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원장

최근 북한은 지난 제4차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시험 이후 유엔과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및 러시아 등주변국을 포함하여, 각국의 대북 제재에 강력 반발하면서 추가적인 핵실험 준비를 하고, 미사일을 연이어발사하는 등,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임으로써 UN의 제재를 철회시키거나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보훈처가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도발 및 서해 관련 사건을 포괄하는“서해 수호의 날”(매년 3월 마지막 주의 금요일)을 제 47번 째
정부기념일로 정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에 맞서 생명을 바친 호국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온 국민과 함께 기리고,6·25전쟁 이후 끊임없이 지속되는 북한의 도발을 상기해, 국가 안위의 소중함을 다져 범국민 안보의식을 결집하는 날이다.

본고에서는 서해에 설치된 NLL 수호를 위해 치룬 제 1, 2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그리고 연평도 포격도발 등 그동안 서해수호를 위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대응 교훈을 되새겨 보고, 앞으로 서해를 수호하기 위해 우리가 수행하여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NLL(Northern Limit Line) 설치 배경
NLL은 1953년 8월 30일 당시 유엔군 사령관이었던 미 육군대장 ‘마크 클라크(MarkClark)’ 장군이 설정한 대한민국과 북한의 서해 및 동해 접경 지점의 경계선이다. 이는 아군함정 및 항공기 초계활동의 북방한계를 규정해, 남북 양측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충돌을 방지한다는 정전협정의 실질적인 이행에 목적을두고 있는, 사실상의 해상경계선이자 군사분계선이다.

휴전협정 당시 북한의 전 해역에 산재한 도서는 UN군이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섬들에 대하여 계속 실효적인 지배를 할 경우, 북한의 거의 모든 해안을 포위하는 형상이 되어 해상분쟁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동해에서는 DMZ를 연장하고, 서해에서는 오늘날 NLL선으로 해상 경계선을 정하였다. 그리고 NLL북방의 나머지 도서는 북한에 양도한 것이다.

사실 NLL은 1953년 설정 당시 북한에 유익한 선이었기 때문에 1973년도까지는 NLL에 대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인정하고 있었다.

1970년대 초부터 NLL 침범이 자주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남북 협력이 진전되었던 1991년 12월 13일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남북불가침) 제11조에 “1953년7월 27일에 군사정전협정에서 규정한 군사분계선(DMZ)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라고 명기하였고, 이어서 그 부속 합의서 제3장(불가침 경계선 및구역)에 “해상 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라고 구체화 시켰다.



북한은 1973년 이후 ‘경기도-황해도 도계선’ 북쪽 해면을 북한의 영해선으로 주장하기 시작하였으나, 1999년 경기도와황해도 경계선을 남북 등거리로 연장하여,소위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선포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1999년 9월에 UN군과대한민국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과, 북한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사이에 있는 선을철회한 대신, 좌측 그림과 같은 새로운 해상분계선을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제 1, 2연평해전
◎ 제1연평해전
당시 정부의 대북정책인 햇볕정책 추진하는 상황에서 군사적 충돌을 억제하기 위하여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한국 영해를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대하여 한국 해군은 고속정으로 선체를 충돌시키는 방법으로 밀어내는 작전으로 일관하였다.

북한 측 경비정이 1999년 6월 6일부터 매일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몇 시간씩 한국영해에 머물면서 반응을 살피고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9일째 되는 날인 6월 15일 80t급 북한 경비정 2척이 꽃게잡이 어선 20척과함께 NLL 남쪽 2㎞ 해역까지 내려왔으며, 이어서 420t급 2척이 어뢰정 3척의 호위를 받으며 남하하였다.

이에 한국 해군은 고속정과 초계함 10여 척을 동원하여 오전 9시 7분과 9시 20분 두 차례에 걸쳐 선체를 충돌시키는 밀어내기 식 공격을 감행하였다. 충돌공격을 받은 북한 경비정은 소총으로 선제 사격을 하다가 25㎜ 기관포를 발사하였으며, 북한 어뢰정 3척도 공격에가담하였다.

