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구
한국군사문제연구원장

러시아가 석유수출로 경제적 부활을 한 후 크리미아반도 합병,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적인 비난을 무릅쓰고 거침없이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전개하다가, 서방의 강경한 대응과 경제 제재를 통하여 큰 타격을 입은 푸틴 정권은 일단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위험한 확장전략이 한반도에도 언제든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우리는 주변 강대국들의 지지와 동의가 필요한데,‘과연 러시아가 조건없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지원해줄 것인가?’에 대하여서는 미지수이다. 마침 9월 7일자 TIME지에 게재된“푸틴 사단-크레믈린 강경파의 위험한 부상(浮上)”이란 제하에 푸틴을 둘러싼 푸틴사단의 권력의 핵심 인물들을 분석하면서, 그들이 작동하고 있는 러시아의 권력시스템의 위험성에 대하여 분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한반도의 통일에 대한 러시아의 정책과 전략이 어떻게 전개 될 것인지에 대하여 심층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방부 및 안보관련 기관에서 이를 연구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이 자료와 개인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자유주의자들이 권력의 핵심에서 사라지고 있다.
글렙 파블로브스키(Creb Pavlovsky)는 2011년 바로 그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크레믈린궁 입구로 사용되는 스파스키 시계탑문으로 올라가는 길로 출근했다. 이것은 파블로브스키가 대내정책/홍보 수석보좌관으로 근무하던 블라디미르 푸틴의 대통령직 재임기간 중 처음의 두 임기 동안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2011년 4월 바로 그날, 파블로브스키는 그의 크레믈린 출입증이 작동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나를 그렇게 봉쇄 시켜버렸습니다.”라고그는 모스크바 중심부의 어느 허름한 아파트 꼭대기 층에 있는 책과 논문들이 어지러이 널려진 그의 개인 사무실에서 그때를 회고했다. 파블로브스키는 혼자라고는 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그가 해임된 이후 수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푸틴의 참모진에서부터 그렇게 버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가 서방측과 신냉전으로 퇴행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많은 자유주의 노선의 통치그룹들이 크레믈린으로부터 축출되었다. 그들에게는 최근의 몇 해가 좌절과 굴욕의 시기였다. 푸틴 사단 내 강경파들이 꾸준히 영향력을 확장시켜가는 동안에 다른 한쪽의 자유주의자들은 고사되어 가고 있었다.

 “실로비키(Silovoki)” 또는 “武力의 사람들”로 알려진 장성출신들과 KGB 퇴역자들이 모스크바와 서방세계의 관계를 파탄 시킨,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일 년 반 만에 러시아 정치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였다. 이들의 浮上으로 인하여 몇몇의 현직 또는 전임 보좌진들은 크레믈린이 “편집증적 내지 공격적 분위기”로 변했다고 비판하게 되었다. 친서방적 공직자들은 대부분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불신임으로 인해 국내 및 국제 안보에 관해 푸틴에게 보고할 기회가 제한받게 되었다. 이 결과 모스크바는 서방에 대해 점차 적대적이고 잘못된 위험한 정책결정이 많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 체제를 낳았다. “언젠가는 옛날 본능이 나타날 것입니다. 퇴행의 위험이 있습니다.”라고 한 원로 보좌진은 말한다. 이것은 점차 고립화되어가는 러시아에게 나쁜 일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위험한 일이다. 친러시아 과격분자들이 대부분 영토에 대한 통제력을 장악해온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의 배경은, 러시아와 서방국가들이 동부유럽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실시해온 군사훈련이 불을 지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결과물은 러시아를 부추기는 위험한 “벼랑끝 게임”인데, 러시아와 나토군대의 심각한 충돌 가능성으로 이어져 왔다고 유럽안보의 씽크탱크인 ‘유럽 리더십 네트워크’이 2012년 8월에 출판한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만약 실수(잘못된 결정)가 일어난다면, 냉철한 참모들이 크레믈린을 이끌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즉 그러한 그룹(냉철한 참모들)이 푸틴의 보좌진에는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푸틴의 측근 협력자이자 러시아 하원 대변인인 세르게이 나리쉬킨( Sergei Naryshkin)은 8월 9일 신문기사에서 “미국이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도록 자극하고 있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경고에서도 그는 “바람이 모이면 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현재 그리고 전시의 미국 대통령에게 상기시키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이자 17년 복무 KGB 출신인 니콜라이 파트루쉐프는 지난 6월 발표된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진실로 러시아가 국가로서 존립이 중단되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 부에 대한 권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누릴 자격도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라고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파트루쉐프는 TIMES지와의 수많은 서면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실로비키’들은 수 년 동안 외국 언론과 접촉을 해오지 않고 있는데, 이로 인해 크레믈린의 불투명한 내부 권력자들을 이해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비록 먼발치에서의 관찰이지만, 다른 많은 자유주의 신봉 전직들과 마찬가지로 파트루쉐프는 불과 4년 전 자신이 근무했던 장소를 찾기가 힘들다. 그 당시에는 크레믈린에는 훨씬 더 다양한 그룹 - 자유경제주의자들, 순수한(촌스러운) 지성인들, 서방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유럽이나 미국에서 공부하는 자녀를 둔 관료들 등이 존재했었다. 통틀어서 그들의 영향력은 균형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푸틴이 들을 수 있는 것은 위험한 미국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경고를 하는 더 많은 호전적 ‘실로비키’의 목소리 밖에 없다.

