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국회 국방위원

국방개혁 위한 예산확보,
든든한 국가재정 기반 통해 가능해


지난 3월 26일 우리는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맞았다. 당시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낸 천안함의 잔해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분노와슬픔을 안겨주었고 군에는 뼈를 깎는 대혁신을 요구했다. 이후 군은 거액의 예산을 편성해 각종 무기체계를 도입하거나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조직개편에 나섰고 지금도 그 작업은 진행 중이다.

그러나 5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혁신의성과와 결실을 보기도 전에 거대 방산비리가 드러났고 병영악습, 성범죄 등이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국민의 대군신뢰도는 바닥을 모르는 추락을 거듭하고있다. 전작권 환수, 국방개혁, 병영문화대혁신 등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군이 왜 이렇게 코너에 몰린 것일까.

이제 국민을 대표하는 우리 정치권이 군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할 때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 국가안보와 관련해 벌어지는 논쟁들은 본질에서벗어난 소모적인 정쟁에 머무르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 와중에도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고 군에 대온 나라가 들썩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한국에 있어 국가안보에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위협은 북한의 핵과 탄도 미사일이다.

이에 대비해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을 통한억지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북핵 폐기를 유도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의 자체적 방어능력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체인 구축을 통해갖출 예정이다. 두 사업은 혈세가 투입되는국내개발 사업이기 때문에 국회는 이를 철저히 검증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드 논쟁이 불거지자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와 킬체인에 대한 검증논의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국가예산 집행을 통제할 의무가 있는 국회에서 주무부처인 국방부도 도입 계획이 없는 무기체계에 대한찬반논쟁이 거세게 일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혼선이 빚어졌다.

사드 도입 결정의 주체는 국방부

사드 도입을 찬성하는 측이 간과한 점이있다. 우선 무기체계의 소요를 결정하고 도입을 요구하는 주체는 국회가 아니라 국방부란 점이다. 국방부가 사드라는 무기에 대한 소요를 결정하고 예산에 반영하면 국회는 예산의 적정성을 심의해 반영할 부분은반영하고 타당성이 떨어진다면 삭감하면 된다. 주무부처인 국방부가 요구하지 않은 무기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국방부가 무기체계 하나를 도입하기 위해소요제기부터 결정까지 얼마나 많은 검증절차를 거치는지 알아야 한다.

또한 보수정권이 집권한 뒤 낮은 국방예산 증가율을 유지한 탓에 예산이 부족해 사드와 같은 고액의 무기체계가 들어올 여백이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예산은 한정돼 있고 그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실효성 있는대응전력을 구축하는 것이 국방부의 임무다. 국방부가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은 KAMD와 킬체인이지 사드가 아니다. 사실 PAC-2성능개량사업에 들어갈 예산도 버거운 국방부에 조단위 예산이 투입될 사드포대를 들여올 재정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여전히 부족한 국방 예산 현재 국방부에는 사드를 도입할 예산을확보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대통령 재가까지 받은 ’16~’20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한국군에 요구되는 방위력개선비 중기예산은 96조원이다. 그러나 실제로 반영한 예산은 77조원으로 세수감소, 재정지출 증가 등으로 인해 취약해진 국가재정능력을 고려해 대폭 삭감된 상황이다. 각종 획득사업의 우선순위를 실현가능한 순으로 조정하고 전력운영비 증가율을 낮추는등 예산을 쥐어짜낸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포대 하나당 2조원 정도가들 것으로 알려진 사드까지 도입하려면 지금보다 높은 국방예산 증가율을 유지해야하지만 MB정부 이후 계속되는 낮은 국방예산 증가율로 인해 불가능한 실정이다.

당초 국방개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8% 수준의 국방예산 증가율이 유지돼야하지만, 보수정권이 들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율이 둔화돼 국방개혁 기본계획은 4차례 변경됐고 기한은 10년이 늦춰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예산 부족에 책임을 져야할 여당이 사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사드 도입 주장은 먼저 국방예산부터 정상화 한 뒤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방 예산 증액 노력 지속해야
지난 4월 14일 국회에서는 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이 있었다. 여기서 국방장관으로부터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청취할 수 있었다. 오후 질문 순서에서 여당의 한 의원이2010년, 2011년 그리고 2014년 2015년의 경우 정부재정 증가율보다 국방예산 증가율이높아서 MB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국방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국방장관은 “지금 정부가 안보와 국방에 대해서 다른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높은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펴고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답변했다.

