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전安耕田 STB상생방송 이사장의『 환단고기桓檀古記』 이야기 <7>

지난 번 대담에서는 종교와 문명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오늘은 역사 속의 동양과 서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하겠습니다. 동양과 서양에 대한 관계를 논하기 전에동양과 서양에 대한 구분의식이라 할까, 동양과 서양을 나누는 의식은 언제부터 있었던지 말씀해주시죠.

동양과 서양을 나누는 것은 서양에서 먼저나왔습니다. 고대 그리스부터였죠. 그리스인들은 BCE 5세기에 페르시아인들과 근 40년간 전쟁을 하였는데 수많은 폴리스polis(도시국가)로 나뉘어 살던 그리스인들이 주로 페르시아의 공격에 시달려야 하였습니다. 당시그리스(헬라스)는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어 있지 않았지만 동족의식은 강했습니다. 전쟁도이오니아 지방-오늘날의 터키 서부 해안 지방-의 그리스 도시들이 페르시아의 압제에 시달리니까 그들을 원조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전쟁 중에 헬라스인들은 자신들이 페르시아와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대립의식을 헤겔 같은 철학자들은 ‘대자적 의식’이라고 해서 역사 발전에서 중요한의식으로 간주하는데 좌우간 이 때부터 동양에 대한 서양의 구분의식 심지어는 우월의식 같은 것이 생겨났던 것이죠. 그러한 우월의식의 예를 하나 들자면 자신들은 자유인인데 비해 페르시아의 백성들은 전제권력의 지배하에 사는 노예와 같은 존재로 보았던 것입니다.

페르시아의 경우 서양에 대한 의식은 약했나요?


페르시아는 세계제국이었습니다. 다양한족속들과 나라를 통치하는 거대한 제국이라는 뜻이죠. 오늘날의 이라크, 시리아, 팔레스타인, 터키 심지어는 이집트까지 통치했던나라였으니 아직은 서양을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의식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알렉산더의 부친인 마케도니아 왕국의 필립포스 왕이 헬라스 전체를 통일하면서헬라스는 페르시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됩니다. 그 아들 알렉산더는 부친이 내건 동방원정을 실천에 옮겨 페르시아를 정복하러 갔으며 실제로 그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서북 인도까지 쳐들어갔다는 것은 잘 아실겁니다. 그런데 알렉산더는 단지 뛰어난 장군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페르시아와 헬라스 즉 동서양이 계속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동서양이 하나의 나라로 합쳐서 평화롭게 살아가며 문명을발전시키자는 높은 역사적 의식을 갖고 있었죠. 그는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실제로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스 병사들로 하여금 페르시아 처녀들과 결혼하게 만들기도하고 그리스인들을 다수 동양으로 이주시켜그리스식 도시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물론이러한 알렉산더의 프로젝트를 제국주의적의식의 발로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알렉산더대왕이 동서양의 융합이라는 높은 이상을 갖고 있었음은 부인하기 힘들 겁니다.

동서양간의 대립의식이라 할까 구분의식은정치적, 군사적 대결 속에서 발전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그렇다면 서양과 국경을 접하였던 고대 페르시아나 이슬람제국 같은 경우가 서양에 대한 날카로운 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파르티아 제국과 파르티아를계승한 사산왕조 페르시아 제국(224-651)은그리스를 계승한 로마제국과 근 700년에 걸쳐 싸웠습니다. 로마는 시리아와 메소포타미아 일대에까지 영토가 확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페르시아는 이 지역을 놓고 로마제국과 싸운 것입니다. 로마와 파르티아, 페르시아 사이의 전쟁 역사만 쓰더라도 몇 십 권의책이 될 겁니다. 사산왕조 페르시아는 7세기중엽에 이슬람 세력의 공격으로 망하고 이슬람을 국교로 신봉하는 이슬람 제국이 성립하게 됩니다. 이슬람 제국이 중동 일대를 장악하게 되면서부터는 회교권과 유럽 기독교권과의 날카로운 대립이 시작되었습니다. 종교적 대립이 정치, 군사적 대립에 더해졌으니 그 적대감은 훨씬 컸던 것이죠. 서양인들이 기독교성지를 회교도들의 수중으로부터탈환하기 위해 시작된 십자군원정은 그 대립을 절정에 이르게 했는데 이러한 대립은 어느 면에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동아시아의 경우 서양에 대한인식이 어떠했나요?

