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대통령학 전문가


복지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6.25 이후 최대 안보위기라고 하는 현 시점에서 국가안보까지 포퓰리즘의 재물이 되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안보는 대표적인 공공재(公共財, public goods)로서 일단 창출되면 누구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무임승차’하려 하여 창출 자체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안보와 같은 공공재의 창출과 유지는 정치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지도자들이 안보포퓰리즘에 빠진다면 국가안보태세는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안보포퓰리즘 문제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복무기간을 줄이면서 적정 군사력 유지가 가능한가?

적정 군사력은 주적(主敵) 및 잠재적 안보위협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세계적 강대국인 이웃나라를 제처 두고라도 북한은 117만의 대병력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 군의 2배가 넘는다. 「국방계획 1230」에 의하면, 2022년까지 총병력 52만, 육군 38만 명으로 줄이고, 육군의 전투사단은 22개에서 12개로 줄이고 해병사단 2개 사단을 포함하여 14개 사단을 유지하고, 또한 16개 동원예비사단을 보유할 계획이지만 연간 3일 간의 훈련에 그치고 있어 전투력이 의심스러운 실정이다. 대조적으로 북한은 30개의 전투사단과 60개의 예비사단을 보유하고 있고, 예비군 훈련도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실전 같은 훈련을 실시한다.

「국방계획1230」의 병력 목표인 52만이 유지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적정 군사력에 크게 미달되는 것이지만, 만약 복무기간을 줄이게 된다면 심각한 병력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 틀림없다. 한반도 유사시 69만의 미 증원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것은 미 현역군의 50% 규모일 뿐 아니라 미국은 지상군의 3분의 1 정도만 해외 파견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같은 대규모 미 지상군 투입은 실현 불가능하다. 더구나 북한의 급변사태로 한국군이 안정화작전을 하게 된다면 계획된 지상군 규모는 태부족이다.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간의 안정화작전에서 시행착오가 컸던 것은 무엇보다 병력 부족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림 1]에서 보여주듯이 2020년 이후에는 20세 남자인구가 필요한 가용자원 30만에 훨씬 미달되기 때문에 복무기간을 현재의 21개월로 유지하더라도 52만 병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더구나 그 같이 부족한 가용자원에서 4% 내외의 면제자와 9% 정도의 현역 부적격자를 제외하면 10만 정도 부족하게 된다.

한반도 안보상황은 6·25 이래 최악이고, 더구나 일부에서는 전작권도 조기에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군사력은 감축이 아니라 증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군 복무기간을 18개월 또는 1년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가안보를 도외시하는 것이다.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인다면 계획된 병력규모에서 50,000명이 줄어들고 현재 25% 수준인 부사관과 유급병사를 예산부족 등으로 40%까지 확보하지 못할 경우 30,000명 정도가 추가적으로 부족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복무기간을 18개월로 공약했지만 병력 자원 부족과 예산 부족으로 실행하지 못했던 것이다.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일 경우 총병력은 40여만, 육군 병력은 30여 만에 불과하게 되어 육군 전투사단을 2개 더 감축하여 10개 사단으로 줄어들 것이다.

만약 복무기간을 1년으로 줄이게 되면 병력 감소는 최소한 133,000에 달할 것이고, 또한 부사관과 유급병사 추가 확보가 여의치 않게 되면 병력 감소가 15만 정도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총병력은 39만, 육군은 25만 내외가 되어 4~5개 전투사단을 추가적으로 감축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상군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것이 과연 첨예한 남북대결을 하고 있는 나라에서 적정 군사력이라 할 수 있겠는가? 안보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한국이 그처럼 군사력을 감축한다면 미국은 안보 무임승차한다고 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복무기간 축소는 위험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2022년 이후 국방계획 상의 52만의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군 복무기간을 2년 또는 그 이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2년 이상 연장 근무하는 병사들에게 그만한 인센티브를 주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여군의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년 복무제도로 싸울 수 있는 군대가 될 수 있을까?
유럽에서는 1년 정도 복무하는 나라들이 대부분이지만 주된 안보위협은 러시아이며, 그것은 NATO에 의해 전략적으로 견제되고 있기 때문에 단기복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군은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고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고도로 훈련된 군대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 병사들이 1년 정도 복무한다면그들이 과연 군인다운 군인이 되고 한국군은 군대다운 군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년 근무기간을 따져 보면, 입대 후 기본훈련 1개월과 전문훈련이 1~2개월 소요될 것이고 제대를 앞두고 한두 달은 들떠 있게 될 것이니 제대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은 6개월 내외에 불과할 것이다. 첨단장비가 많은 현대식 군대에서 교육훈련이 부족하고 또한 단기간에 대규모 병력 교체가 계속 이뤄진다면 과연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군대가 될 지 의문이다.

