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작가, (예)육군준장


근래에 와서 영어 단어 형용사‘SMART’가 놀라울 정도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아마 유행의 선도적 근원은 미국 애플사의 스마트폰인 것같다.
옛날에도 스마트란 단어가 쓰여져 온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모든 분야에 걸쳐 화두에 오르기는 처음이다.“저 분은 참 스마트하다”고 하면 외모뿐만 아니라 교양 또한 갖춘 사람을 가리켰다. 오래 전의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TV,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 제품에서부터 미국 오바마 대통령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마트파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점차 위축되어가는 미국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고 그 대안은 바로‘스마트파워 리더십’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선거 유세에서 미국 건설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즉 스마트파워 리더십을 대중에게 인식시켜큰 호응을 얻었고 마침내 흑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선거 기간 경쟁자였던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했고 반대당인공화당 로버츠 게이츠를 국방장관으로 기용했다.

이를 두고 스마트한 정치적 배려라고 정가에서는의미를 부여했다.오바마 대통령의 스마트파워 리더십에 공감한클린턴 국무장관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외교와군사력을 함께 조화시킨 스마트파워 외교가 미국의 대외정책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했다. 이것은 스마트파워 전략으로 새로운 미국을만들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스마트파워 리더십에같은 보조를 맞춘 것으로 평가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스마트파워 리더십은 마침내대통령재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흑인이면서 미국 대통령 재선에까지 성공 시킬 수 있었던 사실은미국 역사상 기적이며 그 기적의 일단을 스마트파워 리더십이 도왔다면 스마트파워 리더십의 중요성에 공감하지 않겠는가.

이후 학계의 학설로만 떠돌던 스마트파워 리더십이 세계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2010년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ECONOMIST’는그 해 가장 빈도 높게 사용한 단어로‘SMART’를 선정했다. 원래 SMART란 영문 단어 형용사는‘민첩한’‘신속한’‘맵시있는’‘영리한’‘창의적인’의 미를 가진다. 그 기본적인 의미가 시대 변화를 따라적용 범의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스마트파워 리더십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구 일본군 리더십과 약간은 비슷한 마키야벨리의 정치성향은 하드파워 리더십(Hard PowerLeadership)이라고 할 수 있고, 미군 리더십 같이감성과 비전을 통해 부하를 매료시킬 수 있는 능력은 소프트파워 리더십(Soft Power Leadership)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 유형의 장점을 살려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새 유형으로 창안 발전 시킨다면 바로 그것이‘스마트파워 리더십’이 된다는 해석이 가능해 진다.

바로 이 이론을 처음으로 주장했다는 학자가 [스마트파워위원회]를 재빠르게 만든 하버드 정치대학원의 조지프 나이(Joseph Nye)교수이다. 오바마대통령에게 이 새러운 개념의 리더십을 자문한 사람도 조지프 나이 교수로 알려져 있다.

내 주장도 같다. 사실은 이 이론이 새삼스러운것이 아니다. 다만 시류에 따라‘스마트’란 단어를 붙였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이 칼럼에서 학술 이론을 전개 분석하기 보다 실용적 측면에서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이 더 긴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나의 스마트파워 리더십에 대한 해석은 일반 학자의 해석과 좀 다르다. 나는 숱한 전장에서 수백 번의실전 경험을 통해 쌓여진 스마트파워 리더십을 강론하고 싶다. 왜냐하면 책상 머리에서 연구한 것이 아니라 적의 작렬하는 포화 속에서 전상을 입고 피를흘려가며 체험한 것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이 시기에 있어서 리더십 분야의‘스마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미를 둔다. 즉,‘스마트파워 리더십’은‘베푸는 것'에서 움터‘마음으로부터 받아드리는’ 상하 관계의 총화라고. 그러한 실질적 상하관계에 대한 모델로 다음 이어서 전개되는‘암탉 이야기’로 들어 가겠다.

우리나라 재래종 암탉이 이른 봄이 되면 이상한신음소리와 함께 자꾸만 알둥지에 올라가 앉아 있기를 원한다. 알을 낳지 않는 데도 죽치고 있으면서 다른 암탉의 접근까지도 경계한다.

