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 지속적인 의지 갖춰


류석호 강원대 외래교수
전 조선일보 취재본부장 변협
등록심사위원


목숨이 달린 전쟁터에서 군인들을 충성하게 만드는 것은 지휘관의 리더십이다. 유사이래 크고 작은 전쟁터에서 승패를 결정지은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에서도 지휘관의 리더십은 최우선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비결을 알고 싶다면, '지휘관의 리더십'을 살펴보는 게 필수인 이유다. 왜냐하면 전쟁은 사람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무기는 변하지만,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북핵 위기'에 따른 일촉즉발의 엄중한 상황에 처한 우리의 안보현실을 감안할 때, 오늘날 각급 지휘관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역사를 바꾼 위대한 장군들의 다양한 리더십을 조명해 봄으로써 각급 지휘관들이 보다 훌륭한 자질과 실력을 갖춰 부대원들과 혼연일체가 되는 필승군대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편집자 주>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BC 100~BC 44)는 죽은 지 2000년이 지난 현재도 ‘살아 있는 존재’다. 율리우스력(曆)과 제왕(帝王)절개수술, 숱한 명언 (名言), 로마제국의 초석을 다지고 인류문명 발전에 기여한 획기적인 공적들로 인해 앞으로도 그 명성 을 이어갈 것이 틀림없다. 군사 지휘관으로서 카이사르는 탁월한 전략 전술을 구사했을 뿐만 아니라, 독보적인 리더십 (leadership)을 발휘, ‘상승장군(常勝將軍)’의 영예 를 거머쥘 수 있었다. 필자가 새로운 기획연재 ‘다시 보는 명장(名將)들
의 리더십’의 첫 번째 인물로 카이사르를 선택한 것 은 그의 자질과 리더십이 그 누구보다 현재에도 많 은 시사점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다른 지도자들이 눈 앞의 이익에 급급 하여 행동할 때 로마의 미래를 놓고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비전(vision)과 전략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치밀함을 보여 주었다. 한마디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문학적 지 식과 소양을 갖춘, 명실상부 문무(文武)를 겸비한 걸출한 인물. 군인으로서 카이사르는 ‘군인의 윤리’를 체득한 무사(武士)였다.

강제력이 아닌, 지도력을 발휘하는 리더로서 카 이사르가 강조한 ‘군인의 윤리’는 ‘상호이해’와 ‘자 기존중’에 기초한다. 그는 부하들과 부하들, 부하들과 장교들 사이의 상호 이해를 특히 강조했으며, 부하들의 패배나 실 수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용서하나, 비겁함, 폭동, 탈주 같은 죄악에 대해서는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 고 단호하게 처벌했다. 그래서 그의 병사들은 그를 지휘관이자 한 사람 의 인간으로 존경했으며, 8년간의 갈리아전쟁과 이 어진 폼페이우스와의 5년간의 내전동안에도 그를 저버리지 않았다. 부하를 잘 고르는 지휘관이 아닌, 부하를 잘 다루는 지휘관이었다. 전투 중에는 직접 방패를 들고 최전선으로 나가 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병사들은 그의 ‘실천적 리더십’을 통해 더더욱 그를 따르게 됐다. 카이사르는 장교와 병사들이 ‘카이사르’라는 이 름 그 자체에 대한 자부와 자랑을 느낄 수 있게 만 들었다. 로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군으로 손꼽히 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현대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서 강조하는 ‘브랜드(brand)관리’와 ‘CEO이미지 관 리’의 중요성을 연상케 한다. 병사들이 그의 기준을 만족시키게 하려면, 자신 이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카 이사르는 알았다. 그는 항상 선두에서 행군을 이끌었다. 가끔 말에 타기도 했지만, 일반 군단병과 마찬가지로 걷는 경 우가 더 많았다. 이는 ‘스스로 하지 않는 일을 병사 들에게 기대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카이사르 군단(軍團)’으로 불려진 유명한 ‘10군 단’은 그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 카이사르는 평범한 소집 군인들로 구성된 그 군 단 구성원 각각의 특성에 맞는 병과(兵科)를 지급 하고, 힘든 훈련과 다양한 전투경험을 쌓게 함으로 써 강력한 부대로 거듭나게 했다. 특히 그는 로마군 대의 척추인 야전책임 지휘관 ‘백인대장(百人隊將) ‘의 역할을 중시, 평소 가장 신임하는 인물을 앉혔 다. 이렇게 만들어진 ‘10군단’은 그와 함께 모든 전투 에 참가, 다른 군단들이 힘들어하고 지쳐있을 때에 도 카이사르의 절대적인 믿음에 사기가 높아진 병 사들은  이에 대한 보답을 하고자 열심히 전투에 임 하게 되고, 다른 군단에도 파급효과를 미치게 되었 던 것. 지휘관으로서 카이사르는 언제나 제1선에 나서 서 싸웠으며, 부하들을 매우 사랑했다. ‘싸움 중에 있던 어느 날 밤, 심하게 폭풍우가 몰 아쳤는데 간신히 빈 집 하나를 발견했다. 그 집은 몹시 좁았기 때문에 열댓 명밖에는 들어가지 못했 다. 그는 부상자와 병자를 들여보낸 뒤, 자신은 집 밖에서 잤다. 또 식사도 사병과 똑같이 했다. 이렇 게 되자 부하들은 입을 모아 “카이사르 장군을 위 해서라면 죽어도 좋다”며 감격하여 곧잘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플루타르크 영웅전) 그는 전리품을 자신이 차지하지 않고 군의 기금 으로 쌓아두었다가, 부하들의 보수를 주고 명예를 높이는 데에 썼다. 그러자 다른 장군 밑에서는 평범 했던 자들이, 그의 아래에서는 죽기 살기로 싸웠다.