중국이나 조선, 일본은 지리적으로 서양과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서양과 직접 접촉하지 못했기 서양에 대한 대자적 의식의발전은 서아시아 즉 중동지역에 비해서는 훨씬 늦게 발전하였습니다. 근대 초인 16세기에 서양인들이 바닷길로 인도를 거쳐 중국과일본으로 도래하였는데 이 대항해시대부터동아시아와 서양의 접촉이 본격화됩니다. 포르투갈 인들을 필두로 하여 서양인들은 주로 상업을 목적으로 동아시아로 왔습니다.

포르투갈 인들은 스페인 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듯이 아시아를 정복하려는 의도는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정복하기에는 아시아는 너무 컸고 또 자신들은 인구도 얼마 되지 않는 소국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포르투갈 인들은 아시아로 가는 항로곳곳에 무역기지를 설치하여 일종의 상업적네트워크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러한 무역망의 가장 동단에 있었던 것이 일본의 나가사키 항이었습니다. 일본에 가장 먼저 도래한 것도 무역을 목적으로 진출한 포르투갈상인들이었죠. 그런데 이러한 상인들과 함께기독교 선교사들도 동양으로 왔는데 이 기독교 선교가 곧 문제가 되었습니다. 일본이서양인들을 내쫓고 쇄국정책을 펼친 것도 기독교 전교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서양인들이 동양으로 가는 항로를 찾는 가운데서 콜럼버스도 아메리카를 발견했다고들었는데 콜럼버스도 기독교 포교라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나요?

우리가 흔히 대항해시대 콜럼버스 같은 사람들은 황금에 눈이 먼 사람들로 알고 있지만 그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종교적 신념으로 가득 차 있던 사람들이지요. 이교도들에게 기독교를 전해 그들의 영혼을 구원에 이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은 지리상 탐사사업의 선두에 섰던 포르투갈 왕가는 말할 것도 없고 콜럼버스를 후원했던 스페인왕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콜럼버스도 물질적 탐욕에서만 항해를 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러한 서양인들의 기독교 포교에 대한사명감을 하나의 구실로 치부하는 사람들도있지만 인간이란 그렇게 간단한 동물이 아니죠. 물질적 이해와 종교적 신념이 복잡하게얽혀 있었던 것입니다.


근대사의 중요한 주제의 하나가 서세동점이고 그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집단이 예수회라고 들었는데 예수회의 활동에 대해간략히 소개해주시죠.예수회는 스페인의 이냐시오 로욜라가1534년에 설립한 수도회입니다. 하나님을위해 헌신할 사람들의 단체를 만든 것이죠.

당시 종교개혁으로 인해서 유럽에서는 신구교간의 갈등이 치열하게 벌어졌는데 가톨릭인사들 중에서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가톨릭 세력을 세상에 널리 확대할 수 있는 신앙전사 집단을 만든 것입니다. 조직의 명령에절대복종을 내세우는 이 예수회는 지원자들을 높은 지적 훈련을 시켜 해외로 파송하였습니다. 교육 사업에 힘썼던 것인데 그 때문에 훌륭한 학교들이 예수회에 의해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예수회는 아시아의 중심국가인 중국에 선교사들을 파견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한 분이 마테오 리치, 중국 명으로는 이마두라 불린 분입니다. 이 사람은 중국에서 선교활동에 일생을 바쳤던 분인데 아주 새로운선교방식을 발전시켜 역사에 큰 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는 중국인들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기독교를 포교해야 한다고생각했습니다. 무조건 이교도라서 단죄하고 그들의 문화를능멸해서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본 것이죠.

그 때문에 리치를 비롯한 예수회 회원들은 중국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기 중국의 학문을깊이 공부했지요, 또 서양의 과학과 수학, 기술 서적들을 한문으로 번역하여 중국 지식인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이 때문에 동서양의 문명교류에 큰 기여를 하게되었습니다.

문명 간의 갈등과 충돌이 아니라 이해를 촉진하는 방식의 선교였군요. 우리나라에도중국의 예수회 선교사들이 영향을 미쳤나요?
한국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예수회 신부들은 수학과 천문학 분야에서는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마테오 리치 역시 그런 분 가운데 한 사람이고요. 유클리드 기하학을 한문으로 번역하였을 정도입니다. 또 한 사람 중국 이름으로는 탕약망이라고 한 아담 샬이 유명합니다.

그는 청나라의 천문대장으로 임명된 독일 신부인데 우리나라에서 청나라로 인질로 잡혀가 있던 소현세자에게 서양 천문지식을 가르쳐준 분입니다. 조선은 오랫동안 쇄국정책을펼치는 바람에 서양의 문물과접할 기회를 얻지 못했으나 중국의 예수회 신부들이 한문으로 번역, 저술한 책들이 조선으로 흘러들어와 서양문물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게 되었던겁니다. 조선의 사절들은 중국에 가면 예수회 신부들이 지은책을 사오는 것이 중요한 일중의 하나가 될 정도였습니다.
예수회 신부들의 책 가운데에사이의 가상적인 대화형식을빌린 책으로 우리나라 유학자들 사이에서도널리 읽힌 책이죠. 그 내용에 반발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천주실의󰡕는 서학의 교리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기왕에 『천주실의』가 소개되었으니 이 책의내용 가운데서 주목할 만한 내용을 간단히소개해주시죠.

