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동맹국 대사에 대한 테러는 국민적 공분을 사야 할 중대범죄

지난 3월 수도 서울의 중심부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자칭 통일운동가인 김기종이 25cm나 되는 칼로 동맹국인 미국의 마크리퍼트 대사의 안면을 공격한것이다. 리퍼트 대사에게 더 심각한 일이 일어났더라면 한미관계가 어떻게 되었을지, 한국의 안보와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치닫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1904년 청년 이승만은 한성감옥에서 쓴 『독립정신』에서 임오군란 당시 군중들이 일본공사관을 공격한 것이 빌미가 되어 일본이 공사관 보호 명분으로 군대를 주둔시켜 우리의 주권을 침탈하기 시작했다면서, 외교관을 해치지 않는 것이 문명국의 필수적 조건이라 했다. 1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문명국이 못 되고 있는 것인가? 이 사건으로 수십 년 애써 쌓아온 한국의 국격과 신인도가 순식간에 추락하는 기분이다.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 대사에 대한 공격은 그 나라에 대한 공격이나 마찬가지다.외교관계에 관한 빈(Vienna) 협약은 외교관의 신변에 위해를 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오늘날 외교관을 대상으로 테러공격을하는 나라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극단주의테러집단이 횡행하는 몇 나라뿐이다. 이번사건으로 한국이 이들 국가들처럼 3류국가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기종은 자신의 테러를 평화를 애호하고한미군사훈련을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것은 북한의 상투적 선전과 맥을 같이 한다. 일부에서는 이 사건을 극단적 민족주의자의 일탈로 축소하는 경향이 있지만그것은 우리사회의 심각한 환부를 적당히덮으려는 것과 같다. 김기종은 30년 가까이민족·통일·평화라는 이름 아래 반미·친북운동을 줄기차게 해왔고 이번 테러는 그 연장선상에서 일어났다.

우리사회는 연달아 터지는 다른 사건들로리퍼트 대사에 대한 테러는 잊혀진 일이 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국민들은 동맹국에서자국의 대사가 살인적인 공격을 받았다는데 대해 충격이 적지 않았을 것이고 그것은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높여주었을 것이 틀림없다.

동맹국인 한국의 심각한 반미주의북한은 휴전 이래 미국을 철천지원수라고 저주하며 주한미군의 철수를 끈질기게주장해왔다. 주한미군만 없으면 적화통일이 된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미 군사훈련까지 반대하며 그것을 남북대화 거부의 명분으로 삼는다. 그리고 민족공조 또는 우리민족끼리라는 가면을 쓰고 주한미군이 통일의 장애물이라며 우리사회를향해 반미선동을 해왔다. 인터넷에는 북한의 반미선동 자료들이 넘쳐나고 있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는 북한의 반미선동에 동조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다. 우리 사회의 반미운동은 동맹국으로서는 도저히용납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른지 오래되었다.한국은 세계적으로 반미감정이 높은 나라10개 중에 항상 포함되고 있는데, 그 중 미국의 동맹국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2005년 <조선일보>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과 북한 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느 편에 들겠는가’라는질문에 ‘북한편을 들겠다’는 답변이 66%나되었지만, ‘미국편을 들겠다’는 답변은 28%에 불과했다. 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이상한 동맹국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물론 그 후 미국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미국과 북한에대한 인식이 혼란스럽다.

우리사회는 반미운동이 만성화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 국민들이 그것을 이해하리라고 기대해서는안 된다. 어느 국가든 극단적 반미행위를 계속 한다면 미국 국민이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이거늘 혈맹이라고 하는 한국에서 반미운동이 계속된다면 미국인들은 한미동맹에대한 회의(懷疑)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은 상호방위조약이다. 한국은 미국의안보우산으로 막대한 이일을 누리면서도이라크전쟁 당시 우리군을 파견하는데 주저했던 것처럼 한국의 반대급부가 기대에못 미친다면 한미동맹이 계속 굳건하기를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냉전시대에는 미국이 한국을 지키는 것이자유세계를 지키는 것이었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중요시했다. 그러니 지금은 동서 대결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전략에서 한국이 절대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주한미군이 없더라도 미국의 전략에 결정적 차질이 오는것이 아니다. 주한미군은 아무리 떠나라고해도 떠나지 않는다는 착각은 하지 않아야한다.

북한은 수시로 핵전쟁 위협을 하며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조금도 동요되지 않고 있는 것은 튼튼한 한미동맹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한국안보의필수조건이며, 그것 없이는 우리 모두의 생존과 번영도 보장될 수 없고, 통일도 적화통일이 있을 뿐이다.

한미동맹이 없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한미동맹이 해체된다고 하면 미국이 손해보는 것에 비해 한국에게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60여 년간 동맹체제 속에 살아왔기에 동맹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 과연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공산주의 위협을 막아낼 수 있었을까?파리평화조약을 체결한지 2년 만에 월남은공산화되었다. 미국과의 동맹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과도한 국방비 부담 때문에 경제발전도 어려웠을 것이고, 계속되는 안보위기로 민주화도 어려웠을 것이다.
동맹은 공기와 같은 것이다.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듯이 동맹이 와해된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한미동맹이 없는 상황에서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거나 무력도발을 한다면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나아가 금융위기, 경제위기를 넘어 사회정치적 위기로 확산될 것이다.당장 국방비 부담이 대폭 늘어나 복지정책은 엄두도 못 낼 것이고, 24개월인 복무연한도 3~4년으로 늘어날 것이다.

한미동맹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다.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한미동맹은 냉전시대의 유물”이라 했다. 면전에서한미동맹을 포기하라는 압박이었다. 지금도 서해지역의 한미훈련을 비난하고 고고도미사일(Thaad) 미사일 문제에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나아가 한일관계가경색된 것을 기회로 역사문제에 대한 한중공조를 통해 한미일 3각 협력을 와해시키려한다.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도 한미관계를 의혹의 눈으로 본다. 일본도 본의 아니게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악화시켜 한중결속을 초래함으로써 한미관계를 이간질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미국으로 하여금 동아시아에서일본만 있으면 된다는 인식을 미국인들에게 심어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주변국들은 한미동맹이 건재하기 때문에한국을 함부로 다루지 못한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없다면 주변국들이 노골적인 위협을 서슴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19세기말 대한제국이 직면했던 위기가 또 다시 우리에게 닥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 퓨 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에의하면, 미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신뢰도는68%이고 한국에 대한 신뢰도는 49%로 나타났다.19%나 되는 커다란 차이다. 이 같은 미국여론으로 볼 때 한일 간 갈등에 미국이 한국편을 들어주기 어려울 것이다. 동맹은 양국 국민의 상호신뢰 속에서 굳건한 것이다. 국민감정은 상호작용한다. 한국 국민이 미국을 좋아하면 미국 국민도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국민이 미국에 적대행위를 하고 싫어하면 미국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 나빠진다. 한미동맹은 국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