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에이태킴스 등을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키 로 했다”는 보도(報道)가 나온 지 이틀만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23년부터 러 시아 본토에 미국산 장거리 타격 무기를 쓸 수 있 게 해달라고 미국에 반복해 요구했다. 그러나 미 국은 러시아가 이를 ‘확전(擴戰) 행위’로 받아들일 것을 우려해 허용(許容)하지 않았다. 2024년 5월 러시아의 하르키우 공세로 전세가 급격히 불리해 지자 이를 일부 허용했으나, 에이태킴스 등을 이 용한 러시아 영토 깊숙한 지역에 대한 공격은 계 속 금지(禁止)했다. 미국의 태도는 2024년 10월 김종배 (예)육군 중장 前 합동참모본부 작전처장 前 육군 교육사령관 북한군 1만 2,000여 명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되 고, 이들이 최근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시작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미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 통령이 당선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0월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최신 러시아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중 하나를 시험발사 했다”고 발표 하면서 “이번엔 핵탄두를 장착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쏜 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은 신 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사거리 3000∼5500㎞)이라고 했다. “이 미사일은 초속 2.5∼3㎞인 마하 10(음속의 10배)으로 목표물을 공격하기 때문에 현재 이 미사일에 대응할 수단 은 없고, 전 세계에 있는 최신 방공 시스템과 미 국·유럽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이 미사일을 요 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처음으로 타격하자 러시아도 처음 실전 투입하는 고성능 무기로 반격했음을 대통령이 직접 인정한 것이다. CNN은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 러시아 38 2025년 1월호 가 이번에 사용한 미사일은 영어 약자로 ‘MIRV’ 라는 ‘다탄두 각개 목표 재돌입체’라고 보도했 다. 미·소 냉전 시대에 처음 개발된 MIRV는 탄 도미사일 하나에 여러 탄두를 실어 각기 다른 목 표 지점을 공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탄도미사 일을 뜻한다. 초기부터 핵탄두를 여럿 실을 목 적으로 개발한 무기다. 실전에서 MIRV 방식의 IRBM이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 통령이 “이번엔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았다”고 강 조한 것, 사거리 1,000km에 불과한 목표를 사거 리 3,000∼5,500㎞의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공 격한 것, 그리고 MIRV 미사일을 사용한 것은 러 시아가 ‘언제든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다’고 위 협을 가한 것이다. ☞ MIRV : 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 로켓 하나에 실은 탄두 여러 개를 대기권 밖에서 각각 목표물에 동시에 떨 어뜨려 타격하는 탄도미사일 러시아가 이처럼 핵무기 실제 사용을 위한 준 비를 차곡차곡 진행한 데 이어, 실전에서 MIRV 미사일을 발사하자 핵무기 위협이 현실화되 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2023년 11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고 검증 체 계를 강화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했다. 그리고 2024년 11월 19일 러 시아는 핵교리 개정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의 핵 보유 동맹국들이 재래식 무기 공격만을 가해 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게 개정한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이 러시아의 핵 공격 위협이자 사전 준비로 보인다. 핵교리 개정의 배경과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러시아가 실제로 서방을 상 대로 핵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關心) 을 둘 시점이다.

푸틴, “새 위협과 위험이 생겼다”고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9 월 25일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비 (非)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 를 공격하면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겠 다”며 ‘핵 교리(핵무기 사용 원칙)’ 개정의 필요 성을 강조했다. 핵 교리(敎理) 개정은 핵무기 사 용 조건을 완화하고, 구체화하여 명시하는 것이 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서방으 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 면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모두 러시아를 공격한 나라로 간주하고 핵무기(核武器)로 대응하겠다 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기존 핵 교리에 비해 핵무기 사용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핵 교리(敎理)는 핵무기 보유국이 자국의 핵무 기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정해 놓은 문서다.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 적국의 공격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지 등을 구체 적으로 서술한 것이다. 미국은 4~8년 주기로 발 간되는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를 통해, 러 시아는 ‘핵 억제 분야 국가정책의 기초’ 법령을 통해 자국의 핵 교리를 공개한다. 

