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최고의 전차로 알려졌던 소련제 T-34 전차로 무장한 기갑부대를 선봉으로 기습 남침했다. 북한군 제105탱크여단의주력은 150대의 전차를 앞세워 의정부와 문산방향으로 공격해 왔다. 국군은 처음 보는 육중한 괴물이 포를 쏘며 돌진해오지만 이를 저지할 수단이 없어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국군은 한 대의 전차도 갖지 못했고, 전차를 격파할 수 있는 무기도 없었다. 그래서 105mm 포탄과 수류탄을 묶어 짊어지고 적전차에 뛰어들어 장렬히 전사하기도 했다.

초기 전투에서 국군이 패퇴를 면치 못했던 것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지만 세계 최강의 군대로 알려진 미군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사실을 고려할때 국군은 선전한 것이다.

 


미군과 북한군의 최초 전투는 7월 5일 수원 남쪽의 죽미령전투였다. 스미스중령지휘하의 스미스부대(Task Force Smith) 540명(보병 406명, 포병 134명)은 북한군 탱크부대에 의해 150명이 전사하고 포병 장교 5명과사병 26명이 실종되는 참패를 당했다. 그 후천안으로부터 대전에 이르기까지 미군 제24사단이 지연전을 폈으나 사단장 딘 소장이 포로가 되고, 연대장과 대대장 여러 명이 전사또는 실종되는 등 참패하여, 1만 5천여 명이었던 사단 병력은 영동에 집결했을 때 절반인8,660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북한이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는 동안 한국은 전쟁준비도 안하고 무엇을 했느냐고 비난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정부를 수립한지2년도 안 돼 전쟁이 일어났는데 그 기간이 짧기도 했지만 무기와 장비를 생산할 능력도 구매할 수 있는 외화도 없었다. 우방국인 미국의지원도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북한은 소련으로부터 적극적 지원을 받았던 반면 미국은 국방비와 군사력을 대폭 감축한 상태였기 때문에 한국을 지원할 여력이 없었다. 소련은 공산세력의 팽창에 적극적이었고 또한 한반도를장악하고자 했지만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북한정권 수립 이전에 정규군 창설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은 북한 공산화를 위해 건당(建黨), 건군(建軍), 건국(建國)을 3대과제로 삼았으며, 그래서 북한군 창설을 서둘렀다. 소련군정은 1945년 10월 21일 소련에서데려온 소련군 출신 한인 2,000여 명으로 보안대를 조직했는데 이것이 북한군의 모체이다.

소련군정과 김일성집단은 1946년 8월 15일 군사관련 조직을 통합 지휘할 목적으로 ‘보안간부훈련대대부’를 설치했는데, 그것이 사실은정규군의 최고 참모부였다. 다음 해 5월에는보안간부훈련대대부를 ‘조선인민집단군 총사령부’로 개칭했고, 전 장병에게 계급장까지 수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정규군이 되었다. 이때부터 1948년 2월까지 9개월 간 북한군은 소련으로부터 각종 중장비와 무기를 넘겨받고소련군 고문관의 지도를 받으면서 급속히 증강되었다.

1948년 2월 4일에는 우리의 국방부에 해당 하는 민족보위국이 설립되었고, 2월 8일에는김일성이 정규군 창설을 선포하면서 ‘인민집단군’을 ‘조선인민군’으로 개칭했고, 6월에는징병제까지 실시했다. 당시 북한의 군사력은이미 15만 정도 되었지만, 남한의 국방경비대는 2만 정도에 불과했다. 군대의 창설은 정부수립 이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이며, 1948년 2월에 북한군 창설이 공식화되었다는 것은그 이전에 북한 공산정권이 수립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북한정권은 1946년 2월 ‘임시인민위원회’ 수립에서 시작하여 1947년 2월의 ‘인민위원회’ 발족으로 완성되었던 것이다.

