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영제
예비역 중장
전 육군참모차장

청·일전쟁
개 관
청･일전쟁은 1894년 2월의 동학농민군의 1차 무장봉기 진압을 빌미로 같은 해 6월경 대한제국의 영토로 진입한 청국군과 일본군 사이에 시작되었다. 청･일전쟁은 1894년 7월 25일 황해의 풍도해전에서 개시돼 이듬해 4월 17일까지 약 9개월 동안 청국과 일본이 우리나라 땅과 바다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결국 청국이 패전하여, 일본의 시모노세끼에서 청･일 양국 대표가 강화조약을 맺음으로써 종결됐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작은 섬나라 일본은 동아시아의 중심국가로 부상함과 동시에 구미 국가들과 같은 제국주의 열강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반면, 동아시아 유교 질서의 중심이었던 청국은 패전과 누적된 내부적 갈등으로 단결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제국주의 열강들의 먹이가 되었다. 또한 일본은 청･일전쟁의 결과로 대한제국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뒀으며, 러시아와 한반도 분할점령문제를 처음으로 논의함으로써 한반도의 분단과 한국전쟁(1950~1953)의 원인(遠因)을 제공하였다. 일본은 여세를 몰아 대만을 무력 점령함으로써 오늘날 ‘두개의 중국(Two China)’이라는 갈등 구도의 원인을 만들었다.

전쟁 준비
1890년 3월, 야마가타 아리모토(山縣有朋)는 󰡔외교정략론(外交政略論)󰡕에서 “일본의 외교방침은 첫째로 주권선(主權線)을 방어하고, 둘째로 이익선(利益線)을 보호하는 것이다. 주권선이란 국가 강역(疆域)의 경계를 말한다. 이익선이란 그 주권선의 안위와 긴밀한 관계를 갖는 지역의 외곽을 말하는 것이다. 대개 근대국가로서 주권선 및 이익선을 유지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주권선 방어에 추가하여 반드시 이익선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일본이 국가 독립 및 자위의 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타국으로부터 침략을 배제하고 주권선에 연하여 일본의 안위에 영향을 주는 지역을 한정하는 이익선 방호를 방위 목표로 삼아야한다.”라고 천명하였다.1) 일본이 주장하는 주권선은 일본 강역을 지칭하고 이익선은 한반도 및 만주 등을 의미한다.
일본은 1884년 갑신정변(甲申政變)을 배후에서 지원했다가 청국의 군사 개입으로 실패한 이후 청국을 우선적인 적국으로 상정하였고 대한제국에 대한 종주권을 주장해오던 청국의 대한제국에 대한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대한제국의 독립‘을 주장하였다. 일본은 이러한 배경아래 전쟁준비를 하였다. 일본은 러시아의 남하를 전진방어하기 위해 한반도를 수중에 넣는데 최대의 걸림돌인 청국을 제압하기 위해 1885년부터 10년간 전쟁준비를 했다. 그리고 개전을 결정한 뒤에 전쟁의 구실과 명분을 찾았다. 청국세력을 조선에서 몰아내고 조선의 내정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대한제국의 보호국화, 궁극적으로는 식민지화를 달성하는 것이 일본의 우선적인 전쟁목적이었다. 부가적으로 청국을 패배시킴으로써 전리품으로 배상금과 영토를 획득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전쟁준비중의 하나로 정보수집 활동을 들 수 있다. ‘가와카미(上川)’ 육군참모차장은 1893년 4월 18일 부산에 입항한 후, 6월 30일 상해를 출발할 때까지 74일간에 걸쳐서 대한제국 및 청국의 주요 지역. 시설. 주민동향 등을 현지에서 정찰하였다. 