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박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본지 편집위원장
seokseung333@hanmail.net

우리는 ‘김씨일가’가 대(代)를 이어 통치하고 있는 북한정권을 빗대어 “붉은 왕조, 고도(孤島)와 같은 독불장군식 국가, 극장국가, 유사종교집단” 등 별칭(別稱)을 사용한다. 여기에 덧붙여 “겉다르고 속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전형적인 국가”라고도 칭할 수 있다.

그만큼 ‘북한’이라는 정치적 실체는 건전한 상식과 냉철한 이성만을 가지고는 이해할 수도, 납득하기도 힘든 “비이성적이고막가파식의 행태”를 비일비재(非一非再)하게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번 호 논제(論題)처럼 ‘신년사’를 통해남북한관계를 조망(眺望)해 보려 했으나, 관계의 일방인 북한이 전혀 예기치도 않게 ‘수소폭탄 실험’(1.6)이라는 반평화적인 ‘돌발사태’를 자초함으로써 “혹시나=역시”라는 등식을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해 이룩한 이른바 ‘8.25합의’를 통해 2016년도남북관계는 다른 어떤 해보다 개선 내지는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전망은 “당분간 물 건너 간 것”으로 고착되고 있으며, 제4차 핵실험에 이은 중장거리 미사일발사나 사이버테러, 대남도발 등의 개연성도 점점 높아지고있는 실정에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 란에서는 “김정은의육성 신년사”를 통해 남북한관계의 부침(浮沈)을 예상하는 기준으로 삼으려 한다. 물론앞에서 언급하였듯이 “겉 다르고 속 다른 북한당국의 화전(和戰) 양면전략”을 충분하게감안한 선에서 전망을 하고자 한다.

금년의 경우 예년에 비해 약 3시간 정도 늦은 시각(보다 정확히 말하면 ‘평양시간을 적용할 때는 3시간 30분)인 12시 30분에 김정은의 육성신년사가 발표되었다. 약 29분간에 걸쳐 발표된 이 신년사에서는 2015년도 분야별성과를 과시하고 2016년도 정책추진방향을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골격과 내용은 예년과 유사했다.

다만 2015년의 신년사와는 달리 정치-사상분야보다 경제분야 성과 및 과업을 먼저 제시하는 가운데 “내외 반통일세력의 도전을 짓부시고 자주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는 대남구호를 제시하는 점에서 약간 달라졌을 뿐이다.

이번 김정은이 직접 육성으로 낭독한 2016년도 신년사 내용 중 남북한관계와 관련한 주요 특징은 “통일은 가장 절박한 민족최대의과업”이라 규정하면서 “우리민족끼리의 원칙아래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어갈 것”을 강조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즉 김정은은 “2016년이 자주통일의 새 시대”라고 강조하면서 “8·25합의를 존중하겠으며, 통일을 바란다면 누구라도 마주 앉아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도 예외없이 한국정부가 “불신과 대결을 격화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외세와 야합하지 말며, 한미군사훈련과 체제대결 등을 중지할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하였다.

즉 “남북관계가 현재와 같이 교착되고 경색되게 된 책임이 전적으로 남측에게 있다”라고책임을 전가하는 가운데 “외세와의 야합, 한미군사연습 중지” 등과 같이 내정간섭적인 무리한 요구를 하는 점은 과거와 같으나, “남북대화와 관계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하겠다”라는 언급이나 “진실로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논의를 하겠다”라는점에 비추어 볼 때, 남북관계 개선전망이 전적으로 어둡다고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물론 이 신년사가 발표된 이후 불과 6일만에 제4차 핵실험을 자행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나 압력은 대폭 강화되는 가운데남북관계 개선 전망 역시 매우 불투명할 수밖에 없으나, 우리가 간과(看過)해서는 안될 요인은 바로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내외사정이다. 우선 국제적으로는 4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수십번에 이르는 중장거리 미사일발사로인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로 동맹국인 중국조차도 북한과 상대하기를 꺼려하고있다.

또한 대내적으로는 집권 5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민들의 실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어 김정은이 약속하였던 “두번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는 언급은 허공에서 맴돌고 있을뿐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도와줄 대상은“오직 동족인 한국밖에 없다”는 인식이 어느정도 작용하는 가운데 우리 내부의 친북세력들을 중심으로 파상적이고 다각적인 유화제스처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자신의 절박한 필요에의해 진정으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원한다면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는 가운데 “백지장도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무엇이 우리 민족에게 이로우며,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수있을 것인가 하는, 그런 진지하고도 겸허한자세가 요구된다.

이런 자세를 가지고 임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현안문제라도 차츰 그 실마리를 풀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북당국간의 회담이나 대화를 빌미로 하여 내정간섭적인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이를 기화로 하여 무언가댓가를 요구하는, 그런 과거행태를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런 점에서 “백 마디 말보다 한 가지 실천이 중요하다”라는 말처럼 말이나 구호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가지고 대화나 회담에 나오는, 그런 전향적인입장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