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충빈
전 육군참모총장


북한은 2014년 10월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에 고위 사절단을 보내서 남북고위급회담을 약속하는 등 화해의무드를 조성하면서도 NLL 도발, 민간 대북전단 풍선에 대한 고사포 사격, GP조준 사격 등 도발을 병행하면서 우리의 대응태세와 반응을 탐색하고 있다. 한편 윤일병 사건으로 촉발된 병영문제들을 혁신하기 위하여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군 간부의 도덕성문제와 병사들의 군기문란 사고, 군사력 건설 등의 문제들이 언론에 연일 보도됨으로써 한국군 전체가 문제투성이인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군은 소명의식을 잊지 말고 강한 군대를 육성하여 전쟁을 억제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과 부대관리 등 군 본연의 임무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 길만이 실추된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군대로 거듭날 수 있다.

지금까지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매체를 통하여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좋은 의견을제시하였다. 그러나 병영문화에서 드러난문제에만 집착하여 해결 대안을 찾다보면,국민 모두가 원하는 강한 군대 육성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대안이 나올 수도 있다. 강한군대육성과 병영문화개선 문제는 통합적인시각에서 그리고 기초를 다시 놓는 자세로시작하여, 그야말로 기본부터 환골탈태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선진 강군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고를 통하여 병영문화 혁신, 초급 간부의 강화, 강한군대 육성,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군으로거듭나는데에 소견을 더하고자 한다강한 군대는 어떻게 양성하는가?

미군은 베트남전쟁에서 철군할 당시 112만 명이던 병력을 1974년까지 78.3만 명으로 줄이는, 약40%의 병력감축(육군50%)을단행하였다. 물론 국방예산도 대폭 삭감되었다. 미군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병영내에서 마약과 온갖 폭력이 난무하여 장교들은 막사에 들어가기를 꺼려할 정도가 되었다. 또 일부 사악한 간부들은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장교들을 비방하고 헐뜯어서 해고 통지를 받게 만들기도 하였다. 유능한 장교와 하사관들이 이에 휘말려 군을 떠나기도 하였다. 그런 군대가 20년 후인 1991년1차 걸프전에서 빛나는 승리를 거두는 군대로 개혁되었던 것이다. 그 성공의 비결에 대하여, James F.Dunigan 과 RamondM. Macedonia가 월남전 이후 미군의 개혁에 관하여 쓴 「Getting It Right」라는 책에서“미국의 걸프전 승전은 기술적인 우위가 아니라 올바른 교리로 훈련된 질 높은 인력과유능한 리더십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즉 강군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지휘관이나 간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의 인력자원은 장교와 부사관 및 병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병무청에서는 병의 경우 징집 가용 자원의 감소로 대상 자원의 91% 이상을 입소시키고 있다.

그 결과 매년 4,000여명이 입소 후 부적격판정을 받아 조기 귀가되고 있는 실정이다.부사관과 장교들도 우수자원 확보의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병역제도의 개발이 시급하다.

또한 획득된 인력을 우수한 인재로 양성하기 위하여 우리 작전환경에 부합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발전시켜야 한다. 기초와 기본을 더욱 강화하고 실전적 훈련을 통해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즉각 활용할 수 있는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적 훈련이나 ‘했다치고’식 훈련으로는 강군을 만들 수 없다. 야전과 교육기관간의 연계성 유지를 통한 온라인 교육체제를 병행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그리고 부대는 교육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기타 잡무는 민간에 위탁하는 제도를확대하여야 한다.강한 초급 간부가 전승을 보장한다.

