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하 pja119a@hanmail.net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누가 누구에게 돌멩이를 던질 수 있을까? 청와대 윤 모씨가 성추문으로 국제적으로 오명(汚名)을 날리고 몇 달 전에는 육군참모총장이 육군사관학교 내에서의 성추행과 관련하여 대국민 사과를 하더니, 지난 달 26일에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육군사관학교 교장이 국방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TF팀을 구성한 지 2개월 여만에 나름대로의 자구책을제시하였다.


자고로 남·녀 간의 성(性)문제는 이 지구상에‘인간’이라는 존재가 출현하면서부터 현재까지지속되어 왔고, 또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문제가 과연 비단 육사만의 문제라고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공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에는 과연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일까? 또한일반 군부대는 어떤가? 사단장과 여군 부사관 간의 불륜관계, 군의관과 여군 간호장교간의 불편한관계, 여군 장교 및 부사관과 장교 및 부사관의 관계, 여군과 군무원의 관계, 여군과 병사들 간의 관계 등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일들이 무수히 많
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부 조직 내에서도 고위직공무원간의 수많은 불륜관계, 국회의원들의 성추행 및 성폭행 등도 문제되고 있으며, 심지어 현재파고다공원에서 자행되고 있는 독거(獨居)노인들의 잘못된 성관계로 인한 각종 질병 등도 여기에포함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성문제는 왜 인간들의 인생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한 노인문제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성의 질은‘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좌우할 만큼 매우 중요한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질(質)’이란 철저한 절제를 기반으로 한관계를 말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절제하지 못한 성관계는 동물적인 행위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동물 중에서 제일인 것은 슬플 때 울 줄 알며 기쁠 때 웃을 줄 알기 때문이며 그리고 절제할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이‘고등동물’로 분류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절제되지 못한 성관계는 불륜(不倫)이고, 성추행이자 성폭행이라 할 수있다. 불교의 석가모니(釋迦牟尼)는“내가 남근(男根)이 하나였기에 천만 다행이지, 만약 두개였다면절대 깨달음을 성취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하면서수행인들에게“남근을 독사의 주둥이에게 넣을지언정 절대 여자의 몸속에 넣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였다. 그러나 수행자들조차도 여자관계로 인하여 결국 깨달음을 성취하지 못하고 파계승이 된스님들이 많다. 그만큼 남·녀 간의 성문제는 정도(正道)가 없을 만큼 매우 민감하고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외부의적으로부터 호국(護國)의 신성한 의무를 부여받고있는 특수조직으로, 다른 어떤 조직보다 매우 강한절제와 명령을 기반으로 형성된 군대만큼은 어떠한 상황에서든‘인간’의 본보기를 보여야 함이 마땅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잠시 지적한 것처럼우리나라 군대가 에전보다 기강이 많이 해이진 것은 자명한 사실로 보여진다.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의 원인이 황금만능주의 또는 극도의 자본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재물(財物)이 인간사에 근본이 되고 인간이 종(從)이 되는 주·종이 역전된 시대에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자본주의(資本主義)’라는 용어에서의‘資’자는 재물‘자’이다. 바야흐로“돈이 주인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며 인간성과 인성이‘자본’이라는 새로운 주인에게 자리를내어주면서 성과 관련된 문제들 역시 수면위로 올라오게 된 것은 아닐까?

그러나 냉철하게 생각해 볼 때, 작금의 사관학교와 관련된 성문제는 단순히 자본주의로 상실한인간성의 문제만은 아니며 현재의 사관생도들만의 문제도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선배들의 모습이 직간접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두환, 노태우 등 전직두 전(前) 대통령,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바로육사 11기 대선배들이 아닌가? 자칭‘육사 1기’라고 주장하는 그들로부터‘새까만 후배’인 현재의 생도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즐겨 사용했던 말인“왜 나만 갖고 그래”의맥락에서 본다면 현재 생도들 역시“왜 우리만 갖고 그래. 우리는 그저 선배들을 따라 하는 것이며 선배를 존경하는 것이다”라고 하는 말도 비록 아이러니하게 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 것이 진짜문제인 것이다.

이전과 달리 지금은 남·여 생도가 한 지붕 밑에서 먹고 자고 운동하며 공부하고 체력단련을 하는육사가 아닌가? 일반대학생들은 남·녀 간에 사랑하고 연애를 해도 괜찮으나, 사관생도들은 이런 일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누군가의말처럼“사랑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라는 말을 조금만 유념해본다면, 그 답은 절로 나올 것이다.

흔히들 사람들은“서로 눈이 마주치고 마음이오고가야 사랑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도시절에는 동물적인 사랑이나 성관계가 우선되는 분위기 속에 생도들을 방치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된 사랑, 분수를 아는 사랑에대한 교육과 이에 따른 분위기가 요구되는 것이며,이 모든 것은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소통(疏通)을 기반으로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육사교장은 일방적으로 3금(禁)만요구할 것이 아니라, 어버이처럼 항상 생도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육사를 만들어서 인간성의 회복이 그 어느 조직보다 육사 내에서 먼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분수 밖의 욕망인탐욕(貪慾)은 목마른 허욕(虛慾)일 뿐 절대 내 것이될 수 없다”는 것이 진리이며,“본래 내 것이란 없에 단순한 욕망에 사로잡힐 것이 아니라 진실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야 할 것” 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입추(立秋)와 처서(處暑)도 지나고 그 무덥던 더위도 소슬한 가을바람에 자리를 양보하는가운데 산천촉목에 바야흐로 가을빛이 내리고 있다. 육사생도들이여! 이 청명한 가을에‘학이시습지(學而時習 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아’라는 논어(論語)의 구절을 상기하면서 나름대로 좋은 수확을거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