일본의 입장에서 조선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비교적 용이했지만, 양자강 유역을 포함한 청국의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곤란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동선(動線)을 설정했던 것이다. 이 정찰을 통해 ‘가와카미’ 육군참모차장은 ‘청국은 두려워 할 대상은 아니다’라고 확신하였다. 일본군은 전쟁에 필요한 정보수집에서 이미 중국을 제압 한 것이나 다름없었을 정도로 정보를 장악하고 있었다. 일본군은 전장 터가 될 한반도와 중국 등의 동북아 지역은 물론, 멀리 동남아시아 지역에까지 간첩을 밀파해 현지 사정을 염탐하고 정보를 수집 했다. 일본은 청조가 리홍장에게 내린 강화 회담에서 강력하게 개진할 주장을 담은 특급비밀까지 해독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한제국의 친청(親淸)노선과 청조의 동향이 일본을 불안하게 하였다. 일본은 천진조약(1885년)(일본의 이토 히로부미와 청나라의 리홍장이 텐진에서 맺은 조약)을 통해 갑신정변(甲申政變)에서 입은 타격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하지만, 이때부터 청･일전쟁이 일어나기까지 10년 동안 일본의 대한(對韓) 관계는 암울하고도 적의(敵意)에 가득 찬 시기였다. 군사동원체제를 갖춘 일본군은 약 27만5천여 명이었으며, 그중 17만4천여 명이 해외로 출정하였다. 보병사단 예하에 3개 여단으로 편성 되었고, 각 여단은 보병 2개 연대와 1개 포병연대로 편성되었다. 보병연대는 3개 보병대대로, 보병대대는 4개 중대로 편성되었다. 포병연대는 야전포병 2개 대대(4개 중대형), 산포(山砲) 1개 대대(2개중대형)로 편성하였다. 이렇게 개편된 일본 육군은 총 7개 사단을 창설하여 이를 다시 2개 군 예하로 편조시키었다. 또한 해군은 총 27척의 전함으로 오코스카, 구레, 사세보 등 3개 함대를 창설하였으며 각 함대는 4척의 함정으로 구성된 전대(戰隊)를 2개씩 보유하여 전대단위 해상작전이 가능하도록 편성했다.2)
반면에 청국의 전쟁준비는 매우 미흡하였다. 영국과의 두 차례의 아편전쟁(1840~42; 1857~60)에서 패한 후 불평등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크게 혼란스러웠다. 또한 청국은 평시부터 외교와 군사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외교 및 양무(洋務)를 소관 하는 총리아문(總理衙門)과 군무(軍務)를 소관 하는 군기처(軍機處)로 분리되어 있었다. 외교업무도 이원화되어 있었다. 군사지휘체계도 육해군 상비전력에 대한 지휘권이 분산되고 사병화 되어있었다. 청국의 군사력은 먼저 지상 전력은 만주족 위주로 편성된 25만 여명의 팔기군(八旗軍)(지방 관리와 한인들 감시)과 한인(漢人)으로 편성된 58만 여명의 녹영군(淥營軍)이 있었다. 그 외에도 한족으로 편성된 9만 6천여 명의 향용군(鄕勇軍)이 있었다. 해상전력은 북양함대(27척), 남양함대(13척), 복건함대(6척), 광동함대(5척)로 구성되었으나, 실제 전쟁에는 북경방위를 위해 창설된 북양함대만이 참가하였고, 각 함대들 간의 협력과 상호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쟁 발발과 진행
전쟁을 준비하면서 기회를 노려온 일본은 마침내 1894년 2월 대한제국에서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군대를 보냈다. 1894년 3월에 중앙정부의 부정, 부패, 권력 다툼과 지방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로 인하여 전봉준이 주도한 1차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다. 이에 놀란 정부는 진압 능력이 없어서 청나라에 지원을 요청했다. 청 군대가 충남 아산만에 3,000명을 파병했고, 일본군은 자국 공사관과 거류민 보호를 구실로 1만 3,800여명을 인천에 상륙시켰다.
