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희
한독미디어대학원 교수

왜 창조국방을 말하는가?
지난 20년 간 우리는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시대적 전략을 가지고 살아왔다.

이 전략은 정보화를 하지 않거나 적게 한 상대를 이기기 위하여 먼저 또는 더 많이 정보화 투자를 하면 된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 세상 대부분이 정보화 되어버려 과거와 같은 정보화의 양적 증가는 더 이상 전략이 되지 못하는듯하다.

더구나 과거 어떤 기술보다도 생각을 가장 빠르고 싸게 구현해주는 정보기술의 속성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생각의 경쟁으로 세상을 바꿔 놓은 지 이미 오래 되었다.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이 2010년경에 종료될 것이라고 그의 책에서 예견한 바 있으며 이미 많은 미래학자는 지금 우리가 상상의 시대에 진입하였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지금은 과거의 성실한 반복이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전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또 지나간 시대의 교훈을 되새겨 보아야 할 때이다.

우리는 지난 20여 년간을 노력하여 세계 최고의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추진했던 정보화의 개념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었다. 필자는 우리가 정보화를 개념에 대한 탐색보다는 정보기술로체계를 많이 건설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측면이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결과, 우리보다 낙후된 기반에서 미국이 줄줄이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 낼 때 우리는 단 하나의세계적 IT 기업도 만들어 내지 못하였다. 우리가 그 이유에 답하지 못한 채 새로운 시대대비를 위해 또 다른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매우 걱정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0년간 수많은 기업이 개념이 아니라 기술적용에 투자하다 무너졌고 급기야는 개념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결국은 산물의가치를 좌우한다는 것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지난 10년 전부터 세계 경제 분야의 수많은 선두 조직들이 기술의 차별성이 아니라상상의 차별성으로 경쟁을 시작하면서 이제기술은 가치의 중심이 아니라 상상을 구현하는 수단이라는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가고있다.

즉, 컴퓨터나 기술이 아니라 창의적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가치창출의 중심이 되는새로운 시대에 이미 들어선 것이다. 2006년전 세계 시장의 63%를 장악하며 매출액의14%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던 노키아가 불과4년 만에 사라졌고, 소니가 신용등급 정크가 되고, 코닥이 자신이 세계최초로 개발했지만 상품화하지 않았던 디지털 카메라 때문에 사라져갔다. 경영학에서는 그 이유를기술이 아니라 개념기반의 파괴적 혁신을한 기업들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창조경제가 일시적인 정치적 아젠더가 아니라 시대적 아젠더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있다. 이런 시대적 배경아래 지금 우리가 창조를 이야기하는 것을 알고도 이를 정치적아젠더로 여기는 것이야 말로 필자는 오히려 정치적인 아젠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창조국방은 무엇인가?
국방부가 올해 초 창조국방을 새로운 국방 비전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를 하였다.

지난 수십 년간 첨단무기 중심의 정보과학군을 추구하던 과거의 관성을 끊어내고 드디어 창의성을 국방의 중심자원으로 인식하였다니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의 국방개혁은 첨단정보과학군을 건설하여 군 조직 축소의 허점을 보완하려노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예산지원의 기본가정은 처음부터지켜지지 않은 채 조직의 조정만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알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 지원수준에 맞추어 군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거나특단의 예산 지원을 건의하여야 하는데 두가지 방안 모두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이 두 가지 방안은접근 방식을 그대로 둔 채로 오직 예산 변수에 따르는 대처 방안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제한된 예산환경 아래서 시대적 통찰을 통해 오히려 전력을 증가 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도를 찾아내어야만 한다.

그것은 우리 군의 외형과 규모의 조정 차원의 개혁에서 벗어나, 세계 대부분의 기업들이 받아드리고자 노력하는 창조시대의 패러다임을 국방경영에 접목시켜 기술만이 아니라 창의성을 기술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군의 근본속성을 바꾸는 것이다.

그동안의 창조화 접근은 기존 시스템의입력수단인 기술과 창의성 투자를 증가시켜출력인 경제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으로 만비춰지고 있다. 그 이유는 기술과 창의성이결합되어 보다 혁신적인 가치가 창출될 수있도록 기존의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국민의 시각에서 관찰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지난 60년간 군이 자주국방의 수단으로과학기술과 첨단무기 확보에 노력해 오는동안 군인은 점점 단지 무기를 사용하는 자리에 있었고 전력건설이란 또 다른 무기의획득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기술시대 사고로 인해 다른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군도 건설된 전력체계를 실제 힘으로 전환시키는 전략능력을 건설하는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했었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우리가 가장 먼저 준비해야할 공백은 무기나 지휘체계가 아니라 바로 독자적인 전략건설 능력의 공백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창조국방은 이런 군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로 보인다. 현재의 국방 시스템은 기술을 군사가치로 만드는데 최적화되어있다. 그러나 제한된 예산과 병력, 다변화하는 안보위협이라는 환경은 저비용이면서 고가치를 창출해내는 새로운 국방 패러다임을 수용하는 국방 시스템을 요구하고있다.