그러나 기본과 원칙은 절대 타협하거나 양보하 지 않았다. 10년간이나 자신을 따라다녔던 심복중의 심복인 ‘10군단’ 병사들이 급료 인상과 보너스 지급, 즉각 적인 제대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자, 이에 굴복 하지 않고 이들을 완전히 따돌려 오히려 안달이 나 게 한 뒤, 스스로 백기투항을 하도록 한 일화는 유 명하다. 카이사르가 압도적인 세력을 가진 폼페이우스를 꺾고 로마를 통일한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 을 것이다. 자신의 특기인 소수의 군대로 다수를 포 위하는 전략을 잘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보급 이 줄어들어도 정신력으로 버티는 그의 군대가 정 예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 빛을 발한 것은 적을 아 군으로 만드는 ‘관용과 통합의 리더십’이었다. 그는 자신을 적대하고 증오한 이들을 격파할 때 엔 머뭇거리지 않고 단칼에 움직였다. 그러나 자신 에게 패한 적들에게는 자비를 베풀었다. 강하게 저 항한 적의 장군들에게 거주이전의 자유를 주었고, 일반 시민포로들을 학살하지 않았으며, 관대한 사 후처리를 위해 노력했다. “잔인한 행동은 필연적으로 증오를 낳으며, 승리 를 유지할 수 없게 한다는 사실을 이미 여러 사람이 보여주었다. 우리는 자비와 관용을 통해 강해질 것 이다. 이것은 새로운 방식의 정복이다.”(카이사르) 현대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중요한 ‘평판(명성) 관리’를 일찍이 시도한 것이 놀랍다. 카이사르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걸핏하면 찾아 오는 극심한 두통과 싸워야 했고, 고질적인 간질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다음과 같이 기 록하고 있다. “그는 결코 자신의 약한 체력에 굴복하지 않았 다. 오히려 군인으로서의 생활을 치유책으로 사용 했다. 끊임없이 진군했고, 소박한 식사를 했으며, 밖에서 잠을 자며 모든 역경을 견뎠다. 이런 식으로 그는 질병에 맞서 신체를 단련했다.” 한마디로 어떠한 역경과 고난에도 결코 굴복하 지 않는 불요불굴의 의지를 가진, 절체절명의 위기 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용사(勇士)였다. 그래서 뒤집은 전투가 수십 차례, 그렇게 이긴 전 쟁이 수차례였다. 이집트전쟁에서도 불리함을 딛고 싸웠으며, 북 아프리카 전쟁에서도 위기를 극복했다. 그는 늘 냉 철한 정보분석과 판단력으로 루비콘 강을 건넜으 며, 정확한 작전지시와 준비로 알레이사공방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기습적이고 놀라운 작전으로 폼 페이우스를 꺾었다. “내가 실패한다면, 그것은 자만심 때문일 것이 다.”(카이사르) 그는 언제나 가슴은 뜨거웠으나 매사에 용의주 도했고, 냉철하게 자신과 적을 들여다볼 줄 알았다. “전쟁에서 중요한 일은 사소한 일들이 모여서 일 어난다.”(카이사르) 그는 어릴 적부터 대단한 독서광으로 싸움터에 서도 책을 가까이 했고, 전장에서 일어난 일을 꼼꼼 히 기록했다. “약으로 병을 고치듯 독서로 마음을 다스린다.” (카이사르)

