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가 치열한 상황에서 지휘관이 부대원들을 향해 비장하게 외친다. “죽지 마라!”.. 그러나 부대원들은 속절없이 하나,둘씩 쓰러져간다. 이번에는 지휘관이 목이 멘 소리로 절규한다. “죽지 마라! 죽지말고, 반드시 살아남아라.”..

드라마나 영화 속의 전투 장면에서 지휘관이 부대원들의 목숨에 강한 애착을보이는 모습은 늘 가슴 속 깊은 곳에 울림을 준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에도 해병대 연평부대 이명주 하사가 반격을 준비하며 “다들 죽지 마라. 살아서 보자”라며 포반 원들을 격려하고, 진정시켰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감동이 느껴졌다.

우리 군에서 병사들이 스스로 목숨을끊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치열한 전투상황에서 지휘관이 부대원들에게 “죽지마라”라고 외치는 모습이 떠올랐다. 마치, 충동적인 모방 심리인 ‘베르테르 효과’처럼 ‘다른 병사가 또 목숨을 끊는 건아닌가?’라는 우려감도 들었다.

우리 군의 각 부대 지휘관들이 관심병사들의 인생과 목숨에도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는 믿음을 주면 어떨까. ‘지휘관이나의 인생과 목숨도 소중하게 생각하고있다’라는 확신이 생기면, 설령 극단적인선택을 결심한 관심병사들도 죽음의 문턱에서 한 번쯤은 뒤를 돌아다보며 머뭇거리지 않을까.

야구에서 선발 투수는 직구 하나만으로타자들을 상대할 수 없다. 커브와 체인지업, 슬라이더처럼 다양한 변화구를 갖고있어야 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직구로 정면 승부할 때가 있고, 변화구로 위기를 벗어나야 될 때가 있다.

관심병사들에게는 직구처럼 직설적인말보다는 변화구처럼 유연한 말을 건네는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영화나 음악, 스포츠처럼 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를 화제로 꺼내면서 다가갈 때, 그들은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다.

관심병사는 말 그대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될 대상이다. 중요한 건, ‘어떤 관심이냐?’이다. 그들이 문제를 일으키지않도록 감시하는 것 같은 관심이라면 서로가 부담스럽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담감과 불편함이 쌓이면 서로를 증오하게 된다.

관심병사들이 왜 적응을 못하고, 힘들어하는지,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을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관심이다. ‘차가운 관심’은 증오를 싹트게하고, 사고로 이어지지만, ‘따뜻한 관심’은 눈부신 아침 햇살처럼 스스로 마음의커튼을 젖히게 한다.

변화구를 던질 때, 관심병사들은 타자가 아닌 우리 팀원이다. 9회 말 투아웃,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변화구로 헛스윙삼진을 잡고 경기를 끝냈을 때, 함께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와 얼싸안고, 기뻐해야될 팀원이다.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와 같은 도시 고속화 도로에서 고장이 나고, 또 접촉사고가 난 차들이 단지 한 차선만 막고 있어도 도로 전체가 거대한 주차장이 된 것처럼 차량 정체가 극심해진다. 병영도 마찬가지이다. 사소한 문제 하나가 일시적이나마 부대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 그런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부대원이 생긴다면, 그 파장이 어떻겠는가.

인디언 말로 친구는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한다. 우리 군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우는 내 목숨을 지켜주고, 구해줄 사람’이라는 신념으로 무장하면, 백만 대군도 두렵지 않을 강군이 되고, 국민에게는 두터운 신뢰와 사랑을 받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