팩트는 틀리지 않았다. 2010년 정부재정증가율은 –1.1%, 국방예산 증가율 2%이다.

2011년은 정부재정증가율 4.3%, 국방예산증가율 6.2%. 2014년 정부재정증가율 2.7%,국방예산 증가율 3.5%, 2015년 정부재정증가율 4.6%, 국방예산 증가율 4.9%이다. 그런데 이 4년만으로, 정부재정증가율 대비국방예산 증가율이란 통계 하나만으로 MB정부와 박근혜정부가 그 어느 정권보다 국방에 관심이 많은 정권이라는 판단이 가능한가? 다른 통계를 보자.

정부재정대비 국방비 점유율을 보면 참여정부 연평균 15.4%, MB정부 14.6%, 박근혜정부 14.4%다. 참여정부가 가장 높다. 국방비 증가율은 참여정부 연평균 8.8%, MB정부 5.4%, 박근혜정부 4.2%다. 참여정부가월등히 높다.

또한 참여정부가 구상한 국방개혁 2020을예산이 부족해 10년 연기시킨 것도 MB정부와 박근혜 정부다. 안보에 대한 관심은 말이아니라 예산과 정책 보여주는 것인데 돈이없어서 국방개혁마저 10년을 연기시킨 정권이 과연 그 어느 정부보다 국방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한 신뢰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든든한 국가안보를 위해 안보의 본질에 집중할 때다.

안보를 집어삼킨 사드 도입 논쟁
최근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서 종말단계 요격을 담당하는 사드(THAAD)가 안보에 관련된 모든 논의를 집어삼켰다. 심지어사드도입에 반대하면 국가안보를 경시하는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론으로 사드를 반대한 적이 없고 사드의문이다.

‘정부재정증가율보다 국방예산 증가율이높기 때문에 안보를 잘 한다’는 표현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국방예산 증가율이 반토막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한 주장을 펼치기 보다는 외려 부자감세로 세수를 줄이고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등에 과도한 재정지출을 하는 바람에 국가재정을 망가뜨려 국방비 증가율을 둔화시킨 점을 반성해야 한다.

부족한 예산으로 전력증강과 부대개편에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방부 장관과 휘하의 예산부서는 지금에 만족하지 말고 끊임없이 대통령을 설득하고 기재부에 예산증액의 당위성을 설명해 적정수준 국방예산 획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소모적 논쟁 중단하고 국방개혁에 올인 할 때지금 한국군은 위기에 처해 있다. 국방개혁이 10년이나 늦춰진 상황은 예산부족이수년간 누적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앞으로도 연평균 5%대의 국방예산 증가율이 유지된다면 국방개혁이 또 얼마나 늦춰질지 판단하기 어렵다.

지금 한국군에 필요한 것은 사드 도입이나 내편과 네편을 가르는 이분법적 안보논쟁이 아니라 더 많은 예산이다. 물론 국방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든든한 국가재정이 바탕이 돼야 한다. 국가안보라 하면사람들 대부분은 창공을 가르는 전투기 굉음과 대지를 울리는 전차의 엔진음, 바다를가르는 이지스 함대, 대규모 병력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국가안보의 일각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하드파워를 유지할 수 있는 든든한 재정이다.

오늘날 미국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군대를 보유할 수 있게 된 원동력도 바로 든든한 재정이다. 그러나 미국도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과 부자감세의 늪에 빠져 심각한재정위기를 맞이한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군축의 길을 걸어야 한다. 재정이 뒷받침되지않는 국가안보는 지급보증이 되지 않는 백지수표와도 같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금이 낼 여력이 있는기업과 부유한 이들에게 공감대와 이해를구하고 세수확보에 힘써야 한다. 우리 정치권은 특정 무기체계 도입에 목매거나 안보를 구실로 정쟁을 벌이기보다는 든든한 국가재정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힘을 합쳐 논의하고 국방예산 증액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안보에는 편가르기가 없다. 진보와 보수,여와 야가 함께 가야 한다. 그것이 총력안보이고 든든한 국토방위체제를 구축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