이에 대항하여 한국 해군은 초계함의 76㎜함포와 고속정의 40㎜ 기관포 등으로 응사하여 북한 어뢰정과 경비정을 명중시켰다. 이 교전에서 북한의 어뢰정 1척이 침몰하였고, 420t급 경비정 1척이 대파되었으며, 나머지 경비정 4척도 선체가 파손된 채 퇴각하였다.

북한 측의 인명 피해는 20여 명이 사망하고3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고속정과 초계함 2척이 27㎜ 함포를 맞아 선체의일부가 파손되었고, 장병 7명이 부상당했다.

◎ 제2연평해전
제2연평해전은 2002년 제17회 월드컵축구대회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6월 29일 오전10시 25분 무렵,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3마일, 제1연평해전이 벌어진지 3년 만에 같은해역에서 일어났다. 당시는 ‘서해교전’으로 불리다가 2008년 4월 ‘제2연평해전’으로 격상되었다. 이날도 북방한계선 북한측 해상에서 북한의 꽃게잡이 어선을 경계하던 북한 경비정 2척이 남한 측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면서 계속남하하자 이에 한국 해군의 고속정 4척이 즉각대응에 나서 초계와 동시에 퇴거 경고 방송을하는 한편, 교전 대비태세를 취하였다.

북한은 제1연평해전 당시 피해를 보복할 목적으로 경비정에 전차포를 장착하여 선제 기습포격을 가해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의조타실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양측 함정 사이에 교전이 시작되고, 곧바로인근 해역에 있던 해군 고속정과 초계정들이교전에 합류하였다. 이어 10시 43분경 북한 경비정 1척에서 화염이 발생하자 나머지 1척과함께 퇴각하기 시작해, 10시 50분경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상함으로써 교전은 25분 만에 끝이 났다.

제2연평해전으로 한국 해군 윤영하 소령,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전사하였으며, 19명이 부상하였다. 아군측 해군 참수리고속정1척이 침몰하였는데, 북한 측 피해상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천암함 폭침
2010년 3월 26일 야간에 발생한 천안함 폭침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부터 악화되어온 남북관계가 2009년에 들어서면서 5월에 북한의 2차 핵실험,11월 10일 대청해전에 이어진 북한의 계획된 도발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노무현 정부가 10·4 정상선언에서 제안한‘서해평화협력특별지구’ 구상이 한국의 영토주권과 안보/경제적 이익을 크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이행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하여 북한은 10·4 선언 불이행에 대한보복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북한 잠수함의 어뢰공격에 의한 천안함 폭침으로 46명이 전사하였고, 구조작전에 참가하였던 해군특수전단 한주호 준위가 사망함으로써 총 46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

연평도 포격

연평도 포격은 김정은에게 3대 세습을 본격화한 북한이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에 서해 연평도의 우리 해병대 기지와 민간인 마을에 해안포와 곡사포로 추정되는 포탄 100여 발을 발사한 북한의 군사도발이었다.

연평도의 해병대 포병부대는 6문의 K-9 자주포 중 한 문이 이미 훈련 중 불발탄 문제로수리를 위해 빠진 상태에서 초반 포격에 한국군은 2문의 K-9 자주포가 손상되었고, 남은 3문의 K-9으로 2시 45분부터 북한 포병진지에 대하여 50발의 포탄을 발사하여 대응사격을 하였다. 그리고 사격 중 1대를 긴급 수리하여 반격에 추가로 투입하였으며, 이후 북한이우리 레이더 기지를 노리고 포격을 하자, 다시30여 발의 포탄사격으로 반격하여 오후 3시41분에 남북간 포격이 종료되었다.

약 한 시간 가량 지속된 북한의 공격으로 820여 가구가 거주하는 대연평도 남쪽이 처참하게파괴되었다. 특히 주민 밀집지역의 면사무소, 우체국, 파출소 등 공공시설 8곳이 포격을 당했다는 점에서 이 도발이 북한의 철저한 사전계획 하에 이뤄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날 포격으로 인한 우리 측 피해는 해병대원 2명(故 서정우 하사, 故 문광욱 일병)이 전사하고1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민간인은 2명이 사망하고 44명이 부상당하였다. 연평부대 건물을포함해 총 326동의 건물이 파손되었으며, 포화로 산불이 발생해 47ha의 산림이 전소되었다.

