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욱
법학박사
미8군 메릴랜드주립대학교
형사사법학과 교수

한미 양국이 지난 3월 22일 5년간의 신중한 협상 끝에 한미원자력협정 개정문에 서명을 했다.
한미 원자력 협정은 대한민국과 미 합중국간에 맺은 원자력 연료의 이용에 관한 상호 협정으로, 정식명칭은 “원자력의 민간 이용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정부 간의 협력을 위한 협정”(Agreement for Cooperation between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Government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concerning Civil Use of Atomic Energy) 이다. 1974년최초 체결된 본 협정은 2014년 3월에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2010년 10월부터 시작된 개정 협상을 고려하여 만기를 2016년 3월로임시 연장한 채 지속적인 협상을 해왔었다. 이 과정에서 양국은 11차례의 정례협상과 수십 차례의 실무급 협의를 가졌다. 참고로 양국이 1966년에 체결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 (SOFA) 의 2차 개정 또한 협상 5년 여 만에 2000년에 타결된 적이 있다. 이때 오랜 협상 끝에 합의한 내용 중에는 미군기지의 환경문제를 다루는 환경조항의 신설이나 특정 범죄를 저지른 미군 피의자의 신병을 한국당국에 조기 인도하는 매우 주요한 사안들을 포함하고 있다. 역시개정 협상을 시작한 이후 5년 만에 타결된 새로운 한미원자력협정문에도 한국내 원자력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규정 등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한국의 권한이 부각됐음을 보여주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다.

개정된 협정은 양국 간 원자력 협력의 원칙을 규정한 전문과 구체 사항을 담은 본문21개 조항, 협정의 구체적 이행에 관한 합의의사록과 고위급위원회에 관한 합의의사록으로 구성됐다. 본 개정을 통해 한국 원전에서 사용된 핵연료 (사용후 핵연료) 의 안전한 관리 방안이 마련됐으며 한국에 의한중간저장, 재처리, 파이로 프로세싱 (사용후 핵연료에서 우라늄 등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방법), 영구처분, 그리고 해외위탁재처리 등도 가능해졌다.

또한 미국이 핵 원전연료를 한국 원전에지원하도록 규정하여 한국이 20% 미만의저농축 우라늄을 미국으로부터 장기간 공급 받을 수 있게 됐으며 그동안 한국이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암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 또한 한국 내에서 안정적으로생산하고 수출할 수 있도록 신 협정은 명시했다.

이번 개정의 보다 의미 있는 점은 한국 원자력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규정들을본 협정에 포함했다는 데 있다. 협정 전문에서 핵확산금지조약 (NPT) 당사국으로서 한국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 권리를 확인했으며 미국이 다른 원자력협력협정 체결 국가들에게 적용해오던 농축/재처리 포기조항인 “골드 스탠더드”도 이번 한미 협정에는포함되지 않았다.

본 협정의 개정협상을 전담했던 한측의박노벽 대사는 이번 한미원자력협정 타결에 대해 “한미가 원자력 분야에서 전략적,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해나갈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며 “이제는 원자력협력이 한미동맹의 큰 틀에서 더 확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고 미측 대표로 개정협정에 서명을 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신협정은 한미 간의 깊은 파트너십과 강력한 동맹에 어울리는 것이며 양국 간 정치, 경제,무역, 에너지, 과학 등에서의 관계를 증진시킬 뿐 아니라 양국 정부로 하여금 평화적핵 협력을 지속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사는 또한 “새 협정이 타결돼 좁게는우리 과학 산업계와 원자력 활동분야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넓게는 국민 실생활과도 직결되는 부분에 성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양국 대표들의 설명처럼 개정된한미원자력협정은 굳건한 한미 동맹 정신에 입각하여 상호 주권을 존중한 호혜적인결정의 결과물이라 평가할 수 있다. 본 협정의 타결을 계기로 원자력 분야에서도 한미양국이 더욱더 협력하여 강력한 동맹 관계의 유지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