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
연합뉴스 국방부 출입기자
threek@yna.co.kr

최근 북한의 전력 증강 추세를 보면 소형화, 정밀화, 비대칭화가주요 특징이다. 소형화, 정밀화, 비대칭적인 전력은 상대방이 적시에 방어하기 쉽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여기에다 개발비용도 그리많이 소요되지 않아 재원이 한정되어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전력 증강 추세에 맞춰 우리 군도 ‘방패’ 역할을 하는 첨단 전력을 도입하거나 개발 중이다. 우리 군이 ‘방패’와 같은전력과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2000년대 남북이 화해무드로 돌입할 것이란 예상을 완전히 깨고‘신 무한 군비경쟁 시대’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신형 소형 전술미사일 실천배치 임박북한이 신형 소형 전술미사일을 개발한 정황은 올해 들어서야 포착됐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8월 14일 원산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를 신형 전술미사일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한다.

북한은 같은 달 15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신형 전술미사일의 발사 장면 사진을 공개했다. 외형이 300㎜ 방사포나 KN-02 단거리 미사일과 전혀 다른 모습인 이 미사일은 고체 연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은 주입할 때 연료 차량이 동원되고 주입 시간이 필요해 쉽게노출될 수 있지만 고체 연료를 사용하면 연료 차량과 주입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신속히 발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노동신문을 통해 발사 장면이 공개된 신형 전술미사일은 200∼220여㎞를 비행한것으로 분석됐다. 이 정도의 비행거리라면북한에서 발사했을 때 충남 계룡대 이남이타격권에 들어간다. 이 미사일은 300㎜ 신형 방사포(최대 사거리 230㎞)에 이어 중부권 이남의 주요 전략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새로운 위협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또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정밀유도폭탄을 개발 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작년 말까지 전투기를 이용해 황해도 훈련장에서 투하 연습이 활발하게 진행됐다고 한다. 단순한 고폭탄이라면 폭격기를 동원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투기에서 투하되어일정한 비행궤도를 그렸다는 점에서 인공위성위치정보(GPS)를 탑재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GPS를 탑재했다면 전투기에서 지상 타격 목표물의 좌표를 폭탄에 입력해 발사할수 있게 되어 정밀도가 높아진다. 우리 군이 보유한 JDAM(합동정밀직격탄)과 유사한 폭탄으로 분석되고 있다. 탄두에 고폭약을 장착하면 전투기의 지상 격납고와 유개화된 지하시설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북한은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다종화, 정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노동당 기관지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이 핵무기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 경량화시키지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06년과 2009년, 2013년등 세차례 핵실험을 했고, 4차 핵실험까지감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차 핵실험은 세차례의 핵실험과 다른 차원이 될 것이라고 군 및 정부 당국자들이 평가하고 있는것도 이런 기술 확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올해 침투한 흔적이 드러난 소형 무인기도 비대칭 전력 개발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공중에서 남측 주요 시설을 촬영
하는 목적을 벗어나 폭탄을 적재한다면 인명을 해칠 수 있는 전력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파주 등에서 뱔견된 북한의무인기에는 3∼4kg 정도의 폭탄을 탑재할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정도의 무게라면 정밀도가 낮아 건물에 손상을 줄 수있는 효과는 없지만, 사람은 살상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생화학 물질이 들어있는 폭탄을 탑재하면 상황은 더 치명적이다.

북한이 남측으로 침투시킨 무인기는 지난 3∼4월에 3대가 발견됐다. 이어 9월 15일백령도 서쪽 바다에서 어부가 쳐놓은 그물닻에 걸려 수거된 소형 무인기 잔해도 3∼4월 파주와 삼척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와 동일 기종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파주 및 삼척 무인기와 같은 시기에 제작, 운용된 것으로 평가했다. 백령도 인근 바다에서수거한 무인기에 부착된 낙하산은 중국산으로 확인됐다.

군, 북한 미사일 탐지에서 요격까지30분내 해결

우리 군은 북한군의 이런 전력 증강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체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세 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소형화, 경량화 기술을 상당히 확보했으며 이른 시일내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공동 평가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국방부와 합참은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2020년 초반까지 완비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킬체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기지, 이동식미사일 탑재 차량(TEL) 등을 탐지하고 정확한 위치 좌표 산정, 타격무기 선정, 타격 등을 통합한 시스템을 말한다. 킬체인이 구축되면 탐지에서 타격까지 시간을 30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표적을 탐지하려면 정찰위성과 글로벌호크급 고(高)고도 무인정찰기, 지상·공중·해상에서 운용하는 각종 미사일 등이 필요하다.

군은 사거리 300㎞의 탄도미사일인 '현무-Ⅱ'를 개발해 실전 배치한 데 이어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800㎞ 탄도미사일을 추가로 개발 중이다. 사거리500㎞, 1천㎞, 1천 500㎞ 등 세 종류의 장거리 순항미사일(현무-Ⅲ)도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 2천 500㎏ 가량의 폭탄을 탑재할 수있는 무인공격기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무기는 킬체인의 핵심 타격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국내 연구 개발로 3천t급 잠수함을 건조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탐색개발에2020년 대에 9척을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운용 중인 잠수함보다 은밀성과 정밀타격 능력 등이 우수해 북한의 위협과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있는 핵심전력이 될 것이라고 군은 강조하고 있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보다 탄도탄 대응 및 대잠작전 능력이 크게 향상된 이지스함 3척도 확보할 계획이다. 최첨단 전투체계와 탐지센서, 다양한 무장을 탑재해 기동전단의 핵심전력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이이지스함이 전력화되면 북한의 핵, 미사일,잠수함 등 비대칭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해양주권을 수호하는 국가안보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의 무인기 탐지를 위해 200억원을투입해 이스라엘제 전술 저고도레이더인RPS-42 약 10대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 육군이 운용하는 저고도레이더 TPS-830K로는 북한의 소형 무인기를 탐지할 수 없어 이스라엘 라다의 RPS-42를 구매해 청와대 등 국가 중요시설과 서부전선의 주요 축선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다목적반구레이더의 일종인 RPS-42는 탐지거리가 30㎞이나 이번에 추락한 소형 무인기 기준 탐지거리는 10㎞로 알려졌다. 능동위상배열레이더(AESA)의 안테나를 사용하는 이동식 레이더로 대당 예상단가는 9억원 안팎이다. 찌르려는 북한과 막으려는 남한의 무한 군비경쟁이 고도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