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곡동 동원예비군 훈련장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로 군과 국민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군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대책을 마련하느라 골몰하고 있고, 국민들은 내 자식과 조카, 친척 등이 안전하게 예비군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예비군의 임무와 역할 등을 알아보고, 국방부가 어떻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김귀근
연합뉴스 국방부 출입기자
threek@yna.co.kr

향토예비군들은 예비군의 이념과 임무에 대한 정의를 알고 있을까?. 국방부 동원기획관실에 따르면 향토예비군은 “호국의 투사로서, 군경의 동지로서, 국민의 자제로서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는 범국민적인 자유방위의 역군”임을 이념으로 한다.
그리고 전시, 사변 기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아래에서 현역 군부대 편성이나 작전 수요를 위한 동원에 대비해 적이나 무장공비의 침투, 무장소요가 있거나 그 우려가 있는 지역 안에서 적이나 무장공비의 소멸과 소요를 진압하고 중요시설 및 병참선을 경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그 이념과 임무를 보면 현역 군인 못지않게 예비군은 국가방위 역할에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예비군은 1968년 이후 거의 매년 무장공비 소탕작전에 투입됐다.하지만 무장공비 침투가 급감한 1980~1990년대 이후로는 예비군 편성은 훈련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남북간 대치상태가 고착화, 안정화되면서 예비군 훈련 안전, 부족한 훈련비와 장비 문제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다 알다시피 예비군은 1961년 12월 27일 향토예비군설치법이 제정 공포되면서 그 설립 근거를 갖게 됐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를 비롯한 31명에 달하는 북한 무장공비가 수도권에 침투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해 2월 7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경전선 개통식에서 250만 향군 무장을 선언했고 2월 18일 향토예비군 조직을 위한 법령 제정에 착수했다.
같은해 2월 20일 각의에서 향토예비군설치법 시행령이 의결됐고 3월 31일 예비군 편성 및 조직이 완료됐다. 4월 1일 대전공설운동장에서 박정희 대통령 임석 하에 창설식이 열렸다. 그해 11월 2일 울진, 삼척지역에 침투한 120명의 공비소탕 작전에 참가해 공비 107명 사살, 7명을 생포하는 전과를 올렸다.
유형별 훈련 대상과 시간, 방법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동원훈련(병력동원훈련소집)은 1~4년차 동원지정 병, 1~6년차 동원지정 간부가 대상이며 2박 3일간 입영 훈련을 한다. 병무청 책임아래 훈련소집통지서를 교부하고 훈련을 소집한다. 동미참훈련은 1~6년차 이내(장교와 부사관), 1~4년차 이내(병)의 동원 미지정자가 대상이다. 장교와 부사관은 2박3일 입소 훈련, 병은 사흘 출퇴근 훈련(24시간)과 전후반 향방작계훈련(12시간)을 한다.
향방기본훈련은 5~6년차 향방예비군을 대상으로 8시간을, 향방작계훈련은 1~6년차 동원미지정병이나 5~6년차 동원지정병이 대상이다.
자율참여형 훈련… M16 소총 지급
예비군훈련은 올해부터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올해부터 일반예비군 훈련 때 M16 소총을 지급하고 훈련도 자율 참여형으로 바뀌는 등 예비군 훈련 시스템이 개선됐다. 현재 예비군 부대의 총기 중 35.7% 가량인 카빈총은 내년까지 전량 M16 소총으로 교체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예비군용 소총 97만정 가운데 M16 소총은 62만 4천정(64.3%), 카빈총은 34만 6천정(35.7%)이다.
예비군들이 입소한 순서대로 분대(조)를 편성해 자율적으로 훈련과제를 선택하고 분대(조) 단위로 성과를 평가해 전 과제에 합격한 분대(조)는 조기에 퇴소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방부는 “예컨대 오전 9시까지 입소한 예비군이 분대(조)별로 훈련과제에 합격하면 이르면 오후 3시까지 조기에 퇴소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그러나 정해진 훈련 입소 시간 이후에 도착하면 입소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입소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원훈련은 기존 영내 훈련장 위주의 훈련에서 벗어나 부대별로 임무수행 지역에서 숙영 훈련을 하게 된다. 상비 사·여단은 전 부대 동시 통합 동원훈련을 실시하는 등 실전적이고 즉응적인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중(소)대급 규모로 시행되던 향방작계훈련도 연(대)대 단위 향방작계훈련으로 통합해 이뤄진다. 향방작계훈련은 예비군이 거주하는 지역 또는 직장을 방호하는 훈련으로 연 2회 시행되고 있다.
예비군 훈련을 마친 예비군은 교육훈련필증과 신분증을 지참하면 과천 서울랜드, 롯데시네마, 롯데월드, 63빌딩 등에서 동반자 2∼3인을 포함해 최대 50%까지 특별우대 할인 혜택을 받는다.
예비군훈련장 안전대책‘골몰’…
“예비군도 마음가짐 중요”
국방부는 서울 내곡동 동원훈련장 총기 사고에 대한 후속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백승주 국방차관을 위원장으로, ‘예비군 사격훈련 안전대책 확보방안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국방부 각 분야 관계관들이 참여하는 이 TF에서는 단‧중장기 안전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5월 16일 열린 첫 번째 회의에서는 우선적으로 시행할 조치사항을 중점적으로 협의했다고 한다.
우선해 시행하는 조치로는 예비군사격장에 예비군 한명에 조교 한명을 배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총기를 지상에 고정해 주는 안전고리 사용 여부도 사격장 조교가 철저히 통제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예비군 간부를 안전통제관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예비군사격장에 주사격통제관 뿐 아니라 사격하는 예비군의 좌우에 통제관과 조교를 배치해 우발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우선 조치가 ‘보여주기식 차원’의 대책이 되지 않으려면 해당 수임부대에서 철저하게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본다. 소나기 오면 피하고 본다는 식으로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면 제2, 제3의 사고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와 못지 않게 예비군의 마음가짐도 이전하곤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예비군이 “범국민적인 자유방위의 역군”이라는 이념처럼 현역군인과 함께 우리나라 국가방위에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예비군들의 훈련이 건성건성으로 진행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간 ‘예비군의 군기가 엉망이고 훈련 통제에도 잘 따르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필자가 글의 서두에서 예비군의 이념과 임무를 새삼스럽게 언급한 것도 예비군들이 ‘나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한번쯤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다.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면 실정법을 위반하기 때문에 어차피 받아야 한다. 생업을 잠시 중단하고 어차피 받아야 할 훈련을 위해 훈련장에 입소했다면 규정과 원칙에 적극적으로 따라 성의 있게 훈련을 받고 나왔으면 한다. 국민들은 넉넉지 않은 훈련보상비와 중식비로 훈련에 임하는 예비군들에게 항상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피같은 세금이 예비군들에게 좀 더 많이 사용되길 고대하고 있다.
아울러 국방 당국도 병역을 이행하고 또 실전훈련을 받는 예비군들을 위해 좀 더 세심한 배려를 하길 당부한다. 현역 군인이 아니라고 해서 예비군 정책을 뒷전으로 물려서는 안된다.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 예산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 여론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