미군이 한국전에서는 전쟁을 잘 하였는데베트남전쟁에서 패배한 이유 중의 하나는한국전에서는 2차 세계대전에서 전투경험을 쌓은 유능한 하사관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월남전에서는 그런 유능한 하사관들이다 전역하고 없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었다. 더구나 월남전 당시에는 소대장들의 전투경험을 위해 빈번하게 소대장을 교체하였다고 하니 소대의 전투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초급간부라 함은 중·소위와 하사 및 초임 중사를 지칭한다. 이들은 분대 및 소대,포대, 포반 등 가장 작은 전투제대의 전투력 발휘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지휘자들이다. 아무리 큰 전투라 할지라도 승리의 발단은 이들로부터 시작되고, 이들의 사소한실수나 능력부족이 패전의 시초가 될 수 있다. 초급간부들의 역할이 이처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여러 가지 사고를 보면초급간부들의 역량강화가 시급한 과제라고여겨진다. 초급 간부들의 역량은 부족한데,거기에 더하여 상급부대의 지시사항은 폭주하다 보니, 초급장교들이 맡은 임무를 훌륭하게 소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므로 상급제대의 지휘관들은 명령과 지시를 내릴 때 말단 지휘관이 할 사항까지 세밀하게 지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고급제대 지휘관은 정책 및 전략적인 수준의 지시만 내리고, 예하 각급 지휘관들이창의성을 발휘할 여지를 주어야 한다. 이것이 평소부터 임무형 지휘체제를 숙달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상급부대의 명령이나 지시를 받은 제대별지휘관은 그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여 예하지휘관 및 지휘자가 반드시 이행하여야 할과업만 간추려서 지시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지시로 인해 하급 지휘관(자)들이 갖게 되는 짐을 덜어주게 되고, 지시를 이행할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상급제대 지휘관들은 과시적 차원에서즉각 반응식의 지시를 하거나, 단기간에 결과물을 얻으려는 조급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하급지휘관이나 간부들이 비록 지금은 부족하더라도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에 주안을 두고,정성을 다해 지도해주어야 한다. 또한 상급간부들과 병사들 사이에서 일방적인 지시를 받거나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 초급 간부들은 그 자신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여건이 너무 열악하여 초급 간부들에 의한 사고또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열악한여건 속에서 그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줄상급자들의 배려와 멘토링이 병사들에 대한 지휘관심 못지않게 초급간부에게도 필요하다.병영문화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리고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병영은 전투를 준비하고 유사시 즉각적인 출동을 준비하는 곳이다. 그런 병영 내에서 전우애를 북돋우고, 부대단결을 높이기위하여 여러 가지의 활동을 할 수는 있지만,강한 군대육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서벗어나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군에 대하여한편으로는 강한 군대 만들기를 요구하고,다른 한편으로는 군에 보낸 아들, 딸들이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군 복부를 마치고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병영문화혁신이 병사들의 편익과 안전에만 치중한다면강한 군대를 육성하는데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강군육성이라는 최종 목표를 두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병영문화”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그래야 그에 대한 개념이 공유되고, 모두가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 법령을 기초로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이 바라는 “강한 군대” 란 무엇이고, 군대다운 병영을 구현할 수 있는 병영문화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학문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이 담긴정의가 선행되어 국민들과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정의는 법이나, 최소한 국방부장관 령으로 공포하여 법 강제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정의를 기준으로 하여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병영의 다양한 부조리와 악습 등을 제거하는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병영문화 개혁은 내무반 환경 개선, 제도개선 등의 Hardware 측면과지속적인 인권교육, 윤리교육, 소양교육, 독서 등 인성을 변화시키는 Software 측면이병행되어야 한다.

국내외의 개혁의 성공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3가지의 교훈을 도출 할 수있다. 첫째,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불씨의 역할을 할 리더가 필요하다. 둘째, 개혁은 리더가 솔선수범하고 솔직할 때성공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이 스스로를개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폐쇄된 의식의 벽을 허물어야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 군도 특히 상급자부터 하급병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마음과 생각을 일신하여 새로운 불씨를 지피면서 진정한 리더십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모두가 합력하여야 강한 군대 육성의 꿈은 이루어진다.

군에서 병영문화의 문제들이 불거졌을때, 정치권, 언론,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고, 마치 군대 전체가 그런 것처럼 다루기도 하였다. 그러나 차분히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군대는 국민의 자제들로 이루어진 국민의 군대이고, 오늘날 군대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고들이 가정교육 부재, 인성교육이 부족하였던 학교교육, 그리고 그런 악습들을 싹트게 만든 사회적 현상의 연장선상에서 잉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강한 군대 육성, 그리고 그 일환인 병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학교, 사회 그리고 가정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일부병사들의 집단 구타가 병영 내에서 일어나게 된 것은 그들이 배워야 할 가장 기본적인윤리와 도덕, 사회규범, 인권 의식에 대한교육 등이 결여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이 사회 탓만 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일단 군에 입대한 장병들은군에서 가르치고 계도하여 국방임무를 성공적으로 하고,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사회에 환원시킬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군내에서 최근과 같은 문제들이 재발하지 않도록감시와 관리력을 동원하는 등의 물리적인시스템을 비롯하여 인성을 순화시키는 여러 가지 대안들이 동시에 작동되어야 한다.

이런 대책들은 지휘관이 바뀌더라도 임의대로 변경 내지 철회하지 못하도록 법규로규정하여 영속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학교교육에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교과과목의 개선과 문제 학생들에 대한 정보 공유, 종교단체에 의한 인성교육, “어머니 기자단‘과 같은군을 위해 봉사하는 사회적인 캠페인 등 진정으로 군을 사랑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강한 군대를 육성하는데 필요한 재원마련과 법제도정비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후원해야 한다.

최근에 알려진 ‘미 육군 특무상사가 여 승무원에게 자랑스런 제복이 구겨지지 않도록 해달라’며 벌어졌던 비행기 안에서의 일화, ‘미국의 은행에서 창구에 줄을 서 있는시민들이 군복을 입은 군인이 들어오면 군인에게 먼저 일을 보도록 양보하는 모습’ 등은 미국 국민들의 군에 대한 애정과 존경의마음이 어떠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군도 세계 최강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군인들은 극히 소수 이며 대다수의 군인들은위국헌신의 자세로 군무에 충성스럽게 복무하고 있다. 군대란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받지 못하면 존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군은 잘못된 점을 겸허하게 반성하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라도 기초를 튼튼히 하면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진정으로 강한군대가 되려면 이제 각자가 제자리로 정위치 해야 한다. 그리하여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는 어느 한사람만이 노력해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강한 군대육성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가지고 참여하고, 힘을 합쳐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