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갑
(전) 경기대 국제대학장
통일안보대학원장

21세기 국민군대의 위상: 한층 더 요구되는‘전문직업주의’자질군대도, 하나의 직업조직인 이상, 시대의흐름과 그 시대의 국민적 요구에 호응해야 한다. 21세기는 산업경제적으로는 이미 산업화시대를 지나 전자-기술시대의 하반기에서 복합기술(hybrid-tehnology)시대로 들어서 있고, 정치적으로는 자율적이고 다원적이며 개방적인 자유민주주의시대이다. 사회적으로는 한 가정에 1~2자녀시대라서 부모들이 자식의 군입대에 더 많은 관심과 우려를 나타내게 되어 군대와 사회가 전례 없이 연관성이높아진 시대이다. 이는 곧 군대가 시대의 흐름과 사회(국민)의 요구에 더욱 민감하고 적절하게 호응하고 선제적으로 원활한 관계를개척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21세기 군대는 그 어느 시대에 있어서 보다도 ‘전문직업주의’(professionalism) 자질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직업군대란 장교단과준사관단 및 장기복무자를 의미한다. 국민은군대가 국민을 잘 보호하기 바라면서 군이 더상무적이면서도 청렴하고 헌신적이기를 기대하는 이중성을 나타낸다.

회고해 보건대 대한민국의 군대는 나라를잃었을 때에도 자발적인 의용군의 형태로 중국과 한만 국경지역, 동시베리아 연해주의차디찬 혹한지역에서 완전 무장한 일본 제국주의 정규군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전개하였었다. 광복을 맞아 건국이 되기는 하였지만아직 정규군다운 모습을 갖추지도 못하고 치안 경비대 모습으로 보잘 것 없는 소총 이외에는 별다른 장비도 갖추지 못하고, 중대급이상의 전투연습도 해보지 못한 채 ‘6·25 한국전쟁’의 참화속으로 뛰어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초기전투에서 준비된 북한 침공군으로부터 막대한 피해를 입고 대부분의 부대가해체되다시피 했지만 미국과 유엔군의 덕분에 심대한 피해를 당하고도 침공군을 격퇴하고 반쪽이나마 나라를 구하는 호국 전사단의헌신적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사심 없이 사생결단의 투혼을 발휘한 호국영웅단이었다.

그러나 무장도 변변치 못하고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전장(戰場)에 투입되다 보니 전사자·사상자가 많아 군대에 들어간다는 것은 곧 ‘죽으려 가는 길’로 인식되고, 일본 식민지 군대의 엄하고 강압적이며 비인간적인하향식 내부 기율의 잔재 때문에 군입대 기피현상이 대두되게 된 것이다. 아직 이러한‘죽음의 전장터’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을 때 군대의 정치개입이라는 또 한 번의 시련을 겪게 되었던 것이다. 무절제한 낭만주의적 통일지상주의에 빠진 일부 낭만적 민족주의자들과 좌경적 선동가들로 인해 국가안보질서가 위태롭게 되었을 때 군대가 국가안보질서를 바로잡고 정치를 일신하기 위해일어섰지만 역사는 이 사건을 ‘5·16군사구데타’로 헌법에 규정하고 부정하였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5·16 이후의 군사정권이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산업화에기여했다는 점을 절대 다수의 국민이 인정하고 존중하기는 하지만 군대에 대한 상당수의 국민들의 부정적 감정은 ‘죽으려 가는곳’이라는 이미지와 연결되어 반군감정과 반군의식이 증폭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군대는 70여년 동안 연속된 시련의 역사속에서도 호국군의 모습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한 시대의 반군감정과 반군의식은 자유민주주의체제로 나라가 완전히 전환한 이후에도 쉽게 완화되지 않고 있다. 이제 21세기에들어와서 자유방임적인 과잉민주주의가 팽배하면서 ‘종북’ 또는 ‘친북’ 좌익세력들이 민주주의운동으로 위장하여 국군과 한미동맹을 폄훼하는 반군의식을 조장하기까지 한다.

