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구
한국군사문제연구원장

지휘관의 역할은 전장에서 그 중요성이 극명하게드러난다. 지휘관은 작전의 성패에 대해 무한책임을 진다.동시에 승리를 위해 가용자원을 재량껏 사용할 수 있으며,심지어는 부하에게 목숨을 바쳐서라도 전투를 수행하도록명령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평시 지휘관의 주요 책임은 교육훈련과 부대관리이다.

그러나 교육훈련의 실패에 대한 문책은 거의 없고,부대관리의 실패를 문책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도지휘관의 책임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함으로써 지휘권을위축시킨다. 이는 자칫“군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요소가되지 않을까?”심히 우려된다. 본고에서는 지휘관의 책임과지휘권의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 책임을 수행하는 데에필요한 지휘관의 권한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제언하고자 한다.전장에서 지휘관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지휘관의 책임에 대하여서는 손자병법, 오자병법 등 고대 병서로부터 시작하여 현대의 리더십 이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원리, 원칙과 주장들이 제시되어왔다. 손자는 손자병법에 “전쟁은 국가의 대사로서 국가적으로는 흥하거나 망하는 일이므로”전쟁을 결심하는 핵심 고려사항 5가지(五事). 즉, 道, 天, 地, 將,法 등을 신중하게 살펴서 결정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五事 중에 지휘관(장수)도 포함되었다. 충성스럽고, 지략이 뛰어나고,도덕적인 용기를 가진 총사령관이 없으면전쟁을 벌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오자병법』에는 “지휘관은 물이 새는 배에 앉아있는 것처럼, 불타는 집안에 있는 것처럼 항상 긴장하고 살펴서 지체 없이 결심하고 조치해야 한다.”(其 善將者 如左漏船之中 伏燒屋之下)”라고 전장에 임하는 지휘관의 긴장된 마음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몽고메리장군은 고급 지휘관의 책임을“generalship”으로 정의하면서, “지휘관은 참모나 부하들에게 떠넘길 수 없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데, 그 책임은 결단을 내리는 것이고, 결단으로 나타난 성패에 책임을 지며, 부하들의 생존까지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M.R.Gordon과 B.E.Trainer는 『Thegeneral’s War』에서 1차 걸프전을 분석하면서, 비록 그 전쟁이 베트남 패전이후 최초로일구어낸 빛나는 승리를 장식한 전쟁이었지만, 승리의 이면에는 군 고위층의 “도덕적용기”가 결여되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오자(吳子)가 말했듯이 지휘관이 노심초사만 하고 적시에 결심하고 실행하는 용기가 없다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전장에서 위급존망의 상황에 처하면 부하들은지휘관만을 주목한다. 이때에 지휘관이 즉각 결심하고 행동하게 만들지 못하면 이미지휘관의 지위를 상실한 것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부하들의 불필요한 희생을 키우고수고를 헛되게 하였다면, 그에 대한 책임 또한 져야 한다.

『통수강목』에서는 “지휘관은 지휘의 중심이며 원동력이다. 고로 군의 승패는 부대보다도 오히려 지휘관에게 달린 바가 크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미 합동교범 3-0 『합동작전』에도 지휘관 중심의 리더십과 지휘관 중심의 합동작전 구상, 합동작전 계획 및 시행절차, 지휘통제 절차 등 모든 작전에서 지휘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평시 지휘관의 책임은 교육훈련과 부대관리이다.

베트남전 이후 미군은 “쓰레기통을 책상위에 털어놓고 모든 것을 밝혀내자!”는 각오로 패인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훈련, 특히 간부교육으로 분석되었다. 미군은 1978년 국방대학원을 설치하여 고급장교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Review of Education and Training forOfficers”에서 계급별 장교들이 갖추어야 할목표를 다음 <표>와 같이 제시하였다. 그것이처럼 지휘관은 먼저 자신의 능력 구비에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교육훈련과 부대관리를 해야 한다. 부대관리는 손자병법에서 말한 道를 이룬 상태, 즉“지휘관과 부하가 뜻을 같이 하고, 같이 죽고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상태(道者令民與上同意 可與之死 可與之生而不畏)”로이 각급 교육훈련 기관에 반영되고, 교육결과는 장교 인사관리에 반영되었다만들어서, 유사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전투에 임하도록 만드는 데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그러므로 부대관리는 교육훈련과 별개가아니고 교육훈련을 통해 부대를 내실화 시키고, 그리고 부대관리를 통한 더 내실 있는교육훈련이 되도록 해야 한다.