따라서 창조국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런 환경통찰을 바탕으로 창의성과 기술이라는 두 가지 수단을 동시에 사용하여 보다 혁신적인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조해 낼 수 있도록 현재의 국방 시스템을 개조하는 시대적 개혁과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방 좌뇌와 우뇌의 투자균형을 조정하는 일과 우뇌의 본체인 사람을 이노베이터로 육성하는 일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이다. 창조국방의 성패는 결국 이것에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경계할 것인가?

시대적 아젠다이며 전략적 결단이기도한창조국방을 추진하는 군에게 필자는 반가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창조국방을 추진 과정에 반드시 경계하여야 할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군이 창조국방을 추진하며 단기적결과가 아니라 개념과 접근과정의 창의성에주목하기를 기대한다.

자칫 산물에 대한 조급증은 창조화 패러다임 탐색과 혁신에 필요한 기간을 인내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으로 새로운 소요를 조급하게 도출하여 또 다른 체계건설투자를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에 군이 이런 산물을 국민에게 창조국방의 산물로 소개한다면 커다란 비판에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는 창조화와 혁신이 무엇인지를 아는국민이 이미 많기 때문이다.

둘째, 새로운 기술을 국방 분야에 투사하는 일을 창조국방이라고 혼동하지 말 것을기대한다.

예를 들면, 사물인터넷이나 3D 프린터 등의 새로운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는 것을 창조국방이라고 혼동하는 오류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지난 20년 간우리가 해왔던 새로운 정보기술을 투입하는논리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거식 접근은 남과 다르게 기술을사용하는데서 혁신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아니라 남보다 먼저 신기술을 적용하는데서 오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은 아무것도 새롭지 않은 것을 새로움으로 포장해온 과거의 논리이며 끝없는 기술재투자의 경쟁으로 뛰어들도록 유도하는 기술자의 논리일 뿐 이다.

창조국방은 바로 이런 고비용의 구조적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만이 아니라 사람의 창의성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셋째, 창조국방 원년에 반듯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길 기대한다.

창조국방은 단편적인 산물을 내놓는 것이아니라 국방 시스템을 개조하는 일이며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과 조직의 역량을 구축하는 일이다.

군이 혁신적인 국방가치를 만들기를 원하면 먼저 근본적인 국방의 문제를 도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창의성이란 문제를 푸는능력이라기보다 남이 발견 못하는 근본문제를 도출하는 능력이며 혁신적 가치는 여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창조국방이 문제를 푸는 것에 집중하면문제를 놓치게 되고, 문제를 놓치게 되면 개념적 해법의 존재를 놓치게 되며, 창조국방이 결국은 기술과 체계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또 다른 채널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항상 경계하기를 기대한다.

넷째, 창조국방은 현재의 업무체계를 모두 바꾸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업무를 증가시켜 전체적 국방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그러므로 창조국방을 위해서는 엄중한 국가방어를 담당하는 조직이 아니라 지원부서에서부터 시작해야하고 업무의 목표와 방법을 바꾸어 효율이 아니라 효과를 추구하도록 개조하여야 한다.

오직 일류만이 개념과 효과에 도전하며시행착오를 전략으로 허용하고 이류와 삼류는 항상 남을 모방하는 효율에 만족하는 법이다.

창조국방을 추진하며 상급제대가 할 일은사업의 신속한 결정이나 임무의 부여가 아니라 각 군의 창조엔진을 창발과 시행착오가 가능한 환경으로 만들어 주는 일이라는것을 잊지 말아주기를 기대한다.

다섯째, 창조국방은 사람의 창의성을 군사가치 창출의 자원으로 사용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므로 창조국방의 가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본래 군인이란 생명을 걸고 창의성으로 승부하는 자를 말하였으며 전술과 전법이란 고정된 방법론이 아니라 악조건에서 기만과 기습이라는 창조적 군사가치를 만들어내는 이노베이션을 통칭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군인들의 우상인 모든 역사 속의 명장은 그 시대의 이노베이터였고 삼십육계라는 병서는 문제를 36가지 새로운 방향에서 생각하게 하는 창의적 문제해결 도구였다.
그러므로 군은 창조국방이, 기술과 무기에 의존하던 군사사상에서 벗어나 군인의 창의성이 전투의 중심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과업이며, 21세기 창조화 시대에 부합되는 군인의 상을 재정립하고 육성해내는 근본 운동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맺음말
파괴적 혁신에 대한 이론 연구에서는 조직이 창조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투성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즉, 군이 창조국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 틀을 개조하려는 선도적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 과업은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관찰이 아니라 실체 뒤에 것을 꿰뚫어 보는 통찰을 요구한다. 그 이유는 창의적 혁신의 가치가 문제의 해결 능력이나 수단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통찰하는 능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창조국방은 군을 일류로 만들기 위한 지난 60년 군의 숙원 사업이며 자주국방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군이 용기 있게 창조국방의 깃발을 든 것에 국민의 한사람으로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군이 창조라는 시대적 아젠더를 가장 창조적으로 소화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기다리고 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과업의 본질이 아니라 외형적인 것에 주목하게하고 조급하게 체계 도입을 추진하는 일로 창조국방을 오도시키는 논리들을 항상 경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