󰡔천주실의󰡕는 기독교의 중요한 교리들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신과 영혼의 문제, 원죄,불교에서 가르치는 윤회 등등 다양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는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중국의 옛 유교경전에 나오는 상제가 기독교의 하나님과 다르지 않다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주장입니다. 이는 기독교인들이 이교도들의 신을 모조리 배척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으로서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문화와 사상을 인정해주는 입장에서 나온 것입니다. 마테오 리치 사후 한 세기 정도 지나예수회의 이러한 주장에 반발하는 선교사들때문에 중국에 대한 선교가 크게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기독교 선교가 한 세기이상 완전히 금지되었습니다.

마테오 리치를 비롯한 중국의 예수회 선교사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동서양 관계가 발전해왔으면 동서양 사이에큰 갈등이 없었을 터인데 불행하게도 역사는 그러한 방향으로 가지 못했군요. 19세기에 동서양 관계를 특징지으라면 우선 제국주의를 이야기해야 할 터인데, 서양 제국주의는 언제부터 어떻게 동양을 침략하게 되었나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16세기와 17세기에 각각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인들은 유럽에서 비싼 값으로 팔리는 후추와 정향 등 향료를 확보하기 위해 포르투갈 인들을 따라 동아시아로 진출했습니다. 네덜란드 인들은 악명 높은 동인도회사라는 무역회사를 세워 인도네시아를 지배했습니다. 필리핀은 그 보다 이른 시기인 16세기 후반에스페인의 무력에 의해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물론 당시 필리핀은 하나의 나라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은 아니고 많은 소국들로 나뉘어 있었죠. 그 때문에 쉽게 스페인의 지배하에 들어갔습니다. 18세기에는 영국과 프랑스 세력이 나란히 인도에 진출했는데두 나라간의 경쟁에서 영국이 승리하여 인도를 독식하게 되었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중국은 차와 도자기, 비단이 생산되는 나라로 유럽인들이 교역을 하고 싶어 하였으나명이나 청 조정 모두 서양인들에게 자유로운교역을 허락하지 않았죠. 그러다가 영국이아편을 인도에서 들여와 중국에 파는 바람에 중국에 아편중독자들이 넘쳐나고 그것 때문에 영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소위 아편전쟁이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전쟁들이 부도덕하지만 이 아편전쟁은 영국 자체 내에서도 파렴치한 전쟁으로 비판의목소리가 높았던 전쟁이었습니다. 좌우간 대포를 장착한 군함으로 포격을 가하는 영국군대를 청나라 군대가 이길 수 없었죠. 그 결과 영국에 항구와 무역을 개방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중국에 대한 서양 제국주의 공격의 첫 걸음이었습니다. 그 이후 1차 대전까지 근 70년 동안 중국은 반식민지 상태로전락하게 되었는데 반식민지라는 것은 영토의 일부를 서양 제국주의 열강에게 넘겨주어완전한 식민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또 완전한자주국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당시 서양 열강들은 중국의 해안 곳곳에조차지를 설치했는데 이는 중국의 일정기간빌려준 땅입니다. 조차지에는 중국의 주권이 미치지 못해 그곳은 실질적인 서양 땅이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조차지였던홍콩이었죠. 마카오는 포르투갈 조차지였고산동반도의 청도는 독일의 조차지였습니다.서양 제국주의가 중국에서 쇠퇴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서양제국주의는 일본 제국주의라는 후발제국주의의 도전으로 인해 쇠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동아시아의 특수한 사정은 일본의 급속한 근대화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1868년 일본은 메이지유신을통해 정치제도를 혁신하고 위로부터의 근대화작업에 나서 급속한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정치권력과 사회적 우위를 상실한 사무라이 계층의불만을 바깥으로 돌리기 위해 대외침략 정책을 취했습니다. 일본이 먼저 노린 것은 조선이었습니다.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놓고 조선의 종주국 노릇을 하던 청나라와 일본 사이의 청일전쟁이 일어났죠. 일본이 이 전쟁에서 승리하자 곧 서양 열강들의 간섭이 시작됩니다. 러시아와 프랑스, 독일이 함께 일본에 압력을 넣어 일본이 청일전쟁으로 차지한 요동반도를 중국에 돌려주라는 것이었는데 물론 중국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일본의급속한 세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일본의 불만은 그때부터커지게 됩니다. 중국에서 많은 이권을 차지하게 된 러시아는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놓고 일본과 충돌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일본이 승리하고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패전한 러시아는 유럽으로 눈을 돌려 그곳에서 세력 확대를 꾀하자서양 제국주의 열강들 사이에 큰 경쟁과 대립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민족구성이복잡한 발칸반도와 급속히 쇠망해가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놓고 열강들 사이의 대립이 커졌는데 그 결과로 1차 대전이 일어나게되었던 겁니다. 1차 대전은 서양에서는 대전쟁(The Great War)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엄청난 인력과 자원이 동원된 전쟁이었으며 인력희생도 막대했습니다. 그렇게죽기 살기로 총력전을 펼치다보니 중국에 대한 서양의 지배력은 크게 흔들리게 됩니다. 일본이 1차 대전을 틈타서 서양열강들의 영토를 빼앗고 그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였던 겁니다. 서양 제국주의의 지배가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로 바뀌게 되었던 것이죠. 물론일본 사람들 역시 자신들이 마치 동양 서양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자인것처럼 선전하였으나 그것은 진실과는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는 네덜란드를 인도네시아에서 쫓아내고 인도차이나에서는 프랑스를 쫓아내고 산동반도에서는 독일을 쫓아내고 말레이반도에서는 영국을 쫓아내고 마지막으로필리핀에서 미국을 쫓아내려다 미국과 한판붙게 된 전쟁이 태평양전쟁이었던 것입니다.요약해서 말하자면 동아시아에서 서양 제국주의는 일본 제국주의의 흥기로 인해 쇠퇴하기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역설적인 이야기죠.