1948년 4월 북한을 방문했던 김구가 그 해7월 자유중국의 장제스 총통의 특사 류위완(劉馭萬) 공사(公使)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남북한 지도자 회의에 참석한 한 가지동기는 북한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알아 보려는 것이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이앞으로 북한군의 확장을 3년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 남한에서 무슨 노력을 하더라도 공산군의 현재 수준에 맞서는 군대를 건설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비난을 받지 않고 아주 손쉽게 그것[북한군]을 남진하는 데 써 먹을 것이고, 단시간에 여기서 정부[공산정부]가 수립될 것이며, 인민공화국이선포될 것입니다.”

김구의 발언은 그가 평양에 체류하는 동안북한군을 직접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는 것을시사한다. 그는 북한군이 막강할 뿐 아니라 남침을 통해 남한을 쉽게 공산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김일성집단의 남침 야욕은 1948년 여름부터노골화되었다. 그 해 8월 25일 해주에서는 ‘남조선인민대표자대회’가 열렸다. 남로당이 북한정권 수립에 참여시킬 남한측 대의원들을비밀리에 뽑아 보낸 대회였다. 이 대회의 가장큰 이슈는 제주4·3사태였다. 제주4·3사태를 주도했던 김달삼이 가지고 온 「인민유격대투쟁보고서」는 첫째, 남한은 격렬한 소요로 꼼짝못할 정도로 무기력하다는 것과, 둘째, 남한의850만 유권자 중 700만 명이 북한에 보낼 ‘대의원선거’에 투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일성은 이 보고를 듣고 남한 주민들이 공산통일을 원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조기에 무력침공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이 대회에서 김일성은 “한반도 정세는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오직 무력으로만 점령해 통일시키겠다”고 선언했고, 박헌영도 “인민군이 38선 아래로 내려가고 남로당원들이 폭동을 일으키면 남한을 통일시킬 수 있을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북한군 증강을 적극 지원한 소련과 중국1948년 12월말 북한 주둔 소련군이 철수할당시 대다수의 중화기를 북한군에 넘겨주었고 북한군 1개 사단마다 150여 명의 군사고문단을 잔류시켰으며, 이로 인해 북한 군사력은 급속히 증강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군은 1949년6월말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대부분의 무기와장비도 철수시켰고 군사고문단도 500명만을잔류시켰을 뿐이다. 이에 따라 남과 북의 군사력은 엄청난 불균형 상태를 초래하게 되었다.

소련은 1948년 말 북한의 군사대표단을 모스크바로 불러 “중공군의 조선인들을 입북시켜 인민군을 증편하고, 소련이 500여 대의 전차 등의 지원을 통해 6개 공격사단을 비롯하여 총 22개 사단의 인민군을 육성한다”고 합의하였다. 1949년 3월 17일 스탈린과 김일성은 비밀군사협정을 체결하면서 소련의 군사지원을 축소하였다. 왜냐 하면,근대화된 전차와 공군으로 무장된 북한군의 육성은 일본까지 위협하여 미국과 소련의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고, 한국 지형 또한 산과 하천이 많아 전차작전에 부적합하고 한국군의 대전차 무기도 빈약하기 때문에 최초 계획한 전차 500대를 그 절반으로 줄이기로 하고, 지상군도22개 사단 대신에 6개 사단과 3개의 기계화부대 등 7개 사단 규모로 축소하기로 하였고, 그대신 공군 증강을 위해 군용기 150대(전투기100대)를 지원하기로 하였다. 소련은 1949년봄부터 북한군 증강에 필요한 전차와 야포 등중화기와 트럭, 오토바이, 군용연료 등을 북한으로 수송하기 시작했다. 또한 소련은 2차대전 당시 스탈린그라드전투에 참전한 조선인 병력 5,000여 명을 북한으로 보내 105전차여단에 배속시켰다. 소련의 전차를 받은 북한은 1949년 5월 115전차연대를 105전차여단으로 증편하였다.

소련의 지원으로 북한의 공군도 막강해졌다. 1949년 3월 김일성은 소련 방문 시 총 150대의 항공기(정찰기 20대, 전투기 100대, 폭격기 30대)를 제공받아 항공부대를 확장하였다.