 푸틴의 핵심 참모진 변화(권력의 이동)
 푸틴의 대통령 3기가 시작된 2012년 봄까지 러시아 권력정치를 연구하는, ‘소련학’은 완전해부가 필요했다. 체제의 불투명성에 접근하려는 최초의 시도들 가운데 2012년 가을에 푸틴의 통합러시아당 자문위원인 예브게니 민쉔코(Evgeny Mincheenko)는 모스크바 정치 전문가는 ‘폴리트뷰로2.0’(정치국2.0)이라고 명명된 통치계층의 다이아그램을 만들어냈다. 지난 가을에 출판된 그의 최근 다이어그램은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푸틴을 가운데 놓은 거미줄과 비슷하다. 푸틴을 중심으로 다양한 과두집권자들, 장군들, 스파이전문가들, 전문관료들이 군집을 이루며 그들의 영향력은 푸틴으로부터 거리에 따라 표현된다. 그동안 그는 “실로비키의 영향력은 누구도 부정할 수없다.”고 말한다.
푸틴의 정치국 요원들을 단결시키는 것은 그들의 고향, 쌍트 페테르부르크에서부터 푸틴과 수년 동안 형성된 개인적 연결고리이다. 푸틴은 처음에는 KGB의 전신인 FSB의 수장이 되었다가, 다음으로 1999년 총리직, 마침내 2000년에 대통령직에 오를 때, 그는 그의 친구들을 불러 들였다. 푸틴의 어린 시절 유도 코치였던 아나톨리 락클린은 2007년 Izvestia지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그들의 친구 중에서 건강한 감각을 가진 자들을 관리하였다.”, “그가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을 데려 온 것은 그들의 이쁜 눈 때문이 아니라 테스트 결과 진실한 사람들로 신뢰하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2000~2004년 푸틴의 집권1기 동안에는 크레믈린은 보리스 옐친 행정부의 유임자들로 넘쳐 났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경제시장으로의 개혁론자 및 서방진영과 협력주의자들이었다. 그들 중의 리더는 러시아 예산의 키를 쥐고 있는 미하일 카샤노프 총리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쌍트 페테르부르크 출신들인 푸틴의 팀들이 모스크바의 권력을 인수했다고 카샤노프는 말한다. “2004년 내가 떠날 때에는 그들이 실질적으로 모든 것을 장악하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국가안보와 정부, 강력한 국영기업회사들의 수장 직위는, 민쉔코가 ‘정치국2.0’이라고 부르는, 핵심요원을 형성하는 푸틴의 페테르부르크 사단으로 넘어갔다. 이들의 구조는 구소련의 권력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옛 공산당의 당수는 국가문제를 함께 결정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회동했지만 푸틴은 집단과 분파들로 분리해놓고 좀처럼 동시에 함께 모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어떠한 그룹도 푸틴에 대항할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것을 방지하며, 푸틴을 균형의 중심자로서 필수불가결하게 여기도록 만든다”고 하면서 “푸틴이 없다면, 체제가 작동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푸틴을 통해서만 연결되기 때문이다.”라고 민쉔코는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다. 푸틴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하는 상대방이 러시아가 직면하고 있는 위협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든다면, 정보기관들이 외국 스파이의 위협을 과대평가할 수 있고, 원유와 가스 재벌들은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자들의 위험을 과장할 수 있다. 푸틴이 분리해서 각 분파들을 면담하면 “모든 곳에 위협이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로부터 듣게 된다”면서 “이것은 건전한 분위기가 아니다.”고 민쉔코와 과거정치 자문관인 키릴 페트로프가 말한다.

 민쉔코의 다이아그램 속의 인물 중의 한 인사는 푸틴의 수석 자문관인데 익명을 전제로 관계의 이런 비공식적 체계는 피해망상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의 더 큰 결함은 모든 것이 오직 한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며“이는 통찰력이 결여된 권력”이라고 표현하면서 “우리의 바닥에는 단단한 지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가 푸틴이고 푸틴이 국가다.”라고 그는 말한다.

