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한국시사문제연구소장

조일 7년전쟁(1592~1598)의 하일라이트
흔히 사가들은 20세기 초에 일본과 치른 7년간의 전쟁은 조선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일대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고 주장하나, 실제로는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보면 전후 조선에 큰 변화는 초래되지 않았다. 종전 후 피아가 다 같이 전과는 늘리고 피해는 줄이는 방향으로 전사를 기록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미상이지만, 조선은 170여만의 인구가 전란기간 중 감소된 것이 사실이고, 328개 관읍중 55%인 181개가 일본군에게 유린당했고, 150여만결(結)의 농토가 불과 30여만결로 80%로 격감 황폐화되고 말았다. 다른 한편으로 일본침략군 역시 1차 침공 시의 30만과 2차 침공시의 14만여 대군이 절반 내지 1/3로 줄어드는 큰 피해를 입은 바 있음은 일본도 시인한다.
이러한 미증유의 엄청난 피해와 거대한 희생의 격전을 겪고도 조선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전후복구와 국가안보체제 확립을 외면한 채, 자기중심의 도피․패배의식으로 살아남은 기존 지배층은 정권쟁탈의 파장에 빠져 들어갔다. 그리하여 1627년에는 정유호란을, 1636년에는 병자호란을 당하여 명나라에 이은 후금(後金)과 청(淸)나라의 침공을 받아 강토가 또 다시 초토화되고 왕이 굴복하여 청나라의 속국이 되는 수치를 당하였던 것이다. 민생의 도탄이 더욱 극심해지고 정감록의 왕조교체사상과 주역의 후천 개벽사상이 이어져 민중의 저항과 반왕조사상은 동학혁명과 홍경래난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리하여 전후 근 300년간 내우외환의 혼미 속에서 주권국가로서 선결요건인 국가안보 의식이 실종된 가운데 오로지 왕권유지에만 집착하다 1897년에 국호는 대한(大韓)으로 바꾸었으나 근대 민족국가로서 갱생 자립하지 못하고 열강의 이권쟁탈의 재물이 되어 드디어 1910년에는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병합되고 말았던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전쟁이 끝난 다음 침략국인 일본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항의 한마디 못한 것은 물론이고 강탈해간 많은 문화재와 서적을 되돌려 받지도 못하였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얼마나 국력이 미약하였기에 6만명이나 포로로 잡혀간 동족중 3년만에 겨우 7천명을 송환받고 나머지는 일본의 노예로 전락토록 방치한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죽이거나 산채로 조선인의 코 18만여개를 베어간 잔인 무도한 일본군에 대하여 응징이나 보복은커녕 국제여론 환기조차 못하였다. 이를 전리품으로 여기고 비총이란 무덤까지 만들어 「성덕(盛德)의 유물」이라고 찬양하고 있는 교만하고 무례한 일본당국에게 지금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폐쇄적 전제군주 체제하 부유(腐儒)들의 횡포
지난날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생각난다. 벽제의 멸망으로 많은 백제인과 백제문화가 일본으로 유출되어 일본문화의 뿌리를 이루었다. 신라통일로 말미암아 만주로 흘러간 고구려의 조선족들은 여진족으로 변질되어 청나라를 건국하는데 기여하였다. 「임진란」이 아니더라도 조선의 농민은 쉴 새 없이 압정과 착취에 못 이겨 국외로 빠져나갔던 것이다. 7년 전쟁 기간 중 일본에 끌려간 포로 중에서 일부는 송환을 거부할 정도로 조선의 민생고와 관의 횡포가 극악무도했던 사실을 숨겨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 거주하는 500여만 명이나 되는 해외동포들이 진정 조국을 사랑하고 조국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우리는 자문자답 해봐야 한다. 귀소본능이란 말이 있지만, 조국이나 고향을 영원히 등지고 있는 교포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국내정치의 부패와 유교적 잔재의 관행에 진절머리가 난 그들 중 일부는 한 핏줄이지만 동류의식이나 소속감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최근엔 청년 실업이 심각해 짐에 국내에서는 병역을 기피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얻고 그 수혜자가 되고자 용병(傭兵)이나 다름없이 미군에 자원입대하는 한국청년들이 연 300명이 넘는다고 한다.
