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한국자유총연맹
중앙회장

인간의 자유와 평등, 관용을 기본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는 현존하는 최상의 정치체제이긴 하지만 취약점도 적지 않다.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발전과정도 예외는 아니다. 2차 대전 이후 신생 대한민국은 이승만 박사에 의해 민주공화국으로 출범했다. 우리 헌법은 ‘민주’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세계대전 이후 이른바 ‘인민민주주의’, ‘민중민주주의’, ‘진보적 민주주의’ 등을 내건 공산 세력의 끈질긴 도전을 받았지만 결국 승리했다. 그것은 자유라는 숭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뜨거운 투쟁의 산물이었다.

과거 냉전 시절 민주주의라는 미명 하에 공산국가에서 인간의 자유가 얼마나 무참히도 억압받고 유린됐는지를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정치 이념과 체제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하면서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을 통해 보편적 타당성과 우월성을 축적해온 것이다. 바로 그 현대사의 역정 한 가운데에 한반도가 존재한다.

70년 전 한반도의 남과 북에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질적 이념과 체제가 이식(移植)됐다. 남‧북한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끝에 체제 경쟁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귀결됐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사회주의를 선택한 북한은 시대착오적인 세습 체제로 인해 ‘동토의 왕국’이 되었다. 개성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다원화된 개방구조와 수령론과 유일사상에 기초한 획일적인 통제사회가 낳은 한 민족 두 체제의 극명한 대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 내구성(durability) 이란 측면에서 우리사회의 자유민주주의는 아직도 취약한 게 현실이다.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자유, 평등, 관용 등은 결과적으로 반체제 세력의 발아와 확산을 도와주게 된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가 보장해준 자유와 권리를 이용해 자기 세력을 키우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

우리 사회 또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분단체제의 특성상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반체제 세력은 ‘진보’와 ‘자주’의 허울 아래 국민들을 기만하며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흔들고 있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부정과 타도의 대상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자신들의 활동을 위한 합법적인 ‘열린 공간’일 뿐이다. 이들 반체제 세력은 종북, 혹은 친북의 성향을 띠고 정치‧사회‧교육‧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반(反) 자유민주주의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자유민주 공동체를 교묘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일들이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효과를 동반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우리 사회는 결코 안전할 수 없고 선진화 단계로 진입할 수도 없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국민이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면서 권리와 책임이 균형을 이룰 때 발전할 수 있다. 국민 모두가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당사자로서 반 대한민국 세력의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와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더불어 일상생활에서도 선진 민주시민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공중도덕, 법과 질서를 지키는 준법정신, 건전한 인터넷 문화, 특정집단의 이익을 넘어 전체의 이익을 수용할 줄 아는 폭넓은 공동체 의식 등이 시급하다. 한마디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자유민주 사회의 룰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가장 강력한 비대칭 전력은 북한의 핵무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바탕으로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기적의 역사를 일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전 국민의 힘을 모아 7,500만 겨레가 자유와 번영을 공유하며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새로운 통일 시대를 열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

국제사회가 20세기 초‧중반에 한반도의 일본화와 분단을 방조했다면, 21세기에는 반드시 한반도의 자유민주적 통일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것만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분단장벽을 허물고 자유민주주의의 최종 승리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강한 자유대한 통일 선진민주국가 건설(부자대통)을 목표로 하는 한국자유총연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