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감사’자리잡다


김귀근
연합뉴스 국방부 출입기자
threek@yna.co.kr


올해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군본부,방위사업청, 병무청에 대한 국정감사는 예년처럼 우리 사회를 뒤흔들만한 대형 폭로성 자료는 보이지 않았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대선과 총선을 전후로 ‘정치성 댓글’을게재했다는 내용이 폭로되면서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올해 국감은 주로 방산 비리와 각종 병영내 사건 사고에 대한 질책과 개선방안 등 그야말로 ‘정책감사’ 표본적인 사례를 보여줬다. 군내에서 조차 이번 국감은 정책국감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방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내에서 개발한 첨단 수상구조함 통영함의 장비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통영함에 탑재된 수중무인탐사기(ROV), 수중음파탐지기(소나)의 성능이 해군에서 요구한 작전성능에 못 미친다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작년 4월 세월호 참사 때 통영함이 투입되지 못한 원인중 하나인 ROV 부품 결함과 관련해 소요군인 해군에서는 2년 전 방사청에 성능 개선을 요구했다”면서“하지만 방사청 직원의 업무부주의로 인해 미처 제작사에 전달되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통영함 장비를 구입하면서 방사청 직원들의 결탁 의혹에 대한질타가 대부분이었으나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건설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방사청의 ‘엉터리 계약’을 질책하면서도 “앞으로 계약하기 전 다른 국가 납품 실적과 실제 제품을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면서 “특히 구매시험 평가 결과를 담당 직원이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책임을 강화하고, 시스템을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군 이지스 구축함에 SM-3 필요하다” 국방부에 대한 국감에서는 세월호 구조현장에 투입된 군의 노력을 부각시키는 의원도 눈에 띄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군은 세월호 사고 이후 9월 말까지 매일 세월호 구조 현장의 현장구조지원본부에 400여명, 해상및 해안 탐색에 2천 800명, 수중 및 공중탐색에 500명, 의료지원반 등에 150명 등 3천 800명을 투입했다”면서 “투입된 장비도함정 5천 718척, 항공기 3천 603대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세월호 사고 현장에 투입된구축함에서 선내 작업을 하던 해군 승조원1명이 사망했고, 잠수병 증세로 치료를 받던 인원은 SSU 소속 36명과 UDT 14명 등모두 51명의 사망자 및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감에서는 이지스함에 SM-3 대공미사일을 장착해야 한다는주장이 눈길을 끌었다.

SM-3는 최대 고도 500km, 사거리 1천500km에 달하고 요격가능 시간은 228초에 불과하다. 일본은 이지스함 6척(콩고급4척, 신형 아타고급 2척)에 SM-3 블록1B대공미사일을 탑재하고 있고, 2018년부터사거리 1천㎞의 SM-3 블록2A 미사일로 교체해 탄도미사일 방어능력(BMD)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그러나 현재 우리 해군 이지스함에는 사거리 148km의 SM-2가 탑재되어 있다.

손인춘 의원은 “해군 이지스함 3대에SM-3를 탑재하면 전 국토를 방어할 수 있고 이지스함 3대에 96발을 장착하는 비용은 최대 2조 1천억원으로 사드(THAAD)에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말했다.민간 단체가 살포하는 대북 전단 문제에대해서는 우리 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요구해 합참의 답변을 끌어내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북한이우리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 전단을 향해 여러 발의 고사총을 발사한 것은 도발이며,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북한은 비록 공중을 향해 쐈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남쪽으로 사격을 한 것이며 그것은 결코 있을수 없는 도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간의 군사적충돌로 이어질 수 있고 그것은 자칫 더욱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합참은 살포할 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합참은 접적지역의 침투·도발 대비책과 관련, “민간단체가 (대북) 풍선을 날릴 때 즉각 대응태세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적 전선 화력증강을 고려해 우리 군 전방사단의 105㎜ 견인포를 155㎜ 자주포로교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북한군보다 우위 점하는 비대칭 전력 개발해야”

북한군과의 무한군비 경쟁은 국력을 심각하게 낭비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처럼 비대칭 전력을 집중적으로 개발하자는 대안도 제시됐다. 비대칭 전력은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쓰면서 오히려 적의 뒤통수를 치는무기를 말한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북한에 비해 열세라고 평가되는 핵, 미사일, 장사정포, 특수전부대, 잠수함, 화생방무기 등의 비대칭위협에 맞서기 위해 지금까지 14조원 넘게썼고 앞으로도 25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이른바 ‘6대 비대칭 위협’의 전력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우선핵무기와 생화학무기는 북한만 보유하고있고, 미사일은 3배, 특수전부대와 잠수함은 6~7배, 장사정포는 15배나 북한이 LF방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뒤만 쫓는 대응전력 구축은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다를 바 없다”면서“우리 군도 비대칭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전력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인식과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국회 법사위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감에서는 병영생활 전문 상담관을 지역에 골고루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주둔하는 군부대 중 병영생활전문 상담관이 없는 지역은 전남을 비롯한울산, 경북, 제주 등 4곳이라고 밝혔다.병영생활 전문 상담관은 복무 부적응 장병을 식별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관심사병과 군생활, 개인신상 등 어려움을 전문적으로 상담한다. 지난 2005년 처음 도입되어 시행 중이다.

병영생활 전문 상담관은 지난 2005년 8명 배치를 시작으로, 작년 199명, 올해 247명이다, 이 중 245명은 사단, 여단급 부대에 주로 배치되어 있다. 상담관 1인당 평균1천 740명의 장병을 상담하고 있다. 상담관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 국감에서도 정책자료집을 낸 의원도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2014 병영문화 대국민 인식조사’, ‘일본의집단적 자위권 발호와 우리 정부의 대응전략’ 등 2권의 정책자료집을 내놓았다.

진 의원은 병영문화 대국민 인식도 조사를 통해 “국민은 군내 구타와 가혹행위를근절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대책으로 폐쇄적인 병영문화 혁신(35.2%), 군사법제도개혁(27.9%), 군내 인권교육 강화(22.7%)등을 꼽았다. 그는 지난 8월 21~22일 전국 성인 남녀806명을 대상으로 대국민 인식도 조사를했다고 한다.

진 의원은 “인권 개선과 병영문화혁신을위한 노력이 군사제도로 확립되지 않고 지휘관의 선의와 결심에 맡겨져 왔다”면서“군내 구타와 가혹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