이 전투기를 독자 개발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는지 여부입니다. 미국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이외 사람들의 대체적인 견해이고, 정부 내에서는 10년내에 개발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연 KF-X는 날 수 있는지 진
단해 봅니다.<편집자주>

“KF-X‘핵심기술’10년내 국내개발 가능하다”
지난 10월 23일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벌였다. 이 자리에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출석했다. KF-X 사업이 한창 궤도에 오르고 F-35A로 차기전투기 기종이 선정됐을 당시 국방장관을 맡았던 김 실장의 입에관심이 집중됐다. 여야 위원들도 김 실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면서KF-X 사업의 진행 방향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김 실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거칠게 몰아세우자 “(미국정부가 이전을 승인하지 않은) 기술을 받지 않으면 항공기 사업을할 수 없다는 게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4가지 핵심기술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발이 가능한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특히 핵심인 AESA(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는 이미 2006년도부터 자체 개발에 착수했고, 지금은 시험 1단계”라며 “이는 10년이면 충분히 개발이 가능하다. 다만 리스크 관리를 위해 3개국과 함께 협력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3개국은 영국과 이스라엘, 스웨덴이다. 레이더 개발 수준이 최고수준에 오른 국가들이다.

이와 관련, 국방과학연구소(ADD) 정홍용 소장도 국내에서 AESA 레이더를 개발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목표 연도까지 제시하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정 소장은10월 8일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6년 뒤인 2021년까지 레이더를 개발하겠다고밝혔다.

이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밝힌 10년보다 4년이나 앞선 것이다. 정 소장은 그렇게 주장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KF-X의 핵심기술인 AESA 레이더의 공대공모드 기술을 2019년까지 개발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공대공 모드는 KF-X가 공중에서 전투를 벌일 때 레이더로 탐지, 추적하는 기능 등을 한다.

정 소장은 “AESA 레이더를 개발하는 데 30여개 기술이 필요한 데 이 중 5개는(해외와) 부분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AESA 레이더는 국내에서 2006년부터 개발중이며 지금은 지상시험 중에 있다”고 말했다. AESA 레이더는 KF-X 기체 앞부분에 장착되어 적 전투기를 식별하고 식별된 전투기와 공중전 등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다. 레이더가 가동되면 엄청난 열이 발생하는 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특히 그는 “AESA 레이더는 애초 2020년에서 2024년까지 공대지 모드까지 국내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이를 3년 앞당겨 2021년까지 완료하겠다”며 “시험개발 1, 2단계를 병행해서 2021년까지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KF-X 시제기가 나오는 2025년에 앞서 레이더 개발을 마치겠다는 설명이다.

정 소장은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AESA 레이더와 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 EO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 등의 4개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KF-X를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국내 개발 가능성을 놓고 여론이 제각각 나뉜다. 방위사업 비리로 인한 불신감인지, 아니면 국내 방산업계의 기술력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국방 당국조차 정확한 이유를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KF-X 개발론과 구매론 여전히 혼재”

KF-X를 독자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과 KF-X급의 전투기를 국외 구매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혼재하고 있다. 여기에다 KF-X 개발계획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국내 기술 수준을 봐가면서 추진하고 대신 전력 공백을 막기위해 F-15K급이나F-35A급 전투기를 추가 구매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KF-X 개발계획이 늦춰지거나 취소되면 국내 항공산업 발전은 기대하기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어떻게 하든 전투기를 국내에서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재로서는 더 강해 보인다. 이 때문에 국내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부족한 기술은 몇 년 후에 확보될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달라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군의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KF-X 개발계획이 순탄하게 가야하고,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대안으로 전투기 추가 구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력 공백이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군에 따르면 현재 우리 공군 전투기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판단한 우리나라 적정 전투기 보유 대수를 밑돌기 시작했다. KIDA는 우리나라 적정 전투기 보유대수를 430여대로 판단했지만 올해 10월 기준으로 420여대를 보유해 10여대가 부족한 상황이다.

공군은 올해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서 전투임무기가 420여대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 전투임무기 820여대에 절반 수준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더라도 남북한 전투임무기 격차가 확연하게 두드러지고 있다.

비록 공중 전력지수 면에서는 우리 공군이 앞선다고는 하지만 이런 전력 격차는 공군의 전략 전술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공군이 도입한지 40년이 넘어서는 F-4, F-5 계열의 전투기가 급격하게 도태되면서남북한 전투기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군은 150여 대의 F-5 계열 전투기 중 F-5E와 F-5F 90여 대는 2024년까지, (K) F-5 60여대는 2030년까지 각각 전량 도태시킬 예정이다. F-4E(팬텀) 30여대도 2024년까지 모두 퇴역한다. 2024년까지 노후 전투기 120여대가 차례로 도태되는셈이다. FA-50(경공격기) 60여대와 F-35A 40여 대가 도입되더라도 2020년 중반이면 340여대로,올해 대비 90여대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군은 전쟁 주도권 조기 확보와 효율적인 육·해군 작전지원을 위해 최소 규모의 전투기는 하이급(F-35A급) 100여대, 미들급(KF-16급 이상) 200여대, 로우급(FA-50급) 130여대 등 430여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있다.

이 때문에 공군은 앞으로 발생하는 전투기 노후 및 부족분 대체 소요를 충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KF-X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KF-X 개발 논쟁 빨리 불식시켜야 전문가들은 청와대나 국방부, 방사청이 KF-X 개발 논쟁에 대해 더는 강건너 불구경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KF-X 개발계획과 관련한 논쟁은 과연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는 국내 기술력 수준이 되는지, 예산을 지원해 줄 있는지, 정부의의지가 있는지 등으로 압축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레이더를 개발하는 업체와 공동으로 설명회를 개최해서라도기술력이 되는지, 아니면 불가능한지를 명쾌하게 결론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TV 토론이나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수 있다. 그러나 전문성이 강한 분야를 놓고 공개토론을 한다고 해서 쉽게 정리될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KF-X 개발계획을 놓고 제기되는 논쟁을 조기에 불식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이런 여론에 정부가 부응하려면 소상하게, 투명성 있게,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이를 실제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발휘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