달걀을 둥지에 넣어주지 않아도 일정 기간 까딱않고 버틴다. 대개 알을 부화하는데 소요되는 21일간은 둥지에서 내쫓아도 떠날 생각을 않는다.
드디어 알을 20개 정도 넣어주면 좋아라 하면서 거의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고 알을 품는데 열중한다.
통상 배설을 하고 모이와 물을 먹기 위하여 하루에 한번씩 둥지에서 내려오지만 성질이 급한 놈은두 서너번 내려와 배를 채운다. 그러나 일단 둥지에 자리잡으면 참으로 신기한 동작을 계속한다. 두다리와 날개 그리고 몸을 요리저리 놀리면서 한동안 쉬었다 다시 몸 놀리는 운동을 계속한다. 품은알을 골고루 돌려가며 온도를 균등하게 조절한다.

그런 운동을 계속하는 과정에서는 어떻한 침입자의 압력에도 굴함이 없이 죽음을 다하여 항거한다.
평소 사람을 무서워하고 피해 다니던 닭이라 할지라도 사람이 접근하여 끌어내리려 해도 주둥이로 쪼우면서 대항한다.닭이 겁내는 구렁이가 침입해도 꿈쩍하지 않는다. 밤새 대항하다 죽으면 죽었지 도망하는 일은거의 없다.

암탉의 운동은 열심히 알을 굴리면서 골고루 같은 온도를 유지시켜 하나도 실수 없이 21일만에 알을 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대개 곯았거나 무정란이 아닌 이상 부화율은 100%이다. 20일이 지나면 알에 잔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어미의 주둥이로 알 껍데기를 쪼아 병아리 나오는 것을 열심히 돕는다. 병아리는 알에서 깨어나기가 무섭게 즉시 어미 품에 안긴다. 물끼가 빠지면서 노란털로 예뻐진다. 그때쯤이면 어미에게 재롱을 떨면서 사랑을 나누기 시작한다. 이런 일은 알을 넣어준지 22일이면 끝난다.

둥지에서 내려와 생기가 돌아 까불기 시작하는병아리들은 어미의 허락이 없는 한 일체 아무것도먹지 않는다. 어미의 신호에 의해서만이 모였다 흩어졌다 하면서 한정된 거리를 유지한다. 어미의 명령은 엄격해 어느 병아리도 거역하지 않는다.

병아리의 어미에 대한 복종율은 100%이다. 단 한마리의 이탈도 없다. 어미는 모이가 한정되어 부족하다고 보였을 때는 일체 먹지않고 병아리에게만먹인다. 먹이가 커서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일단 어미가 먹은 다음 다시 뱉어내어 병아리에게 먹인다.

맑은 봄볕을 받아가며 노란 병아리떼를 몰고 다니는 암탉은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이때 오래동안헤어졌던 수탉이 뒤늦게 멀리서 나타난다. 수탉은날개를 퍼드득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면서암탉에게 달려와 반가워 한다. 수탉은 이때 함부러 교미하자고 떼쓰지 않는다. 자식들 앞에서 아직은 체면을 차리는 모습이 우습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난 뒤 무례하게도 수탉이 다가서며 한쪽 날개를 치켜 올리면서 교미하자고 달려든다. 그러나 암탉은 단호하게 거부한다.

한 보름이 흘렀을까. 평화스러운 닭의 세상에 이변이 일어났다. 뜻밖에도 적이 공격해 온 것이다.
산까치떼가 몰려왔다. 무려 십여마리가 공격을 시작했다. 전투기가 근접항공지원을 하는 모습처럼
높이에서 수직으로 달려들어 병아리를 부리로 쪼았다. 이때 겁먹은 쪽은 암탉이 아니라 수탉이다.
수탉은 슬슬 눈치를 살피면서 도망갈 궁리를 시작한다. 자기 몸 보다 훨씬 작은 까치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른채하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암탉은 끄떡하지 않는다. 병아리 대신 자기 몸을 들이대어 까치에게 달려들었다. 까치도 기세를 죽이지 않고 공격을 계속한다. 까치는 이미병아라 두 마리를 죽였다. 까치는 어미닭이 반항하자 공격 목표를 바꾸어 일제히 어미닭에 달려들기시작했다. 마침내 어미닭이 피투성이가 되어 허우적거리며 쓰러졌다.

이무렵 뒤늦게 이 장면을 목격한 닭 주인격인 나박경석 대령이 칼빈소총을 가져와 까치떼를 겨냥하여 사격을 가했다. 아무리 특등사수지만 날아다니는 까치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애지중지 키워왔던 사랑하는 닭과 병아리들이 처참히 당하는 꼴을그냥 넘길 수 없었다. 계속 조준사격을 가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마침내 까치 한마리가 하늘에서 수직으로 떨어졌다. 정통으로 명중했다. 그때서야 십여 마리의 까치떼가 일제히 도망갔다.