핵보유국의 안보와 군사 전략에서 핵무기가 어떤 역할을 하 는지, 유사시 적국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 인지 파악하는 지침이 되기도 한다.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은 국가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 후의 수단”이라며 “새로운 군사 위협 및 위험의 출현으로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확하게 해야 했 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핵교리를 왜 개정했는가?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세계 핵탄두의 88%를 통제하고 있 는 핵무기 강국이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 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 는 서방을 겨냥해 핵 교리 변경 가능성을 시사하 며 위협을 반복해 왔다. 이번에 핵 교리 개정을 공식 선언한 이유는 유럽연합(EU) 등 서방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 격하도록 허용하자’는 목소리에 맞대응한 셈이 다. 미국이 이 같은 우크라이나의 끈질긴 요청을 결국 받아들이자, 러시아도 자국에 대한 새로운 위협 및 위험을 이유로 핵교리 개정을 통해 핵 공격 가능성을 높여 위협한 것이다. 서방의 우크 라이나에 대한 적극적인 무기 지원을 억제하려 는 취지로도 보인다. 그러면 핵교리를 어떻게 개정했는가? 2020 년 6월 개정된 ‘러시아 연방의 핵 억제력 정책’에 는 ①러시아 또는 동맹국이 핵무기나 대량살상 무기 공격을 받을 경우(핵 억제·핵우산), ②러시 아가 재래식 무기로 공격받아 국가 존립이 위협 받을 때(비핵공격에 대한 억제력), ③러시아 또 는 동맹국을 향한 탄도미사일 발사가 확연하게 감지된 경우(선제타격 허용), ④러시아의 핵보복 능력을 저해할 수 있는 핵심 군사시설 및 정부시 설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경우(핵보복 능력 보존 위한 공격 허용)에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 었다. 기존(旣存)에는 핵무기를 보유한 교전 당사 40 2025년 1월호 국을 핵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해석됐고, 그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나 2024년 11월 19일, 푸틴 러시아 대통 령이 4년 만에 승인한 핵 교리 개정안은 핵무기 사용 범위와 대상을 더 확대했다. 

그 주요 핵심 내용은 첫째, “비(非)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 을 받아 공격해 오면, 이를 두 국가의 공동 공격 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를 공격하는 나 라가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이 나라가 핵 무기 보유국의 무기 지원을 받을 경우, 해당 국가 는 물론 이 국가를 지원한 나라도 핵무기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핵 억제 대상의 확대) 둘 째는 “러시아와 동맹국에 대한 미사일·항공기·무 인기 공격, 또 이러한 공격이 대규모로 이뤄진다 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으면 핵무기 사용을 고 려한다”(선제타격 대상 확대)는 것이다. 이번 개정으로 러시아는 새롭게 부상하는 군 사적 위협과 위험에 대응해 핵무기 사용을 허용 하는 기준을 명확히 했다. ①재래식 무기를 사용 하더라도 러시아 주권에 중대한 위협이 생기는 때 ②연합 국가 일원인 벨라루스를 향한 공격이 발생하는 때 ③대규모 미사일, 군용기, 순항미사 일, 무인기(드론) 등 공격이 발생하는 때 ④공격 자가 러시아 국경을 넘는 때 핵무기 대응이 가능 하다고 명시한 것이다. 다만 핵무기가 국가의 주 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핵교리 기본 원칙은 유지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새 핵교리는 핵 억제력의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군사 동맹의 범위, 또 그러한 억제력이 대응하는 군사 푸틴, NATO 국가를 상대로 핵 공격을 할지는 의문(疑問)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9월 25일 국가 안보회의에서 “현재 국제 군사·정치 상황이 급 변하고 있다”며 핵 교리 변경 필요성을 강조한 것을 두고, CNN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위 협을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전날 핵 사용 리허설을 주재했고, 그 이후로 세상이 다 아는 그의 핵 위협은 미국 관리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번 국가안보회의에서도 러시아 의 핵 교리 변경을 공표함으로써 군축에 신경 써 야 할 세계를 다시 한번 흔들었다. 그리고 2024 년 11월 19일, 4년 만에 다시 핵무기 사용의 ‘문 턱’을 낮춘 핵 교리 개정안을 전격적으로 승인 (承認)했다. 이어서 개정된 새 핵 교리는 이날부 터 바로 적용된다고 선포도 했다. 