그러니까 동양에서 서양 제국주의는 2차 대전으로 끝이 났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2차대전 이후 동서양 관계는 어떻게 전개가 되었고 어떠한 문제가 주로 제기되었나요?

서양과 일본의 식민지배 하에 있던 동양의 많은 나라들이 2차 대전으로 식민지 신세에서 해방되고 독립을 찾았다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그러나 2차 대전 종전과 거의 동시에 소위 냉전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냉전이라는 것은 무기를 갖고 전쟁을 하지는 않지만 이념적으로 날카로운 대립을 하는 것을의미하거든요. 한국전쟁이라는 엄청난 전쟁을 치른 우리에게는 냉전이라는 말은 좀 안맞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한편으로는 미국을 맹주로 하여 자유민주주의를 내건 서방진영과 소련을 맹주로 삼고 공산주의를 이상으로 내세운 진영 사이의 이념적 대립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양대 이념의 대립은 한나라 내에서도 좌파와 우파 사이의 대립으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이데올로기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대였습니다. 이제 그 결과를 한번 돌아봅시다. 소련은 어떻게 되었나요? 소비에트 연방은 망해서 해체되었죠. 그 밑에 있던 여러 나라들은 독립을선언하고 떨어져나갔습니다. 그런데 반서방진영에 속했던 중국은 소련과는 반대로 경제개방과 개혁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빈곤국가에 속하던 모택동 지배 하의 중국은 이제는 세계 2대 강국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국가의 경제정책이 어떤 엄청난 결과를 빚어내는지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중국보다 앞서 큰 성공을 거둔 나라입니다. 역시 세계 최하위 빈곤국가의 하나에서 세계적인 산업국가로 급속히 변신한 기적 같은 나라입니다. 이러한 표현은서양 사람들이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반면북한은 어떻습니까? 1970년대만 하더라도경제는 북한이 남한보다 뒤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개방과 개혁의 길로 가야 할 때에 북한은 그 길로 가지 못해서 형편없는 빈국으로 남아 있죠. 있습니다. 결국 제국주의시대 이후 진짜 문제는 개발 즉 경제와 사회발전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어요. 크게 보아 개발도상국의 국가전략 문제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을 필두로 해서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의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들은 대부분서양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성공하였다고 봐도 되나요?

경제 시스템은 복잡하기 때문에 나라마다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기업, 시장경제 같은 요소는 자본주의의 핵심적 요소인데 이러한 요소들이 경제발전에는반드시 필요한 것임이 입증되었습니다. 또20세기 후반 동양의 발전에서는 서양 테크놀로지의 도입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서양에의존하지 않고 발전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불가능했습니다. 종속이론은 그런 면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동서양의 관계는 동서양관계사라는 하나의학문분야를 이룰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서 다뤄야 할 주제들도 많지만 시간이허락하지 않아 아쉬웠다. 문명의 충돌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우울한 현실 속에서 동서양의 서로 다른 문화권이 상호 이해와 협력으로 나아가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