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발행인/박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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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오던 날을…”로 시작되는‘6·25의 노래’의 첫 구절이다.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40대 이상에 있는 분들은 초등학교(과거‘국민학교’) 시절 매년 6·25전쟁(한국전쟁)일을 전후하여 암송(暗誦) 할 정도로 불렀던 노래이다.
그러나 이후 세대들은 이 노래가“당시의 반공이데올로기와 남북 적대의식을 강조하는 가사와 정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인식을 가진 일부 관련인사들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도, 부르지도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6·25전쟁 63주년에 즈음하여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얼마 전 이 노래의 제창(濟唱)을 놓고 교장과 관련교사 간에 갈등을 초래할 정도로 적지 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관련교사는“현 시기는 비폭력과 평화를 강조해야 하는데 노래가사가 너무 비교육적”이라 문제를 제기했고, 이 노래를 배운 적이 없는 20대의 한 교사는“원수라는 단어가 나오고 가사가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등 너무 무섭다”고 말했으며, 이에 대해 교장과 교감은“아이들에게 당시의 처절했던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부르라는 것”이 요체였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은 이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대비극이었던 6·25전쟁과 이를 휴전시켰던‘정전협정’을 체결된 지도 어언 60년이 지났으나 한반도의 분단과 긴장고조상황은 조금도 변함이 없는 것이 바로 오늘의 현실이다.
물론 그동안 남북 당국간에 이루어진 각종 접촉과 협상, 대화와 회담을 통해“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6·15남북공동선언, 10·4선언”등 여러 합의가 도출되고 부분적으로 이행, 실천되었지만 155마일에 이르는 휴전선 상에는“쥐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못할 정도”의 팽팽한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지금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특별지시에 따라 이른바‘마식령속도정신’이라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모든 것이 생소하고 간고하며 부족한 상황속에서도 명령과 지시를 무조건 관철하는 혁명정신”이라고 한다.
이는 김정은이 마식령건설장을 방문(6·4)한 자리에서 군인건설자들이‘단숨에의 정신’으로 스키장 건설을 밀고 나감으로써 21세기의 새로운 일당 백 공격속도를 창조했다고 하면서 이것을“따라 배우라”는 호소문을 발표한 데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고 하여도 배가 부르고 난 후에야 흥(興)이 나는 법이듯이, 현재 북한의 대다수 주민이 처한 매우 어려운 처지와 형편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위에서 지시한 그대로 따라 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가혹하기가 이를 데 없는 반인민적 처사이다.
하루 세끼 일용할 양식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아사(餓死) 상태에 빠져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이런 비현실적인 지시를 내리면서 각종 노력동원을 강요하고 있으니, 이는“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인민정권”이 아니라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어 들여 일부 탐관오리들만 호의호식하였던 현대판‘가렴주구(苛斂誅求)’의 재판(再版)이 아닐 수 없다.
이 말은 중국 춘추시대‘공자’의 모국인 노나라에서 당시 조정의 실세였던‘계손자’가 세금 등을 가혹하게 징수함으로써 백성들이 말할 수 없는 시달림을 당하였던 정치상황에서 연유한다. 그러나 본래 이 말은 당시 현자(賢者)였던‘공자’가 태산기슭을 지나고 있을 때 어떤 여인이 3개의 무덤 앞에서 구슬프게 울고 있어, 왜 그리 슬프게 우느냐고 물어 본 데서 연유한 고사성어이다.
당시 이 여인은 자신이 슬프게 우는 이유는“시아버지와 남편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는데, 다시 사랑하는 아들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기 때문”이라 답하였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그런데 여인께서는“시아버지와 남편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곳을 떠나지 않아 아들이 다시 물려죽게 만들었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 여인은“이곳은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하거나 부역을 강요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 답하였다고 한다.
이는 벌써 2천년도 넘은 옛날 옛적의 일이지만,“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시사를 해 주고 있고, 바로 이런‘가렴주구’가 지금 북한땅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쉬거나 이밥에 고깃국을 먹지 못하는 열악한 형편을 그저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참고, 또 참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좀 장황하기는 하지만 본 발행인이 이런 고사(故事)를 원용한 것은 북한 당국의 주민에 대한 가렴주구는 자칫 무모하기 이를데 없는 대남 무력도발로 전환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정전협정’체결 60돌을 맞이하는 내외 국민들의 마음은 잠시도 편할 날이 없으며, 특히 이 전쟁에 참가하였던 어르신 분들은 아직까지도 피비린내는 전쟁의 상흔(傷痕)을 지워버리지 못하고 있다.
일찍이 로마의 대전략가이자 명장이었던‘베제티우스’가 갈파하였던“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명언이 새삼 피부와 닿을 정도로 국민들의 안보의식 고취와 경계태세 완비가 다른 어떤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의 3대 권력세습자인 김정은은“서울불바다, 쑥대밭, 조준격파”등 각종 대남 위협공갈을 일삼으면서‘선군정치’를 바탕으로 한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에 광분하는 가운데 호시탐탐 대남 적화통일의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더더욱 이런 대북 경계심과 물샐틈 없는 안보태세 구축이 절대절명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 찌는 듯한 더위와 함께 찾아온 장마철에 건강한 나날을 지내시고,“만의 하나 있을 지도 모를”북한으로부터의 무모한 대남도발에 대한 군-민-관이 혼연일체로 단합하여“우리 조국은 우리가 지킨다”는 자세로 각자 맡은 영역에서 매일 보람있는 나날을 보내시기를 기원하면서 발행인칼럼으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