모름지기 장수는 병사들을 갓난아기처럼 아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과 함께 위험한 깊은 계곡이라도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장수가 병사들을 사랑하는 자식처럼 대하면 그들도 생사를 같이 할 것이다. 그러나 병사들을 사랑하기는 하면서도 명령하지는 못하고, 법을 어기고 군기를 어지럽혔는데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이것은 마치버릇없는 자식이 쓸모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손자병법, 제10편 地形)지휘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 지휘권의 합법성
군의 지휘권은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합법성에 의해 행사된다. 헌법 제74조에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국군을 통수한다.”고 명시하였고, 국군조직법 제6조에는 “대통령은 헌법, 이 법 및 그밖의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군을 통수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동법 제8조에는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합동참모의장과각군 참모총장을 지휘·감독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국방부장관에 위임된 지휘감독 권한 중 군정분야는 각군 참모총장을통하여, 군령분야는 합동참모의장을 통하여행사하도록 동 법 제9조에 명시되어 있다.이러한 지휘권은 예하 지휘관에게 위임되어 말단 지휘관인 중대장까지 위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 지휘권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헌법과 법률로 정해진 합법적인 권한이며, 국민들이 위탁해준 절대적인권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지휘관에 위임된 지휘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법치국가인대한민국 군대의 지휘관에게 위임한 합법적인 권한이기 때문에 보장해야 한다. 지휘권을 합법적으로 보장해야 국가의 존망이 달린 전장에서 지휘관에게 무한책임을 물을수 있기 때문이다.

○ 지휘권보장 방안
우리 군의 현실을 군 밖에서 객관적으로살펴보면 지휘권 보장이 잘 안 된다 것을 알수 있다. 최근의 일련의 사태를 본 대다수 국민들도 군의 지휘권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병영문화 혁신을 하기 위해서군의 지휘권을 무력화시키는 대안이 채택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휘권 보장에 대한 몇 가지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첫째, 문책의 범위와 한계를 재설정해야한다.

6·25전쟁 시 “현 전선을 고수 하라”는 미8군사령관의 명령을 어기고 계속 후퇴하는전 사단을 검열한 결과, “사단장들이 전투의지를 상실하였다.”는 보고를 받고, 릿지웨이(Ridgway) 미8군령관은 전선에 투입된 미육군 7명의 사단장 중 5명의 사단장을 즉각 경질시켰다. 전시에 지휘 실패는 전쟁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즉각적인 지휘관 교체를 감행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평시에 지휘관의 지휘권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이다. 평시 지휘관의 주 책임분야인 교육훈련과 부대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에는 제대별 지휘관의 책임 범위를 기준으로 삼아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측면이 있다. 부여된 책임을 열심히 수행하려다 발생한 실패에 대한 문책과 책임수행 자체를 소홀히 하여 발생한 문책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예를 들면, 장군급 지휘관이 교육훈련과부대관리에 대하여 올바른 임무를 부여하였으나, 임무를 수행하는 예하 지휘관이 소홀히 하였다면 예하의 해당 지휘관만 문책해야 한다. 반대로 예하 지휘관이 상급 지휘관의 부여한 임무에 따라서 책임을 성실하게수행하였으나, 부여받은 임무가 부적절하거나 오류가 있을 경우에 문책은 그 임무를 부여한 상급 지휘관에게 한정되어야 한다.

병력을 직접 대면하면서 관리하는 지휘관을 대대장까지로 정의하고, 상급 지휘관은필요한 규정이나 지시를 통하여 충분히 지시를 한 상태라면, 병사들의 각종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대대장 이하의 지휘관에 대하여서만 문책해야 한다. 현재처럼 문책의 한계가 없이 병사들의 사고에 대해 고위 지휘관까지 문책한다면, 어느 지휘관이 소신을갖고 훈련을 시킬 수 있으며, 강인한 정신력과 육체적 용기가 우선되는 초급간부와 병사들을 양성하는데 주안을 둔 부대관리를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군 교범이나 규정에는 제대별 지휘관의 책임범위가 개념적 수준에서 명시되어있다. 그러나 실제 적용하려면 애매하거나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휘관에게부여된 지휘권을 보장하여 전투에서 이기는군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개념적으로제시된 제대별 지휘관의 책임범위를 보다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문책을 할 때는 법과 규정에 따라서 해야 한다. 불순 세력들에 의해 호도된 여론이나 정치권의 압력에 의해 군이 휘둘려서는 안 되고, 국가 지도자들도 합법성에 근거하여 군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둘째, 임무형 지휘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전시 지휘권을 보장하려면 임무형 지휘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이 이상적인 대안 중의하나이다. 그러나 임무형 명령을 내릴 때 정확한 정보와 명확한 지침을 예하 지휘관이충분히 이해하여야 한다.

