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영제
전 육군참모차장

2017년 1월 2일자 TIME지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후 세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하여 3명의 세계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연구소 회장들이 특별 기고를 하였다. 그중 도쿄 싱크탱크인“Rebuild Japan Initiative”재단 회장 요이치 푸나바시(Yoichi Funahashi)는 현재 한국의 상황을“국내 정치적 혼란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남한은, 인접한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그의 동맹국인 미국 둘 중에 선택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하였다.”라고 인식할 정도로 국내 정치적 리더십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日-中-美의 3각 파도에 휩쓸린 한국의 국가위기 사태도 국가 리더십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사실 한국정부의 외환 보유액이 100억달러도 안 되는 국가부도의 절대 절명의 위기로 IMF를 맞았을 때, 1997년 12월 12일자 아시아 월스트리트저널(Asian Wall Street Jounal)은“한국의 경제위기는 리더십 부재에서 비롯되었으며, 현재 한국의 리더십은 달러보다 더 고갈되어 있다.”고 보도한바 있다.
국가적 리더십의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총체적인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국가적 리더십 위기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고, 우리 시대가 요청하는 올바른 국가적 리더십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가적 리더십이 왜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가?
굳이 ‘국가적 리더십’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본래 리더십이란 용어는 본래 군에서 나온 말이고, 처음에는 장군의 도(generalship)라고 칭하였으며, “장군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올바른 결단을 내리는 능력과 그 결단을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가장 중요한 자질로 생각하였다.1) 사실은 손자병법이 바로 Generalship을 잘 수행하기 위한 정책, 전략과 전술의 요체를 잘 기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국가적 리더십이 무너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첫째, 윤리관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Generalship의 핵심은 지고(至高)한 윤리관을 바탕으로 본을 보이는 것이었다.

이를 동양의 고전인 대학에서는 “인자는 재화를 가지고 몸을 일으키고, 불인 자는 몸으로서 재화를 일으킨다.(人者 以財發身 不仁者 以身發財)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서 몸을 일으킨다는 의미는 의로운 자로서 대의를 먼저 생각하는 군자이자 리더가 된다는 의미이다.
자기 돈을 써가면서 의로운 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오늘날 국가적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 중에 일부는 ‘몸으로서 재화를 일으키는 자들’이 되었다. 권력을 활용하여 대담하게 실정법을 위반하면서 재화를 일으키는 자들이 있고, 더 나가서 교묘하게 실정법은 위반하지 않지만,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리더로서 맡은 일을 위하여 사용하지 않고, 재화를 일으키는데 집중하는 자들도 있다.

