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균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현재 국군방송 라디오 작가

어린이들 세계에서는 또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몸이 아픈 약자를 경기와 놀이에
끼워주기 위한 ‘깍두기’라는 배려의
문화가 있다. 이에 국방, 군사, 정치, 경제 등의 분야에서
비전문가인 필자가 일종의 ‘깍두기’ 신분으로 다양한 이슈에
대한 소견을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피력해 보려 한다.


 중국에서 ‘한류’ 열풍이 거세다. ‘한류’의 콘텐츠가 드라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듯 ‘한류’ 열풍이 거센 국가도 중국뿐만이 아니다.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도 우리 가요를따라 부르고, 춤을 배우는 사람들을 쉽게 볼수 있을 정도로 ‘한류’는 전 세계로 확산됐다. ‘한류’ 열풍은 단순한 문화 현상이 아니다. ‘한류’의 영향으로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에 대해호의적인 감정을 갖는다. 그 호감은 우리말과글, 그리고 문화를 배우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한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북한에도스며들었다. 우리 드라마와 영화를 볼 수 있고, 가요를 들을 수 있는 제품들이 북한 장마당에서 암암리에 거래된다는 것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북한은‘한류’의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감시와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우리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하다가 적발될 경우, ‘불경죄’와 ‘간첩죄’라는 죄명으로 처형까지 시킨다니북한이 얼마나 노심초사에 좌불안석인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북한주민들의 관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고조됐다.

이제 우리 드라마는 북한 주민들에게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삶의 유일한 낙이 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71년이라는 분단의 세월동안 말과 글을 비롯해 의식까지도 이질화가심해졌지만, 한민족 고유의 정서는 달라지지않았다. 더군다나 언어와 환경, 그리고 인종까지 다른 외국인들도 우리 드라마와 영화를보면서 공감하는 상황이니 북한 주민들은 더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러다보니 우리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대한민국을 동경하는 주민들도 많아졌다. 그동경은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북한 주민들의 의식 구조에는 놀랄만한 변화가 생겼다. 물론, 이런 불만과 의식 구조의 변화가 북한 체제를 붕괴시킬 만큼의 위력은 없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반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일이다.

현재 북한 주민들의 반감과 우리나라에 대한 동경은 다양한 방면에서 돌출되고 있는데,가장 대표적인 것이 탈북이다. 최근 이런 사실을 입증할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 중이던 남성 지배인 한 명과 여성 종업원 열두 명이 단체로 탈북해서 서울에도착한, 그 사건이다. 북한 해외 식당에서 근무하는 지배인과 종업원은 사상이나 충성도가 철저히 검증된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단체로 탈북을 했다는 것은 북한 체제에 대한 반감과 절망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번 사건으로 북한은 ‘한류’를 차단하기 위해 단속과 처벌을 더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그런데, 효과는 미지수다.

현재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은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호감을 드러내는데, 북한에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또 어떤 감정을갖고 있을까. 전 세계인들은 북한을 ‘호전적이고, 위험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핵으로국제 사회를 위협하는 김정은은 더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야말로 비호감이다.

앞으로 ‘한류’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은더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 더 분명한 것은 북한이 주민들의 열망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한류’는 그 누구도 아닌 인민이 자발적으로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김정은도 우리 드라마와 영화,그리고 가요의 마니아일지 모른다. 그럴 경우, “‘한류’는 대세이고, 대세는 막을 수 없다”라는 절망감에 빠져 있을 수 있다. 혹시 그 절망감이 “‘한류’가 결국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고, 한반도의 통일을 이룰 것이다”라는 자조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리에게 ‘한류’는 축복이지만, 북한에게는 핵폭탄보다 두려운 재앙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