설상가상으로 간간히 나타나는 군대내의 부패와 비리현상이 21세기 국민군대의 위상을크게 실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군대는 청렴해야 한다”는 국민의 일반적 인식 때문에일반 사회의 부조리에 비하면 조그만 것이라도 침소봉대되어 대중언론에 공개되고 비난받는 실정이다. 그래서 군대의 사명은 국가안보의 주춧돌로서 전장에서 호국해야 하지만평시에는 미래의 전쟁준비와 함께 국민을 위한 사회적 봉사와 내부적 청렴을 통해 국민과함께하는 헌신 봉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것이다.

한편 다행스러운 것은 국민들이 군대의 6·25전쟁 때의 혈투, 월남전 파병시의 용맹,안으로는 일촉즉발의 155마일 휴전선을 지키면서도 밖으로는 위험을 무릎쓰고 지구상어디든 평화유지군으로 나아가 활동한 덕분에 군대를 긍정적인 눈으로 보기 시작하는것 같다. 군대를 ‘죽으려 가는 장소’ 또는 ‘썩으려 가는 곳’이라는 나쁜 이미지가 아직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현실적인이유는 있겠지만 청년들의 군입대 희망이증대되고 금년 8월 4일 북한의 휴전선 철책남측 지역 내에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2명의 중상자가 발생하고 남북한 간에 긴장이고조되어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 직전 상황에서도 제대를 연기하고 계속 철책선을 지키고자 했던 100여명 이상의 젊은이의 용기가 용솟음치고 있었다는 시실은 우리 군이국민에게 큰 희망과 기대를 안겨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예시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제부터 대한민국 군대는 과거의호국전사로서의 정신과 혼을 일깨워 전통적인 상무정신을 계승하고 군 기강을 확립하여진실로 용맹스럽고 청렴한 전문직업주의적‘호국군대’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 신뢰 받는 군대로 거듭나서 통일과정에서 통일을 지원하는 ‘통일군대’가 되는 또 하나의 사명을 완수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 군대의 역사적 과제: 대국민 신뢰와 기능적 자질 향상군대의 위상문제는 군의 정치적 위치와역할문제,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문제, 그리고 군 자체의 내부적인 기능적 자질문제로집약된다. 군의 정치적 위치와 역할문제는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전통과 관습, 제도가확립된 선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별무제가 되지 않는다. 21세기 대한민국 군대의 정치개입문제도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발전 정착한 우리의 현실에서는 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렇다면 군의 국민적 신뢰문제와기능적 자질문제가 핵심적 과제이다.

군에 대한 국민의 대군(對軍 ) 이미지와 신뢰성문제는 특히 병영생활의 합리성과 장비개발과 보급분야의 효율성과 청렴성, 대민봉사 역할과 국민 개병시대의 병역제도에 대한 국민의 심정적 인식과 관련된다. 현재 우리 국민들은 용맹스러운 상무정신에충만한 군대를 원하면서도 개방적이고 다원화된 자유민주주의사회인 새로운 환경에 부합되는 개방적이고 경직성을 완화한 수평적인 관계 설정을 원한다. 군사안보의 일방적 이념화 또는 군사업무의 고립적인 ‘성역화’로부터 정보와 예산, 병영생활과 업무의 상당부분을 개방하여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는 상호관계의 발전을 희망한다.

군대의 직업적인 기능적 자질문제는 군대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요구가 독특하다는점이다. 군대는 전시에 작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기 때문에 지식보다는 용맹스러워야 하고 단순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 반면,평시의 군대는 국민의 교육수준이 크게 향상된 환경에서는 군전문직업 영역의 자질수준이 사회의 수준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서방세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군인은 무능하다”는 통속적 이미지는 없어진지 오래이다. 과거 한 때 술집에서 “개와 군인은 출입금지”라는 벽보가 나붙을 정도로 군인은 기피의대상이었지만 두 번의 대전을 치르고 자유민주주의적인 전문직업주의가 정착된 이후에는 존경과 존중의 대상이 되었다.