푸틴 1인 체제하의 러시아 그러나 푸틴의 최측근들이 그들의 대통령에게 헌신하는 것은 권력과 그 전리품에 대해 헌신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은 크리미아 반도 장악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의 경제를 고립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푸틴의 가까운 동료들이 서방에서 여행이나사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개별적인 제재를 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한 벌칙의 논리는 간단하다. 왜냐하면 러시아의 통치그룹들의 대부분은 - 자유주의자들이든지 그렇지 아니하든 간에 - 그들의 자식을 서방으로 유학 보내고 있다. 그들은 서방은행에 재산을 저축하고 있으며,

그들은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고, 마이애미에서 해수욕을 하며, 밀라노로 쇼핑을 간다. 따라서 해외 여행이나 해외 사업의 금지는 그들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이런 요인으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푸틴에 충성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벌칙에 의해 그들의 생활 스타일에 위기가 닥쳐올 수도 있다.”고 전 총리인 카샤노프는말한다.

이것은 특히 겐나디 팀첸코처럼 영향력있는 재벌들에게는 맞는 것처럼 보인다. 팀첸코는 푸틴의 페테르부르크 사단의 일원으로 부유한 원유 공급자인데 불룸버그의 억만장자 목록에 의하면 그의 개인재산은 40억 달러에서 110억 달러에 이른다(원유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그들의 재산은 1년 전보다 반토막 났지만 이는 많은 러시아 재벌들에게 해당된다.). 그러나 푸틴의 소수 권력독점자들과 마찬가지로 팀첸코는 그러한고통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정책을 지지해왔다. 팀첸코는 지난 여름 국가통신사인 이타르-타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방법으로우리를 두렵게 하거나 우리들을 퇴각시킬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다. 우리는이 상황을 무조건 참아낼 것이며 이러한 제재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말했다.

오히려 제재는 푸틴으로 하여금 권력을 더욱 더 단단하게 장악하도록 만들었다. 지난 몇 해 동안 푸틴은 엘리뜨들에게 그들의재산을 해외 은행계좌에 은닉하는 대신 러시아에 보관할 것을 강요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제재로 인해 그들의 해외재산이 동결되기 전까지는 푸틴의 지시를 따르는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의 재산은러시아에 훨씬 근접하여 연결되는데 이는푸틴과 더 밀접해졌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만약 서방 지도자들이 푸틴의 협력자들에 의한 궁중 쿠테타를 기도하기를바라고 있다면 이내 실망할 것이다. 의심(suspicion)의 문화는 서방세계와 교착상태가 되면서 더욱 커져 왔다. 실로비키의 영향력이 성장해온 동안 푸틴의 적들과 싸우는데있어서, 가장 충성스럽고 가장 효과적이라고인정받는 소그룹들이 존재해왔다. 그들 사이에서도 “새 지도자가 나타날 수 있는 유일한방법은 푸틴 자신이 후계자를 지명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푸틴은 그런 일을 곧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62세인 그는 6년 임기가 끝나는 2018년에 재선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의 ‘무력의 사람들’ 가운데 회자되고 있는 가능성 있는 후계자는 그의 오랜 참모장이자 KGB 동기였던 세르게이 이바노프와 우크라이나 사태 때 푸틴과 별도로 역할을 했던 국방장관, 세르게이 쇼이구가 있다. 그러나 모든 기관들이 오직 한 사람의 리더십에 의해 지휘해 왔던 체제하에서는 그가 사라졌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는 없다.

물론 푸틴은 불멸의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소련공산당 서기국이 최고 권력자가 죽었을 때에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곤 했지만, 현 체제하에서는 푸틴이 심장마비가 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관한 질문에“푸틴도 답변할 수 없다”고 푸틴 보좌관은지적한다. 푸틴은 크레믈린 내 각 분파들 간에 권력투쟁이 발발할 수 있으며, 그때는 푸틴의 몇몇의 친구들은 “고기살점처럼 조각조각 찢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그 보좌관은 말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푸틴의 궐위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푸틴은 여전히 여러 가지 방법으로 권력을집중하며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미치는 영향푸틴과 그를 추종하는 “실로바키”들이 한반도 정책방향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결정적인 영향을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러시아가 자유주의를 포기하고 과거 소련의 냉전 체제로 회귀한다든지, 최소한 그와 유사한 제국주의적인 정책방향으로 나간다면, 그것은 분명히 한반도의 평화와통일에는 불리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2018년 이후 재집권과 그를 둘러싸고 푸틴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권력 그룹의 구성에 촉각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방법으로든지 러시아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지원하도록 외교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이니시어티브와 같은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한다. 또한 가스관 설치나, 시베리아 철도 연결 사업 등을 통하여 경제적 유대강화와 문화 및 스포츠 교류 등 민간 외교차원의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반면에 우리는 한반도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로서 러시아의 무력개입 가능성도 염두에두고 대비계획을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