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이었으니, 자랑스러운 권율부대 의 일원이 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만나면 헤어지고(會者定離), 헤어지면 반드시 다시 만 나게 된다(去者必返)고 했던가? 이제는 정들었 던 이곳을 떠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또 애써야 할 시기가 되었다. 군 생활을 하면서 수 차례 겪어왔지만 만남의 설렘과 헤어짐의 아쉬 움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특히 좋은 사 람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 다. 군 생활을 하다 보면 어딘가에서는 또 만날 것이지만 말이다. 십여 년의 군 생활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양 한 부대에서 근무를 했었다. 최전방 GOP를 담 당하고 있는 백두산부대, 육군의 사건·사고를 예방하고 법 집행을 관리하는 육군본부 군사경 찰실, 전군 군수지원을 담당하는 칠성부대, 그 리고 최정예 사단으로서 동원전력 발전에 기여 하고 있는 이곳 권율부대이다. 각각의 부대들 에는 나름대로 특색 있는 임무가 있고, 부대원 들 모두가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다. 그동안 1년에 한두 번 정도 동원훈련을 해왔던 것이 내가 경험한 동원 업무의 전부였기에 과연 동원전력은 무엇이고, 나는 동원전력 발전을 위 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물음 표만 가득했다. 그렇기에 권율부대에서 근무하 면서 다양한 동원 업무를 접하고 미래 동원전력 의 중요성을 체감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아닐 까 싶다. 권율부대에 전입을 왔던 당시에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다 보니 정상적인 동원 업무 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가장 큰 것이 예비군들을 소집해서 시행하는 동원 훈련인데 예비군들과 부대 장병들 간에, 그리고 예비군들 간에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도록 소집훈련이 아닌 원격교육으로 대체해왔었다. 올해 6월부터 는 소집훈련이 재개되어 부대원들이 성과 있는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동원 훈련을 경험해본 적 이 있는 현역 장병들이 많지 않아서 부족한 경험 을 메우기 위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에 너지를 쏟아낸다. 권율부대에서 처음 경험해본 것 중에 ‘비상근 예비군 제도’가 있다. 평시에 장기·단기 비상근 예비군들을 소집해서 부대 임무에 대해 적응하 도록 하여 전시에 동원령 선포 이후 예비군들 이 소집될 때 장기·단기 비상근예비군들이 핵 심이 되어 조기에 임무수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에 이 제도의 목적이 있다. 장기·단기 비상근 예비군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선·후배 전 우들을 보면서 그들의 군인정신이 정말 투철하 다는 것을 깨닫는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장기· 단기 비상근예비군 임무를 병행하며 어려움이 많을 텐데도 변화된 환경에 맞춰 현역들과 소 통하며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임무수행자세를 이끌어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부대 분위기가 아닐까 싶 다. 우리 부대는 1975년 8월 1일 수도군단 예 하 60훈련단으로 창설되었는데, 부대의 역사는 길다고 할 수 없지만 부대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부대정신만은 어느 부대의 그것보다 의미 있다. ‘권율의 기백을 닮은 최정예 동원사단’. 우리 부 대가 슬로건으로 삼고 있는 문구이다. 여기에서 권율의 기백이 바로 우리 부대의 부대정신이다.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에는 임진 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휘하 장수들을 이끌고 왜군을 격퇴했던 그 유명한 행주산성이 있다. 부대 는 권율 장군의 뜻을 이어받고자 2002년부터 권 율부대라는 명칭을 사용해오고 있는데, 2021년 에는 권율 장군의 생애에서 군인으로서 우리들 이 본받아야 할 자세를 찾아 부대정신으로 삼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부대정신의 첫 번째는 ‘절의염퇴(節義廉退)’이 다. 이는 청렴과 절개, 의리, 사양함과 겸양은 늘 지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권율 장군은 항상 올곧 았으며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원리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청렴결백한 인물이었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주변에는 권율 장군을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는 결코 본인의 뜻을 꺾지 않았다. 권 율 장군의 이 모습은 군인의 표상 그 자체이다. 두 번째는 ‘위국헌신(爲國獻身)’이다. 이는 나 라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친다는 의미이 다. 권율 장군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자신의 안위 보다 백성과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 했다. 여기에는 작게는 옆에 있는 전우와 부대, 크게는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며 임무수행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세 번째는 ‘전승불복(戰勝不復)’이다. 이는 전 쟁에서는 예전과 같은 방법으로 승리할 수 없다 는 의미이다. 권율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 이 생각하지도 못한 전술을 통해 수차례 승리했 다. 군인은 항상 전투를 준비해야 한다. 항상 부 단히 훈련하고 준비해야 하며, 전투에 임해서는 이전에는 없었던 창의적인 방법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네 번째는 ‘동심협력(同心協力)’이다. 이는 마 음을 합하여 서로 돕는다는 의미이다. 권율 장군 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하들을 독려하고 다양한 계층에 있는 사람들의 힘을 합쳐 왜군을 물리 쳤다. 이는 권율 장군이 평소부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행동했기 때문이다. 전우들끼리는 한마 음 한뜻으로 서로를 신뢰하여 어려움을 나눌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믿음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 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내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경험한 권율부대는 무슨 일이든 생각에 그치지 않고, 모 두가 힘을 모아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부대였다. 권율부대에서의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가득했고, 이러한 부대에서 근무할 수 있어 영광이다. 나는 이제 곧 떠나게 되지만, 우리 권율부대가 앞으로 도 동원전력의 핵심으로서 나날이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응원하겠다. 김춘수 시 인이 쓴 ‘꽃’이라는 시의 문구가 문득 떠오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 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 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권율부대가 내 삶의 의미가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