사태악화를 우려한 농민군은 정부와 급히 타협해 전주화약(全州和約)4)을 맺고 내부 개혁에 동의했다. 정부는 청･일에 철군을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군은 철군을 거부하고 1894년 7월 23일에 경복궁을 무력으로 점령했다. 이는 대한제국과 청의 협력을 끊으려는 목적이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한제국 정부의 군령체계를 무력화 시켰다. 이어 동학군 진압에 적극 개입함과 동시에 한반도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했다. 외세를 이용하여 동학란을 진압했으나 동학 농민운동은 한반도에서 대한제국쟁탈을 위한 청･일전쟁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7월 25일에는 일본 연합함대가 풍도앞바다에서 선전포고 없이 청국군의 병력 수송선을 기습 공격함으로써 양국은 실제로 전쟁상태에 돌입했다. 1894년 9월 동학 농민운동 지도자 전봉준은 ‘항일의병’을 제창하는 통문(通文)을 예하 조직에 보내고 무기를 탈취하여 무장함으로써 제2차 동학 농민운동이 전개 되었다. 동학란은 만주 지역까지 진출한 일본군의 후방지역 안정 및 보급지원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었으므로 동학농민군과 조일(朝日) 연합 진압군간의 전투(1894.9~1895.1)가 발발되었다. 이에 일본의 대본영은 이 부대의 토벌 작전을 위하여 대한제국군을 지휘하여 재 봉기한 동학농민군을 초멸(剿滅) 즉, 완전한 살상을 통하여 저항 역량을 제거하라는 요지의 훈령을 하달하였다.5) 일본군은 한반도의 각지에서 동학농민군과 청군을 물리치고 급기야 압록강을 넘어 요동반도, 산동반도, 대만에 까지 상륙해 청국 해군의 주력인 북양(北洋)함대를 격파했다.
청국과 통상 및 교역관계에 있었던 구미 국가들은 일본의 북경방향 진출을 묵과할 수 없어, 외교적 압력을 통해 일본군이 만주지역을 포기하고 남쪽의 대만방향으로 진출하도록 유도하였다. 일본은 구미 열강의외교적 압력에 굴복하여 만주-북경 방향으로 공격하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3월 25일부터 청국 본토와 대만 사이에 있는 펑후열도(彭湖列島) 및 대만(臺灣)을 공략하였다. 4월 17일 시모노세키에서 청국과 일본 간 강화조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일본군은 휴전 대상지역에서 제외된 이들 도서지역에 대한 원정작전을 계속 진행하여 마침내 4월 29일 대만을 점령하였다.6)

전쟁 결과
한 통계에 의하면 청･일전쟁 당시 청국군은 약 3만 5천명의 목숨을 잃었고, 일본군은 1천 5백 여 명이 전사하였다. 청국은 육전과 해전에서 모두 처참하게 참패하자 청조의 실권자 서태후는 북양대신 리홍장(李鴻章)에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강화 조약을 맺도록 지시했다. 이듬해 3월 20일 일본 측 전권대표로 수상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중국 측 전권대표 리홍장을 만나 시모노세끼(하관, 下關)의 슌판로(春帆樓)에서 1895년 4월 17일 ‘시모노세끼조약’(중국명 ‘마관(馬關)조약‘)에 조인했다. 조약 내용은 청국은 대한제국이 독립국임을 인정하고, 일본에게 배상금으로 2만냥을 지불하며, 요동반도의 할양과 함께 대만 본토 및 부속도서와 펑후열도(이 중에 센카쿠列島 포함)를 “영원히 일본에게 양도한다.”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센카쿠 영토문제는 이때 비롯된 것이다.
청･일전쟁이 대한제국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대한제국을 식민지처럼 취급하고, 내정 개혁에 강제로 압력을 가하여, 경부선, 경인선 철도부설권과 50년 관리권 등을 취득하였다.

승·패요인
청･일 전쟁에서 일본의 승리 요인은 다음의 6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치밀한 계산과 철저한 준비였다. 청･일전쟁에서 일본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부국강병을 위한 서구식 국가 기반 구축 및 산업화, 국가목표 달성이었다. 일본은 군사 작전을 위한 대한제국 정부의 지원을 강요하기 위해 경복궁을 불법적으로 무력 점령하고, 공식적으로 개전 이전 불법적으로 대한제국 정부의 통수 및 군령기능을 조기에 무력화 시켰다. 친일세력을 주축으로 대한제국 정부를 새로 조직하여 전쟁지원 기반을 구축하였다. 대한제국 중앙군을 무장해제하여 조직적인 저항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 이로 인해 전쟁 기간 중 대한제국 백성은 일본군에 의한 징발, 약탈 등에 속수무책으로 시달려야했다. 1894년 9월 동학 농민군의 제2차 봉기가 발생하자 대한제국 관군은 일본군의 지휘아래 농민군을 무참히 살육하는 군사작전에 동원되었다. 이를 통해 일본군은 후방 안정을 달성하고 병참 지원상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둘째, 전쟁지도를 위해 전시에만 운영되는 대본영(大本營)을 설치하고 운영하였다. 일본군은 대본영을 중심으로 육･해군 전력에 대한 통합 지휘 및 상호 협조가 가능하였으며, 총리와 육･해군 대신은 국내외 정치적인 문제를 처리하고, 군은 군사작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육군참모총장과 해군군령부장은 군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육.해군 대신과 상의하지 않고 최고 군령권자인 천왕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침을 받을 수 있는 특권을 보유함으로써 작전계획의 수립 및 시행에 있어서 통합성, 신속성 및 기민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또한 일본은 전 국민의 정치적, 사회적 지지를 토대로 국가의 전 역량을 통합하여 청국과의 총력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다.
