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일인 1월 20일,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부르며 “그(김정은)와 잘 지냈 다”고 했다. 23일에는 “북한 김정은은 똑똑한 사 람(smart guy)이지 광신도(religious zealot)가 아니다”라며 김정은과의 관계에 대해 긍정적 발 언도 했다. 반면 29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기 집권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 할 것이라고 핵 군축(軍縮) 우려를 일축했다. 국 내 정치적으로 혼란에 빠진 우리로서는 당황하 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처럼 미·중 사이에 낀 대한민국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주도면밀한 대응 책을 모색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美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외정책 방향 트럼프 美 대통령의 대외정책 1순위는 중국 견제이다. 정책의 핵심 목표는 첫째 관세장벽, 금융정책, 기술통제 등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 해 미국의 압도적 경제력을 재건하겠다는 것이 고, 둘째는 군사력, 외교력, 경제력을 총동원해 중국의 패권 도전을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다. 첫 째 목표인 경제력 재건도 궁극적으로는 중국 의 경제적 추격을 격퇴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할 때,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 목표는 사실 상 첫째도, 둘째도 중국 견제이다. 제1기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본격화된 미·중 패권 경쟁에서 결정적 승리를 거두어 중국이 다시는 패권 도전 을 꿈꾸지 못하게 몰락시키려 한다. 필요한 재 축소할 것이다. 미국발 ‘관세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산 수입품에 25%, 중 국산에 10% 추가 관세를 물리는 행정명령에 서 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인을 보 호해야 하며, 모든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내 의무”라고 밝혔다. 이 국가들이 미국으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와 마약을 제대 로 단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 조치 로 관세를 부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상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큰 흑자를 보는 나라를 겨냥 해 무역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2024년 대미 무 역 흑자 1위인 중국(2,954억불), EU(2,356억불), 멕시코(1,718억불) 등에 이어 8위인 한국(660억 불)과 6위인 대만(739억불)도 다음 타깃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기술통제를 통한 경제 안보 체제 구축도 시작 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가장 특징적인 장면은 미국 억만장자 순위 1, 2, 3위인 일론 머 스크 테슬라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 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맨 앞줄 자리에 앉힌 것이다. 이들은 AI, 클라우드, 전기차와 자 율 주행차, 우주 산업 등을 이끌며 미국의 미래 를 만들어가는 ‘산업 전사(戰士)’들이다. 그 상 징성이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선택 한 최우선 파트너가 ‘산업 전사’임을 선명하게 발신한 메시지이다. 미국이 지금 정조준하는 미 래는 AI 시대 주도권이다. 그 핵심 중 핵심은 칩 (반도체)과 에너지 경쟁력 확보다. 칩 설계는 물론 생산 기지까지 미국에 유치해 안보도 챙기 고, 규제를 다 풀어서 에너지 생산을 최대한 늘 리고, 송배전망을 완전무결하게 구축하려는 의 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도 변화무쌍할 것이다. 

그는 “김정은이 돌아오길 기대한다”면서 “김정은은 이제 핵무기를 보유한 세력(nuclear power)”이라며 “나는 그를 좋아했고 그도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과의 관계를 중국 견제와 자신의 치적을 쌓는 데 적극 활용 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선을 넘을 가능 성은 언제든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쇼를 통해 북 ICBM 폐기와 핵 동결로 미국이 안전해졌다 고 자랑할 사람이다. 그 대가로 대북 제재 해제 를 준다면 우리에겐 최악의 상황이다. 트럼프 주 변에서 ‘북한 핵 국가’ 발언이 나온 적은 있지만 본인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김정은과의 만남을 추진할 것이다. ☞ 핵보유국, 핵무기 보유국의 의미 1968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핵무기 제조 및 운용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인정한 미국·러시아·중국· 프랑스·영국을 공식 핵무기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이라고 한다. 이후 자체 핵실험으로 사실상 핵무 기 기술을 확보했다고 인정받는 나라들은 비공식 핵보 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하며 인도·파키스탄·이 스라엘 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중국 견제의 핵 심 파트너로 활용할 것이다. 이러한 의도는 취 임 전후 여러 차례 확인됐다. 반도체·원전·조선 등 우리 첨단 제조업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실현에 필요하다. 트럼프는 이미 K조선 의 협력을 요청했고 한미 원자력 수출 협력에 합 의했다. 안보·경제 전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기 회의 창이 열릴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기 존의 무역협정을 재검토하라고 했다. 한미 FTA 가 포함될 수 있다. 주한미군 철수를 앞세워 방 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라는 청구서도 조만간 날아올 수 있다. 미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에 대 한 보조금도 폐지·축소될 수 있다. 그리고 아직 10~20%의 보편 관세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조 만간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美國에 맞서는 中國 시진핑의 대외정책 방향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 위해 ‘해양 강 국’ 건설을 지향한다. 

