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주목받고 있는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 지난 4월 27일 미국과 일본은 워싱턴에서 개최된 정상회담 직후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확대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개정된미일 방위협력지침을 발표했다. 이로서 그동안 자국 내로 한정되어온 일본 자위대의 미군 지원활동 범위가 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로 확대되었으며, 이것은 동아시아 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된다.

개정된 방위협력지침은 미일 양국군이 긴밀한 협력 하에 계획을수립하고 작전을 실시하는 등 ‘빈틈없는(seamless)’ 안보협력의 구체적 방향을 밝히고 있으며, 여기에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경우 일본 자위대가 “도서를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육상공격을 저지‧배제하기 위한 작전을 주체적으로 실시하고” “미군은 이를 지원보완하기 위한 작전을 실시한다”고 규정하였으며, 남중국해에서도일본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가진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건설활동에 우려를 함께 했다”면서, 미국과 일본은 남중국해 문제와관련하여 “항해의 자유, 국제법의 존중, 분쟁의 평화적 해결”의 원칙을 재확인하였다고 말하고, 이어서 “방위협력지침의 개정으로일본은 아‧태지역은 물론 세계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일 양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적극 대처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남중국해중국은 지난 해 여름 이래 남중국해에서 7개의 산호초에 모래 등을 가져다 부어 인공섬으로 개발하여 그 위에 활주로와 항만시설등을 건설해왔다. 당시 중국이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던 해역에 석유시추선과 호위 함정들을 투입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고, 이로 인해 베트남과미국 간에 군사협력이 급속히 강화되어 왔다. 이때부터 미국은 중국이 건설 중인 인공섬 부근으로 군함과 군용기를 보내는 등 중국의 인공섬 개발을 저지하고자 해왔다.

그럼에도 지난 6개월 간 중국은 인공섬 개발을 가속화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남쪽으로 1,000km 정도 떨어져 있으나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서는 근접한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피어리 크로스(FieryCross) 산호초에 무려 120억 달러를 투입하여 인공섬으로 만들고, 그 위에 활주로, 부두,레이더시설, 건물 등을 건설하고 있는 것이밝혀지면서 남중국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남중국해에관한 질문을 받고 “우리가 중국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국가의 규모와 힘만 가지고 다른나라들을 종속적 위치로 몰아넣는 것”이라면서 “필리핀이나 베트남이 중국만큼 크지않다고 해서 중국이 그 나라들을 밀어제칠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5월 13일, 대니엘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상원 외교위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건설 중인 인공섬은 군사적 목적이 분명하다”면서 “그 어떤 국가도 크기와 힘을 키워다른 나라들을 종속시키려 한다면 미국은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남중국해는 긴장이 높다. 5월 11일에는 미 해군 포트워스함이 스프래틀리 군도의난웨이섬 부근을 항해하던 중 중국해군의 옌청함이 따라붙어 대치상태가 되기도 했고, 5월 20일에는 미 해군 초계기가 중국이 개발중인 인공섬 지역 상공을 비행하던 중 중국해군으로부터 인공섬 상공을 비행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미국해군과 필리핀해군은 지난 4월 20일부터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 바 있고,지난 해 여름 중국과 베트남 간 긴장이 고조된 이래 미국은 베트남과 군사협력을 급속히강화해왔다.

따라서 남중국해는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 지침이 우선 적용될 지역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미 남중국해에서활동을 강화하고 있고, 일본이 에너지 안보도 집단자위권 행사에 포함된다고 선언한 바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원유수송로인 남중국해는 일본의 에너지 안보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5월 6일 일본 해상보안청과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남중국해에서 해적 퇴치, 무기밀매 단속 등을 위한 첫 합동훈련을 실시했고, 5월 12일에는 일본 해상자위대와 필리핀해군이 남중국해에서 돌발 상황에 대비한 공조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5월 14일에도 일본 해상자위대와 베트남 해군은 수색 및 구조를 위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남중국해를 장악하려는 중국,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

미국은 사실상 세계의 바다를 통제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7함대는 매년 5조 달러 정도의 물동량이 오가며, 또한 중동으로부터 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에 공급되는 에너지의70%가 통과하는 남중국해 해양교역로를 보호해왔다. 만약 이 해양교역로를 동북아의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통제하게 된다면 다른 나라들은 심각한 에너지 안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남중국해는상당 규모의 해저 에너지 자원과 수산자원이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어느 나라도 양보하기 어렵다.