셋째, 외교전 수행 능력이 뛰어났다. 일본은 천왕을 중심으로 정치, 외교력을 통합하여 전쟁의 명분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즉 청국과는 터무니없는 대한제국 내정 개혁안을 내세워 전쟁으로 가기 위한 구실을 찾았으며, 서구 열강과는 간섭을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적 교섭을 실시하였다. 이 무렵 일본 제국주의의 급속한 발전은 영일동맹을 통한 영국의 지원이나 미국의 호의적 지원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의 묵시적 방조와 무관하지 않았다. 이것은 일본 외교의 승리였다.
넷째, 정보 수집 활동 및 활용이 효과적이었다. 일본군은 대한제국과 청국에 주재하는 자국 공사관의 첩보활동, 거류 상인들에 의한 정보 수집활동도 다양하였다. 그들은 주로 전쟁에 필요한 식량, 군마, 군수물자 조달 및 민심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여 제공하였으며 일본군은 이렇게 파악한 자료를 활용, 대한제국과 청국에서 징발과 약탈을 자행하면서 군수물자를 조달하였다. 아울러 친일세력 포섭 등을 통해 대한제국과 청국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획득하여 이를 전쟁준비 및 수행 기간 중 활용하였다.

다섯째, 전투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을 건설하였다. 일본은 1853년 7월, 페리의 내항 이후 군사 대국화를 추진하여 불과 40년도 되지 않아 근대화 된 서구식 군사력 육성에 성공하였다. 이와 같은 군사 근대화는 청･일전쟁의 승리를 이끈 동력이었다. 일본군은 구식 군대 편제를 서구식 사단(師團)편제로 개편하고 편제에 부합된 군 훈련체계를 정립한 후 각종 전장상황을 상정하여 군사훈련 및 예행연습을 실시하였다. 또한 신식 무기체계의 도입과 ‘가상적국’ 개념을 도입하였다. 메이지 유신 후 1870년에는 러시아를 가상적국으로, 1884년에는 청국을 가상적국으로 상정하였다. 본토에 있는 전쟁지휘부와 작전 부대 간에 군용 통신선을 가설하였고, 작전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수송체계를 확립하는 등 현대화된 강력한 군사력을 육성하였다.7)
여섯째, 싸워 이기겠다는 장병들의 확고한 정신전력이다. 즉, 민족주의 정서를 기반으로 한 일본 국민의 적극적 정부 정책지지와 무사도정신에서 비롯된 일본 군인의 사생관(死生觀)이다. 근대 일본군은 하급 무사들이 주축이 되어 군을 근대화하였으나 700여 년 간 지속된 군사 문화 속에서 형성된 책임감과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전통은 군의 지휘계통확립에 기여하였다. 일본 특유의 호전적 문화 및 민족주의 정신과 섬멸전 사상이 일본군 내부에 자리 잡았다.
반면에 청국의 패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의 단합과 국력의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 청국은 중화사상의 자만심과 만주족과 한족 간의 뿌리 깊은 불화와 갈등으로 국력이 통합되지 못하였고 국론은 분열되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둘째, 국가 지도자들이 무능하였다. 당시 청국 정치인들은 국가보다는 자신들의 안위를 유지하는데 몰두하였다.
