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욱
법학박사
미8군 메릴랜드 주립대학교 형사사법학과 교수

지난 2월 13일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프 공항에서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대량살상 화학무기로 분류되어있는 독가스 VX 로 피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공항 CCTV에 의하면 누군가가 갑자기 김정남의 얼굴에 액체물질을 묻혔고 얼마후 그는 사망했다. 수사에 착수한 말레이지아 경찰은 사건발생 이틀만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 두명을 살해범으로, 이들의 독살 범행을 지원한 혐의로 약학과 화학 전문가인 북한인 남성 한명을 공범으로 검거했다.

또한, 수사과정에서 말레이지아 경찰은 다수의 북한인들을 이번 사건의 배후자로 추가 지목했다. 이들중에는 말레이지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2등 서기관과 북한의 고려항공 직원등이 포함되어있으며 이들은 현지 북한대사관에 은신하고 있거나 이미 북한으로 도피한것으로 알려져있다. 말레이지아 당국은 이들을 쫓기 위해 국제형사경찰기구 (INTERPOL) 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북한이 인터폴 미 가입국인 데다가 말레이지아와 북한은 상호범죄인인도협정 조차 체결되어있지 않아 범인들의 행방을 찾는다 해도 강제 송환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북한은 처음부터 김정남의 사인은 화학무기가 아닌 심장마비라고 주장하며 암살 배후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있다.

말레이지아 당국이 부검을 통하여 김정남의 사인은 VX에 의한 독살이었고 이 사건에 북한 외교관이 연루돼 있다고 전격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북한은 여전히 궤변과 억지를 부려가며 사건의 진실을 숨기려 하고있다. 심지어 주 말레이지아 북한대사는 말레이시아와 한국이 결탁해 북한을 배후로 몰고 간다며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사실, 그들의 과거 행태를 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 대한항공기 폭파, 그리고 천안함 폭침등 과거 북한이 저질렀던 국가적 테러범죄 사건들을 보면 북한은늘 그들의 범행을 강력히 부인해왔다.

북한이 해외에서 자행했던 대표적 테러사건은 1983년에 발생한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사건이다. 3명의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아웅산 국립묘지에 폭탄을 설치하여 당시 미얀마를 방문중인 한국의 부총리와 외무부 장관등 정부 주요각료와 수행원 17명이 사망했으며,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에 분노한 미얀마는 북한과 외교관계를 즉각 단절하였으며, 범인 3명 가운데 한명은 사살되고, 두 명은 체포되었다.

북한의 이러한 국가적 테러범죄는 1987년에도 이어졌다. 두명의 남녀 북한 특수공작원이 경유승객으로 위장하여 대한항공 여객기 858편 기내에 탑승하여 폭발물을 은닉하고 중간에 내렸다. 이후 여객기에 있던 폭발물이 동남아 해역 상공에서 터지면서 115명의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사망했다. 체포당시 범인 두명다 자살을 시도하여 남성은 사망했으나, 그 중 여성 테러범은 생포되어 한국으로 송환되었다. 조사 결과 그녀는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 공작원으로 다음해 한국에서 열리는 서울 88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북한의 테러대상에는 한국 정부요인나 국민뿐 아니라 이번 사건과 같이 주요 탈북인사들 또한 포함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인 1997년, 북한은 공작원을 남파하여 한국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던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씨를 집 앞에서 권총으로 암살하였다. 2010년에는 역시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기위해 암살조를 탈북자로 위장해 남파했다 미수에 그친 사건도 있었다. 황 전 비서가 생전에 북한의 끊임없는 암살 위협에 시달렸었다는 것은 필자도 국내외 언론을 통해 여러차례 전해들은 바 있다.

 이처럼 특정 탈북자를 겨냥한 북한의 테러범죄 위협은 철저한 대비책이 없는 한 절대로 감소하지 않을것이며 따라서 얼마전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공사등 한국내 주요 탈북인사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매우 포괄적이며 효과적인 신변보호 대책이 강구되어야만 한다.
또한, 관계당국은 이번 김정남 암살 사건에 사용된 VX와 같은 반 인류적 화학무기테러에도 철저히 대비하여 언제 어디서든 발생 가능한 북한의 테러위협에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