교훈
위와 같은 북한의 도발을 통하여 전략, 작전,전술적 차원에서 다양한 여러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지만, 본고에서는 전략적인 측면에 주안을 두고 교훈을 분석해 본다.

첫째, 앞서 언급한 서해상에서 수차례에 걸쳐북한이 자행한 군사도발에 대하여 국가 지도층은 물론 온 국민들이 일사불전의 각오를 가지고대응하고자 하는 국민적 저항의지가 없었다.

둘째, 우리는 NLL을 수호할 확실한 방어수단을 갖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해에 설치된 NLL로 인하여 북한군 1개 군단이 해안방어에 고착되고, 우리 해군은 북한의 서남방을 감시할 수 있으며, 유사시 5개 도서를 통해 반격을 가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서해로부터 수도권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북한의 전력배치를거부하고, 수도권 방어에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등 군사적으로 전략 및 작전적인 핵심 가치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NLL 이남의 풍부한 해양자원과 인천공항과 항만 운영에 필요한 항공 및 해양통행을 보장하는 공역과 해역을 확보하는 등, 무한한 경제적 가치가 있다. 이런군사적,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확실한 방어 수단을 가져야 하지 않았겠는가.

셋째, 천안함 폭침과 같은 익명성의 테러를전쟁수준의 테러로 인식하지 못하였다. 테러를 범죄 행위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원인을 확실히 밝힌 연후에야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에응징보복은 불가능하다. 만일 당시에 전쟁 도발로 인식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넷째, NLL을 연하는 서해 5개 도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하였다. 5개 도서 전부가 아니라도 몇 개의 도서를 선정하여 평양까지 정밀타격할 수 있는 공격발판으로, 또는 서해에서북한의 해상활동을 봉쇄할 수 있는 요새진지로개발하고, 그 곳에 거주하는 주민에 대하여서는이스라엘 정착촌과 같은 안전 보장과 경제적 특혜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하였다.

다섯째, 우리는 수세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을 하다 보니 북한은 마음 놓고 필요에 따라서 언제든지 도발을 해왔다. 이제는 핵무장까지하고 있는 마당에서 더욱 마음 놓고 도발할 수있는 전략적 환경을 마련한 상황에서 차후 도발이 이어지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서해 수호를 위한 과제

첫째는 NLL 수호가 군사적/경제적 국가이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속적으로 홍보와교육을 해야 한다. 그리고 NLL이 무너지면 바로 수도권이 풍전등화가 된다는 위기의식을인식시켜야 한다. 이런 교육을 통해서 NLL수호를 위해 어떤 대가도 불사하겠다는 국민적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둘째, 서해5도 방어사령부의 전력을 획기적으로 증강시키고, 일부 도서를 공격발진 기지로 만들어 여단규모가 즉각 북한 서해안에 기습 상륙을 감행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또한 선정된 도서를 요새진지로 만들어야 한다. 지하활주로를 만들어 떠있는 항공기지가 될 수 있도록 하고, 북한 서부 전역에 대한 항공 및 해상/수상 표적을 정밀타격 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지하 요새진지에 배치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테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즉 테러도발을 범죄 수준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전쟁도발 수준으로 인식해야 한다.따라서 북한의 테러 징후에 대하여 전 국민이감시하도록 하고, 일전불사의 결의를 가지고테러에 대한 응징보복은 즉각, 또는 가능한 신속히 해야 한다.

넷째, 북한의 도발 유형을 분석하고, 테러를포함한 그와 같은 도발이 NLL지역에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사전에 선정된 북한 내의 표적을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평시에 공개적으로공포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타격 준비와 훈련을 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10·4 정상선언’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구’ 구상이란NLL관련 제안을 하였다. 여기에는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 설정, 인천과 해주간 육로, 직항로 개설 등 남북한 긴장을완화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11월 평양에서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적극 추진토록 한 것이다. 11월 29일 남북 국방장관 합의문이 작성되었지만, 7차에 걸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