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장성/권해조
한국안보평론가협회 부회장
kwonhj43@hanmail.net지난 3월 26일 조창걸 한샘회장이 미래의 세계적 리더를 키우기위해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Brookings) 재단과 같은 한국판 싱크탱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미래전략을 만들어내는 싱크탱크를 많이 운영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이 매년 싱크탱크 지명순위를 매기고 있다. 2014년도 전세계 6,681개의 싱크탱크가 지명되어있고 미국이 1,830개이다. 미국은 브루킹스재단, 헤리티지재단 등 워싱턴 DC에만 500여개가 있다. 싱크탱크는 특정집단이나 정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익단체가 아니고 정책 현안에 대한전문지식을 제공해서 정부나 의회 정책결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목표로 하고 있다. 주로 정파 간 갈등이나 관료 간 합의가 안 되는 회색지대에 놓인 정책과제를 연구주제로 삼는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1927년 설립되어 현재 1만여 명의 연구원을 두고대부분 재단과 기업, 개인 기부금등으로 연간예산 1억 3,200만 달러(약 1,460억 원)를 사용하고 있다. 브루킹스 재단은 1, 2차 세계대전이후 황폐된 유럽재건을 위한 마셜플랜 기초를 만들고, 2000년대 중반 사회 양극화 해결을 위한 해밀턴프로젝트를 제안했고,1981년 리더십 지침보고서는 레이건 대통령의 운영방침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그리고 싱크탱크 출신들이 정부 주요공직에 임용되고, 공직을 마치고도 싱크탱크에서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166여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35개가 지명되어 있다. 대부분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과 대기업 전략기획실이나 소규모의 민간 연구기관이다. 국책기관들은 세계적 수준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연구과제나 질에 공익성이나 전문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아직도 국제적으로 이름 있는 싱크탱크가 없으며, 은퇴한 각 분야 전문가들도 갈 곳이 없다. 군에서도 4성 장군이 많이배출되어도 전술가는 많으나 뛰어난 전략가는 거의 없다.
이번 한샘재단의 발표는 싱크탱크부재의 우리로서는 대단히 고무적이다. 한샘은 2012년 설립한 ‘재단법인 한샘드뷰’를 미국 브루킹스재단의 모델로 육성하기위해자신이 보유한 회사주식 4,500억 원 상당을출연하여 한·중·일의 정·재·학계 전문가들로 구성하여 지속가능한 선진국으로 갈 수있도록 장기적인 미래전략을 수립하여, 동서가치의 융합, 디지털 기술 활용과 생활혁명, 중국의 격변과 동아시아 생활방식의 창조 등을 연구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미래전략의 부재로 많은 손해를 보았다. 예를 들면 병자호란 후 청나라 불모로 가서 서양문물을 배워온 소현세자(昭顯世子)가 죽지 않고 왕위를 계승하였다면 일본보다 먼저 개화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구한말 신미양요 후 고종이나 관료들이 동북아의 지정학적 지전략적 안목에서 청나라 외교관 황준헌(黃遵憲)이 제시한 사의조선책략(私擬朝鮮策略)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대비하였다면 한일강제합병은 없었을지 모른다. 조선책략은 당시 청(淸)의 실권자 이홍장 견해이며청나라 외교노선이었다. 핵심내용은 국제질서가 세력균형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러시아의 침공을 막으려면 ‘약한 자에 붙지 말고 강한 자에 붙어야 한다.’며 친(親)중국, 결(結)일본, 연(聯)미국으로 미국을 우방으로 끌어들이면 조선은 화를 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외교의 기본원리이다.
지금도 우리는 예나 다름없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강국에 둘러싸여 있으며 동북아를 중심으로 세계 변화를 예측하고 올바를 해결책을 제시하는 국가 미래대전략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국가전략은포퓰리즘(전술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금도 포퓰리즘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당분간 동아시아를 선도하려면 중국과의 관계유지도 중요하지만 미국과 같이 가야한다. 그리고일본과는 관계개선을 위하여 과거 양국이맺은 공식협약을 준수하고 통 큰 양보도필요하다.
새로 발족하는 ‘한샘드뷰 연구재단’을 축하하며 요동치는 한반도 주변정세에서 우리나라를 구하고 발전시킬 위대한 전문전략가를 많이 양성하여 미래국가 전략구축과 새 모델제시 등 명실 공히 한국판 싱크탱크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