중국몽 실현의 중요한 축 (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집 권한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해군력이 빠르 게 팽창했다. 1999년 이후 증강된 중국 해군력 의 70% 이상이 시진핑 1·2기(2012~2022년) 에 누적된 것이다. 중국은 2012년 18차 당대회 에서 해군 강화와 해외 군사기지 확보를 목표로 하는 ‘해양 강국’ 건설을 국가 발전 전략으로 채 택했다. 그리고 2017년 19차 당대회 때 시진핑 이 해군 증강을 ‘중국몽 실현의 필연적 선택’으 로 규정했다. 2022년 중국은 세계 최대 어선단 과 6,218척의 국적 외항상선을 보유한 세계 1위 해운 대국이 됐다. 전 세계 대형 선박 건조 시설 36 2025년 3월호 300개 중 약 180개를 보유해 전 세계 신규 대형상선의 54%를 건조했다. 같은 시기에 중국 해군 전략은 ‘방어’에서 ‘확 장’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제1도련선’ 안에서 적을 방어하는 ‘근해(近海) 방어 전략’이 그 너머 로 해군력을 확장하는 ‘원해(遠海) 호위 전략’으 로 진화했다. 도련선(島線)은 중국이 설정한 가상의 대미(對美) 방위선이다. 제1도련선은 규 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 제2도련선은 오가 사와라 제도~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를 잇는 다. 중국 해군이 ‘제1도련선’ 밖으로 나가겠다 는 목표를 세운 것은 2차 대전 이후 태평양을 장 악한 미 해군에 정면으로 맞서며, 남중국해부터 서태평양까지 진출하겠다는 의도다. 2차 대전 이후 압도적 해군력을 유지하며 세계 패권을 놓 치지 않았던 미국에 큰 위협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트럼프 2기 정부의 영토확장 야망을 자국의 세력확장 기회로 역이용할 것이다. 트럼 프 대통령은 취임 전후 세계를 놀라게 하는 발 언들을 쏟아냈다. 미국 남부 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개칭하고, 캐나다를 미국 제51번째 주로 흡수 해야 한다고 했다. 캐나다 쥐스탱 트루도(Justin Trudeau) 전(前) 총리를 만난 자리에 그를 캐나 다 주지사로 호칭하였다. 파나마 운하를 미국이 건설하였으니 미 해군 함정에 대해 통관세를 많 이 받는 파나마 운하를 미군이 통제해야 한다고 도 했다. 또한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미국이 과거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구매하듯이 구매 한다는 주장까지도 했다. 중국은 트럼프 2기 영토확장에 대한 오해와 실 수를 활용하여, 미국의 영토확장과 중국의 지경 학적 ‘일대일로 사업’ 간 연계성을 모색할 것이 다. 그리고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정당성을 부 여하고 국제적으로 홍보도 적극 추진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의 영토확장 전략에 편승해 서 ‘중국몽’과 ‘일대일로 전략’ 실현을 연계시키 고, 이를 자국 세력팽창의 호기로 이용할 가능성 이 높다. 나아가 트럼프식 세력팽창 정책의 부정 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시행 간 발생하는 ‘동맹 및 우방국 간의 틈새’ 국면을 최대한 파고들어 취약점을 식별하고 역이용할 것이다. 예를 들면 2027년에 예상되는 대만 침공의 명분도 미국의 그린란드 또는 파나마 운하 점령과 연계할 가능 성이 있다. 중국은 미국, 러시아와 대등한 수준의 핵 초강 대국 부상도 노린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핵탄두 비축량은 2010 년 240기에서 2024년 500기로 늘어 증가 속도 가 핵무기 보유국 중 가장 빨랐다. 다만 절대적 인 보유량은 미국이 5,044기, 러시아가 5,580기 로 중국보다 훨씬 많다. 미국, 러시아에 이어 제 3의 핵 초강대국이 될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지출이 1.5% 정도이고, 숨겨진 항 목을 포함해도 2%를 넘지 않아 앞으로 수년간 빠른 속도로 군비를 늘려갈 것이다. 여기에 막강 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세계 곳곳에 투 사할 수 있도록 원양 함대를 창설하고, 인공지능과 레이저 무기 등 첨단 기술 개발에도 집중할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국가 탄생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열강 중 한반도 통일을 가장 싫어 하는 게 중국이다.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든, 북 한이 남한을 흡수하든, 제3의 방법으로든 마찬 가지다. 접경(接境)의 강대국 탄생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제가 다른 경우는 더 그렇다. 1949년 10월 1일에 건국된 중화인민공화국이 불과 1년 뒤 6·25전쟁에 참전한 ‘근본’ 이유이기 도 하다. 이념 이전에 국가 생존 문제로 봤다. 폼 페이오 美 전 국무장관이 중앙정보국(CIA) 국장 으로 2018년 3월 극비리에 방북했을 적에 김정 은은 ‘중국 공산당의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지 키기 위해 남북한 어디에든 미군이 필요하다. 