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상생에 軍이 앞장서자!
기자 : 관리자 날짜 : 2015-12-26 (토) 07:44

류석호
강원대 외래교수
본지 편집위원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가입자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 단체의 담당자에 따르면, 지난 연말까지 회원 수 1,000명을 돌파, 누적 약정금액이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것.
작년 한해 290명(예상치)은 연간 회원 가입규모에서 사상 최다라고 한다.
이 가운데는 기업인과 전문직 종사자,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은 물론, 학교 경비원, 식당 주인 등 평범한 일반인도 상당수다.
지난 2007년 12월 결성된 ‘아너 소사이어티’가 이제 우리 사회 노블리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의 향도(嚮導)로 확실하게 자리잡아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듯 고액 기부문화가 뿌리를 내리게 된 데는 나눔 참여의 기쁨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어디 그뿐인가.
비록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이웃과 후배들을 위해 돈과 시간과 품을 들여 봉사에 나서거나 재능을 기부하는 숨은 의인(義人)들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사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와 맥(脈)을 같이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참여에 대한 각계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사회공헌 활동은 이제 ‘제 3의 경영’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해졌다.
기업은 소비자가 사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만큼, 소비자 중 일부 계층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단순한 기부나 봉사 활동을 넘어 회사가 가진 자원과 능력을 활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 존재가치를 높여가자는 취지이다.
어디 기업 뿐인가.
우리 군(軍)도 상생과 나눔 활동에 관한한 결코 뒤지지 않는다.
기존의 농촌 일손돕기나 각종 재해발생시 대민(對民)지원 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롭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육군 5군수지원사령부가 펼치고 있는 ‘키다리 아저씨 프로젝트’를 보자.
이 부대는 대구 수성구청과 교육기부협약을 맺고 실력파 장병들이 매주 토요일 황금동 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학생들의 과외선생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의 고민도 들어주는 상담 및 멘토링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이 부대는 이밖에 의료 보건 및 건강, 문화예술, 저소득층 및 사회복지, 체육 기능 기술관련 등 모두 5개 분야의 봉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11월 모 케이블방송에 소개된 “휴가중 ‘폐지 손수레’에 선행 베푼 기특한 청년들”이란 제목의 미담기사는 시청자들에게 흐뭇함을 안겨줬다.
이 기사의 주인공은 육군 35사단 소속 손채민 김종운 상병 등 2명. 이들은 외박을 나왔다가 전주시 덕진공원 인근에서 폐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는 한 할아버지를 발견, 군복을 입은 채 곧바로 손수레를 끌고 할아버지를 집까지 모셔다 드리는 선행을 했다. 이 사연은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한 한 여행객이 공공민원창구인 국민신문고에 사진과 함께 올림으로써 알려지게 됐고, 이들 상병은 사단장표창과 함께 ‘4박 5일 포상휴가’를 받았다.
이렇듯 이제 우리 국군 장병들은 전후방 전국 방방곡곡에서 국민들을 돕는 일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그간 명절이나 연말연시에 각급 학교 기관 단체. 기업, 독지가 등으로부터 격려차원의 위문금품 등을 받는 피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어렵고 힘든 국민들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상생(相生)과 나눔의 미덕(美德)은 우리의 유전자(DNA)에 연면히 흐르고 있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동에 ‘운조루(雲鳥樓)’라는 아흔아홉 칸 고옥(古屋)이 있다. 조선조 영조 때 삼수부사를 지낸 류이주(柳爾胄·1726∼96)가 지은 운조루의 곳간에 있는 쌀 3가마들이 원통형 쌀뒤주 하단부의 문에 ‘他人能解’(타인능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다른 사람도 마음대로 이 구멍을 열 수 있다’라는 뜻으로, 누구든지 쌀을 필요한 만큼 가져가도 좋다는 의미다.
경주 최 부잣집의 경우는 어떤가.
12대 300년 동안 연이어 만석을 한 이 집안에선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家訓)에 따라 1년 소작수입의 1/3인 1,000석은 빈민구제에 썼고, 재산이 만석을 초과하면 소작료를 낮춰 사회에 환원했다. 그런가 하면 제주의 여성 갑부 김만덕(金萬德)은 조선조 정조 14년(1790년) 5년간 이어진 흉년으로 제주도민들이 기아에 허덕이자, 평생 홀몸으로 장사해서 모은 재산 1천금으로 500석의 구휼미(救恤米)를 구입, 백성들을 살렸다.
공자는 ‘작은 사람은 이익(利)에 밝고, 큰 사람은 나눔(義)에 밝다’고 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엔 한 끼의 끼니를 걱정하는 이, 지하보도 등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새우잠을 청하는 이웃이 적지 않다.
세상은 점점 버겁고 바쁘게 돌아가지만, 이런 때일수록 이웃을 돌아보는 나눔과 상생(相生)의 마음이 절실하다. 그 길에 우리 국군 장병들도 벽돌 한 장을 놓는 심정으로 함께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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