특히 조선조 당시의 일부 양반들은 한마디로 부유(腐儒)로서 무위도식하면서 나라를 망치고 백성을 수탈한 무리들이었다. 그들은 토지와 노비를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부와 권력을 세습하였으니, 전쟁 중에도 기득권 확보에 혈안이었지 국가안보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늘날 부패지수 8.3이란 아시아 최하위 청렴도를 가진 한국의 관료들도 탐관오리인 조선군의 양반을 본받지 말고 구국의 영웅 이순신을 닮도록 정신 차려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 당시 양반이 누린 파격적인 신분상의 특혜와 제도적 모순과 부조리 9가지를 알아본다.
① 유교에 의한 학문적 교양을 필수로 하는 과거제도를 통해 등용됐다. 물론 상놈은 과거를 볼 수가 없었다.
② 각종 국가의 역역(力役)과 군역(軍役)에서 면제되어 있었다.
③ 양반끼리만 혼인하도록 귀족으로 제도화되어 있었다.
④ 무관(서반)은 문관(동반)보다 약간 열위이지만, 양반의 신분은 세습되고, 거주지는 성역화 되어 있었다.
⑤ 제도적으로 평안도와 함경도 출신은 등용하지 않았다.
⑥ 양반은 농(農), 공(工), 상(商)에 종사할 수 없으며, 사(士)가 곧 보장된 신분상의 영원한 직업이었다.
⑦ 양반은 지식․지배계층을 이루고, 상인(상놈)은 천민과 평민으로서 숙명적으로 종속적 신분․계급의 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⑧ 과거에 입격치 않아도 사대부(士大夫)출신의 혈통은 양반자격을 부여받으면서 국가로부터 특전을 입고 있었다.
⑨ 양반에 대한 농장(農莊)의 세습확대로 국가수입이 축소되고, 농민생활의 핍박은 격심해지고, 공납(貢納)의무가 과중해짐과 동시에 방납(防納)과 수포대역(收布代役)으로 관료의 부패와 병역비리가 만연했다.
7년 전쟁 후에도 조정에서는 이와 같은 만악의 근원인 양반제도 개선을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은 가운데, 기득권자의 횡포는 더 극심해짐으로써 포로 된 자가 환국을 거부한 것 이상으로 더 충격적인 사태가 대두했으니 다수의 농민들이 조국을 등지고 야반에 도주, 멀리 간도와 연해주로 이주하였다. 이들은 집시생활을 하게 되었고, 일부는 이른바 오랑캐와 합류하여 후일 정유․병자호란 시 침략군과 합세하기도 했으니 얼마나 내치(內治)와 외교(外交)가 잘못 되었길래 한 핏줄의 동족이 그러한 배신행위까지 서슴치 않고 하도록 만들었던가 정말 한심한 것이다. 심지어 조선조 말기의 1895년에 일본공사 미우라(三浦梧樓)가 30여명의 낭인들을 경복궁에 잠입시켜 국모(고종의 비)인 민비를 살해하고 시신을 시간까지한 다음 시체에 석유를 뿌려 소각함으로서 그 증거를 인멸한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질렀는데 여기에 대원군 일당인 조선인 일부가 공모 가담했음은 물론 아무른 응징보복도 취할수 없었던 무위무능 무기력한 조선왕조였다 ! 참으로 수치스럽고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때가 조선조를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꾸기 2년전인 고종 32년이었으며, 조일7년전쟁이 발발한 이후로 따지자면 303년만이었다.