셋째, 전쟁지도기구의 구성과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쟁초기에는 통일된 전쟁지도부도 없이 리홍장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등 국가의 역량이 통합된 전쟁지도가 발휘되지 못하였다. 뒤늦게 전쟁지도부인 ‘독변군무처(督辨軍務處)’를 신설하여 통일된 지휘체계를 갖추었으나, 이미 전장의 주도권은 일본군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넷째, 군 작전수행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청국은 일본에 비해 군사적으로 수적 우위에 있었지만 무기 장비의 질을 따지면 열세였다. 또한 작전 수행 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예를 들면 청은 일본과의 해전에서 네 함대사령부(수사.水師) 가운데 북양수사만 참전했고 나머지 세 수사(南洋,福建, 廣東)들은 자신의 세력 보존을 위해 팔짱을 낀 채 지켜보고만 있었다.
다섯째, 정보수집 능력이 매우 미숙했다. 정보수집 활동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본이 개전으로 가기위해 영국, 러시아와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을 정도로 주변 정세 변화에 둔감하였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하여 청국은 일본에 패할 수밖에 없었다.
러·일전쟁
개 관
러･일전쟁에 대한 근본적 원인은 만주와 한반도에 대한 분할권 싸움이었다. 청･일전쟁 후 일본이 청의 여순과 대련을 점령하게된 것을 3국(독일, 프랑스, 러시아) 간섭으로 일본이 청에 반환하게 되자 일본은 이를 용납하지 않고 다음 전쟁을 준비하게 되었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3국 간섭으로 주요 전리품을 빼앗김으로써 남은 것은 러시아에 대한 증오뿐이었다. 3국 간섭이 “일본인의 가슴에 깊은 복수심을 안겨주었다. 10년 사이를 두고 벌어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별개의 전쟁이 아니라 한 꾸러미(package)였으며 청･일전쟁에는 이미 러･일전쟁이 잉태되어 있었다. 요동반도의 반환 이후 일본은 복수 전쟁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차피 해전에서 승패가 결정 될 것이며 그곳은 대한해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중심에는 연합함대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가 있었다. 그는 대마도(對馬島)가 가지는 전략적 가치를 깊이 인식하고 있었고, 그래서 군사적 편의를 고려하여 하나의 섬이었던 대마도를 남북으로 갈라 그 가운데에 해협을 만드는 일에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그는 1900~1901년에 걸쳐 폭 40m, 깊이 4.5m, 길이 500m의 이른바 만제키세토(萬關瀨戶, Manzeki Canal)을 완공함으로써 함대의 기동성을 높여 초전에 러시아 함대를 격파할 수 있었다.

한편 일본은 1902년 제1차 영일동맹을 체결하여 청에서 영국의 이권을 인정하고, 영국은 대한제국에서 일본의 이권을 인정하였다. 미국은 이미 1898년 필리핀을 식민지로 차지하였으므로 그에 대한 이권의 침해를 받지 않으려 하였다. 그리고 영국과 미국은 러시아의 남하를 경계하여 러･일 전쟁의 징후가 농후할 때, 일본을 도왔다. 대외적으로는 중립을 선포하였지만 일본 정부가 전쟁을 준비하면서 14억 6천만 엔의 국채를 발행하였는데, 영국과 미국이 그 절반인 6억 9,400만 엔의 국채를 사주었다.8)
러·일 전쟁의 발발 및 경과
러･일전쟁의 발발은 1904년 2월 8일 일본 해군이 인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해군을 공격하였고, 같은 날 밤 뤼순에 있던 러시아 함대에도 공격을 가하였다. 이에 러시아는 2월 10일에 대일 선전포고를 결정하였고 일본도 그날 저녁 러시아에 선전포고하였다.
러시아가 경험한 러･일전쟁은 일본군의 기습으로 시작되었다. 러시아는 2월 9일 일본으로부터 기습당한 직후 곧바로 선전포고했지만 전쟁을 수행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한반도에서의 지상전은 1905년 5월 쓰시마에서 시작된 동해해전이 일본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기세를 등에 업은 일본군이 한반도 북부로 본격 진출하여 함경도 방면으로 전개하였다. 전쟁 초기 러시아 정찰부대가 원산과 길주 등에서 소규모 접전을 벌인 적은 있다. 그러나 일본군의 연해주 진격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군이 회령-웅기에 방어선을 구축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일본군의 연해주 진격에 대비해 방어 임무를 맡은 부대는 선견 한국분견대였다. 러시아군인 아니시모프가 지휘한 이 부대에는 한인 의병부대가 대거 참여하였다. 간도에서 거사한 이범윤부대, 함경도 포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함경도 한인포수회가 러시아군과 제휴하여 항일 군사작전에 동참하였다.