또한 1년 정도 복무하는 병사가 많은 군대에서 엄격한 군기와 철저한 조직문화를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선부대의 초급장교 또한 대부분 단기 복무자이기 때문에 기강이 해이된 병사들을 제대로 지휘 통제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1년 복무제도가 되면 학군단 후보생 지원자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고참병이라 하더라도 후임병들과의 근무기간 차이가 불과 몇 달에 불과하기 때문에 선임병이 후임병들을 이끌어가기도 어려울 것이다. 군대가 마치 아마추어 병사들의 집단 같아서 군대문화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 군과 대치하고 있는 북한군의 복무기간은 공식적으로 7년이지만 사실상 10년 간 복무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1년이나 1년 반 복무하는 것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안보상황이 어려운 이스라엘에서는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 근무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오히려 군 복무기간 연장에 대한 새로운 국민적 콘센서스가 요구된다.

모병제(募兵制)는 실현 가능한가?
복무기간 축소보다 더 획기적인 주장이 모병제이다. 젊은이들에게 아예 병역의무를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한국국방연구원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45%의 병사들이 “가능하면 국방의무를 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모병제를 실시한다면 군대를 갈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과 그 부모들이 솔깃해 할 가능성이 높다.

모병제를 한다면 전문적인 교육훈련을 할 수 있고 장기복무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50만 내외의 대규모 병력을 가진 군대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를 주어서 모병을 통해 대규모 인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규모 군대를 가진 유럽 국가들은 그 만한 재정부담 능력이 있어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50만에 달하는 병력을 모병제로 확보한다는 것은 이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지만 예산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지원자의 부족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

군은 병력의 40%까지 부사관과 유급사병으로 충원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부족과 지원자 부족으로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타이완에서도 2011년부터 모병제를 실시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모병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2013년의 경우를 보면, 28,000명 목표에 8,600명만 모집했을 뿐이다. 한편 스위스에서는 징병제 폐지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73%의 반대로 징병제가 유지되고 있다.모병제 성공의 요체는 군대가 매력 있는 직업이 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대부분이 외아들인 현실에서 부모들이 아들을 군대라는 어려운 직업을 택하게 할지도 의문이다. 첫 해에 150만 원 정도의 봉급을 주고 다음 해부터 200만을 준다고 하면 과연 충분한 지원자를 확보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모병제로 입대한 병사 중에서 5년 이상 장기복무가 허용될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되겠는가? 몇 년 근무하고 군대에서 나가야 된다면 직업으로서의 매력이 별로 없다. 더구나 인구절벽 등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웬만한 처우로는 제약이 많은 군대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청년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모병제가 성공한다하더라도 군대가 빈곤층 자녀들만 가는 곳이 될 가능성도 크다.

모병제 하에서는 계속 승급을 시켜 주어야 하고 출퇴근이나 근무시간 이후 외출외박이 어느 정도 자유로워야 하고, 결혼한 사람에 대해 주택제공 등 다양한 복지혜택이 뒤따라야 한다. 나아가 전역 후 직업훈련 지원과 취업보장이나 취업알선 등 미군 못지않은 복지제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복무기간 축소 또는 모병제에 소요되는 국방비 확보는 가능한가?
복무기간을 1년으로 줄이면 모자라는 병력을 부사관과 유급병사로 충원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국방비가 연간 10조원 내외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모병제를 실시할 경우 추가적으로 필요한 국방비가 2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50% 내외의 국방비 증가를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의 실정은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고령화로 복지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OECD 회원국 중에서 복지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경제성장은 계속 둔화되면서 재정적자가 급증하고 있다[그림 2, 3, 4]. 더구나 한국은 유럽 국가들보다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 수준의 복지를 감당할 수 없음에도 현재 대선주자들은 복지확대, 공공일자리 창출 등 경쟁적으로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따라서 정치적 대타협과 국민적 합의가 없는 한 국방비 증가는 10%도 어려울 것이다.

