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장성/권해조
한국안보평론가협회 부회장
kwonhj43@hanmail.net


서언: SCM 결과와 평가

지난 10월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양국은 북한의 핵위협을 비롯한 한반도 안보상황과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등의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전시작전권통제권 전환을 연기하기로 공식 합의하였다. 그리고 양국은 서울용산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 본부와 경기도 동두천 미 2사단 화력여단을 현 위치에 잔류시키기로 하고, 북한 미사일 공동방어 작전개념 공동 승인과 작전계획을 만들기로 했으며, 정보공유, 사이버공동대응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또한 초국가적. 비전통적안보 도전에 대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하고, 북한에 대해 북방한계선(NLL)의 인정과 준수를 촉구하였다.

이번 SCM에서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방장관은 조건(condition)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양해각서(MOU)에 공동서명하고 15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양국이 합의한 전작권 전환조건은 (1) 북핵문제 등 안정적 작전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역내 안보한경 (2) 작전권 전환 후 한미 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구비와 미국의 보완 및 지속 제공 (3) 국지도발 및 전면전 초기 단계에서 북한의 핵. 미시일 위협에 대처 할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와 미국의 확장억제 수단 및 전략자산제공과 운용 등 3대 조건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작전권 전환시기의 특정한 연도를 명기하지 않았지만 국방부는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가 완성되는 2020년 중반으로 목표를 정하고 있다. 그리고 안보상황과 핵심군사능력 구비여부는연례한미정보교류회의와 한미연합 이행관리체제 기구를 통해서 매년 SCM에 보고하여전환 시기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작전권 전환문제는 노무현 정부에서 전작권을 주권침해이자 국민적자존심을 훼손하는 사안이라며2007년 2월 한미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4월에 전환토록 결정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 등으로 북한의 위협이 증가하자 2010년 6월 이명박 정부에서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연합시스템인 한미연합사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2015년 12월1일까지 연기하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북한의 3차 핵실험과 최근 계속되는 장거리미시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안보환경이 극도로 불안정해지자 이번에 다시 연기하게 되었다. 이번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한 평가와 의미,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한 평가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해 국내정치권에서야권은 ‘군사주권 포기와 안보실패를 입증하는 것’이라며 비판적인 평가를 했으나, 여당은 ‘한반도의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를 유지하기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리고 한미 주요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미국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대한방위공약 약화우려를 해소하고 한국의 자체적 방어능력을 확충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것이며, 한미연합사 체제유지가 가장 현명한 결정’이라 평가했으며, 캐스린 문 부루킹연구소 한국석좌는 ‘현재로서 적절한 시스템과 구조가 마련된 이후 전환시점을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고 언급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 센터 선임연구원도‘한미연합사 체제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도‘이번 결정은 한국이 자체능력으로 북한의핵과 미사일에 대처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비대칭 전력에 대응하는 한미양국의 노력이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주변국의 군국주의 부활과 북한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시기에 연합사의존속을 포함한 이번 조치는 시기적절하고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싶다.전작권 전환연기의 의미
첫째로, 가장 큰 의미는 북한의 위협이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국가안위와 생존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다. 특히 우리안보의 핵심축이며 한미동맹의 연결고리인 한미연합사 존속은 유사시 한국방어에 대한 미국의 책임과 증원전력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한 미 2사단 화력여단 동두천잔류는 전쟁초기 열세한 우리의 대화력전을 대행할 수 있다. 둘째로 소모적인 안보논쟁을 막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조처로 야당을 포함하여 NGO들의 비판의 목소리와 한미연합사 잔류로 용산공원조성 계획의 차질 등이 우려된다. 그러나 그동안 전작권 전환에 따른 여야정치권과 진보 보수간의 소모적 논란을 잠재울 수 있으며, 국방 예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되었다. 셋째로, 자주국방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국가안보를 미군에 의존하는 타성(惰性)에 젖어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망각할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주권국가로서 전작권 행사는 당연하며, 전작권 전환을 위한 연합방위태세 정비와 강군 건설을 위한 새로운 국방개혁의 시발점으로 보아야 한다.