북한 공군은 1949년 8월 1차분으로 IL-10형(전폭기)과 YAK-9형(전투기) 항공기 등 모두30여 대를 지원받아 항공연대를 항공사단으로 증편하였다. 1950년 4월부터 IL-10, YAK-9등 60여 대를 지원받았으며, 남침을 1주일 앞둔 6월 18일에는 소련군 조종사들이 IL-10 60여 대를 직접 몰고 와 인도해 주었다. 이에 따라 북한 공군은 200여 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되었다.

김일성집단은 1948년 말부터 지하 동굴에 총과 탄약을 제조하기 위한 무기공장을 만들어무기와 탄약 생산에 박차를 가했고, 이를 위해주민을 동원하고 군수산업에 기술과 자원을 집중 투입했다. 북한은 800여명의 일본인 기술자들을 억류하여 특별대우까지 해주면서 일제가건설해 놓았던 수많은 군수산업 관련 공장들을재가동시켜 손쉽게 따발총(多發銃)을 위시한소총, 기관총, 박격포 같은 기초화기와 탄약, 해안경비정 등을 생산할 수 있었다.

중국의 국공내전(國共內戰)이 공산당의 승리로 끝난 이후인 1949년 7월부터 중국공산군의 일부인 팔로군(八路軍)의 조선의용군 164사단(1만 2천여 명)과 166사단(1만여 명)이 모든 무기와 장비를 가지고 북한으로 들어와 북한군 5사단과 6사단이 되었고, 1950년 1월 팔로군의 조선의용군 156사단(1만 4천여 명)은북한으로 넘어가 북한군 12사단이 되었다.

북한으로 넘어온 6만 명 가까운 조선의용군출신 장병들은 일본군과의 전쟁, 국공내전 등오랜 전투경험을 가졌다. 전쟁 직전 38선 북쪽에 포진해 있던 북한군 21개 보병연대 중 절반인 10개 연대가 중국에서 건너온 조선족 부대출신이었다. 남침 당시 전투부대를 지휘한 군단장, 사단장, 연대장을 비롯한 주요 지휘관들은 중국 국공내전에서 잔뼈가 굵은 중공군(팔로군) 출신이었다.


6·25가 북침이라고?
북한에서는 김일성은 ‘북침전쟁’을 물리치고 승리를 쟁취한 전쟁의 영웅으로 우상화해왔다. 그러나 6·25전쟁 이전의 남북한 군사력격차를 보면 어느 쪽이 전쟁을 일으켰는지 분명하다. 당시 한국군의 수준은 미국 독립전쟁당시의 민병대와 비슷했다. 군사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형편이 못 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사정은 분명 유리했다. 자원이 풍부하고 일제가 남긴 방대한 공업시설들이 있었고, 또한 공산정권이 모든 생산수단을 국유화했기 때문에 전쟁준비를 위해 최대한 동원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조건만으로 전쟁을 일으킬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한 공산화라는 목표에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이 뜻이 맞았기때문에 공모하여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중국공산혁명 성공에 고무된 마오는 중국의 안전을 위해 한반도 공산화가 필요했다. 스탈린은중국 같은 거대 국가가 공산화되었으니 아시아의 공산화, 나아가 세계 공산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한반도를 공산화의 첫 번째 목표로 삼은 것이다. 그래서 북한 같은 보잘것없는 나라에 전투기와 전차 등 공격용 무기와 장비를 대규모로 제공했고 심지어 남침계획까지 작성해 주었던 것이다. 김일성으로서는 오래전부터 공언해온 ‘국토완정’을 실현하고자했던 것이다.


그러나 남침전쟁은 우리 민족에 대재앙이었다. 김일성이야말로 민족에 너무나 끔찍한 죄를 지었다. 뿐만 아니라 남북간 적대감으로 분단이 고착화되고 대결이 지속되었으며, 이제는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말살하려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