군은 부사관 3만 6,000명을 증원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부족과 지원자 부족으로 아직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F-35 전투기, 탄도탄, 요격미사일, 이지스함 등 대규모 예산이 요구되는 첨단장비를 구입하고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증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국방력 강화를 위한 획기적인 공약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안보포퓰리즘이 만연되고 있는 이유를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햇볓정책 또는 포용정책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다. 햇볕정책은 따뜻한 햇볕을 통해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하여 평화통일의 길을 모색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햇볕정책은 선군정치를 표방한 김정일의 노선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북한정권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성공 가능성이 희박했을 뿐만 아니라 안보를 통일과 남북관계 개선의 하위개념으로 인식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다른 하나는 보수정권의 외교안보정책이 잘못 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며, 현 정부가 전면적으로 불신 받고 있기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외교안보정책은 초당적이어야 하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연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어떤 정권이 불신 받는다고 해서 그 정권의 모든 외교안보정책으로 부정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적의 전략적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야 올바른 안보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 햇볕정책 신봉자들은 북한의 실체 인식에 있어 오류가 없지 않았다. 햇볕정책 당시 정부는 북한은 핵을 개발할 의사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했고, 1차 핵 실험 후에는 북한핵은 대미 협상용이라 했지만 모두 잘못된 판단이었다. 이처럼 북한의 의도와 전략을 오판했거나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우리의 대북전략과 정책은 빗나갔던 것이다.

북한은 이미 5차의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경량화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계속된 미사일 실험을 통해 핵탄두를 운반할 각종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 이로서 북한 핵은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의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고,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중대위협으로 간주하고 출범 2주 만에 국방장관을 한국에 급파한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햇볕정책 노선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상황판단이다.안보상황이 2000년대 초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기 때문에 책임감 있는 지도자라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강력한 국방전략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국가안보는 인기가 없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오히려 안보를 약화시킬 주장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국민들이 정치지도자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우방국들도 한국을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복지 포퓰리즘으로 인해 국방예산은 대폭 증가시킬 수 없는 형편이지만 우리의 국방비는 GDP 대비 2.4%로서 너무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대해서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13조 달러의 국가부채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3.6%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안보위기 국가인 한국의 국방비가 GDP 대비 2.4%만 투입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NATO 회원국들에 대해 방위비를 더 많은 부담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우리의 국방비도 GDP 대비 3%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며, 그것이 한국이 처한 안보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국방력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 대북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고 남북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가능한가? 북한은 온갖 위협을 다하고 있는데 우리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명분하에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가? 안보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이고 더구나 우리가 계획한 전력 확보가 미흡한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가? 미국은 사드 배치를 “한미동맹의 상징‘이라 하는데 중국의 압박 속에서 그것을 연기하거나 무효로 돌린다면 한미동맹이 계속 굳건할 수 있을까? 중국의 압박으로 한국이 중요한 안보이익을 포기하고 한미동맹까지 영향을 끼치게 한다면 한국은 중국에 대해 과연 주권국가라 할 수 있는가?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 체결은 물론 위안부 합의도 북한 핵 위협에 대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수조건인데 국민감정 때문에 이를 폐기하거나 재론한다면 그 후의 한일관계와 한미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은 물론 중국에 대해 각가지 압력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국이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 우선 입장을 중시하게 된다면 한미 간 갈등은 필연적이고, 이에 따라 한국에서 반미운동이 촉발되고 반(反) 트럼프 구호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서 그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국가안보와 같은 공공재의 창출과 유지는 대통령의 책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최악의 안보상황에 처해 있는 한국의 경우 더욱 그렇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군비경쟁으로 치닫고 있는데 한국만이 그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공약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