현대 핵전략의 핵심은 억제전략(抑制戰略)이다. 억제는 보복 또는 공격의 무력화 등의 위협(威脅) 을 통하여 상대가 어떠한 행위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핵교리 개 정은 억제전략 차원에서 취한 조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2024년 10월 17일 미국과 영국, 프랑 스가 자국이 지원한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공격 을 승인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경고 메시지 를 보내기 위해서 러시아 본토에 대한 장거리 타 격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 내 10월 19일과 20일, 우크라이나가 각각 미국산 에이태킴스와 영국산 스톰섀도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다. 러시아의 핵교리 개정도본토 공격을 막으려는 억제전략으로 볼 수 있다. 곧바로 10월 21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 민 연설에서 “최신 러시아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중 하나를 시험발사 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번엔 핵탄두를 장착하지는 않았다”고 부언(附言)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 11월 19일, 다시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춘 핵 교리 개정안을 전격적으 로 승인(承認)한 것이다.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 도 미사일 공격과 핵무기 사용 범위와 대상을 확 대한 핵교리 개정으로 응수한 것이다. 이 모두 장 군 멍군식 억제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내년 2월 취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 급한 ‘취임 후 한 달 이내 러-우크 전쟁을 끝내겠 다’한 발언 때문에 자국에 좀 더 유리한 협상 조 건을 만들려는 땅따먹기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장거리 타격 무기들을 러시아 본토 공격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러시아 군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러시아군 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닿지 않는 전선 인근 자국 영토에 보급 기지를 설치하고, 이곳에 물자와 예비 병력을 모아 놓은 뒤 필요할 때마다 전선에 계속 투입하는 방식을 써왔다. 또 전선에 서 200~300㎞가량 떨어진 자국 후방의 공군 기 지를 우크라이나 공격의 핵심 기지로 활용해왔 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에이태킴스의 사거 리 내에 있는 러시아 중요 군사 시설만 245개”라 며 “이 중 러시아군 전력에 핵심적인 공군 기지가 15개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자국 본토 공격을 좌절시키려는 주요 원인 중에 하나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이후 냉전 시기, 지구를 몇십 번 파괴하고도 남을 막대한 핵무기 를 보유한 미국과 소련이 대결을 펼치면서도 전 쟁으로까지 가지 않은 이유는 ‘공포의 핵 균형이 론’ 때문이었다. 핵무기의 특징은 ‘공포와 평화’ 이다. 

‘상호 확증 파괴 능력’을 갖고 있는 한 인류 의 종말이 예견되는 극한의 위험을 감수하고 러 시아가 미국을 상대로 핵전쟁을 도발하지는 못 할 것이다. 1950년대 중반부터 소련은 미국과의 대결을 회피했다. 미국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었 건, 핵전쟁을 피하기 위한 평화 의지 때문이었건 ‘평화공존론’을 내세우면서 미국과의 핵전쟁을 피했다. 지금은 당시보다 모든 면에서 더 열세이 고, 명분 없는 ‘러-우크 전쟁’인데 러시아가 핵전 쟁을 할 수 있을까. 러시아는 NATO 세력의 동진(東進)과 더불어 우크라이나를 자기 바로 턱밑에까지 들어온 단검 (短劍)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또 우크라이나를 침 공한 데에는 국내적 요인도 있다. 장기 집권에 따 른 불만을 외부로 돌려보려고 빨리 치고 빠지려 했는데 지금 발목이 잡힌 셈이다. 러시아가 아무 리 핵교리를 공격적으로 개정해서 미국 등 서방 국가를 핵무기로 위협한다고 하더라도 서방의 대 량 핵 보복능력을 고려하면 핵 공격을 하지는 못 할 것이다. 핵을 쓰는 순간 자기도 끝장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가 서방이 지원한 장거리 타격 무기로 국경선 일 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더라도 러시아가 핵무기 를 사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