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박사
본지 편집위원장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원장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seokseung333@hanmail.net

5월에 접어들면서 세계유일의 냉전지역이라 할 수 있는 한반도의 역학구도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즉 지난 1월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행정부에 이어 ‘1인중심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체제, ‘보통국가화’를 지향하고 있는 일본의 아베정권, ‘강한 러시아’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는 푸틴정부, 그리고 지난 5월 9일 새롭게 출범한 한국의 문재인정부 등이 이런 한반도 역학구도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한반도 이해관련국 지도자들 모두는 그 누구도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전세계적인 화해협력추세에 발맞추어 가는 가운데 자국(自國)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북한의 김정은정권만이 세계평화에 안전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막가파식 행태’를 나타내고 있어 매우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즉 김정은정권은 지난 5월 14일과 22일 2차례에 걸쳐 ‘화성-12형’과 ‘북극성-2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전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의 미사일발사는, 그 발사시점이 우리나라에서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나흘만이자,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일에 자행된 것이기에 내외의 큰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미사일은 고도 2,000km까지 치솟게 고각(高角)으로 발사되어 약 700km까지 날아가 동해상으로 떨어졌는데, 정상으로 발사되었다면 미국의 알래스카주 일부가 사정권에 들어가는 사정거리가 5,000km안팎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벌써 8번째 발사로 기록된, 북한의 이런 미사일도발에 대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매우 강도 높은 비판을 하면서 대북제재와 압박에 굳건한 공조태세를 갖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과 22일 “안보리의 결의안들을 위반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발사에 매우 강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문재인대통령은 즉각적으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여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문대통령은 “미사일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관련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일뿐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이고 국제적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라 비판하면서 “북한과의 대화가능성을 열어두되 북한의 태도변화가 있을 때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지난 16일 한국과 미국, 일본의 국방차장급 화상회의와 지난 23일 3국 합참의장 화상회의에서는 “북한의 불법적인 탄도미사일 개발프로그램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라 규탄하면서 “이들 3국은 미국의 한국과 일본에 대한 철통같은 안보공약을 재확인하는 가운데 긴밀한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을 역설하였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도발행위를 자행한 북한당국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미사일을 ‘화성-12’로 명명하면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제 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할 때까지 고도로 정밀화, 다종화된 핵무기들과 핵타격수단을 더 많이 만들어 나갈 것”이라 밝히는 등 적반하장(賊反荷杖)적 행태를 보였다. 특히 북한의 ‘아태평화위’ 대변인은 담화(5.18)를 통해 “우리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소집과 새정부에 대한 시험발언”에 대해 “새로 집권한 남조선당국이 이번 시험발사의 사변적 의의를 외면하고 무턱대고 외세와 맞장구를 치면서 온당치 못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비난하기까지 하였다. 이런 북한당국의 망발(妄發)이야말로 전세계적 평화와 안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시대착오적 망상을 드러내는 것일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자멸(自滅)의 길로 빠져들어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반평화적 무모함의 극치”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우리는 여기서 “왜 북한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4일만에 이런 도발행위를 자행했을까”하는 의문에 대한 답(答)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에 대한 간보기(?) 차원에서, 아니면 앞으로 있게 될 협상이나 대화과정에서 우위(優位)를 점하려는 레버리지 확보차원에서? 그것도 아니라면 미국과의 협상과정을 의식해서?”

이 점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다양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지금 북한이 처한 만성적인 경제난과 이로 인해 알게 모르게 야기되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불평불만을 희석시키는 가운데 내부결속을 도모하려는 차원에서 또다시 반평화적인 도발을 자행했다”고 확언하고 싶다.
북한을 연구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구호(口號)의 나라’라는 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북한체제의 특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구호를 꼽는다면,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와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라는 것이다. 여기서 바로 후자(後者), 즉 ‘낙관적 신심(信心)’을 불어넣으려는 공언(公言)이 벌써 반세기 이상이나 공언(空言)으로 바뀌고 있는데 대한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심정으로 필자는 북한이 이런 무모한 행위를 자행했을 것으로 보고 싶은 것이다.
왜냐하면 김일성은 지난 1962년 최고인민회의에서 “앞으로 2년이면 모든 인민들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 살 수있을 것”이라 호언(豪言)하였으나, 그 결과는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기 때문이며, 그의 아들 김정일도 사망하기 얼마 전 “인민들에게 칼제비라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장담(壯談)하였으나 이 역시 기만(欺瞞)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김정은도 지난 2013년 “이제 두 번 다시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확약(確約)을 하였으나, 이 또한 ‘허공속에 울려퍼지는 메아리’로 화한 것이 오늘날 북한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가정권의 수장(首長)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김삿갓이 대동강물을 팔아먹듯” 인민들을 속이고 유린해 온 장본인들로,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세력으로부터 있을 지 도 모르는 위협이나 침략을 빌미로 삼아 김가정권의 우상화, 신격화에 광분(狂奔)하는 가운데 “선군정치, 핵강국, 핵경제병진정책” 등을 구실로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반평화적 도발행위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년과 이리”라는 이솝우화가 시사하듯이 “거듭된 거짓말은 정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국은 민심(民心)의 이반(離反)을 초래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김정은정권이 제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정권의 붕괴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올 수 있다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