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균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현재 국군방송 라디오 작가


어린이들 세계에서는 또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몸이 아픈 약자를 경기와 놀이에 끼워주기 위한 ‘깍두기’라는 배려의 문화가 있다. 이에 국방, 군사, 정치, 경제 등의 분야에서 비전문가인 필자가 일종의 ‘깍두기’ 신분으로 다양한 이슈에 대한 소견을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피력해 보려 한다.

누구에게나 ‘최악의 인물’은 있다. 어쩌면 ‘최악’이라는 말이 고상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정도로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고, 욕이 나오는 대상이 누구에게나 있다. 실제로 ‘사이코 패스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잔인하고, 야비한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자신이 누군가의 머릿속에 ‘최악의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악의 인물’은 대체로 상사나 갑을 관계에서 갑의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직접적으로 항의를 받는 일도 거의 없고, 비난을듣는 경우도 극히 드물어서 눈치를 못 챌 수밖에없다. 오히려 ‘최악의 인물’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속내를 감추고, 비위를 맞춰주면서 농익은 연기를 하니 더욱 더 실상을 까맣게 모른다.

‘최악의 인물’은 천년만년 그 자리에 앉아있을 것처럼 오만하게 생활하면서 자신보다 힘이 약한 사람들의 인격까지 짓밟는다. 그런데,세월은 얼마나 빨리 흘러만 가는가.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파 시인 바이런이 “자고 일어나니유명해졌다”라는 말을 남긴 것처럼 “자고 일어나니 정년이 됐다”라는 말을 할 수도 있을만큼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일 년, 이 년, 그리고 십년, 이십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간다. 지금 같은 연말연시에는 세월의 체감 속도가훨씬 더 빠르다.

그렇게 ‘최악의 인물’이 퇴직을 하면, 그들에게 반감을 품었던 사람들은 서서히 복수를 시작한다. 그렇다고 대단하거나 거창한 복수도아니다. 그저 연락이나 관심을 끊어버리는 소심한 복수다. 다시 말해 등을 돌려버리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최악의 인물’은 퇴직 후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이제 힘 빠졌다고 다들 이렇게 연락을 끊나?” 어쩌면 이런 생각을하면서 서운해 할 수도 있다. 자신이 누군가의머릿속에 몸서리가 처질만큼 ‘최악의 인물’로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 체..

설령 뒤늦게 누군가가 지난 상황을 되짚거나 지적을 하더라도 ‘최악의 인물’은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라고 합리화한다. ‘남이 한 것은 폭력과 범죄,내가 한 것은 훈계와 관심’이라는 식이다. 그렇게 철저히 자신에게 유리한 평가를 스스로내리면서 피해를 입고,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오히려 책망한다. “내가 괜히 그랬어?”, “그럼,일을 똑바로 하던가.”, “꼭 못난 놈들이 저렇게나중에 딴말 한다니까”.. 결국은 이런 일종의레퍼토리를 입버릇처럼 하게 된다. 그나마 지난날을 돌이켜보면서 잘못을 뉘우치는 사람들은 인격이나 성격이 성숙한 편이다. 과연 그런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노후에 친구가 많아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된다’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런데, ‘최악의 인물’은 어떤 노후를 맞게 될까. 물론, 경제적으로 풍족하면 주위에 친구가 많겠지만, 그런 친구들을 진정한 벗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유유상종’이라고 그런 친구들 또한 ‘최악의 인물’이거나 그도 아니면,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접근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

나는 어떨까.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 관계에서도 ‘최악의 인물’이 있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몸서리가 처지는 사람일 수가 있다. “난 누군가한테 악랄하게 군 적이 없잖아?”,“상대방의 단점을 이용하면서 비열하게 압박한적도 없잖아?”.. 이렇게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다. 내가 눈치를 채지 못했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까맣게 모르고 있을뿐이지, 나도 누군가의 인생에 상처를 낸 일이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그 상처는 스트레스를넘어 서글픈 한숨이고, 눈물일 수도 있다.

누구나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만 기억될수는 없다. 그런데, 누군가의 기억 속에 ‘적’으로는 남아있더라도 ‘최악의 인물’로 남아있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2016년에는 ‘모두의기억 속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아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품행 관리’를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