이들은 윤리적 파렴치는 생각하지도 않고, 죄 없음을 당당히 내세우는 소인배들에 불과하다. 오늘날 국가적 리더십이 윤리와 분리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그것을 바라본 국민들은 그들을 손가락질하기도 하지만, 국민들도 배워서 자기의 부도덕함을 합리화 시킨다.
둘째, 공동체 이익보다 자기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풍조가 지배적인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치인, 공직자, 기업가, 노조, 사회, 문화, 종교 등 모든 분야별 리더들 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합법 및 비합법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이익을 먼저 챙기는 본을 보여 왔다.
그러다보니 국민들도 나눔과 양보가 없는 갈등의 사회가 되었고, 자기몫 챙기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사회로 변화되었다.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이익집단이 형성되어 양심적이고 의로운 요구사항들은 모두 집단적 이기심에 묻혀버리고, 오히려 양심의 가책도 없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초법적인 투쟁도 불사하는 일들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셋째, 거짓의 PR시대가 되어 참보다 거짓이 옳게 보이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논어에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려질 만한 일은 하도록 하라”(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고 가르치고 있으나, 인품도, 자질도, 능력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그런 능력을 갖추는데 힘쓰기 보다는 자기 PR에 집중하여 자신을 거짓 포장하여 목표를 달성하려는 풍조를 만들었다.
더 나가서 의롭고 유능한 사람들은 공격을 하여 끌어내려서 경쟁의 대상에서 제거해버린다. 그러니 올바른 사람을 분별하기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국가적 리더십 중 일부는 사익을 취하기 위하여 그런 자들을 수하에 두기를 선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위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정치권, 공직사회, 기업, 사회 및 문화 조직 등 모든 분야에서 국민들이 보기에 비윤리적인 다양한 모습들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계속 보여주고 있다. “말을 할 때 부끄러움을 깨닫지 못하면, 행할 때 깨닫기는 더욱 어려우니라(其言之不怍 則爲之也難)”는 공자에 나온 경구를 생각나게 한다. 위의 모든 원인들은 결국 국가적 리더들이 지녀야 될 윤리관의 문제로 귀결된다.
바람직한 국가적 리더십을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
윤리관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 선거대상 직위자를 투표할 때, 공직자를 뽑을 때,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윤리관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윤리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쳐야 한다. 예를 들면, 형사 처벌받은 경력이 있는 자가 국가의 리더십 자리에 피선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윤리관을 확립하는 교육은 가정, 학교, 사회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다루어야 하고, 가르치는 직에 있는 사람 중에 비윤리적인 망동을 일삼는 자는 즉시 척결시켜야 한다. 이런 윤리관을 바탕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리더십 모형을 바람직한 국가적 리더십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① 비전과 가치 추구 리더십
리더의 핵심 가치는 비전을 제시하고 비전 구현을 위한 올바를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로키츠(Milton Rokeach)는 가치관(value)을 “다양한 상황에 대한 행동이나 결정을 이끌어 내는 신념”이라고 정의하였다. 가치(value)란 어떤 특정한 행동양식이나 존재 목적은 다른 행동양식이나 존재목적보다 개인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하다는 기초적인 신념을 말한다. 이는 무엇이 옳고 그르며 또한 무엇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개인이 가진 생각의 판단 기준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가치는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가치관은 한 개인의 행동을 주도하는 중요한 그 어떤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가치관이 다르면 행동도 달라지 게 된다. 조직의 가치추구에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② 진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
기업 리더십의 측면에서도 변화한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리더가 요구되고 있다. 진정성 리더십은 2000년대 들어 엔론과 월드컴, 타이코 등의 CEO들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부정을 저지르고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새롭게 각광 받기 시작한 리더십으로 명확한 자기인식을 바탕으로 확고한 가치와 원칙을 세우고 투명한 관계를 바탕으로 주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능력을 말한다.
진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의 핵심은 리더의 스타일이나 스킬이 아니라 품성(品性)이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품성을 갖춘 리더’라는 의미로 진성(眞性) 리더십이라 한다.3)
시대는 진정성 있는 리더를 원한다. 한국에서도 진정성 있는 리더에 대한 열망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다. 지금까지 한국사회는 진정성이 결여된 리더의 폐해를 어느 사회 못지않게 경험해왔다.
진정성은 왜 중요한가? 진정성은 ‘리더십의 홍수’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리더들에게 하나의 나침반으로 작용하면서 다른 리더십 스타일의 바탕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리더와 함께 지속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리더가 솔선하고 모범을 보이는 진정성이 중요하다. 직종과 상관없이 진성 리더가 되기 위해 공통적으로 강조되어야 할 것은 정직이고 신뢰구축이다.

③ 맞춤형 리더십
리더십은 어렵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출 때 사람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분야에 대한 전문성, 통찰력, 인성을 갖춘 준비된 리더가 되어야 한다. 리더는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과 능력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지녀야한다.
구성원의 개성과 능력을 정확하게 진단할 때 부하들은 따른다. 리더는 능력 수준이 일정치 않은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성과를 창출해야만 한다. 능력 있는 자, 부족한 자를 아우르는 리더십과 팀별 특성과 수준에 맞는 맞춤형 리더십을 발휘할 때 성과를 창출 할 수 있다. 미래 지향적 리더는 위와 아래, 좌우 모두 아우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④ 팀 및 공동 리더십
경영 환경이 더욱 복잡해지고,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리더 개인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다양한 역량이 요구된다.
이러한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경영자 팀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적(知的)으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더라도 환경이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사회에서는 모든 정보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모든 사람이 리더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환경의 변화와 그 영향력을 읽어내고, 이를 통해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한다.
바로 이것이 험난한 환경을 돌파하는 집단적 지혜를 모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조직의 장기적 번영을 위해 역량을 개발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4)

⑤ 섬기는 리더십
가장 중요한 국가적 리더의 자질은 국민을 섬기는 자세이다. 제왕 같이 그리고 권력만 행사하고 명령과 지시 일변도의 리더십은 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 조직원과 소통과 상호 배려하는 정신이 조직문화로 되었을 때, 그 조직은 발전하는 건전한 조직이 되고 업무 성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리더다운 리더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힘겹고 장기간이 소요되는 여정이다. 리더십은 참으로 어렵고 쉬운 일이 아니다. 훌륭한 리더와 리더십만 있으면 국가도, 군(軍)도, 기업도, 그 어떤 조직도 훨씬 더 발전시킬 수 있다.

도덕과 혁신의 리더십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길잡이다. 자신이 꿈꾸었던 리더십, 조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리더십을 새롭게 발휘해야 한다. “보다 많은 국민이 보다 많은 혜택을 받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국가적 리더십’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위와 같은 리더십을 겸비한 지도자를 잘 선택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