중 국은 한반도를 티베트나 신장위구르처럼 다루고 싶어 한다’고 했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21세기 10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대한민국 은 그동안 미·일·중·러의 끊임없는 압박 속에 서 그때그때 눈치작전(스탠스의 일시적 변경)으 로 국가적 위기를 모면해 왔다. 그럴 때마다 우 리가 내세웠던 주장은 ‘經中安美(경제는 중국, 안 보는 미국)’의 논리였다. 미·소 냉전체제 붕괴 후 30여 년 가깝게 유지된 미국 유일의 패권체제에 서 이 논리가 어느 정도 설득력을 발휘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미·중의 패권 경 쟁 가속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 심 화, 러시아-NATO의 대립 등 갈등이 격화되면서 신냉전체제가 등장하고 있다. “돌아오겠다(We will be back)”는 마지막 말과 함께 4년 전 백악 관을 떠났던 트럼프 美 대통령이 예고대로 귀환 도 했다. 현재 한국이 처한 입지는 양면적이다. 한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안보 협력체의 일원 이고 일본·대만과 더불어 중국에 가장 근접한 군 사 요충지로서, 미국의 중요한 안보 파트너다. 주요 대미 투자국 중 하나이며, 대중국 공급망 통제 협력국이기도 하다. 반면에 한국은 트럼프 정부가 제재를 가할 주요 대상국이기도 하다. 지 난해 대미 무역 흑자가 557억달러에 달해 미국 무역 적자의 큰 부분을 점유하고 있고, 75년에 걸친 미국의 안보 지원과 경제성장에도 불구 상 호주의적 안보 지원과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문 제가 현안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 상황 변화에 대한민국은 어 떻게 대응할 것인가? 제일 먼저 굳건한 한·미 동 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 강화를 천명해야 한다. 지금은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로 인해 모든 것이 중단되고 방치된 상태에서 ‘친미반중 이냐? 친중반미냐?’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오직 대한 민국의 생존과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 친미반중 (親美反中) 노선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실천할 필 요가 있다. 美 트럼프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대 중국 출정의 포문을 여는 시점에 최전방 동맹국 에 친중반미 정권이 수립돼 공동 연합 전선에서 38 2025년 3월호 대한민국이 이탈한다면 트럼프의 대중국 전략에큰 타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어떤 대응 조치를 할지 상상하기 도 두렵다. 둘째는 미국과 경제 파트너십을 서둘러 강화 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는 무역 흑자국을 대상으 로 고율 관세를 때린 다음, 개별 협상을 통해 공 존 방안을 찾거나 보편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활 용하면서 국가 간 개별 협상을 통해 이익을 최대 한 챙길 가능성이 높다. 미국발 무역 마찰은 우 리가 대응하기에 따라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 고, 첨단 산업 경쟁력을 더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트럼프가 ‘한미 조선 협력’ 필요성을 제기한 것처럼,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재 편 과정에서 한국의 제조업 역량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 전략에 편승하여, 원자 력 분야처럼 조선·반도체·2차전지·인공지능 등 다른 분야에서도 윈·윈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해 야 한다. 

셋째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전략의 일대 전환 을 시도해야 한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김정은과 맺은 친분을 언급하며 향후 미북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 비핵화라는 뚜렷한 목표가 정립 되지 않은 상태에서 ‘TOP DOWN’ 방식의 정상 간 대화가 이뤄질 경우 우리 의견은 배제된 채로 핵 군축이나 동결 같은 ‘Small Deal(부분 합의)’ 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 트럼프가 대(對)한반도 정책에 무리하게 선(線)을 넘는 순간, 우리도 핵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아태 지역 동맹국에 제공해 온 핵 안전 보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핵을 보 유하거나 미군이 아시아 최전선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미·중이 사활을 건 대결을 벌이는 신냉전의 세 계에서 ‘균형 외교’나 경제적 이익을 명분으로 한 이중적 대중국 정책은 더 이상 정당화되거나 용인될 수 없다. 한국이 원하건 원치 않건 선택 은 불가피하다.