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이라는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거쳐 새 정부가 들어섰다. 하지만 국가안보와 경제, 국민 통합 등 산적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정부는 바뀌었지만 우리가 처한 안보상황은 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더욱 고도화되고, 김정은의 대남전략 또한 달라진 것이 없다.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배치를 이유로 부당한 보복을 가하면서 북핵문제를 해결에 매번 어깃장을 놓고 있다. 우리사회 내부도 문제다. 국가안보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돼 하나 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사면초가의 안보상황에서 새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국가안보를 지향해야 할 것인지? 대내, 대북, 대외 세 가지 차원에서 제언해 보려 한다.

대내 차원
첫째, 국가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안보의식을 강화시켜야 한다. 새 정부 앞에 놓여진 수많은 과제들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이다. 경제문제는 좀 잘 먹느냐 못 먹느냐 하는 것이지만, 안보문제는 사느냐 죽느냐하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우리의 국권을 빼앗겼던 쓰라린 역사를 경험했다. 이 모두 국가안보를 우선시 하지 않고 대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최우선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북한 김정은에게 핵 인질이 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 국민들과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북한이 수많은 도발을 해 왔고, 지금도 그 도발이 이어지기 때문에 불감한 것인지 모르나, 국가안보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점에서 새 정부는 국가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국민들이 확고한 안보의식을 높이도록 조치해야 한다.

둘째, 국방력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안보는 생각이나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며,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북한은 1945년 분단이후 단 한순간도 대남적화전략목표를 변경한 적이 없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까지는 정부수립을 방해하더니 이후에는 정부 전복을 획책하였다. 이 또한 실패한 이후 1950년 6·25 남침으로 무력적화 통일을 시도한 것이 바로 북한 정권이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난 뒤에도 북한은 끊임없이 군사도발을 일삼아왔다. 1960년대 1·21사태와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1970년대에는 재일동포 공작원 문세광을 이용한 육영수여사 저격,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미군장교 2명을 살해한 8·18 도끼만행사건, 1980년대 들어 전두환대통령 시해를 노린 버마 아웅산 폭파사건, 88올림픽 방해를 노린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1990년대 강릉 잠수함 침투를 비롯하여 제1차 연평해전, 2000년대 이후에는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연평포격도발, 그리고 비무장지대 목함지뢰도발까지 북한 정권의 도발은 현재진행형이다. 거기에다 고도화된 북핵·미사일과 각종 군사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켜내기 위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새 정부가 당면한 긴요한 과제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시 응징할 수 있는 국방력을 구비하려면 적정 국방비가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는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1945년 분단된 이후 70여년이 흘렀다. 이런 상황에 처한 우리가 성취해야 할 지상과제는 통일이다. 통일은 당위이며 그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북한정권과 대결하고 있는 우리에게 최고의 안보는 통일이다.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 독재정권을 소멸시켜 우리와 하나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평화통일이며,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통일이다. 통일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안보가 튼튼해야 한다. 북한 정권이 추구하는 대남적화통일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점을 그들에게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 핵을 내려놓고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해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것만이 생존의 길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이 현실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입시키는 일을 지속해야 한다. 주민 스스로가 진정 자유가 무엇인지 인권이 왜 중요한지 그러기에 민주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대북 차원
첫째, 북한을 바로 인식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가? 앞으로 그들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이처럼 우리를 적대하고 있는 북한정권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법을 도출하기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북한을 바로 인식하려면 그들의 관점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북한을 우리 관점에서 우리 방식으로 보려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종종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일례를 들어 1994년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대부분 북한은 곧 망할 것이라고 보았다. 권력의 구심점이 사라지고 북한 주민들이 세습정권을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왜 그랬을까? 우리 방식으로 북한을 본 결과이다. 우리는 북한보다 40배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데 감히 북한이 지금도 적화전략을 유지하겠느냐? 하는 인식을 갖고 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만 동족인 우리를 향해서는 결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 우리 편한 방식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북한을 그들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들은 단 한 번도 대남적화전략을 포기한 적이 없다.

둘째, 북핵문제를 북한문제로 간주하여 해결해 나가야 한다. 북한정권이 핵에 집착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당면하게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궁극적으로는 대남적화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당면과제는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만, 보다 포괄적으로 북한 변화를 그 목표로 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을 변화시키는 일은 당면하게는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북한주민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북한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정보를 주입시키고 북한 엘리트들의 친한화(親韓化)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엘리트계층들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도록 역통일전선전술(逆統一戰線戰術)을 구사해야 한다. 아울러 탈북민들이 우리나라에서 참 행복을 느끼도록 하기 위한 조치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하나 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북한 정권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지금은 김정은의 셈법 바꾸기 위한 압박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대화와 교류협력을 재개하자는 목소리들이 있지만, 제대로 된 대북압박과 제재를 가한 것은 지난 해 3월부터 1년 남짓이다. 김정은이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는 것은 그동안의 압박이 아직 큰 아픔이 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정은이 뼈저린 고통을 느끼고 스스로 셈법을 바꾸도록 강요하는 노력에 더욱 집중해야 할 때이다. 일각에서는 조건 없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 복귀하여 가시적인 진전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위기관리 차원의 남북대화마저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비핵화에 호응해야만 진정한 대화도, 실질적인 남북관계 진전도 가능하다.

대외 차원
첫째,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현 안보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직후 출범한 한미동맹은 세계 유례없이 강력한 동맹으로 발전되어 왔다. 북한에 의한 제2의 6·25를 억제한 것도 한미동맹의 힘이다. 미국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트럼프정부 출범이전 일각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한미 간의 공조는 흔들림이 없다. 한때 우리 정부는 중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기대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했다. 미국에 의심을 받아가며 박근혜대통령이 천안문 광장에 시진핑 주석과 나란히 섰고 사드배치도 신중했다. 그러나 사드배치 결정이 내려지자 중국의 태도는 돌변했다. 중국이 우리를 돕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대외관계에서 한미동맹이 우선임이 재확인된 것이다.

둘째, 국익에 대한 인식을 바로 갖자는 것이다. 외교정책 결정과정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만 국익에 대한 인식을 정리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국익을 경제적 이익여부를 주로 따진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유, 민주, 인권 등의 가치이다. 그런 점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상대와 함께 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의 주권이 존중되고 침해되지 않는 것도 국익이다. 예를 들어 사드배치 결정은 자위적이고 주권적인 조치이다. 그 누구도 이를 좌지우지 하거나 시비할 사안이 아니다. 이를 지켜내는 것이 국익이다. 또한 개인에게 인격이 있듯이 나라에는 국격(國格)이 있다. 우리 국격을 지켜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국익이다. 경제적 손해가 있다고 해서 국가의 신의를 저버린다면 국격에 커다란 손실이 되는 것이며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셋째, 통일외교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통일이다. 통일은 최고의 안보인 동시에 대한민국 번영의 초석이다. 통일은 우리 스스로의 힘만으로 성취되기는 어렵다. 그리고 통일은 하루아침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에 꾸준히,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가능한 모든 기제를 활용하여 국제사회에 자유·민주, 인권, 그리고 비핵과 평화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고 지지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국론을 결집하여 평화·통일의 초석을 놓아야!!
김정은의 핵미사일 집착은 우리를 핵인질로 삼고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도하려는 셈법이다. 북한은 필요시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로 한반도는 물론, 주일미군과 괌 미군기지, 나아가 미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하려 시도하고 있다. 북·핵미사일을 억제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성취해야 한다. 북한 변화 유도를 위한 모든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론을 모으는 일이다. 안보와 통일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 남녀노소 모두 결집해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평화통일의 기반을 놓는 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