베트남전 당시 송마이 작전에서 비전투원인 민간인 대량학살 사건의 발생은 명령을내린 상급 지휘관의 명확한 작전지침의 결여에 기인한 바가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베트남전 막바지에서 미국방부는 지휘체계를무시하고, 월맹에 대한 전략폭격의 표적선정과 무기선택 등을 펜타곤에서 직접 명령하는 중앙집권화의 폐단도 있었다. 오늘날미군은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각종법규와 교범 등을 통하여 지휘권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 군은 상급 지휘관이 너무 상세히 지시하고, 또한 그것이 훌륭한 지휘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중하급 지휘관은 상급 지휘관의 지시사항을 로봇같이 수행해야 하고 지시사항이 너무 많아서, 초급지휘관은 부하들에게 집중할 시간도, 창의적인 부대지휘를 생각할 여지도 없게 된다.

심지어 모든 일을 상급 지휘관에게 문의하여 시행하고, 수동적인 업무수행 태도가 습관화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상급 지휘관이 되었을 때에는 이를 다시 답습하게 된다. 임무형 지휘방법을 지식으로만 알아서는 안 된다. 평소 교육훈련과 부대관리에 적용하여 체득해야 비로소 전시에 임무형 지휘시스템이 작동될수 있는 것이다.

예하 지휘관이 당장 미흡하면, 상급 지휘관은 간부교육과 현장지도를 통해 교육하고개선시켜야 한다. 그러나 상급 지휘관 자신도 임무형 지휘를 알지 못하거나 미숙하다면 차 상급 지휘관이 나서서라도 교육과 숙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임무형 지휘의 문화가 정착되려면 비록 많은 시간이필요하겠지만, 이를 확립시킨다면 부대운영과 교육훈련을 정상화 시키는 지름길이 될것이다.

임무형 지휘체제 정착을 위해서는 상급지휘관의 의식변화와 더불어 하급 지휘관이나 간부들의 지휘능력 향상이 큰 관건이다. 현장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것은 하급제대지휘관, 그리고 병사들과 함께 있는 소대장과 부사관들이다. 작전시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려면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이를 어떻게달성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상급 지휘관의작전의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적시적인 현장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러면 상급 지휘관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한 가운데, 현장상황에 부합된 조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시 교육훈련부터 임무형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부대관리 간에도 초급 간부들이 임무형으로 업임관장교들은‘조국수호 결의’후에‘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토를 수호하라’는 취지가 담긴 호부를 수여받는다. 호부는 조선시대에 임지로 떠나는 장수에게 왕이 수여하던 패였다. 호부에는‘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必生則死: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긴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새겨져 있다.
무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초급간부들이 신바람 나게 근무하면서 자신감있는 부대지휘 분위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조금 모자라더라도 그들의장점을 부각시키고 사소한 성과도 칭찬해주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인정과 격려의문화’를 확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군의 문제는 군 지휘관에게 맡겨야한다.
최근 ‘병영문화혁신’을 위한 각종 제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 차원의 의견들은 군의 지휘권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정 측면에만 초점을 둔 백가쟁명식(百家爭鳴式) 의견들이 군의 본질을왜곡시키는 노이즈(noise)가 된다면, 이는군의 발전을 저해하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군의 지휘관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제정한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통수권한에근거하여 위임받은 ‘신성한 지휘권’을 부여받는다. 비록 일부 지휘관의 일탈과 무능이들어났지만, 훌륭한 지휘관도 많이 있으므로 국민은 군과 군의 지휘체계를 믿어주어야 한다. 군 지휘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때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헌신할 각오를 더욱다지게 된다.


군은 조급한 생각을 버리고 심사숙고하여군의 본질에 충실하고 군의 존립 목적에 부합하면서 시대상을 적절히 반영한 합리적인정책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다만, 접근방법이나 문제인식에 있어 독단이나 아집, 집단이기주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민주국가의 문민통제의 원칙을 존중하면서, 사회상의 변화나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잘헤아려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단편적이고 단견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내놓기 보다는 군의 비전을 그리면서 포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으로 화답하여야 한다. 그러나 군의 사명과 본질을 벗어나서 인기 위주의 정책을 내놓고 그로 인하여 군의전투력을 약화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