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박사
협성대학교 대학원 교수
본지 편집위원장
seokseung333@hanmail.net

얼마 전 중미의 쿠바에 이어 중동의 이란까지도 핵폐기를 약속하는 가운데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였다. 이에 따라 이들 두 국가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토대를 마련하게 되었으며, 국가번영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외로운 섬’과 같이 국제사회로부터 외면을 받아온 북한은 이런 추세를 애써 외면하면서 아직까지도 시대착오적인 “핵개발야욕”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일찍이 ‘액턴 경(卿)’이 설파한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 있다면 오직 하나 냉엄한 자국의 이익만이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쿠바와 이란, 이들 두 국가가 오랜 기간동안 폐쇄적인 정책을펴오는 동안 그들 국가의 국민들은 21세기 최첨단의 문명문화를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생활할 수밖에 없었으며, 특히 쿠바는 ‘카스트로’ 형제가 대를 이어 수십년간 1인 장기독재를 해오는 동안국제사회로부터 배척을 받아 매년 수만명이 기아선상에 허덕이다 못해 쿠바를 탈출하는, 그런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형편에 있었다.

또한 이번에 이란이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한 이유 가운데 가장중요한 것은 지난 2013년 8월 대통령으로 당선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용단을 꼽을 수 있다. 이란의 역대
다른 지도자들과는 달리 국민들의 대변자임을 자처한 ‘로하니’ 대통령은 “핵을 버리고 경제를 선택하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과감하게 받아들였다. 즉 미국을 비롯한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주요 6개국과의 1년 7개월간에 걸친 협상에서 이란은 우라늄 농축활동을 10년간 제한하는 대신 유엔 안보리의 대이란 경제제재조치를풀어주는 것에 합의를 하였다.

이에 따라 이들 두 국가는 우선 미국을 비롯한 유엔, 서유럽국가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받았던 각종 금융제재가 해제되어 자본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특히 이란 같은 경우는 핵개발을 포기하는 댓가로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선물 이외에도 상당한 량의 재정지원을 받게 됨은 물론이고유엔 등 국제사회로부터의 제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쿠바나 이란의 국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국 정부의 조치에 매우 큰 환호를 하면서 앞날에 대한 기대로 넘쳐 있으며,이란의 경우는 이를 계기로 다시 중동지역의 맹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까지 잡게 되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유일의 3대 권력세습국가이자 전역을 ‘창살없는 감옥’으로만들고 있는 북한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이들 두 국가의 움직임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다. 아니, 보다 더 정확하게는 이런 사실이 인민들에게 알려지는것을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다. 아마도 그 후폭풍이 그들 사회내부에 미칠 엄청난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마치도미노현상처럼 일어났던 동유럽 사회주의국가 및 동서독, 구소련의 붕괴 당시에 북한당국은 그 본질은 애써 외면한 채 이들 국가들이 돈 몇 푼 때문에 국가의 위신과 체면도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는, 궤변을 늘어 놓았던 적이 있다.

그리고 몇 년전 튀니지, 시리아, 이집트 등중동지역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번졌던 이른바 ‘아랍의 봄’ 당시에도 이런 사실을 애써외면하면서 인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북측은 이란의 경우 협상을 성공리에 마친 후 귀국하는 ‘로하니’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이제 겨울이 끝났다, 고마워요 로하니” 등을 외치며 환호하는 모습을 전해주기는커녕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즉인민들이 응당히 알아야 할 유익한 정보나소식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면서 이런 시대적 추세와는 정반대로 ‘강성국가의 위용’만을 과시하는, 그런 이해하기 힘든 입장과자세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당국은 지구촌의 변화무쌍한 흐름,즉 움직임을 자신의 체제유지나 안정에 꼭필요한 것만 선택하여 보도하고 있으며, 심지어 고의로 왜곡, 조작하여 “사실과는 전혀다른 정보나 소식”으로 포장하여 알리고 있다. 이번의 경우도 쿠바, 이란과 관련된 정보나 소식은 인민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채그들이 2년 전 내세운 ‘핵경제병진정책’의중요성과 함께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비난하는 것으로 갈음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얼마 전일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4차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인민무력부장 현영철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을 비난하면서 “상용무력에 의한 전쟁이든 핵전쟁이든 미국이 원하고 택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과 작전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위협적 발언을 서슴치 않았던 점이다. 보다 더 큰 문제는북한당국의 위협이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있다는 점에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 등 북한의 각급 관영매체들은 “우리는당당한 핵보유국으로서 우리에게 먼저 핵포기를 하라는 요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세력들이 대북적대시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도높은주장을 하고 있다.

쿠바와 이란까지도 시대적 추세와 역사적요청을 받아들이고 있는 마당에 오직 북한만이 체제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핵개발을 했다는 주장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법한억지춘향식 궤변이자 정권자체를 담보로 하여 전세계 국가와 대립각을 계속하겠다는정말 한심스런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런 점에서 쿠바가 뒤늦게나마 폐쇄적인 대외정책을 포기하고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이룬 점, 그리고 이란이 민생우선과 개혁개방을 위해 핵을 포기한 것 역시“잃는 것보다는 얻든 것이 훨씬 많은” 아주현명한 정책결정으로, 북한이 반드시 본받아야 할 점이라 하겠다.

“부나비가 불을 보고 달려들다가 결국은불에 타 죽는 것”과 같이 북한이 국제사회의추세나 시대적 요청을 애써 외면하면서 “핵전쟁 불사”니 “조선이 없으면 지구도 없다”고 다분히 위협공갈적인 입장과 자세를 계속한다면, 이 지구상에 있는 그 어느 국가도더 이상 북한을 받아들이거나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햇볕이 따뜻하게 비칠 때 건초를 말려야하는 것”처럼 북한이 더 이상 이런 흐름과요청을 외면한다면, 그들 스스로 섶을 지고불속에 뛰어들어가는 것처럼 정권의 존망자체를 위험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북한당국의 현명한 현실인식, 그리고 이에 따른 행동이 다른 어떤 때보다 절실하게요구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 아닌가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