카이사르는 빼어난 지성(知性)을 바탕으로 연설 과 저술에도 뛰어났다. 그가 남긴 여러 작품 중 다른 것은 소실되고, 8년 간의 갈리아(유럽 서부지역)를 정복한 내용을 기록 한 ‘갈리아전기(戰記)’와 5년간의 내전상황을 담은 ‘내전기(內戰記)’ 등 두 가지 저술만 남아있다. 특히 ‘갈리아전기‘는 고대의 위대한 장군이 자신 의 출정(出征)을 직접 들려주는 유일한 글로, 냉철 한 관찰력, 흔들리지 않는 객관성, 생동감 있는 전 투 묘사 뿐만 아니라 이민족의 생활과 문화까지 생 생하게 기록, 전쟁문학은 물론 라틴문학의 최고봉 으로 꼽힐 정도. 기록문화와 커뮤니케이션(소통)을 중시한 것 또 힌 심모원려(深謀遠慮)의 결과가 아니고 무엇이랴. 이처럼 책을 발간한 이유가 군인과 시민들에게 정 보를 공유하고 자기가 한 행위를 설득하기 위한 포 석이었던 것. 카이사르가 부하들을 복종시키는 중요한 비책은 ‘설득’이었다. 부하들이 막연하게 적에 대해 두려워 할 때, 그는 연설을 통해 그 두려움의 실체를 구체 적으로 규명하여 그 허상을 일깨워주고, 로마군이 용감하게 난관을 극복한 사례를 상기시킴으로써 승리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용기를 북돋웠다. 평생 동안 그를 특징지은 것 하나는 아무리 절망 적인 상태에 빠져도 유쾌한 기분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게 낙천적일 수 있었던 것은 흔들리지 않는 자심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여! 용기를 내고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말 게. 자네의 배에는 카이사르와 카이사르의 행운이 함께 타고 있지 않은가.”(카이사르)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진 그는 설득력 있는 화법으로 자신의 비전을 대중들과 나누고 용 기를 북돋우는 데 명수였다. 유머감각 또한 남달랐 다. 아프리카 원정 당시 카이사르의 군대가 압박을 당하고 있을 때였다. 군단 병사들 사이에 두려움이 퍼졌다. 그 와중에 기수 한명이 도망치려 했다. 그를 붙잡아 돌려세운 카이사르는 “이봐, 적은 그 쪽이 아니라 이쪽이야!”라고 말했다. 부하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단어 하나까지 골라 서 썼다. 병사들을 부를 때 “여러분”이나 “병사들” 대신, 늘 “전우들”이라고 했다. 지도자에게 만사(萬事)라는 인사(人事) 문제에서 도 카이사르는 ‘개개인의 능력’이라는 합리적인 기 준을 갖고 있었다. 갈리아전쟁 기간 동안 승진하거나 상을 받은 백 인대장들은 언제나 눈에 띄는 용기를 보여준 사람 들이었다. 전기 작가 수에토니우스는 “카이사르는 부하들의 생활태도 또는 재산여부에는 신경을 쓰 지 않았다. 오로지 그에게 용기가 있는 가에만 관심 을 가졌다”고 기록했다. 능력이 있으면 노예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여 활용할 정도였다. 현지채용을 중시해 속주를 관 장할 때도 두각을 나타냈다. 부하가 세운 공적에 대해선 그 부하의 이름과 공적을 기록으로 남기 고 보상해 주었다. 공헌도를 실명제로 하여 부하 들이 동기부여가 되어 열심히 뛰는 분위기를 만 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