일본군의 잔학상과 우리의 결의
조중화씨가 펴낸 「다시 쓰는 임진왜란사」에 보면 일본군의 잔학상을 상세하게 적시하고 있는데 특히 도요도미의 코베기 명령과 관련한 「코 영수증」사본은 물론 여러 가지 일본군이 자행한 잔인 무도한 인간사냥 실상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제2차 일본침공은 명나라 군대의 이적행위와 더불어 일본군의 코베기 작전으로 말미암아 백성들은 예상외의 큰 피해를 면치 못하였다. 그러나 일본침공군의 작전이 부진함에 따라 두 선봉부대의 행적을 의심한 도요도미는 대마도주를 통하여 「조선이 아직 굴복하지 않은 것은 전라도와 충청도가 점령당하지 않은 까닭이다. 우기다 히데이(宇喜多秀家)를 장으로 하고, 고니시 유기나가(小西行長)를 선봉으로 하여 전라도에 가서 벼를 베어 식량으로 하고, 여러 성을 공격한 다음 충청도로 들어가라. 일본군은 조선인의 목을 베지 말고 사병 한명당 코 한되씩을 베어서 소금에 절여 보내라」고 명령하였다고 한다.
이 명령을 받은 가도오는 현지사정을 감안하여 사병 한명당 코 3개씩을 할당했는데 다른 부대도 이에 준한 것으로 구 일본육군 참모본부에서 발행한 「일본전사 : 조선의 역(役)」이란 단행본에 나와 있다. 실제로 우기다의 부대원은 약 1만명이었는데, 상납한 코가 약 3만개였으며, 구로다도 부대원이 약 1만명인데 3만개의 코를 바쳤고, 깃가와 히로시에(吉川廣家)는 5천명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18,350개의 코를 인도했음이 그 영수증으로 남아있다.
코 수집관으로 임명된 부산성 수비대장 고바야가와 히데아끼(小早川 秀秋)를 통하여 소금에 절인 코의 상자가 일본에 도착하면 도요도미는 직접 그 수를 확인하고 감사장을 현지 부대장에게 발송했다는 것이다. 극한적인 잔학상을 보인 침략국의 괴수다운 만행이었다.
1597년 9월 13일자로 도요도미가 발송한 감사장의 사본내용은 이러했다. 「8월 16일 보낸 보고서를 잘 봤소. 전라도 남원성을 명나라 군대가 수비하고 있었는데 지난 15일 밤에 함락시켜 목 13개를 베어 그 코가 도착했소. 수고했소. 전번에 원균이 지휘한 조선수군을 괴멸시켜 큰 공을 세웠소. 앞으로 부대장들이상의하여 잘 작전하시오.…」 이리하여 일본군들은 코베기의 할당량을 달성한 후에는 조선농민을 살해한 다음 눈알도 함께 뽑아왔다는 기록도 많이 남아 있다.
조일 7년 전쟁을 통하여 일본군이 베어간 코의 총수는 오오고우지 히데모도(大河內秀元)가 쓴 「조오센 모노가다리(朝鮮物語)」에 나와 있는대로 「조선사람의 코 185,738개와 명나라 사람의 코 29,014개의 합계 214,752개」로 추산된다. 전과보고에 혈안이 된 일본군은 이때 자군의 전사자·아사자·병사자의 코는 물론 살아있는 조선인의 코를 베어서 합산했을 것이다. 이같은 잔인 무도한 코베기 명령 때문에 일본군사들도 염전사상이 팽배하였고, 조선인의 적개심을 불러 일으켜 의병활동을 추진하는 결과가 되기도 했다.
현재 일본 교도(京都)에는 이총(耳塚)이란 비석과 무덤이 있는데, 이는 일본의 국립박물관 뒤쪽의 도요도미를 안장해놓은 절과 신사(方廣寺․豊國神社) 바로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다.
귀무덤(耳塚)이라는 설명판이 세워져 있지만 그 잔학상을 은폐하기 위해 원래의 비총(鼻塚 : 코무덤)을 이총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현재 높이 10m, 둘레 250m의 무덤 위에 6m 높이의 비석이 서 있다고 한다. 이 속에 우리 선조들의 코가 근 20만개나 묻혀 있다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의 코베기작전 실상을 유성룡의 초본 징비록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 당시 적은 3도를 유린했으며, 적의 창끝과 방화로 지나간 천리의 국토는 모두 적지가 되었다. 적은 무릇 우리나라 사람을 잡으면 그 코를 베어 위세를 과시했다.」
당시 조선군대는 물론이고, 명나라 군대도 사람의 코를 베어 조정에 보고하는 일은 없었다. 물론 적을 죽인 전공의 증거물은 수급(首級)이었다. 그래서 운반의 간편 때문에 대신 적의 죽은자 귀 2개를 베어 보고하는 제도는 있었지만 코를 베어 보고한 것은 일본군뿐이었다.