새로운 과제
첫째, 독자적인 대북 대응능력을 조속히갖추어야한다. 우선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무인정찰기, 군사정찰위성을 포함하여 27개 사업에 2027년까지 27조 8천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지금까지 복지 포퓰리즘에 얽매여 국방비가 계속 감소추세였다. 또다시전작권 전환을 연기하지 않으려면 대북대응전력구축에 필요한 국방예산을 반드시 확보해야한다.

넷째, 미국의 협조와 유엔을 위시한 주변국과의 생존외교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독자적 대북대응전력을 확보할 때까지 미국의 핵 억지력과 핵우산이 보장되어야하며, 전술핵 배치나 핵잠수함 상주도 고려해야한다. 그리고 한국이 독자적으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의 사거리가 연장되어야 하고, 한미원자력 협정이 조기타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세계 주요 국가들의안보체제는 완전 자력방어가 아니라 국가간 협력방어체제가 대세이다. 우리보다 국력이 월등한 일본, 독일도 미국과 NATO에안보를 맡기고 있다. 국가 생존을 위해서는유엔을 위시한 주변국과 생존외교를 강화해야한다.

결언
이번 전작권 전환 연기결정은 독자적 대북 대응능력이 부족한 시점에 국가생존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처였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한미동맹을 이용해서 미국에 국가생존을 영구히 위탁하는 것은 아니며 자주국방등 비대칭전력에 대한 방어뿐만 아니라 대북 선제타격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시스템구축은 계획대로 2020년 중반까지는 반드시 완료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 작전개념인 ‘탐지(Find)-식별(Fix)-결심(Target)-타격(Engage)’의 4단계에 필요한필수 전력을 구비해야한다.

둘째, 새로운 독자적 대북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대북문제는 주변국에게는 정치적문제이지만 우리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강력한 억제능력과 의지가 담긴 새로운 대북전략과 통일 후 대비계획까지 세워야 한다.

지금까지 한미연합전력을 바탕으로 한 소극적인 방어위주의 전쟁억제전략에서 한국 단독의 적극적인 공세전략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작전계획 수립과 합동전투력극대화 방안, 병력운용 및 장병훈련 계획까지 구체적인 국방개혁 플랜을 만들어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셋째, 예산확보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 국민의 강력한 의지와 총체적 협력이 필요하다. 예산 부족으로 정부가 2005년 9월에 발표한 ‘국방개혁 2020계획’도 실행이 불가능한 계획이 되었고, 2009년 수정한 ‘국방개혁 09-20’과 2011년 3월에 발표한 ’국방개혁 307계획‘도 차질을 가져왔으며, 2012년9월에 발표한 국방개혁 ’기본계획12-30’도추진이 불투명하다. 전력증강계획에 포함된에 대한 새로운 출발점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자유민주평화통일도 나라가 강해야 달성할 수 있으며, 경제력도 중요하지만 튼튼한 안보가 초석이다. 국민정서를 고려하면 하루 빨리 자력방어가 필요하지만,단기적으로 보면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고우리의 독자적인 대북대응전력이 확보되거나 나아가 통일이 될 때까지, 장기적으로 보면 통일 이후에도 한미연합전력이 필요할지모른다. 이제부터 국가자존심을 내세우며자주국방을 주장하는 소모적인 논쟁을 중지하고 국가 안위(大我)를 위해 작은 희생(小我)을 버리는 초당적 대북정책과 국민적 협력이 필요하다.

일찍이 사마양저는 ‘천하가 태평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롭다 (天厦雖安忘戰必危)’라 하였고, 로마 베제티우스도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 하였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상대국이 나쁜 짓을 하면다시는 못하도록 상대국의 본체를 강타하여괴멸시키고 전 국민이 사생결단의 의지를보이는 이스라엘의 생존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번 전작권 전환연기를 계기로 군은 새로운 각오와 결의로 군 개혁을 철저히추진해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주국방과 조속한 대북 대응전력 확보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온 국민의 힘을 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