군대의 대민 신뢰증진 방향: 적극적 봉사와 공명정대한 군대

군대는 본래 국가의 무력을 독점적으로관리하는 사회로부터 분리된 독특한 조직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성격을 지닌다. 군대의 고유한 단체의식은 국가에 대한 헌신 봉사정신, 사명의식과 책임감 등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자신들의 단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국가에 대한 사명의식과 책임감으로 인해 자신들의 내적 이익을 국가이익과동일시하여 우월의식에 사로잡혀 독선적 오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유리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조직면에서 군대는 철저히 계층적이고 관료화되어 있으며 업무 자체가 사회의 업무와 분리되어 있고 접촉의 기회가 드물기 때문에 배타적이고 권위적 성향이 강해져서 사회와의접촉적 유대를 갖기가 어렵게 된다. 자유민주주의 ‘과잉’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는 엄청나게 탈권위주의화 되고 비판의식이높아져서 상대적으로 군대는 더욱 이질적인집단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으며 고립화되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없지 않다. 따라서 군대가 전통적 관습에 머물러 있게 되면 사회와의 단절과 분리상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군대는 사회적 신뢰를 얻기 위해 종래의 일손 돕기나 천재지변시 구호지원 정도의 소극적 봉사뿐만 아니라 지역적건설과 생산활동 참여, 농어촌의 의료지원,치안유지와 범죄예방활동, 환경개선활동,최신 기술 개발과 전자기술 전파 등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봉사활동에 나섬으로서 군대가 국가활동에 국민과 함께 동참한다는 평가를 얻게 될 것이다. 군대의 고유 업무도 국민과의 소통차원에서 좀 더 개방하고 청렴하고 공명정대함을 보여준다면 이는 군대가자신감을 보여 주는 것이므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향상될 것이다.

군대는 현대적인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공동 병영생활을 통한 국민 공민(公民)교육차원에서도 협동하고 양보하며 예의를 지키는 습관을 길러주고 애국하는 정신을 함양해주는 중요한 교육도장이 되어야 한다. 각급 소부대의 내무반은 곧 청년교육의 도장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은 제대한아들의 떳떳한 모습을 보고 군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민 개병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병여의 보편성과 공정성, 형평성을 반드시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병역법이 제일 악법이고 병역제도가 부패와 부조리의 온상이라는 평판을 받아서는안된다. 병역제도와 관행이 사회정의를 파괴하는데 일조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면 큰일이다. 병역의 공정성과 형평성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직업적인 기능적 자질향상과 군전문

직업주의화

군인은 본래적으로 봉사와 헌신과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체득하고 살아가는 전문직업조직이다. 직업군대는 사회의 일반적인 직업, 즉 일자리(job) 또는 생계직업(occupation)이 아니라 타인과 나라와 사회공동체를 위해 헌신 봉사하는 전문직업(profession) 집단이다. 전문직업인은 외롭고 고독하고 고달프다. 그래서 주위의 환경이나 여건에 흔들리지 말고 스스로 자존심을 지켜야 하며 자신의 직업적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과의 투쟁을 중단하지 않는전문인이다. 앞으로 군사기술의 발전과 병행하여 소수 정예군시대에 들어서면 전문자질과 도덕성은 더욱 중요시 된다.

헌팅톤(Samuel Huntington)은 전문직업인의 특성적 자질요소를 지식적 전문성(expertise), 국가사회에 대한 윤리적 책임성(responsibility), 그리고 조직내부 성원 간의소속의식과 단결성(corporateness)으로 특성화했다. 여기서 지식차원의 전문가(expert)는특수 분야의 전문가(specialist)가 아니고 초보자(beginner)도 아니며 아마추어가 아닌 수준 높은 숙달인을 의미한다. 윤리적 책임성이란 군대와 군인이 모체(국가와 사회)에 대해 충성과 헌신의 책임을 스스로 다하는 것을의미한다.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소속의식과단결성이란 잘못하면 집단 이기성으로 변질될 수도 있지만 조직 구성원들의 도덕적(개인차원)·윤리적(공동체 차원) 책임성에 근거를둔 내적 단결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조직 전체가 헌신 봉사 희생체가 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헌팅톤은 전문직업을 일종의‘성직’(聖職)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헌신을 사명으로 하는 군전문직업인은 자신이 ‘성직’을수행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기를 주문한다. 물론 ‘성직’에 대해 국가는 충분한 보상을 제도화해 주어야 한다. 군전문직업인의 처우개선문제는 국가의 책임소관이다.