나는 까치떼가 날아간 것을 끝까지 확인 하고는즉시 어미 닭 쓰러진 곳으로 달려갔다. 어미 닭은피투성이가 된채 숨을 거두고 있었다. 결정적인 상처는 어미 닭의 머리 부분이었다. 머리 뼈가 붓어져 있었고 양쪽 눈알이 모두 파열되어 있었다. 이때 어미 잃은 병아리들은 뿔뿔이 흩어져 삐약 삐약슬피 울고 있었다. 참 애처로운 광경이었다.

수탉은 이때서야 어디에서 나타나 별로 슬퍼하는 기색없이 죽은 어미 닭 주변에서 모이를 주어먹고 있다. 수탉은 병아리를 둘러보며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병아리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수탉이 그 애비지만 자식들에게 베풀지 않고까치떼의 공격을 피해 달아났기에 병아리는 그 애비의 명령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었다.

베풀지 않고 부하들의 복종만 바라는 리더들이명심해야 할 일이다.까치는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정다운 존재로 알려져 왔다. 반가운 소식을 알린다는 까치의 울음소리는 정녕 기쁜 마음으로 듣곤 했다. 또한 설날 부르는‘까치 까치 설날은’ 지난 어린 시절을 회상케하면서 향수를 느끼게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한때‘나라새’ 로 까지 거론한 적이 있었지만 찬반 양론 속에서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나는 젊은 시절 산까치를 좋아해 시‘산까치’를 지어히트시킨 적도 있었다.

까치의 무자비한 공격을 직접 보고난 다음 실망한 나머지 조류학자 원병호 박사에게 전화로 알아보았더니 까치는 까마귀과의 새로 까마귀보다 더공격성이란 이유에서 외국에서는 까마귀보다 더싫어하는 새라고 했다. 여하간 이때부터 까치는 좋지않은 인상과 함께 그때의 사연을 잊을 수 없다.

때는 1971년 봄 서울 북방 방어의 요충지인 임진강 건너 GOP연대장 시절, 연대장 숙소 바로 동북쪽 작은 골짜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군 제2사단으로부터 한국군 최초로 방어지역을 인수 했던 그해의 이야기이다.

나는 야전근무시에는 언제나 우리나라 토종 닭을 구해 직접 길렀다. 1965년 베트남전쟁에 제1진맹호사단 재구대대장在求大隊長으로 전투 할 때에도 베트남의 토종 닭을 구해 대대장 CP천막 속에서 함께 했다. 암탉은 나와 친해지며서 간이 책상위에 준비한 둥지에 알을 낳았고 그 둥지에서 병아리 22마리를 부화했다. 나는 살벌한 정글에서의 전투지휘가 끝나고 지휘 천막에 돌아와 암탉이 노란병아리떼를 몰고 천막 주변을 맴도는 정경을 볼 때면 전진의 피로가 확 풀린다.

내가 암탉과 병아리를 각별히 사랑하는 이유는그 닭과 병아리의 삶 속에서 리더십 원형을 배울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야전지휘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늘, 암탉과병아리의 삶을 살피면서 부하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이 부하로부터 얻는 복종이라는 진리를 터득하면서 전투에 임했다.

전장에서 전투에 임할 때 빗발치는 포화 속에서전투병들은‘조국’‘ 자유수호’ 등 대의大義를 위해싸우는 것이 아니라 상하관계에서 솟는 '전우애'에서 발원한다는 진리를 터득했다. 그러나 때에 따라 채찍, 즉‘하드파워’도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그러므로‘스마트파워 리더십’은‘소프트파워’와‘하드파워’의 적절한 배분을 필요로 한다는 이치가 성립되는 것이다.
동양의 전통적 리더십에 있어서 신상필벌信賞必罰은 필수 조건이다. 여기에서‘신상’은‘소프트파워’이고‘필벌’은‘하드파워’에 해당한다.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의 스마트파워 리더십 이론은 창안이 아니라 유행어에 맞춘 응용이라고 할수 있다.

전장에서 전투지휘중 내 경우는‘하드파워’보다‘소프트파워’에 더 비중을 두었다. 그 결과 맹호제1진 재구대대 부하 장병은 복종의 미덕을 발휘,대대 단위 최소 피해로 배트남전쟁에서 제대별 대대최고 무훈을 기록하는‘신화 창조’의 전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