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욱
법학박사
미8군 메릴랜드주립대학교
형사사법학과 교수

지난 3월 5일 평소 역대 주한미국대사 중 대민외교에 가장 적극적이라고 알려진 지한파 마크 리퍼트 美대사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찬강연회에 연설 차 참석했다가 한 반미성향의 극단주의자로부터 피습을 당하여 얼굴 등을 크게 다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리퍼트 대사는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오른쪽 뺨에 길이 11㎝, 깊이 3㎝의 자상과 왼쪽 팔에 관통상을 입어 80여 바늘을 꿰매는 수술과 6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흉기가 경동맥을 비껴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며 회복도 매우 빠르게 했다고 한다. 불행 중다행이지만 한국의 동맹국 대사가 서울도심에서 테러를 당한 일은매우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한국의 대중들에게 서민적인 미국대사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부임초기부터 무던히 노력을 했던 그가 이렇게 무자비한 공격을 받은 것은 정말 개탄할 일이다.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범인 김기종은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진각본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여진다. 당국에 따르면 그는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전력이 있으며 “외국사절 폭행 등 전과 6범”으로서 상습적으로 한국주재외교관들을 공격했다고 한다. 이번리퍼트 대사 피습 때는 통일에 해가 된다며 “한·미 군사훈련 반대”를외쳤다고 한다. 현장에 그가 준비해왔던 유인물에는 “남북 대화 가로막는 ‘전쟁 훈련’ 중단하라”, “우리나라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켜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직후엔 한미관계나 나아가서는 한미동맹에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정부의신속한 대처와 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국민들의 따뜻한 응원이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일축하기 시작했다. 한국정부는 ‘외교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가해행위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조사해 이에 따른 조치를 엄정히 취해 나갈것”이라고 밝혔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행정자치부장관과 경찰청장에게 “진상파악과 배후 규명을 철저히 하고, 주한 미 대사관을 비롯한 주한 외교시설의 경계강화와 외교사절의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주한미국대사관이 위치한 세종로에는‘내가 리퍼트다(I AM LIPPERT)’라는 글귀의팻말과 함께 카네이션이 놓여졌고 시민단체들은 광화문 일대에서 촛불문화제 등 집회를 열어 리퍼트 대사를 응원했다. 병원에 입원한 리퍼트 대사는 자신의 쾌유를 비는 한국국민들에게 SNS 등을 통해 고마움을 전했다. 한국의 여·야 정치권도 한 목소리로 이번피습 사건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규탄했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은 미국 의회에 서한을 보내 유감과위로의 뜻을 표하고 한미동맹 강화를 당부하기까지 했다. 사건 당시 중동 4개국 순방 중이었던 박근혜 대통령도 귀국하자마자 바로서울공항에서 내려 입원 중인 리퍼트 대사를병문안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중동 순방 중에도 피습을 당한 리퍼트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하면서 조속한 쾌유와 회복을 기원했었다. 리퍼트 대사는 퇴원을 하며 기자회견을 할때 한국국민들의 응원에 깊은 감명을받았다면서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공격 현장에서 용감하고 헌신적으로 도움을 준한국인과 미국인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치료를 받는 내내 한국인들의 공감과 응원에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도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으로 한국과 미국의 끊어질 수 없는 고리와 믿음을 확인했다”며“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 같이 갑시다”라고 한국어로 표현을 하여 건재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였다. 한편 워싱턴 정가에서도한미동맹은 여전히 공고하며 한미동맹의 근본적 가치 훼손은 있을 수 없다며 한국 측에신뢰를 보냈다.

65년 전 6·25전쟁에서 미군은 수만 명의 목숨을 이 땅에 바쳤다. 피로 맺어진 동맹이기에 한미동맹은 혈맹관계인 것이다. 물론 한명의 극단주의자가 저지른 사건이기 때문에양국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수많은 희생자의 댓가로 이루어진 한미동맹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사건발생후 시종일관 의연한 자세를 보여준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엄정한 조치와 동맹국의 신뢰를 보여준 한국정부 그리고 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며 따뜻한 응원을 아끼지않았던 대한민국 국민들께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