그런데 중국은 2010년부터 남중국해를‘핵심이익’으로 규정하고 남중국해의 90%에 해당하는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이래 적극적인 해군력 증강과 더불어 남중국해에서 일방적으로 인공섬을 개발하는 등영토화 및 영해(領海)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공세적 해양전략은 최고지도자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4년3월 당시 후지타오 주석은 “해양개발은 중국 해양경제 발전의 전략적 임무”라 했고,2006년 12월에는 “중국은 해양강대국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강력한 해군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 8월 “중국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해양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해군력을 증강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해양전략의 중요성을 재강조한 바 있다. 다시 말하면, 중국은 전통적인 대륙국가를 탈피하여‘대륙 및 해양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재정의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공세적 해양전략은 미국은 물론 일본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갈등을 불가피하게 한다. 따라서 중국의 인공섬 개발은 ‘살라미(salami)전략’으로 불릴 정도로 접근한다.

즉 산호초를 조금씩 변화시켜 인공섬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국들이 즉각 대응하기어렵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인공섬이 중국의 해공군의 기지가 되는, ‘새로운 전략적 현상(new strategic reality)’이 나타나고 있어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인공섬 개발을 통해 군사기지를 만들려는 의도는 해상교역로 통제, 전략적 영향력 확대, 해저자원 개발 등에 있는 것으로분석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력을 투사할 능력을 갖게 되고 나아가 남중국해 일대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선언한다면 이 지역의 전략적 균형이 중국에 유리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남중국해 일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동안 미 7함대가 동아시아 해양교역로를 보호해왔기 때문에 남중국해의 해양질서를 변화시키려는 중국의 정책은 용납되기어려운 것이다. 또한 중국이 남중국해의 해양교역로를 통제하게 된다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일본, 타이완 등에 대한 에너지 공급은 물론 무역 자체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남중국해의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실질적 위협(real threat)’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전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과 그에 수반된 정책들은 상당한 반작용을초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하버드대학의홀리 모로우(Holly Morrow) 교수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공세적 정책이 미일동맹에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과 베트남과의 관계발전, 미국과 필리핀과의 동맹관계 강화 등 미국의 ‘아시아재균형전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과 일본의이해관계가 일치되기 때문에 향후 일본은 남중국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 하면, 첫째, 동중국해의 센카쿠열도에 대한 중국의 압력을 견제할 수 있기때문이다. 둘째, 개정된 방위협력지침에 따라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는데 앞장섬으로써미일동맹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중국 위협을 부각시킴으로써 일본은 군사력 강화의 명분을 얻게 되고, 또한 해상자위대의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동남아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남중국해는 해양국가로 전환하려는 중국전략의 첫 시험대이기 때문에 중국은 쉽게물러 설 수 없는 입장이다. 반면 아태지역의해양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이 남중국해에서밀린다면 위신이 실추될 것이기 때문에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일본, 동남아 국가, 호주 등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중국을 압박할것이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북한이 핵 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지만뚜렷한 해법이 없기 때문에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 비핵화에 의견이 일치하고 있지만 남중국해 문제는 한편으로는 중국,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일본 등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전략적 관심이 남중국해에 집중되면서북핵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따라서 북핵문제에 대해 한국이 적극적으로나서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나라가 없는 형편이 되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면 한국은 더욱 어려운 외교적 군사적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매일 240만 배럴의 원유를 남중국해 항로를 통해 들어온다.유럽, 중동, 동남아와의 추출입도 이 항로를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수수방관할 입장이 아니다.

그런데 미 7함대가 이 항로를 통제하고 있고, 일본 해상자위대도 1,000해리까지 미 해군을 지원해 왔지만 앞으로 2,000해리까지확대할 계획이다. 일본은 날개가 달린 샘이지만 한국은 날개를 접고 있을 수밖에 없는형편이다. 한국이 대양해군을 부르짖고 있지만 가까운 지역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과연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간 균형

외교를 주장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갈등관계에 있는 한 그것은 이상론에 불과하다.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양교역로 문제는 항해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에따라 해결하도록 한국이 적극적으로 중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