그러므로 21세기형 군전문직업인은 특히장기간의 평시환경에서는 전통적인 ‘전사적영광’을 중시하는 용맹스러운 영웅적 기질과 함께 전장(戰場)의 과학적 합리적 준비와국가사회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군사 관리자’적 자질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특정분야의 전문가(specialist)일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 대한 교육자, 군조직의 관리자, 전장 지휘자로서의 ‘일반적인 포괄적 능력자’(generalist)의 자질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

평시 군대는 미래의 전장을 준비해야 함으로군사기술의 변화, 전장환경과 국제정세의 변화, 심지어 국민의 성향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자신이 속해 있는 영역의 전문지식과기술을 향상시키고 도덕성과 호국군으로서자부심과 소속의식을 연마해야 할 것이다.

전문직업주의 자질향상은 지식분야뿐만아니라 군과 정치와의 관계에서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심성과 자세를 갖게하고, 국민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중시하는심성을 함양하게 한다. 그러므로 군대가 헌신과 희생봉사, 국민의 신뢰, 직업상의 기능적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전문직업주의의 발전 정착이 최선의 길이다.

21세기 군대의 리더십: 복합적(smart, hybrid) 리더십국가안보문제에 있어 21세기는 포괄적 예방안보, 상호안보시대이다. ‘예방안보’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적 조치와 노력을 강구하는 것이고, ‘상호안보’란 평시에 적과의 명시적 묵시적 협력(‘적과의 동침’)을 통해 전쟁발발을 사전에 억제하여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국가안보영역에도 물리적 강제력에 의한 경성적(hard)인지도력과 함께 연성적(soft)인 지도력이 요청된다. 이 둘을 복합한 복합적(smart, hybrid) 지도력이 요청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군전문직업주의자들의 능력과 시각도 전통적인 영웅적 전사기질과 함께 국제적·외교적 감각과 지식을 지닌 지성적 자질에 의해 향상된다. 그래서 과거의 기능과 역할 및 위상을 송두리째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과 국가적 국민적 기대와 요구에 적합하게 수정하고 보완하여 새로운 요구에 호응하는 복합적 자질을 지녀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야좋은 전통의 ‘군사정신’(military spirit) 또는‘군사심성’(military mind)의 약화를 방지하면서 새로운 요구에 호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군대는 강력한 현대적 첨단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의기소침할일이 아니다. 첨단기술의 재래식 무기로도 얼마든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에 대응할 수있다. 이제 우리 국군의 군사력도 세계에서7~9위급(북한은 27위)으로 대부분의 핵심 장비는 국산화에 성공하였고, 정부예산의 10%를 사용하면서 K-5훈련기 등 상당수의 군수물자도 수출할 정도로 발전했다. 70년 전의빈약했던 매손 투혼의 ‘조선경비대’는 이제힘차고 자랑스러운 호국군으로 성장했다. 현재 세계의 위험지역을 누비는 평화유지군은우리 군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로 등장했다.다만 물질적인 면에서 크게 성장한데 비해 정신력과 도덕성이 후퇴해서는 안된다.

해마다 방산비리와 병무부조리가 터져(사회에 비해 소규모라 하더라도, 그리고 반군의식에 의한 과장보도가 있다 하더라도) 거짓과 무능·비리·부패집단이라는 원성을 들어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155마일 최전선을 국군이 지키니 국민은 편안히 생업에 종사할 수 있고 국가는 경제건설과 정치발전, 문화창달과 자신감 있는 통일외교에 진력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오직 군전문직업주의의 발전과 정착이 그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