특히 제2차 침공시 일본군이 코를 베어 가는 잔악 행위를 자행하게 된 것은 살인광 도요도미의 엄명 때문이었다. 그는 이렇게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사람에게는 귀가 둘이 있으나, 코는 하나밖에 없다. 마땅히 조선인의 코를 베어 수급으로 대신하라. 병졸 한 사람당 각기 코를 베어 한 되를 채운 후에는 야만족인 조선사람의 생금을 허가한다.」 여기에서 우리의 치가 떨리게 하는 것이 바로 조선사람을 생포해 가서 일본 국내에서 노예로 매매하고, 외국 노예상에게 팔아 넘기기도 했던 것이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보면 적의 함선 속에 포로가 되어 일본군인의 위안부 노릇을 하다 탈출해 나온 나이 어린 여자포로들의 얘기가 나온다. 전쟁기간중 6만여명이나 일본으로 끌려간 포로는 대다수가 노예나 위안부로 전락했을 것으로 볼 때 그 당시 전쟁이 끝난 후에도 조정에서 이들을 전원 송환하지 못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일본 군인들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민간인은 물론 갓난아기의 코까지 베어갔던 것이 사실이다. 일본에서 출간된 한 자료(本山豊前守安政父子戰功記)에 의하면 전라도 지역을 여행한 일본인이 「적국(赤國)에는 전쟁이 끝난 50～70년 후에 코 없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살아있는 어린애의 코를 전쟁중에 베어간 것이 틀림없다.
일본당국이 코 무덤을 만든 것은 살인마의 공적을 찬양하기 위해 도요도미가 죽은지 300년이 되는 1898년에 거국적인 행사를 치르면서 조선침략의 상징물을 설치하여 그를 영웅으로 미화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조선을 언제고 다시 삼키려는 흉계의 발로였던 것이다. 실제로 그 후 7년만인 1905년에 조선의 외교권이 박탈되고 그로부터 2년 후에는 조선의 군대가 해산되더니, 민족반역자 이완용의 수작으로 1910년에 조선은 일본에 병합되고 말았다. 코 무덤은 바로 일본의 조선침략을 상징하고 정당화하는 영원한 유물로서 간직되어 있고 지금도 버젓이 사적지로 지정되어 전세계의 관광객에게 구경시키고 있다.
일본이 제2차 침공을 감행할 때 도요도미가 내세운 전쟁명분은 난중잡록(亂中雜錄 卷4)에 보면 이러하다. 「… 해마다 군사를 내어 조선사람을 모조리 다 죽여 버려 조선을 빈땅으로 만든 뒤에 일본 서쪽지방 사람들을 조선으로 옮기고 동쪽지방 사람들을 서쪽으로 옮겨 살게 하면 10년 뒤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통일신라이후 문약해진 우리는 요동벌과 연해주의 넓은 영토를 다 빼앗기고, 소국주의와 사대주의로 치닫더니 우리의 속국이나 다름없던 대마도에 의해 노략질을 당해도 속수무책이었다.
우리 조상을 170여만이나 살해·납치하고 강산을 초토화시킨 7년전쟁을 통한 일본군의 잔학상은 물론 우리의 국모를 살해한 오매불망의 원수임에 더하여 36년간 자행한 야만적인 식민통치기간 중 살인/방화/강간/수탈 등 우리에게 저질은 악행을 되새기면서 국가발전과 국력신장에 올인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일본 육상자위대에 특수기동단을 창설하여 독도를 탈환하려는 등 아베의 최근 군사력대국화 행보와 집단자위권 행사 가시화를 결코 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한치의 땅이라도 절대로 타국에게 침탈 양보당할 수 없다는 굳은 결의를 되새기면서 독도 영유권과 이어도 관할권을 일본과 중국에 절대로 빼앗기지 않도록 호국안보의지를 가일층 강화 견지할 수 있는 국가총력전 태세 확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