전쟁 결과와 러·일의 승패요인
러･일전쟁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러･일전쟁(1904. 2~1905. 9)중인 1905년 2월 일본은 러시아 함대의 남하를 감시하는데 필요한 군사적 가치를 지닌 독도를 시네마 현에 강제로 귀속시켰다. 1905년 3월 지상에서 벌어진 러･일전쟁의 최대 격전장이었던 펑텐에서 일본 육군이 7만 여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승리하였다. 5월에는 동해 해전에서 러시아의 정예 함대인 발틱함대를 격파하였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는 전사 3만 3천명, 일본은 전사 4만 8천 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하여 막대한 인명이 희생되었다. 전쟁은 일본에 사실상 유리하게 전개되어 갔다. 그렇다고 일본이 승리하였다거나, 그럴 전망이 분명해 보이지도 않았다. 양측은 모두 협상을 통해 전쟁을 마무리하기를 원하였다. 이때 나선 인물이 미국의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일본 측에 유리한 시기를 선택하여 정전협상을 중재하였다. 그리고 1905년 9월5일 미국 해군의 군수기지가 있는 동부해안의 작은 도시 포츠머스에서 러･일 양측의 조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다.
포츠머스조약은 사실상 일본이 승리한 전쟁으로 외교를 마무리한 러･일간의 협약이었다.9)
조약 내용은 ‘대한제국이 일본의 영향권 하에 있으며 러시아는 여기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결정사항이었다. 대한제국이 일본의 세력권에 포함된다는 국제적 승인을 최종적으로 한 조약이 포츠머스조약인 것이다. 또한 일본이 만주에서 뤼순과 다롄을 차지하고 창춘부터 뤼순까지의 철도에 관한 권리를 확보함으로써 만주침략의 교두보를 확보하였고, 일본은 뤼순과 다롄 이외에도 사할린 섬의 절반가량을 차지함으로써 새로운 해외 영토를 확보하였다
다음은 전쟁의 승패에 대해 알아본다. 전쟁의 승패는 단순히 양국군의 무기, 장비, 전술, 전략에서 결정된 게 아니었다. 한마디로 국가의 총체적인 전쟁능력, 즉 군사력뿐 만 아니라 정치체제, 지도자의 이념, 국정운영, 경제력, 전쟁 동원능력 그리고 전쟁을 지지하는 국민의 지지 및 민도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국력의 우열에서 결정됐다.
러･일 전쟁에서 일본의 승리 원인은 청·일 전쟁에서 논한 바와 같으므로 러시아가 일본에 패한 원인만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첫째, 전쟁에 임하는 정신자세가 승부를 갈랐다. 러･일전쟁은 일본으로서는 사활을 건 전쟁(mortal war)이었고, 러시아는 마음 내키지 않는 전쟁(reluctant strife)이었다. 흑해의 소형함대가 출항할 때 “이번 전쟁에서 우리에게 승리는 없다. 분명히 말하건대 우리는 모두 전사할 것이다. 그러나 항복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던 알렉산드르 3세호함장 부흐보스토프(Buhbostov)의 말이 그 당시의 임전태세를 한 마디로 설명해주고 있다. 이 점이 승부를 갈랐다.
둘째, 군사력의 양과 질의 비교에서 질적 우세가 승부를 결정했다. 인구 1억 4천만 명에 460만 명의 군대와 48만 8천 톤의 전함을 보유한 러시아와 인구 4천 500만 명에 군대 67만 5천 명과 25만 2천 톤의 함선을 가진 일본과의 싸움10)에서 일본이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함대의 규모에서 러시아가 앞섰다고는 하지만 수에즈운하의 수심이 얕아 흑해함대가 지중해를 통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함대의 규모는 의미 없는 일이었다. 러시아 육전대의 주력 부대는 코삭크병11)인데 그들이 전의(戰意)를 불태울 이유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